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사항*

*일단 제목은 흔한 애정결핍 환자처럼 간단하게 허세를 쳐봤어.

*별로 그렇게 참신한 내용은 아니야. 다만 양덕 변태들의 힘과 3류 야겜의 아이디어와 일본군의 고문 방식에서 아이디어를 조금 가져온 것 뿐이야.

*이 소설은 그냥 정말 순수하게 캐릭터 한명 멘탈 부수고 쾌감 좀 얻어볼려고 쓴 거라 개연성은 밥 말아 먹었고 캐붕은 하늘의 별 만큼 많고 필력은 애초에

내 손에 심각한 장애가 있어. 그러니까 비추를 누르렴.

*부수는 대상은 가스터도 아니고 차라도 아니고 샌즈도 아니야. 요즘 염소박이가 안 보이길래 우리 중2병 왕자로 해봤어.

*원작 설정은 갖다 버렸어.

*일단 다음 리스트에 있는 사람은 이 소설을 안 보는 것을 추천할께.

-임산부 또는 노약자

-초등학생(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

-애낌이

-고어물 싫어하는 사람

-성인물 싫어하는 사람

그냥 닥치고 뇌에 이상 없는 새끼들은 보지 마.

그럼 간단하게 시작 해보도록 할께.



아스리엘은 한 없이 빠져들었던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그는 생물체인 이상 당연히 눈을 뜨고 자신이 있는 곳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아스리엘이 있는 곳은 어둠이 짙게 깔린 방이었다.

무언가들의 윤곽은 조금씩 조금씩 그의 눈에 들어왔으나,

사실 그 방안에서 제대로 명확하게 보이는 것은 여기저기 휘날리는 먼지들 뿐이었다.


'여긴 어디지...'


아스리엘은 그렇게 아직도 잠에 깬지 얼마 안되 흐릿한 정신으로 생각했다.

그는 꿈에 아직도 사로잡혀 있었고 그는 꿈에서 벗어나야 했다.

아스리엘은 무의식적으로 대체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는 본인도 몰랐지만 자신의 손을 들으려 했다.

하지만 그의 손은 무언가에게 사로잡혀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제서야 아스리엘은 자신이 의자에 앉아있고 자신의 팔과 다리가 의자에 거친 밧줄에 묶여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대체 누가 이런 장난을 쳐 놓은거지?'


그는 이런 짓을 자신에게 할 만한 사람을 떠올려봤지만 적어도 그의 기억 속에서는 그에게 이런 짓을 할만한 사람이 없었다.

그는 결국 이 밧줄에서 먼저 벗어난 이후에 생각해보기로 하고,

천천히 자신의 털이 복실복실 난 손을 움직여 포박을 느슨하게 만들려고 하였다.

하지만 그는 그런 일을 곧바로 그만 둘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런 부질 없는 일을 시도하기 전에 누군가가 이 방 안을 걷는 또렷한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뚜벅, 뚜벅, 뚜벅, 뚜벅"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스리엘은 자신의 시야 안에 명쾌한 발소리의 주인으로 보이는 인영을 발견하였다.

어두워서 누구인지 판단하기는 어려웠지만 

아스리엘은 그 인영이 깔끔하고 명쾌하게 걸으며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 인영은 그렇게 뚜벅뚜벅 아스리엘의 시야 안을 거닐다가 한 지점에서 갑자기 발걸음 멈췄다.

아스리엘은 멈춰선 그 인영이 무언가를 집는 것을 보았고,

곧 직후 아침에 흔하게 들려오는 커튼 열리는 소리와 함께 붉은 저녁 노을이 아스리엘에게 덮쳐왔다.

갑자기 덮쳐온 빛으로 인한 고통이 아스리엘의 눈에 새겨졌다.

아스리엘은 그 고통에 신음 소리를 살짝 흘리곤 눈을 찡그렸다.


그 것도 잠시, 아름답지만 밝진 않았던 붉은 노을의 빛에 아스리엘의 눈은 빠르게 적응해갔고

아스리엘은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을 제대로 뜰 수 있었다.

그리고 그건 그가 그 때는 어둠에 가려져 있어서 그저 윤곽밖에 보이지 않았던 사물들을,

노을빛이 어둠을 꿰뚫은 지금에는 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사물들 뿐만 아니라 그 인영의 정체마저도.


당연하게도 아스리엘은 제대로 앞을 볼 수 있을 때부터 그 인영의 정체를 알아보기 위해서 그 인영이 있었던 곳을 바라보았으며,

그는 자신이 꽤나 머리가 나쁘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애초에 그에게 이런 질 나쁜 장난을 칠 만한 사람은 역시 한 사람 뿐이었다.


도저히 남자로는 보이지 않는 여리고 앳된 외모,

그런 남자답지 않음을 더욱 부각시키는 갈색 단발머리,

그의 성격과 너무나도 어울리는 상대방을 위축되게 만들어버리는 검은색 고급 정장과 구두,

마지막으로 그의 가장 큰 특징인 지금 지고 있는 타오르는 노을과 같은 색의 두 눈.


차라는 붉은 노을이 들어오는 창문 옆에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당연하게도 그의 시선은 아스리엘을 향하고 있었다.


"역시 너 밖에 없었지? 이런 장난을 칠 사람은..."


아스리엘은 단념한 듯한 말투로 말했다.

그랬다. 언제나 그랬다. 

차라는 언제나 그가 어렸을 때부터 이런 질 나쁜 장난을 자신에게 치곤 했다.

유령이 나온다는 폐가에다가 하루 종일 묶어놓는다거나,

아니면 입에다가 흙을 강제로 먹인다거나,

차라는 언제나 짖궂은 아스리엘의 친구였다.


차라는 눈 웃음을 지었다.


"역시 옛날부터 당해온 경험이 있으니까, 금방 아네."


짖궃으면서 심술궂은 말투,

아스리엘은 저절로 나오는 한 숨을 막을 수가 없었다.


"하아...차라, 초콜렛 한 박스 사줄 테니까 나 밧줄 좀 풀어주면 안될까? 나 요즘 샌즈 삼촌이랑 논문 준비하는 것 알잖아."


아스리엘은 타이르는 듯한 말투로 앞에 있는 나이를 먹었음에도 아직까지도 아이일 적의 심술궃음을 잃지 않은

소악마에게 말했다.

