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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과 별 上 :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320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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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스타가 귀농을 결정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는 미련이 없었다. 별다른 변명 없이 쉬고 오겠다며 모든 일에서 손을 떼고 매체 사이에서 잠적해버렸다. 일반인으로 돌아온 마대동은, 간소한 짐을 챙겨 기차에 올랐다. 오랜 시간을 달려 건물들이 낮아지고 그만큼 나무가 높아지는 곳에 다다랐을 때 기차에서 내렸고, 또 버스를 타고 한참을 갔다.


날이 저물기 시작하고 졸릴 때쯤이 되서야 익숙한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가슴은 뛰는데 아직은 어렴풋하다. 마을의 이름을 새긴 커다란 바위를 보고 나서야 이 곳이 그가 오래전 떠나왔던 곳임을 확신한다. 버스에서 내려서자 미리 연락을 받아 그를 마중 나온 영감 하나가 반긴다.


“얼굴 좋아졌구먼?”


영감이 등에 얹은 등딱지를 치켜 올린다. 집으로 먼저 데려간 뒤, 장비를 챙기며 말한다.


“풀이 우거지게 자라있응께...”


뒷산까지 안내 받으며 그 날의 일도 듣는다. 원래는 마른 우물이었지만, 그 날은 폭우가 내린 다음날이라 물이 찼다. 다리에 첨벙이는 정도였어도 좁다란 우물 안은 깊고 추웠겠지. 수탁을 발견한 것은 마지막으로 집을 나선지 사흘 후다. 화장하고 남은 뼛가루는 다시 그 우물가에 뿌려졌다. 대동이 도시로 떠나고 나서 수탁이는 매일 이 곳에 왔단다. 나무든, 버스정류장이든 가장 좋아했던 곳에 뿌려지는 게 마을의 풍습이므로 우물에서 죽은 아이는 우물로 돌아갔다.


영감은 날을 능숙하게 휘둘러 풀을 쳐댄다. 깊숙이 들어가고 나서는 풀이 그리 높지 않았다. 대동이 어릴 적 지르밟던 것과 같았다. 높이가 아니라 전부 그랬다. 뛰어오르던 길이 대동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그대로였다. 그 곳부터 혼자 갔다. 영감은 볼 일이 끝나면 마을에 하나 있는 민박집으로 찾아오라고 했다. 찾기 어려운 길은 아니었다.


조금 더 걸으니 들이 나왔다. 어렸을 땐 들이었는데 커서 보니 들이 아니라 좁은 턱 같았다. 그리고 우물이, 혼자 덩그러니 있다. 옆에 꽃 같은 것이 있다. 가져온 새 것으로 바꾸어주었다. 대동은 우물에 등을 붙이고 가만히 앉았다. 구부러지는 다리에 힘이 없다. 하늘을 보았다. 구름이 잔뜩 껴있다. 대동은 가방을 열어 안에서 휴대폰을 꺼내든다. 오늘날 휴대폰이라고 부르기에는 많이 오래된 고물 기종이다. 힘 있게 버튼을 조작한다. 휴대폰이 따닥하는 소리를 내며 잡음에 가까운 노래를 쥐어짜낸다.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었지만 따라서 흥얼거리며 같은 장소에서 들었던 선명한 곡조의 노래를 떠올리려 해 본다. 대동은 기억이 나질 않았다.


구름이 잔뜩 껴있다. 강산이 변한다고, 농촌의 하늘도 생각만큼 맑지 않았다. 대동의 어깨가 가늘게 떨린다. 오는 동안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했다. 처음부터 간단히 소꿉친구를 만나러 가는 일 따위가 아니었다. 돌아가면 무엇이든 손에 잡히리라 생각했지, 텅 빈 들을 마주했을 때 닥쳐오는 허탈감을 어떻게 할지는 준비하지 못했다. 스스로가 비참했다. 참아오던 것을 달랠 수 있는 방법이 없단 걸 깨달았을 때 하늘이 말했다.


