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즈, 양말 좀 치워 놓으라고 몇 번 말해야 알아듣겠어?”
 
 “아, 알았어, 팝. 곧 치우러 갈게.”


 누워 있는 푹신한 소파에서 허리를 젖혀 일어나기는 싫다. 들은 척 만 척,
눈을 살짝 치뜨고는 발가락을 꼼지락 움직인다. 그럴수록 몸은 소파와 한 몸이
되기라도 한 듯 더욱 노곤해진다. 양말까지 손을 가져가는 건, 아무래도 너무
힘들지 말이야.


 “샌즈!”


 파피루스의 화난 목소리가 거실까지 들려온다. 에, 더 이상 잔소리를 듣기
싫으면 양말을 조금이라도 옮겨야 하려나. 파피루스에게는 미안하지만, 별로
내키진 않는다. 그를 향해 헤, 하고 웃고는 뼈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양말을 줍는다. 그렇다고 일어나서 이걸 빨래 망까지 가져다 놓기는 귀찮고,
그냥 빨래 망 근처에 휙 하고 던져 넣는다. 아무래도 피곤하니 조금 더 낮잠을
자야 할 것 같다.


 그러고 보니, 파피루스 저 녀석을 만난 지도 꽤 되었구나. 처음 만났을 때는
이렇게 나에게 호통을 칠 만큼 자신있어하지는 않았는데, 나름 화를 내며
방으로 들어가는 파피루스를 보며 피식 웃음이 나온다. 하긴, 지금의 파피루스는
전보다 훨씬 더 인생을 즐기고 있지. 퍼즐에도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스파게티
만드는 법도 배웠고-물론 그 맛이 나를 만족시킬 때까지는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파피루스도 자기가 만든 스파게티를 한번 먹어 봐야 해. 문득 옛
생각이 떠오른다. 팝 녀석을 처음 만났을 때.


그리고  그의 말,

 

‘괴물은 마법과 작은 영혼으로 만들어져 있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거야.’





 “손으로 말하는 남자를 조심해”





...


 “정신이 드는가?”


 “헉!”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다. 그뿐이다. 이전에 내가 생명으로써 어딘가에서
살았다는 것은 기억이 나지만, 그 외에는 아무것도 떠올리지 못했다. 어둡고,
이상한 장치들이 가득한 낮선 장소. 이런 음침한 곳에 감금된 것은 아닌지,
팔을 조금 움직여 본다. 다행히 쇠사슬 같은 것에 묶여 있는 것은 아니었는지
삐걱 소리를 내며 움직였다. 하지만 내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 소리였으니.


 이불을 살며시 걷어 보이자 두 갈래로 된 팔뼈가 그대로 드러났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살점과 근육, 그리고 장기가 붙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새하얀 뼈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손가락 마디마디 역시나 하얗고 기다란 백골로 채워져 있었다.


 “새 몸이 마음에 드는가 보군 그래.”


 누군가 한쪽 입꼬리만 올라간 웃음을 지으며 무언가를 가져오더니, 내 얼굴
앞에 바로 들이대었다. 그 물건에 닿은 반사광이 나를 비춘다. 거울, 내 얼굴이
드러난다.


 “으아아악!”


 그 모습, 그 얼굴을 보고 나는 놀라기 전에 먼저 아무 생각도 들지 않은 채로
멍해졌다. 조금 후에 소스라치게 놀라는 감정이 들 정도로 정신이 빠졌던 듯하다.
본래 얼굴이 무엇인지는 아무 기억도 없지만, 뼈만 남아 있는 나의 모습이라니.
그리고 뼈째 움직이는 나의 모습이라니. 믿어지지 않는다. 이 몰골에 근육이나
살점이 어디에 붙어 있다고 움직일 수 있는 것인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 전에, 나는 왜 이렇게 태어나게 되었는가.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좋아, 좋아. 몸은 제대로 움직이는 것 같군.”


 그래, 몸은 제대로 움직이긴 하지. 얼굴 전체가 단단한 뼈로만 되어 있어서
입은 계속해서 실없게 웃음 짓는 것만 빼면 말이다. 천천히 딱딱한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 일어난 위치에 알맞은 푸른색 털 슬리퍼가 맞추어져 있다.
그것을 신고는 그대로 일어서 본다. 조금 삐걱거리긴 하지만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지고 충분히 일어날 수는 있다.


 잠시 제 모습에 놀란 감정을 뒤로 하고, 다시 한 번 주위에 무엇이 있는지

고개를 기웃거려 둘러본다. 조금씩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부글부글

끓고 있는 푸른색 액체가 담긴 플라스크 몇 개, 깨진 유리 파편 등등.

천장에서는 작은 전구 하나가 틱, 틱 소리를 내면서 불이 깜빡깜빡 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더 음침한 분위기. 금방이라도 튀어나갈 것만 같은

공포감.


 “너무 당황하지 말라고. 새로운 몸을 가진 것을 축하하네.”


 그가 미묘하게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한다.


 “.......”


 그에게 묻고 싶은 것이 너무도 많았지만, 나는 차마 그 말들을 꺼내지 못했다.


 “괜찮아. 실험은 성공적으로 끝났으니까.”


 그러고 그는 무언가를 내 손에 쥐어주었다. 깜빡거리는 빛에 비추어 보아도
무엇인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대충 촉감으로 느껴보기로 한다.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코도, 맛을 볼 수 있는 혀도 없지만 몇 번 만져보는 것만으로 그것이 먹을
수 있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왠지 모르게 배고파져 아무 생각 없이 한 입 베어
물었다. 치아를 뚫고 지나가는 물컹한 빵의 느낌이 그대로 뼈 사이를 뚫고 떨어져
나왔다. 고양이 우는 소리가 나는 것도 같다.


 “무언가를 먹었으니, 이제 일을 해야지.”


 아직 한 입밖에 먹지 않았지만 손에 있던 그 빵은 어디로 갔는지 온데간데없었다.
어디선가 고양이 우는 소리가 한 번 더 들린다. 내게 계속 말을 하던 그는 손을
뻗더니 전구 하나를 더 켰다. 이번 전구도 아까 그것처럼 깜빡거리기는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밝은 것 같다. 두 개의 전구가 내는 빛에 그의 모습이 더 선명해진다.
줄이 둘 있는 창백한 얼굴과 부유하고 있는 두 개의 손.


 “자.”


 그가 손을 뻗자 나는 뭐라 말할 틈도 없이 지저분한 실험대 앞에 와 있었다.
직전에는 조금 멀찍이 떨어져서 보았던 플라스크와 깨진 비커 조각들이 눈에 들어왔다.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잘 알고 있겠지, 그럼.”


 그는 그 말만을 남기고 사라졌다. 그가 무슨 일을 하는지, 그가 어떻게 순간적으로
빠르게 이동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내 앞에 걸레 하나가 놓여 있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했다. 걸레는 언제 마지막으로 사용했는지 바싹 말라 있었다.


 “......”


 연구실 청소를 하란 말이겠지. 무엇이 더 있겠나. 헤, 혼란스럽군.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내가 무엇이었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고. 일어나 보니 온몸은 백골이 되어
있고. 사방은 어두침침한 연구실이고.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입의 표정이 전혀 변하지 않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그가 흘린 듯한 푸른 액체를 걸레로 닦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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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작업하던 소설에서 슬럼프가 오기도 했고,

유튜브 영상인 Darker yet darker 보고는 뭔가 감이 와서 단편 쓰고 있습니다.

샌즈와 가스터, 파피루스의 과거 스토리로 구성되며, 4~5회 분량 정도로 예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