소악마는 초콜렛을 사랑했고 아스리엘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한 박스로는 조금 부족한데...?"


차라는 눈 한쪽을 크게 뜨면서 마치 도발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스리엘은 어쩔 수 없이 조금 강한 수를 띄워야 했다.


"다섯 박스."


차라는 어림도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여섯...?"


조심스레 숫자를 올린 아스리엘이었지만 차라는 어림도 없다는 표정이었다.

아스리엘은 초조함이 마음 속에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 이 번에도 차라가 숫자가 맘에 들지 않는다면 분명히 차라는 이 이후 온갖 짖궂은 장난을 자신에게 펼칠 것이 분명했다.

아스리엘은 그 것만큼은 죽기보다 더 싫었다.

그 초조함이 아스리엘을 절벽에서 밀어버렸다.


"한달 동안 네가 초콜렛 먹고 싶다고 할 때마다 사줄께."


"주륵...쓰읍,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즉답이었다.

차라의 입에서 투명한 액체가 흘러나왔다가 다시 들어갔고

아스리엘은 그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초콜렛 값으로 나갈 돈이 얼마나 될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울고라도 싶은 심정이었다.


차라는 상당히 밝고 쾌활한 표정으로 아스리엘의 의자를 뒤로 돌리고선,

아스리엘의 밧줄을 천천히 풀기 시작했다.


아...이번 달은 먹고 살기 힘들겠다...


아스리엘은 그렇게 생각하며 눈물 한 방울을 살짝 눈에서 짜내었다.


"철컥!"


아스리엘은 자신의 묶여있는 손에서 차갑고 딱딱한 감촉이 느껴짐과 동시에 무언가 잠기는 소리에 빠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뒤에는 차라가 살짝 놀랐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손목에 철로 된 무언가를 채우고 있었다.


"Oops!"


"대체 너 이번엔..."


아스리엘은 말을 제대로 하기도 전에 갑자기 자신의 두 팔이 어딘가로 끌려가기 시작해 도저히 말을 끝맺을 수가 없었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워서 그랬을까.

아스리엘은 저항 한번 하지도 못하고 자신의 두팔이 끌려가는 대로 끌려가기 시작했다.

사슬과 사슬이 부딪히는 소리와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스리엘의 머리는 벽과 충돌하였다.

강렬한 고통에 아스리엘은 머리를 싸매려 했으나,

팔은 또다시 무언가에 걸려 움직이지 않았다.

아스리엘은 자연스럽게 움직이지 않는 팔을 쳐다보았다.


그의 두 손목은 방금 전에 차라가 채운 이상한 팔찌에 채워져 있었고,

그 두 팔찌는 벽에 있는 구멍 속으로 연결된 사슬과 연결 되어 있었다.


아스리엘은 다시 한 번 팔을 움직여 빠져나오려고 했으나,

무언가에 고정되어있는 것 같은 사슬에 번번히 막혀버렸다.


아스리엘은 마치 벌을 받는 듯한 자세를 하고 있었다.

벽을 보고 무릎을 꿇고 있었고 팔은 마치 손을 드는 것처럼

강제로 머리 높이에 있는 수갑에 매달려 있었다.

그렇기에 아스리엘은 힘겹게 고개를 뒤로 돌려야지만 뒤에 있는 차라를 보는 것이 가능했다.


"차라, 이번에는 조금 심한 것 같은데, 좀 풀어주지 그래?"


아스리엘은 힘들게 뒤를 돌아보는 수고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말투는 방금 전 처럼 부탁하는 듯한 말투가 아니었다.

그의 말투에는 분명한 짜증이 담겨 있었다.


차라는 그런 그를 보고 미소를 지으며 허리에서 그가 즐겨 사용하는 검은 가죽 채찍을 빼들었다.


"아스리엘, 이게 심하다고? 미안하지만 이건 전혀 심한게 아니야.

절대 심하지 않지. 그렇고 말고."


아스리엘은 어이가 없어서 헛 웃음을 터트렸다.


"차라, 헛소리 하지 말고 지금 당장 이거,"


그의 말이 가죽 채찍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무언가에 제대로 맞은 소리에 끊겨버렸다.


"----------!"


그가 입은 주황색 점퍼의 옷 조각들과 함께 핏방울들이 공중에 흩날렸다.

하얀 털이 잔뜩 나있는 그의 등에는 선명한 붉은 자국이 새겨졌다.


무언가에 데인 듯한 심한 고통에 아스리엘은 혀를 멈추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곧바로 따듯한 액체가 그의 턱과 뺨을 따라 흐르기 시작했다.


"오? 비명을 지르지 않은거야? 사실 계집애처럼 비명을 지를 줄 알았는데 말이야."


차라의 비웃는 듯한 목소리에 아스리엘은 짜증이 치밀어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너 지금 대체 뭐하는거야!"


버럭 지른 큰 소리에 차라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짓다가 빙긋 웃어보였다.


"몰라서 물어?"


또 다시 가죽 채찍이 공기를 매섭게 가르는 소리와 무언가에 맞은 소리가 방안에 울렸다.


"-----------!"


또 선명한 붉은 자국이 한줄,

공중에 날리는 옷자국과 핏방울이 몇개,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이 한 줄기,

입술에서 흐르는 피가 한 줄기,


아스리엘은 눈을 꼭 감고 입술을 더욱 세게 깨무며 비명을 억눌렀다.


차라는 그 것을 보면서 대단하다는 듯이 휘파람을 불었다.


"꽤나 남자다운데 아스리엘, 이 정도면 내가 여자였다면 반했을 정도라고?"


아스리엘은 화가 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아직까지 농담 따먹기나 하며 미친 놈처럼 채찍을 휘두르는 차라에게 화가 치밀어 올랐고

이 병신 같은 상황에도 화가 치밀어 올랐고

그냥 이 모든게 정말 더러워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차라 이 미친X끼야! 이거 안 풀어?!"


그 분노는 순한 성격의 아스리엘이 욕지거리를 뱉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차라의 표정이 그 말을 들은 순간부터 급격하게 식어가기 시작했다.

입꼬리는 내려갔고 웃는 듯한 눈은 갈 수록 벌레를 보는 듯한 차가운 눈으로 변해갔다.

차라는 자신의 채찍을 든 손에 힘을 주었다.


"방금 전만큼 약하지는 않을 거야. 아스리엘."


웃음기 싹 거둔 말투와 함께 다시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났다.