별은 없어.


대동이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 울음이 잡음을 집어 삼킨다. 발을 땅에 구르고 등 뒤에 우물에 몸을, 또 머리를 마구 부딪쳤다. 뒤통수가 얼얼하다. 별이 되고 싶었다. 어디에서 누구나 볼 수 있는 무엇보다 빛나는 모두의 별. 사람들은 별을 보고 꿈을 키우고 또 다른 별이 되어 떠오른다. 대동은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의 별이었다. 그런 그에게도 꿈을 키워준 단 하나의 별이 있었다. 음악을 다루는 그 아이의 열정과 재능, 그리고 순수함은 그 누구보다 빛났다. 나중에 대동이 그 아이만큼 빛나게 된다면 꼭 함께 떠오를 수 있겠지. 대동은 그렇게 믿었지만 반짝반짝 빛이 나던 그 날의 별은 이미 잿가루가 되어 깜깜한 우물 속으로 가라앉아 버린 지 오래였다.


잡음이 멈춘다. 풀벌레 한 마리 같이 울어주지 않는 고요한 우물가에서 대동 혼자만 흐느끼고 있다.


“난 별 같은 게 아니야... 별은 없어. 미안해.”


대동이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난다. 다리엔 여전히 힘이 없고, 머리는 멍하고 등은 욱신거렸다. 그는 휴대폰을 집어 들어 한 번 더 재생시킨 뒤 우물 위에 가져다 대었다. 귀퉁이를 쥐고 있는 손이 파르르 떨렸다. 함께 만든 노래니까, 나 혼자선 부를 수 없어. 대동이 손을 놓으려고 할 때였다.


‘오...별은 있어...’


익숙한 목소리에 대동은 황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몇 걸음 걸어가 주변을 살폈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애꿎은 바람만 불어오기 시작한다.


‘별은 있어...’


“블루키?”


‘하늘을 봐...’


대동은 고개를 들었다. 바람에 밀려난 구름이 걷히고 있었다. 흩어지는 구름 사이로 서서히 달빛이 샌다. 총총 수줍게 박힌 별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고개를 내밀던 별들은 어느새 하늘을 가득 수놓아 건드리면 흘러내릴 것처럼 빛났다. 구름 걷힌 하늘이 새까맣고 영롱하다. 그가 기억하고 있는 모습 그대로였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처음 보는 가장 밝은 별 두 개가 나란히 빛난다. 사방에서 풀잎이 스치는 소리가 선명한 오카리나 곡조처럼 들려온다.


‘저렇게... 우물 위에 가장 밝은 별이 떠오르는 날이 있었어...’


대동은 황급히 다시 우물로 향했다.


‘네가 띄우는 별이라고 생각했어... 우리가 같은 별을 볼 수 있게...’


안을 들여다보았다. 분명 마른 우물이었는데, 어느새 안에서 물이 찰랑이고 있었다. 수면이 별을 머금어 마치 하늘이 고여 있는 것만 같다.


‘그저께는 비가 내렸어... 어제 혼자 우물 안에 별이 예뻐 바라보다가...’


고인 하늘이 분주하게 일렁이며 별들을 부서뜨린다.


‘오늘 너를 만났어.’


무언가 물 밖으로 떠올랐다. 대동이 잊혀진 추억을 뱉어내는 휴대폰을 꽉 쥐었다. 바람과 풀잎은 그에게 기억나지 않는 노래의 반주를 들려주고 있었다. 대동의 시선이 한 곳을 향한다. 잡음이 분명해지며 노래가 떠오를수록, 눈앞의 모습은 선명해졌다.


‘내일은 같이... 노래하지 않을래?’


잡음이 멈춘다. 휴대폰은 여전히 작동하고 있었지만, 대동이 듣는 것은 고물 휴대폰의 잡음이 아니었다. 편안하고 선명한 그 날의 곡조가 가슴 속에 충만해졌다. 들 위에 별이 떠올랐다. 그리고 여태까지 중 가장 밝게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