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에취! 추워 죽겠네.”


언다인은 몸을 부르르 떨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엄청 삐걱대면서 탄력이 하나도 없는 소파에서 잔 탓인지 온몸이 뻐근했다.

뚜둑. 목을 이리저리 꺾으며 언다인은 불평을 토했다.


역시 돈을 쓰더라도 여관에서 잤어야 했나. 에취!”


추위를 느끼지 않는 뼈 형제가 사는 집이라고 해야 될까? 집에 보온성이란 눈코빼기도 찾아볼 수 없었다.

두 사람과 달리 추위를 제대로 느끼는 언다인은 쉼 없이 투덜거렸다. 하지만 인간에게 요리를 가르쳐주려다 그만 집을 불태워 다시 짓는다고 돈을 잔뜩 쓴 탓에 빈털터리였다.


젠장, 그 놈의 성질을 죽이지 못해서 뭔 고생인지.”


파피루스가 제멋대로 도망치고 단 둘이 남게 됐을 때. 언다인 인간에게 요리를 가르쳐줘서 친구로 만든 것은 후회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놈의 걸핏하면 욱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조금만 덜 했어도 집안이 난장판은 됐을지언정 집이 화재에 집어삼켜지지 않았으리라.

천성인 것을 어쩌리라. 고칠 수 있다면 진즉에 고쳤지. 언다인은 머리를 벅벅 긁어댔다. 해답이 없는 일에 신경 써봤자 하나도 좋을 것 없다.

언다인은 창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항상 눈이 잔뜩 쌓인 풍경이 보였다.

그녀는 그것을 잠깐 지켜보다가 2층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리고 있는 힘껏 숨을 들이마시고, 그것을 한꺼번에 토해냈다.


어이! 파피루스! 시간이 몇 시인데 아직도 방에 쳐 박혀 있는 거냐! 좀 있음 메타톤 방송 시작한다고!”

녜헤헤?!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어?! 안 돼! 메타톤 방송을 놓칠 수는 없어!”


벌컥 문을 열어 재끼며 파피루스는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계단이 아닌 난간을 넘어 뛰어넘었다.

정확히 소파에 착지하는데 성공했으나, 거구의 체중을 그대로 받아들인 소파는 깔끔하게 두 동강 나면서 운명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파피루스는 리모컨을 낚아채 TV 전원을 켰다. 그리고 곧 시작한다는 글자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라? 왜 소파가 기울어져 있는 거지?”

캬하하하!”

뭐야, 갑자기 왜 웃는 거야?


어리둥절 영문을 모르겠다는 파피루스를 방치 한 채 언다인 호탕하게 웃었다.

그래 별 고민할 거 없다. 평소와 같이 생각나는 대로 행동하면 되는 것이다. 이것이 그녀가 사는 방식이다.


---


딱히 혼자서 할 것도 없던 언다인은 파피루스하고 같이 TV를 보기로 했다.


그러니까 저번 방송에서 메타톤이…….”

며칠 전에 들었던 거 다시 듣는 취미는 없어.”

, 말했었어? 미안.”


언다인의 지적에 파피루스는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주먹을 불끈 쥐며 외쳤다.


아직 시간도 남았겠다. 그럼 이 파피루스님이 스파게티를 만들어주도록 하지!”

아니, 굳이 나서지…….”

메타톤 방송하는데 얼마 남지 않았는데 빨리 만들어야지! 녜헤헤헤!”

에휴, 될 대로 되라지.”


주방으로 달려가는 파피루스를 보며 언다인은 손으로 눈을 덮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음식을 별로 먹고 싶지 않았다.

솔직히 음식의 형체를 만들어내는 것조차 기적인 요리를 하는 그녀에게 배워서 음식의 형체라도 만들어내는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성과였다.

게다가 맛이 대단했다.

안 좋은 쪽이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맛 봤을 때 시식도 전투가 될 수 있구나 사실을 알게 되었다.


속이 안 좋아서 먹지 못하겠다고 해야지.’


시무룩한 표정을 보면 양심이 따끔거리겠지만, 모양만 스파게티인 물체를 먹는 것보다는 나았다.

문득 목에 갈증이 느껴졌다. 언다인은 삼색만 보이는 TV를 보다 주방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어이! 파피루스, 올 때 물 한잔 들고 와!”

알았어! 마침 다됐으니 지금 들고 올게! 녜헤!”


언다인은 무료한 눈을 TV에 놔둔 채 기울어진 소파에 몸을 맡겼다. 삼색이던 TV 화면이 바뀌더니 MTT SHOW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주방에서 나온 파피루스는 오른손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스파게티를 왼손에는 물이 담긴 컵을 들고 왔다.


, 고마워.”


언다인은 컵을 받아 쭉 들이켰다. 그리고 우연찮게 TV 화면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컥푸우우우!”


목구멍을 지나기 직전의 물을 끄집어내는 기술을 보였다. 뱉어낸 물을 그대로 맞은 파피루스가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으악! 갑자기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쿨럭! 쿨럭! 쿨럭! , 저거 봐.”


언다인은 기침을 거세게 토하면서 손가락을 들어 TV화면을 가리켰다.


“TV? 지금 메타톤 방송 시작하는……. 으엑?!”


손끝을 따라간 파피루스도 TV를 보고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접시를 그대로 떨어뜨렸다.

달그랑.

다행히 쇠 접시라 깨지는 사태는 피했으나, 스파게티가 사방으로 튀었다. 그러나 파피루스는 그런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눈을 TV에 향했다.

TV화면은 알피스 연구소를 보여주고 있었다. 거기에는 메타톤과 알피스. 그리고 아이가 있었다.