***


"하아...하아...하아..."


거친 숨소리가 차라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그의 검은 정장 외투와 조끼는 이미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고

그의 검은 넥타이는 아무렇게나 그에 땀에 젖은 하얀 와이셔츠 목깃 부분에 걸려져 있었다.

진뜩한 땀이 그의 턱을 따라 떨어지고 있었고

3시간 동안 혹사시킨 그의 팔은 떨어질 듯이 아파왔다.


이미 창문 너머로는 검은 밤하늘에 수많은 별들이 수 놓여져 있었고

차가운 밤 공기가 도둑처럼 창문을 넘어 여기저기를 뛰놀고 있었다.


하지만 차라는 다시 한번 손에 든 채찍을 휘둘렀다.


"-------!"


수많은 붉은 선 가운데 하나의 붉은 선이 더 생겼다.

이미 그가 입고 있던 주황색 점퍼의 등 부분은 다 찢어져버려서

옷조각 따윈 튀지 않았지만 살점이 몇 조각 공중을 날다가 바닥에 널부러졌다.

피와 눈물이 서로 화합돼 생긴 붉은 웅덩이에 핏방울과 눈물이 또다시 몇 방울 떨어져

웅덩이를 더욱 크게 만들었다.


"독한 새끼..."


차라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아직까지 비명소리 하나 내지 않은 아스리엘을 바라 보았다.


"차라...이제 그만하자..."


힘 없는 목소리가 아스리엘의 입 밖에서 나왔다.

차라는 그 목소리를 듣더니 갑자기 채찍질 하기를 멈추었다.

그리고 조용히 힘없이 앉아있는 아스리엘을 바라보았다.


"아스리엘, 그거 알아? 이제 그만하자."


차라는 그렇게 나직하게 말하고선 탁자 위에 있는 물 컵을 들었다.


"진짜? 그럼 차라 나 이것 좀 빨리 풀어줄 수 있어?"


아스리엘의 힘 없는 목소리가 희소식이 들려오자 순식간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차라는 그 것을 보며 정말 아스리엘은 뭐가 됬든 아스리엘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 힘들었지?"


차라의 얼굴에도 그리고 목소리에서도 다정함이 피어 올랐다.

그는 그 다정함을 증명하기라도 하는 듯이 물컵을 조심스레 아스리엘의 등에다가 가져다 대었다.

아스리엘은 드디어 모든게 끝났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물밀듯이 마음 속을 채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직후 그는 이번 장난은 조금 심했지만 잘 타이른다면 오늘 같은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집에 돌아가면 차라를 뭐라고 훈계할지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차라가 왜 갑자기 태도를 바꿨는지에 대해서는 의심을 일절 하지 못한채로,


"아스리엘 아마 지금부터 조금 아플꺼야. 왜냐하면 너의 등을 소독을 해야 하거든."


차라의 얼굴의 미소가 떠올랐고 아스리엘은 그 것을 보지 못하였다.

다정한 말 뒤에 숨긴 그의 물잔은 아스리엘의 등에 담긴 액체를 붓고 있었다.

그 투명한 액체는 아스리엘의 등에 잔인하게도 닿고야 말았다.


그 것은 방금 전에 채찍에 맞은 고통 따위와는 비교가 안되는 고통이었다.

방금 전에는 데인 것과 같은 고통이었지만

이번에 그의 등에 느껴지는 고통은 마치 살이 타들어가는 것만 같은 고통이었다.

아니, 살이 녹아내리는 것만 같은 고통이었다.


비명을 억누를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악!!"


고통에 찬 비명이 아스리엘의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아하하하! 뭐야? 그렇게 좋은거야?! 그럼 더 필요해? 여기 한 양동이나 있어!!"


차라는 그 것을 보며 순수하게 그리고 신나게 웃으며 책상 아래 있는 구리 양동이를 들고선

마치 물을 뿌리듯이 아스리엘 몸 전체에다가 흩뿌렸다.


그 끔찍한 액체가 아스리엘의 등에 시시각각 다가왔지만,


그러나 아무도 오지 않았다.


고통에 찬 아스리엘의 비명이 울려펴졌다.


***


"댕---, 댕---, 댕---"


일정한 간격의 종소리가 아스리엘의 정신을 현실로 끌고 왔다.


고통, 온몸에서 느껴지는 것은 고통뿐이었다.

심하고 쓰라린 고통 뿐이었다.


아스리엘은 그 고통에 신음소리를 흘리며 눈을 살짝 떴다.


그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언제나 그렇듯이 웃는 얼굴이 새겨진 가면을 쓴 차라였다.

그는 대체 무언가를 넣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한 하얀 액체가 가득찬 추사기를 자신의 혈관에 꽂아넣고 그 액체를 자신에게 주사하고 있었다.

대체 그 것이 무엇이었을까.

아스리엘은 상상하는 것을 포기했다.


"어? 일어났어?"


다정하고 발랄한 목소리가 차라의 가면 뒤에서 튀어나왔다.

아스리엘은 대답하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분명 근래에 비명을 너무 질러서 였을 것이다.

아스리엘은 대답하려는 생각을 단념하고 조용히 몸을 움직여보았다.

그는 또 다시 의자에 묶여있었다.

좋은 징조였다.

그가 의자에 묶여있다는 소리는 적어도 차라가 그에게 물고문을 시키거나

고문 바퀴에 매달 가능성은 적다는 징조였으니까.


차라는 그런 아스리엘을 보면서 그의 팔뚝에 꽂았던 주사기를 뽑고 옆에 있는 나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대체 이 짖궂다 못해 악랄한 장난이 지속된지 얼마나 되었을까.

아스리엘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차라는 대체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끌려온 순간부터 지금까지 

온갖 갖가지 방법으로 그에게 고통을 주기 시작했다.

그냥 때리는 것 부터 시작해서 전기 고문까지 그는 아스리엘이 깨어있는 순간부터

그가 고통에 정신을 잃어버리기 전까지 계속해서 저 웃는 얼굴이 새겨진 가면을 쓰고

저 일정한 간격으로 울리는 종소리를 들려주며 그에게 잊을 수 없는 고통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그런 아스리엘이 결국 고통에 못 이겨 몇날며칠이고 기절해 있다가

눈을 뜨면 언제나 제일 먼저 들리는 것은 종소리였고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차라의 가면이었다.

