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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봇 산 정상 구덩이에 떨어져 말하는 꽃을 만나고부터 며칠이 지났다.
내가 그 며칠 사이에 알 수 있었던 것은 이렇다.
성인 달팽이는 내장을 뒤집기도 한다는 것.
-꽤나 흥미로웠다.- 달팽이는 치설이라는 매우 작은 이빨들로 풀을 갉아먹는다는것. -이미 알고있었다-
...그리고, 다시는 이 지하에서, 이 지하에서 나가더라도 다시는 빛을 보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원인은 나를 구해준-것 같은- 언제나 털이 복실복실하게 나 있는 여인이 -그 이름은 토리엘이라고 한다.- 나를 구하려 그 작고 노란 꽃의 괴물을 내쫓기 위해서, 마법으로 화염을 만들었지만. 그것이 잘못되어 나에게도 불똥이 -이라기엔 너무 큰, 마치 야구공같은- 날아와서 맞은것이 화근이라는 것이다 -고 여인이 말했다.
처음엔 이해할수 없었다. 동화에서나 읽었던 마법, 괴물과 인간과의 전쟁-이 모든것이 역사였다는것-을 받아들이는데는시간이 꽤 필요했다.
하지만 토리엘이 내 눈을 망가뜨린 사죄라는 명목으로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는것이 진실된 것이라는것을 살 수 있었기에, 내 인내가 차올랐다.
앞으로 춤은 출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앞으로의 처사에 대해 생각하던 도중. 푹신한 털 신발같은 발소리가 들려온다.

*"아가야, 뭐 필요한 것 없니?"
.-..이제와서 말하기는 뭣 하지만, 나는 결코 "아가"라고 부를만큼 어리지는 않다.
어릴적부터 사람들 앞에 나서서 춤을 추는 광대가 되었기 때문은 아니다. 그저 10대에게 "아가"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지 않는가?-
잠시 생각을 접고, 나는 물었다.
*"네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어... 이젠 여기가 네 집이란다!"
다시 물었다.
*"그런것보다. 책을 듣는 것은 어떻겠니?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모두 재미있는 책이란다."
또 다시 물었다.
*"지금와서 말하는거지만... 난 언제나 선생님이 되고 싶었단다."
무슨 이유가 있는걸까.
*"널 위한 교육 계획도 세워두웠어. 맹인, 아니 누군가를 가르치는건 처음이지만..."
내 인내심이 깎여나가는것이 느껴진다.
*"가진건 많이 없지만, 우린 여기서 둘이 행복하게 살 수 있단다!"
토리엘이 구워주는 시나몬 버터스카치 -혹은 버터스카치 시나몬- 파이, 또는 달팽이 파이 -확실히 맛은 있었지만 여러가지로 불쾌한 느낌이었다.-
책 또한, 듣기좋은 목소리로 나긋나긋하게, 졸릴정도로 잘, 많이, 재미있게 읽어주었다.
-분명 좋은 선생님이 될것이다-
생활 전반, 나에게 모자란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 뿐. 난 진짜 "내" 가족들이 보고싶다.
토리엘의 파이보다는 못하지만 나름대로 맛있는 파이를 구워주던 엄마가 그립다.
친구 하나 없는 것 보다는, 적게나마 있는편이 낫다.
이제는 보이지도 않는 "말하는 개구리"와 대화하는것도 질렸다.
나는, 이 모든것들을 토리엘에게 전했다.
*"...알겠구나. 네 마음, 잘 알겠구나. 그렇다면,  정말로 그렇다면, 나와 함께 가자꾸나."

...혼자 가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난 지금 맹인이다.
내가 혼자 간다면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객사하겠지. 혹은 노란색 꽃같은 괴물에게 죽임을 당하던가.
그렇기에, 난 토리엘과 같이 갈수밖에 없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눈 앞의 -눈 앞이라고 해도 보이진 않지만- 현실에 대해 생각하던 도중, 토리엘이, 또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From DC Wa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