오늘의 퀴즈쇼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화려하게 비추는 조명 중심에서 메타톤이 말하고 있었다.


정말 대단한 쇼가 될 것 같군요! 다들 멋진 참가자에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메타톤 박수 신호가 떨어지자 아이의 머리 위로 형형색색 종이들이 떨어졌다. 그 광경을 본 파피루스는 말을 더듬으며 물었다.


, 어째서 이, 인간이 저기 있는 거야?”

그걸 알고 있었으면 내가 멀쩡히 마시던 물을 뱉겠냐!?”

, 그런가?”


언다인이 버럭 소리를 내며 타박하자 파피루스는 머쓱한 얼굴로 TV화면에 시선을 옮겼다.


규칙은 하나 뿐 입니다! 올바른 답을 말하거나…….”


메타톤은 말을 멈췄다.


아님 죽거나!”


둘은 저도 모르게 기울어진 소파에 앉았다. 그러는 과정에서 발바닥에 밟힌 스파게티가 뭉개졌다. 눅눅한 감촉을 깨닫지 못한 채 TV에 시선을 떼지 못했다.

반짝반짝 빛을 내는 TV화면은 퀴즈쇼를 보여주고 있었다.


---


메타톤의 살벌한 발언과 달리 상황은 무난하게 흘러갔다. 터무니없는 문제도 아이는 간단히 답을 답했다.


세상에! 메타톤이 내는 문제를 간단히 풀고 있어! 저기 언다인 보고 있어?”

…….”


파피루스가 들뜬 목소리를 냈다.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호들갑을 떨며 언다인의 팔을 툭툭 쳤다.

언다인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화면 구석에서 손을 이용해 정답을 가르쳐주는 알피스의 모습에 시선을 떼지 못했다.


저기, 언다인 어디 아파?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데 말이야. 얼굴도 새빨갛고.”

? . 멀쩡해 괜찮아.”


그제야 현실로 돌아온 언다인이 얼떨떨한 얼굴로 괜찮다고 대답했다. 파피루스는 의아스러워하다 이내 TV 시청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젠장…….’


언다인은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계단을 올라갔다. 더 이상 있다가 끓어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을 것 같다. 단지 TV로만 봤을 뿐인데 심장이 빠르게 요동치고 뺨이 화끈거렸다.

언다인은 알피스에게 감정이 있다. 연인으로서.

어떤 계기인지는 정확히 모른다. 여러 번 만남을 겪으면서 제멋대로 피어오른 감정이 지금은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 언다인은 이마를 벽에 박았다. 찌르르 통증이 퍼졌다.

차라리 속 시원하게 내뱉어 유쾌하게 차이면 이렇게 고생하지 않아도 될 텐데. 그러나 생각만 해도 간단히 들끓는 감정은 정작 알피스를 직접 보게 되면 순식간에 식어버렸다.

멍청이. 언제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이는 주제에 자기감정을 표출 하질 못하다니. 자기 혐오감에 언다인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때 아래층에서 들려온 메타톤 목소리가 그녀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이런, 이런 알피스 설마 우리 참가자를 도울 줄이야! 그런 기념으로 알피스 관련 문제를 하나 내도록 하죠.”

, 잠깐! 딱히 내지 않아도...”

알피스 박사는 누구에게 반했을까요?”


궁금증이 머릿속을 뱅뱅 돌았다. 그러나 듣고 싶지 않았다. 그녀와 알피스는 같은 성이다. 결국 언다인이 원하는 대답을 들을 확률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

파피루스 방문이 보였다. 어서 저기로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깨지고 싶지 않다. 적어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그때까지는.

언다인은 문고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문고리를 돌리고 문을 열자 인간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다인?”


언다인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고개가 아래층을 홱 돌아갔다. 제정신인가? 도대체 어떻게 무슨 생각을 하고 있기에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지? 설마 서로 동성인 것을 모르는 건가?

끝없이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리고 메타톤이 그 순환을 끊어버리는 말을 꺼냈다.


정답입니다! 봤죠, 알피스? 너무 티 난다고 했잖아요. 그동안 곁에서 지켜본 제가 단언할 수 있습니다. 그녀에게 사랑에 빠졌을 확률 101%. 오차 범위 1%.”


말도 안 돼. 언다인은 도무지 믿기지 않는 다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파피루스가 쐐기를 박았다.


세상에! 알피스 얼굴이 토마토소스 같아!”


언다인은 잠시 우두커니 서있었다. 6초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언다인은 씩 웃으며 성큼성큼 파피루스 방으로 들어갔다. 곧바로 책상으로 가 의자에 털썩 앉았다.

언다인은 호쾌한 손동작으로 키보드와 마우스를 밀어냈다. 우당탕! 키보드와 마우스가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며 방바닥에 쳐 박혔다.

언다인은 새로 생겨난 빈자리에 종이를 올리고 다른 손에 펜을 쥐었다.


후우우...”


심호흡을 조심스럽게 내뱉었다. 심장은 여전히 요동치고 있지만 충분했다.

언다인은 가슴 속에 세차게 뛰고 있는 감정에 손을 맡겼다. 펜을 쥐고 있는 손은 조심스러우면서도 과감하게 흰 종이에 검정색 글자들을 새기기 시작했다.

가슴을 지나 손을 지나 펜 끝에 도달한 감정은 평범한 글자에 사랑스러움과 정열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마치 시간이 정지한 것만 같은 공간에서 언다인은 혼연일체가 되어 편지를 쓰고 있다.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보여줄 편지를.


---


그냥 언다인이 방송을 봤기 때문에 결심하고 편지를 쓰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서 써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