그가 대체 무엇을 잘못했길래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하는 걸까.

그는 수십번이고 생각하고 수백번이고 고통 속에서 차라에게 질문했지만

차라는 그저 웃음으로 대응할 뿐이었다.

아스리엘은 그렇게 영문을 모른채 지금까지 고통 받아왔다.


그나마 아스리엘이 지금 알 수 있었던 것은 적어도 차라가 자신을 죽일 생각은 없다는 것이였다.


아스리엘은 치료되어 있는 고문 과정에서 생긴 상처들과

허기지지 않고 갈증나지 않는 자신의 몸을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오! 나의 친구여! 오늘은 정말 새롭고 창의적인 것을 시도해볼꺼야."


차라는 전에 고문 받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검은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고선 주머니에 넣었다.

아스리엘은 그 말을 듣자 자연스레 분노와 짜증따위가 아닌

공포와 불안감이 자신의 마음을 채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처음에는 분노했다.

처음에는 그런 고통을 주는 차라를 저주하고 욕지거리를 뱉으며 분노했다.

소용이 없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다음에는 미안하다고 했다.

대체 무엇을 미안해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이 잘못했다고 그에게 빌었다.

소용이 없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다음에는 울며 빌기 시작했다.

그는 더 이상 이런 고통을 받기 싫었다.

제발 집에 돌려보내달라고 제발 이제 끝내달라고

친구의 정이든 뭐든 전부 다 끄집어 내서 그의 남아 있는 인간성에 호소하였다.

소용이 없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마지막으로 체념했다.

고통이 오기 전에 두려움과 불안감으로 마음을 가득 채웠고,

차라리 죽는게 낫다는 생각을 하였다.

지금처럼 말이다.


아스리엘의 손과 발이 사시나무와 같이 떨렸으며 심장이 요동쳤다.


차라는 그 모습을 가만히 치켜보고 있다가 조용히 아스리엘에게 다가갔다.

아스리엘은 차라가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다가올때마다 두려움이 불안감이 심장 고동소리가 더욱 커져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도망치고 싶었다.

옛 친우에게서 도망치고 싶었다.

그러나 불가능했다.


차라는 너무나도 손 쉽게 그에게 다가왔다.

그리고선 그는 너무나도 당연하게도 아스리엘의 바지를 내리기 시작했다.


아스리엘은 마음 속에 있던 불안감과 공포가 천천히 수치심으로 변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얼굴이 붉은 색으로 변해가기 시작했고 그는 난생 처음 겪어보는 일에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대체...뭘 하는 거야!..."


수많은 비명으로 인해 아스리엘의 목소리는 이미 잠겨버린 상태였다.

입을 열 때마다 아스리엘은 목구멍 깊은 곳에서 쓰라림을 느꼈지만 아스리엘은 그런 것을 따질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아스리엘은 몸부림 쳤다. 그런 것을 당하기를 거부했다.

싫었다. 난생 처음으로 차라에게 혐오감을 느꼈다.

하지만 이미 아스리엘의 몸에서 힘은 빠진지 오래였다.


차라는 간단하게 그런 아스리엘의 몸부림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바지를 다 내린 다음에,

그의 다리 가랑이 사이에 난 그 것을 붙잡았다.


아스리엘은 온 몸에 수십만 마리의 벌레가 타고오르는 듯한 혐오감이 자신을 덮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만..해...!"


작고 힘 없었지만 분명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차라에게는 닿지 않는 모양이었다.


차라는 그 것을 한 손으로 잡고서는 주머니에서 연필심 두께의 철로 만들어진 금속 원기둥을 꺼내었다.

그리고선 그 원기둥을 아스리엘의 그 조그마한 구멍에 집어 넣기 시작했다.


그는 차라리 죽는게 났다고 생각했다.

그 것은 이상했고 혐오스러웠으며 수치스러웠다.

그 것이 들어오는 것은 자체는 고통스럽지 않았다.

하지만 그 느낌은 불태워 지는 것이 나았다.

두드려 맞는 것이 나았다. 채찍질 당하는 것이 수십배 수백배는 더 나았다.

아스리엘은 도저히 표정을 관리할 수가 없었다.

수치심과 혐오감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고

그 느낌에 다물어지지 않는 입에서는 침이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아읏...으윽...하읍..."


신음 소리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매 순간 그 기둥이 깊숙이 들어올 때마다 그 안에 들어올 때마다

아스리엘은 그저 죽고 싶었다.

그저 너무나도 죽고 싶었다.

어떤 방식으로 죽어도 좋으니 그저 죽고 싶었다.

계속 이렇게 되다간 정신이 나가버릴 것만 같았다.


그는 누가 제발 그를 죽여주기를 빌었다.


그러나 아무도 오지 않았다.

차라는 완전히 그 철로 된 원기둥이 들어가자 노란 액체로 젖어버린 손을 탈탈 털었다.


"장갑을 끼고 할 걸 그랬네. 그렇지?"


차라는 발랄한 목소리로 이미 반쯤 맛이 가버린 아스리엘에게 말했다.


"죽...여...줘...부탁..읏...이야..."


차라는 그 목소리를 가만히 듣다가 너무나도 발랄하고 신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Sure!"


그는 책상 위에 놓여진 버튼을 눌렀다.

그와 동시에 아스리엘은 가면 뒤에 있는 차라의 너무나도 즐거운 듯한 미소를 보며 불안감을 느꼈다.

그 것도 잠시 아스리엘은 몸 부분 중 일부분이 찢어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고통은 없었다.

그저 무언가 찢어져서 감각이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신나는 누군가의 웃음 소리가 스쳐지나갔다.

종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여기저기로 움직이는 가면이 눈에 새겨졌다.


차갑고 역겨운 살점이 사방으로 튀었다.


어째서 가장 괴로운 고통은 바로 오지 않는 것일까.


***


아스리엘은 간신히 눈을 떴다.

종소리가 들려올 것이라고 생각했고 가면이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귀에 들려오는 것은 그의 숨소리 뿐이었고

보이는 것은 거미줄이 쳐진 먼지투성이의 검은 천장 뿐이었다.

그는 그제서야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가 있는 곳은 창문하나 없고 먼지 투성이인 주제에 쓸데 없이 넓은 회색 콘크리트 방이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그렇게 아스리엘은 정말 오랜만에 잠긴 목소리가 아닌 멀쩡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제대로 살펴보기 위해서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다리로 땅을 짚으려는 순간 몸이 휘청거리기 시작했고

아스리엘은 곧바로 대자로 뻗어버리고 말았다.

그는 신음 소리를 흘리며 고개만 든채 자신의 몸을 내려다 보았다.


"아야야야야..."


그는 내려다 본 것을 후회했다.

아스리엘의 표정이 순식간에 절망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는 조용히 상반신만 일으키고선 자신을 절망으로 밀어버린 것을 보았다.


아스리엘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옆구리에 연결된 투명한

한 50cm 정도 되보이는 관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정말 혹시나 혹시나 해보는 마음에 시험을 해보았다.


노란 액체가 암모니아 냄새를 내며 관을 따라 흘러내렸다.


아스리엘을 그 것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다가 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차라는 흐느끼는 소리를 들으며 미소를 지었다.


***


"으읍...으으으읍!!"


입에 검은 재갈이 물린 아스리엘은 제대로 비명조차 지르는 것도 허락 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침도 제대로 삼키지 못하고 눈물만을 흘린채 의자에 묶여서 몸부림 쳤다.


그리고 그런 아스리엘의 아래에는 차라가 무릎을 꿇은채 아스리엘의 가랑이 사이에서

메스로 무언가를 자르고 있었다.

그가 손을 움직일때마다 피가 그 사이에서 솟구쳤고 바닥에 생긴 피웅덩이는 더욱 커지기만 했다.


그리고 드디어 끝난 것인지, 차라는 드디어 메스를 뒤로 던져버리고선 자신의 작품을 아스리엘에게 보여주었다.

그 것은 피에 듬뿍 젖어있어서 무슨 색깔인지는 분간하기 어려웠지만 두개의 계란형의 무언가였고

굵은 혈관 여러개의 연결 되어 있었다.


아스리엘은 그 것을 보며 더욱 더 절박하게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차라는 그 것을 보면서 가면 뒤로 미소지으며 그 두개를 으깨었다.


"아. 힘을 너무 줬나?"


아스리엘의 눈이 뒤집히고 입에서 개거품이 스멀스멀 기어나왔다.


***


아스리엘은 만신창이였다.

한 때 윤기 넘치던 털은 그 빛을 잃었고

그 몸을 덮고 있던 복실복실한 털은 여기저기 빠져버려서

흉측하게 돋은 새살이 그 곳을 대신하고 있었다.

눈에는 반복된 기절로 생긴 다크서클이 진하게 내려와 있었고

눈동자는 안개에 가려진것만 같이 흐릿했다.


"꼬르르륵..."


그의 배에서 위장의 비명이 들려왔다.

차라가 갑자기 음식을 주지 않은지 벌써 오랜시간이 지났다.

그는 갑자기 말도 없이 아스리엘에게 음식을 주지 않기 시작했고

그는 고통 뿐만 아니라 허기에도 시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것도 오늘 뿐이었다.


아스리엘은 지난 오랜 고통의 시기간 어떻게든 차라에게서 빠져나오기 위해서

고통을 받는 와중에 어떻게든 정신을 차려 빠져나갈 길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최근의 그는 결국 이 건물에 존재하는 환풍구를 찾고야 말았다.

그 곳은 좁고 축축했지만 지나가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고,

무엇보다 그는 더 이상 있다가는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천천히 환풍구를 기어가기 시작했다.

시간 감각을 잃어버린 그는 대체 언제 쯤에는 발견했는지 모르겠지만

결국 그렇게 기어가던 끝에 밖으로 연결된 환풍구를 찾아내었다.


아스리엘은 팬 사이로 보이는 확실한 검은 밤하늘을 보았고

팬 사이로 들어오는 차갑지만 신선한 밤공기를 느꼈다.

아스리엘은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심장이 기쁨으로 요동치고 그의 입꼬리가 그에게 납치된 이후 처음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쁨으로 요동치던 심장은 멈추기 시작했고 그의 미소는 사라져가기 시작했다.

아스리엘은 이렇게 기쁜 상황을 두고 웃을 수가 없었다.

맘 놓고 축하할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그는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가 도망치는 것이 정말 옳은 것인지에 대해서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다.

저렇게 사람을 괴롭히는 것을 신나게 웃으며 할 수 있게된,

그냥 저렇게 미쳐버린 그의 오랜 친구를 놔두고 가는게 정말 옳은 것인지에 대해서

이렇게 떠나버리는 것에 대해서 

그는 죄악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

더 이상 고통받기 싫었다.

그는 더 이상 이런 식으로는 살고 싶지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가로막고 있는 환풍기를 걷어찼다.

그리고 그 곳을 통해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싱그러운 풀이, 차갑지만 부드러운 흙이, 차가운 밤공기가,

느껴졌다.


눈물이 났다.

그는 눈물을 흘렸다.

기뻐서 울음을 터트리지 않았고 아파서 울음을 터트리지 않았고

슬퍼서 울음을 터트리지 않았다.

그냥, 그냥 너무 다행이라서.

그냥 너무 다행이라서

이제는 더 이상 아파도 되지 않다는게 너무 다행이라서

더 이상 슬퍼하지 않아도 된다는게 다행이라서

두려워 하지 않아도 되고 불안감에 떨지 않아도 되고,

그 당연한 것들이 아스리엘은 너무나도 다행스럽게 느껴져서

그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울음을 터트렸다.

지금까지 쌓은 모든 눈물을 쏟아내었다.

마음껏 울음 소리를 내며,

지금까지 너무 아팠다고 지금까지 너무 힘들었다고

그렇게 세상에게 알리듯이 세상이 떠나가라 크게 울었다.


그는 그렇게 너무 서럽게 우느라 결국 짜증나게 울리는 기계음을 듣지 못하였다.


그의 양 팔과 다리가 작살에 꿰뚫림과 동시에

아스리엘은 정신을 잃어버렸다.


***


아스리엘은 사지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곧바로 잠에서 깨어났다.

손가락부터 시작해서 발가락까지 팔도 손목도 허벅지도 종아리도

모두가 마치 근육통을 일으킨 것처럼 고통스러워했다.


아스리엘은 그 고통에 눈을 찌뿌리며 고개를 돌려 고통이 느껴지는 팔을 쳐다보았다.


그 곳에는 팔이 없었다.


아스리엘은 그 것을 한참 동안 쳐다보다가 실낱같은 희망을 잡고

다른 쪽 팔도 찾아보았다.


그 곳에도 그의 팔은 없었다.


그의 시야가 흐려져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상관하지 않고 고개를 들어 자신의 다리를 확인해 보았다.


그 곳에는 그의 다리가 있었다.

아스리엘의 몸이 슬픔에 가득차 떨려왔다.


하지만 그 것은 그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그가 본 것은 자신의 몸에 붙어있는 다리가 아닌,

이미 깔끔하게 잘려져 있어서 도저히 붙을 가망이 안보이는

그의 다리와 그와 똑같이 깔끔하게 잘려져 있는 그의 팔이었다.


아스리엘은 그대로 체념해 버린채 이제는 눈물을 닦을 손도 없지만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몸뚱아리를 뉘였다.


그리고 천장에 하얀 페인트로 쓰여져 있는 문장을 보았다.


"요즘 배고팠었지? 미안해. 거기에 생고기긴 하지만

바로 어젯밤에 가져온 신선한 고기를 놔두었어. 맛있게 먹길 바랄께."


아스리엘은 이제 자신의 눈물을 닦아줄 팔이 없기에

용을 쓰며 추찹하게 괴롭게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몸을 굴려서 자신의 몸을 뒤집었다.

그는 얼굴을 바닥에다가 박고 서럽게 흐느꼈다.


***


이제 차라는 아스리엘은 묶어놓지 않았다.

이미 다리도 팔도 없어진 아스리엘이 도망칠 수 있는 가능성은 없었으니까.


차라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한번 아스리엘의 목에다가 주사기를 꽂아 넣었다.


"흐윽!..."


액체가 그의 혈관에 직접 주사되기 시작하자 아스리엘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신음이 튀어나왔다.

그는 마치 기분 좋은 듯이 몸을 덜덜 떨기 시작했고 그의 눈이 이미 뒤집어진지 오래라 눈동자가 보이지 않았다.

차라는 그가 칠칠맞게 침을 줄줄 흘리는 것을 보며 가면 너머로 미소 지었다.


"이 정도면 다음 주 쯤에는 약을 끊어도 될 것 같아. 안 그래?"


차라는 그의 목에서 빈 주사기를 뽑으면서 아스리엘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당연히 아스리엘에게 닿지 않았다.

그의 의식은 이미 계속된 고문과 계속해서 투여된 마약으로 옅어질 대로 옅어져 버렸으니까.


차라는 그 모습을 보며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꼈다.

자신이 이 정도나 할 수 있을 줄은 전혀 생각도 못했고

동시에 아스리엘의 정신이 이 정도 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순수하게 기뻤다.

마치 복잡한 장난감을 다 해체해버린 아이처럼 함박 웃음을 얼굴에 띄웠다.

그러나 그 함박 웃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차라는 자신이 해야 되는 일을 떠올렸다.

간절하디 간절한 부탁 아닌 부탁과 그 것을 어쩔 수 없이 미소지으며 수락한 자신의 모습이 눈 앞에 스쳐지나갔다.

사실 그 간절한 부탁이 호소한 그런 추상적인 개념들에 대해서 차라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 것은 부탁이었고 그 부탁은 차라의 취향이엇다. 


"남아일언중천금이라..."


미소가 사라진 그의 입이 중얼거렸다.

지킬 것은 지켜야만 했다.


차라는 조금 더 강한 수를 띄워야 했다.

그는 자신이 든 바둑돌을 조용히 쳐다보다가 사뿐히 놓았다.


***


아스리엘은 초점 없는 눈으로 자신의 어깨에 박힌 녹슨 못을 바라보았다.

아팠지만 그는 눈물을 흘릴 수 없었고 괴로웠지만 비명을 지를 수가 없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자신의 어깨에 박힌 녹슨 못을 뽑으려 했지만 그에게는 이미 팔이 없었다.

팔 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다리마저 잃어버렸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또 다시 무력감과 절망이 아스리엘의 몸을 휘감고 감싸 그의 몸에서 힘을 앗아갔다.


"꼬르르륵..."


배고팠다.

그는 이미 자신이 몇일 동안이나 배를 곪고 있는지 세기를 포기해버렸다.

아니, 그는 그냥 세지 않았다.

이렇게 살 바에야 그는 차라리 아사하는 것이 나았다.


위장이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방안에 울려퍼졌다.

그 소리는 콧노래를 부르며 자신의 도구를 정리하고 있던 차라의 주의를 끌기에 충분했다.


"어? 설마 내가 남겨준 고기를 안 먹은거야? 꽤나 신선한 고기였는데 말이지..."


차라는 자신의 호의가 거절 되어서 정말 진심으로 섭섭한 듯한 말투로 말했다.

아스리엘은 그 모습을 보면서 정말로 궁금했다.

어떻게 사람...아니, 괴물 한명을 매일 같이 고문하고 염산을 뿌리고 전기로 지지고 불로 태우고 칼로 째며,

결국에는 자신의 사지까지 아작내고선 어쩜 그렇게 뻔뻔할 수가 있을까.

어떻게 저런 장난스러운 연기를 그 것도 본인 앞에서 펼칠 수가 있을까.

하지만 아스리엘은 곧 생각을 그만두었다.

어짜피 이렇게 항의한다고 해도, 비명을 지르며 화를 낸다고 해도,

차라에게는 소용이 없을 테니까.


차라는 그렇게 말하며 뒤에 무엇을 숨긴채 자신에게 다가왔다.


아스리엘은 항상 매일 같이 그러듯이

그 것을 보면서 자신의 몸이 덜덜 떨리는 것을 느꼈다. 심장이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과연 그의 두려움에 대상은 곧 찾아올 고통인 것일까.

아니면 지금 당장 자신에게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는 저 가면을 쓴 악마인 것일까.

아스리엘의 옆구리에 난 관에서 노란액체가 천천히 흘러나왔다.


그는 차라에게 다가오지 말라며 소리를 지르고 싶은 마음을 꾹 억눌렀다.

어짜피 그에게 그런 것은 소용이 없었다.

아무리 소리 지른다 해도, 자기가 막아본다고 해도 그는 결국 자신의 눈 앞에 그 가면을 들이밀겠지.


"댕---, 댕---"


빌어먹을 종소리와 다가오는 웃는 얼굴의 새겨진 그의 가면이 아스리엘의 눈과 귀에 또 다시 새겨졌다.

아스리을 그것을 듣고 보면서 자신의 몸에 새겨졌던 고통들이 다시 되살아나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온 몸이 다시 아파오기 시작했다.

고통을 받았을 때의 그 때의 기억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그 때의 감정이 마음 속에서 넘쳐흐르기 시작했다.

그는 그의 귀를 잡아 뜯어버리고 싶었다.

칼로 자신의 고막을 후벼 파버리고 싶었다.

그의 눈을 자신의 손으로 뽑아버리고 싶었다.

그의 달팽이관을 쥐어 뜯고 발로 짓밣아 버리고 싶었다.

그의 눈을 스스로 으깨버리고 싶었다.

저 빌어먹을 것들을 보지 않고 듣지 않을 수 있다면 정말 무엇이든지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할 수 없었다.

그는 할 수가


없었다.


이미 말라버린 눈물은 이 무력감에 눈물 흘려주지 않았고

이미 쉬어버린 목은 이 절망에 비명질러주지 않았다.

그러나 하나의 문장을 말하게 했다.

그를 절벽에서 떠밀어서 끝까지 몰고가서 목 끝까지 나오다가 항상 들어가던 그 말을 그로 하여금 뱉게 하였다.


"누가 제발 나 좀 죽여줘..."


조그맣고 작은 문장 하나는 조용히 그의 편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서 그의 심정을 대변해 주었다.

당연하게도 그 문장은 순식간에 하나의 먼지가 되어 멀리 날아가 버렸다.


차라는 뒤에 숨겨진 손을 고기를 매달때 사용하는 갈고리와 함께 꺼내었다.

그리고 대체 무엇을 할지는 몰랐지만 그 갈고리는 천장에 있는 무언과와 사슬로 연결 되어 있었다.


"아스리엘, 우리의 어머니께서 누누히 말하셨잖아. 편식은 좋지 않다고."


장난스러운 말투였지만 그 뒤에 이어진 행동은 아스리엘에겐 전혀 장난스럽지 않았다.

차라는 그 갈고리를 아스리엘의 어깨에 매다꽂았다.


차갑고 잔인한 갈고리는 아스리엘의 이미 빛을 잃어버린 털을 지나 그의 살을 찢으며 그대로 파고들었다.


"아악!!"


짧은 단말마가 그의 목을 갈갈이 찢어버리며 그의 목에서 튀어나왔다.

역겨운 피 맛이 아스리엘의 입안에서 감돌았다.


"아이고...이렇게 되면 안되는데 말이지. 조금 더 파고 들지 않으면...!"


차라는 그렇게 말하며 그 갈고리를 아스리엘의 어깨에 더욱 더 박아넣었다.

차갑고 심한 고통이 그의 어깨를 계속해서 쑤셔대었다.

무자비한 갈고리는 계속해서 그의 살을 찢으며

그의 온 몸에 포진해 있는 신경을 건드려대었다.

상처부위에서 새빨간 피가 주르륵 흘려내려 그의 하얀 털을 붉은 색으로 물들였다.

그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 소용이 없다는 것은 이미 옛날에 깨달았음에도


아스리엘은 그 고통에 스스로의 목을 계속해서 상처입히며 간절하게 비명을 질러대었다.


"으아아악!! 아파!! 제발 그만해줘!!! 엄마!! 너무 아파!! 제발 누가 나 좀...!! 

제발...부탁이니까!! 나 좀 죽여줘!!"


그는 그렇게 자신이 아는 모든 사람의 이름을 불러대며,

아프다고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이제 그만하고 싶다고 울부짖었다.

마지막으로 죽여달라고 간절하게 외쳤다.


그러나 아무도 오지 않았다.


그렇게 계속해서 살을 파고들며, 그의 뼈까지 긁으면서 잔인하게 그의 어깨로 파고들던 갈고리는

결국 아스리엘의 피에 흠뿍 젖은채 완전히 아스리엘의 어깨를 관통하고야 말았다.


피와 침과 눈물과 소변이 섞인 고통의 웅덩이가 아스리엘 아래에서 서로 비틀리며 형상을 이루었다.


차라는 그 것을 보며 또 다시 성취감을 느끼며 벌써부터 대체 아스리엘을 어떻게 조각할 지 상상하여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그 시간을 잠시 미루어야 했다.

왜냐하면 초대한 손님이 정중하게 노크를 하는 소리가 그의 귀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는 참을 수 없는 희열이 온 몸을 감싸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몸이 부르르 떨리며 그의 어느 부분이 정말 아플 정도로 팽팽하게 단단해져 버렸다.

차라는 행동을 서둘렀다.


그는 경쾌하고 또렷한 발걸음으로 빠르게 자신의 옆에 마치 동화에 나오는 동아줄처럼 하늘에서 내려진 듯한 사슬을 잡았다.

그리고 그 것을 몸을 눕혀 땅으로 끌어내리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아스리엘의 몸이 천천히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고 아스리엘은 그 것이 고통스러웠는지 입술을 꽉 깨물며 신음소리를 흘리기 시작했다.

차라가 설치한 것은 그저 간단한 도르래였다. 하지만 이 도르래로 얼마나 수많은 재밌는 일을 할 수 있는지,

아마 다른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차라는 그렇게 생각하며 아스리엘을 그렇게 계속 딱 자신의 눈 높이까지만 높인 다음,

사슬을 옆에 기둥에 묶어 도르래를 고정시켰다.


아스리엘은 정말 차라의 생각 그대로, 차라가 계획한 그대로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정말 그가 생각했던 대로 마치 정육점에 매달린 고기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차라는 그 모습을 보며 오늘의 신이 정말로 정신이 나갔음에 감사했다.

그리고 그는 그의 가장 친애하는 손님을 맞기 위해서 아스리엘을 그대로 내버려 둔채 문으로 달려나갔다.


아스리엘은 어깨가 찢어질 것만 같은 걱정과 고통에 휩싸였다.


"으으으윽..."


신음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이미 팔과 다리는 잃어버린지 오래인데 습관이란 것은 이래서 무서운걸까.

그는 이미 사라지고 없는 다리와 팔을 버둥거리려 하며,

팔을 뻗어 갈고리를 집으려 했다.

그러나 그가 휘두른 것은 팔과 다리가 아닌 그저 허공 뿐이었고

의미없고 헛된 짓을 한 대가로 사슬은 원을 그리며 빙빙 돌기 시작했다.


"-----!"


빙빙 돌 때마다 갈고리가 흔들리며 그의 살과 뼈에 부딪힌다.

아스리엘은 그 고통에 입술을 악물고 비명을 삭혔다.

그리고 그의 귀에 수많은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한 10명? 20명 정도는 되보이는 그런 수많은 가지각색의 발소리가 아스리엘의 고막에 부딪혔다.

아스리엘은 누구인지 궁금하지 않았다.

누구인지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무엇이 됬든 옛 친구라는 이름에 악마가 가지고 오는 것들은 그날 이후 그저 아스리엘을 슬프게만 하는 것들 뿐이었다.

저것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괴물들은 자신의 불행을 예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게 아닐까.

아스리엘이 옳았다.

슬프지만 그는 옳았다.

그 발걸음의 주인은 확실하게 아스리엘을 슬프게 할 존재였다.

그들은 차라가 최근에 어느 사이트에서 모은 20명의 대부분이 건장한 차라와 같은 가면을 쓴 남자들이었다.

그들은 전부 체형도 머리색도 성격도 얼굴도 직업도 모두 달랐지만,

딱 하나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차라는 그 공통점을 보고 그들을 선택했다.


그들 앞에 대장처럼 서있었던 차라는 갈고리에 매달린채 빙빙 돌고 있는 아스리엘을 두 팔로 강하게 잡았다.

그리고 뒤를 돌아 그 남자들에게 마치 큐레이터처럼 친절한 말투로 말했다.


"자, 이제 시작하시면 됩니다."


그 말이 끝남과 함께 그들 사이에 웅성거림이 일었다.

아스리엘은 그 것을 보고 호기심이 생겼지만 곧 그는 그 호기심을 억눌렀다.

알고 고통받는 것 보다는 모르다가 고통받는게 나았다.


웅성거림은 길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남자 무리들 중에서 제일 덩치가 큰 사람이 아스리엘 앞으로 나왔다.


"...!!..크헉..."


아스리엘의 입에서 이상한 소리와 함께 피가 섞인 침이 튀어나왔다.

그는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가슴에 단단한 무언가가 부딪혔는지 그 충격에 도저히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숨을 들이마실 수가 없었고 숨을 내쉴 수도 없었다.

마치 기도에 벽이 생긴 느낌이었다.

그의 눈에 단단해 보이는 주먹이 자신의 명치를 파고드는 장면이 스쳐지나갔다.

그제서야 그는 자신이 무슨 상황에 처해 있는지 깨달았다.


아스리엘은 뒤로 밀려나갔지만 천장에 있는 사슬에 걸려있기에 마치 샌드백 처럼,

다시 그 남자의 정면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또 다시 그 남자의 주먹이 아스리엘의 명치에 꽂혔다.

아스리엘은 피가 섞인 침을 입에서 흩뿌리며 다시 뒤로 밀려났다.

그리고 돌아왔고 남자는 또 다시, 또 다시, 또 다시, 몇십 번이고 몇백번이고 그의 명치에 주먹을 꽂았다.


아스리엘은 정신을 잃고 싶었다.

더 이상 이 숨 막히는 고통을 버티기 싫었다.

하지만 그의 어깨에 박힌 갈고리는 자신이 뒤로 밀려나고 다시 돌아 올때마다,

그의 살과 뼈를 헤집으며 그의 혼미해져가는 정신을 다시 뚜렷하게 만들었다.


그럼 저 사람들이 다...


아스리엘은 정신이 혼미해지는 가운데 그 장면을 마치 한 편의 포르노를 보고 있는 것처럼 

바라보고 있던 다른 가면을 쓴 남자들을 바라보았다.


차라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다시 생각해도 그런 기준을 세우고 사람을 모집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원 이유 없이 폭행한 전과가 있는 사람들이라니,

이런 고문을 준비해놔도 실행해 옮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차라는 입에 개거품을 물기 시작한 아스리엘을 바라보며 가면 너머로 미소지었다.


웃는 얼굴의 가면과 종소리가 아스리엘의 뇌리에 새겨졌다.


***


그는 자신의 본능을 저주했다.

말을 듣지 않는 몸을 저주했다.

죽고 싶어도 도저히 마음 대로 따라주지 않는 자신의 몸을 저주했다.


아스리엘은 그렇게 자신에게 저주를 퍼부으며,

추악하게 그리고 추잡스럽게 팔도 없고 다리도 없기에 먼지가 가득한 땅바닥에서 먼지를 들이삼키며,

어딘가를 향하여 기어갔다.


아스리엘은 죽고 싶었다.

이대로면 죽는게 나았다.

더 이상 저 악마에게 고통받고 싶지 않았다.

더 이상 샌드백 신세가 되는 것도 싫었다.

그렇기에 아스리엘의 이성은 생각은 그의 죽음을 갈망했다.

그의 휴식을 갈망했다.

그가 편해지기를 어떤 방식으로던 이 곳에서 빠져나가기를 갈망했다.

하지만 그의 본능은 아니었다.


그는 그렇게 추잡하게 기어다가다 결국 자신이 목표로 하는 곳까지 기어가는데 성공하였다.


그 곳에 있는 것은 자신의 팔과 다리였다.

이미 오래 전에 잘려버려서 하얀 구더기들이 들끓고 썩어가기 시작한 보기만 해도 역겨운 자신의 팔과 다리였다.

그의 자랑이던 하얀 털도 이미 다 빠져버리고 자신의 토사물과 용변에 더럽혀져서 흉측하게 변해버린 자신의 팔과 다리였다.


그의 머리는 안된다고 외쳤다.

그래서는 안된다고, 그 것은 미친 짓이라고,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짓이라고 절박하게 그리고 부탁하듯이 외쳤다.

하지만 그때 만큼은 아스리엘의 몸이 머리를 따르지 않았다.

그는 배고팠다. 너무나도 배고팠다. 배가 너무 고파서 등가죽과 뱃가죽이 붙어버릴 것만 같았다.

그는 자신의 배를 채워줄 것이라면 뭐든지 좋았다.

뭐든지, 그게 무엇이든 간에 좋았다.

그는 기꺼이 먹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아스리엘은 선악과를 베어물었다.


"콰직..."


시발 글자수 제한!!!!! 대체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