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어내."


그것이 내가 정신을 잃기 전에 마지막으로 들은 소리였다. 겨우 이 한마디에, 짧은 한마디 때문에 갈라져 있는 두개골의 상처가 조금 더 벌어질 정도로 강한 충격을 받고 앞으로 쓰러졌다.

무언가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난다. 온몸이 끈적끈적하고 무언가 답답하다. 적어도 이곳이 스노우딘 안의 술집이 아니란건 알 수 있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실로 오랜만에 양손에 땀이 차기 시작했다.


"일어난건가?"


중후한 목소리와 함께 볼쪽이 저릿저릿해졌다. 어깨에 한 방, 가슴에 두 대, 오른팔, 왼팔, 다리.. 숨쉴틈도 없이 짓밟히고 있었다.


"허억.. 헉.. 큭."


"굉장하군 그래. 꽤 많이 맞은것같은데 먼지로 변하지 않다니. 보기보단 꽤 근성있는걸? 하하..하... 더러운 잔재주꾼같으니."


또 한방. '지금껏 나는 너에게 12번 정도를 맞았고, 기억하고 있으며 언젠간 두배로 돌려줄것이다' 같은 3류 악당의 대사를 쳐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그래봤자 되돌아오는 것은 거센 발길질일것을 알기에 대충 비위나 살살 맞춰주자고 생각했다.


"샌즈. 네놈이 날려먹은 판이 얼마나 많은줄 알아? 정말인지 다시 생각해봐도 치가 떨리는군."


"헤, 그것 참 미안하구만."


"미안해? 당연히 미안하다고 해야지!"


다시 한방. 폭력밖에 모르는 멍청한 개같으니.


"후우.. 샌즈. 우리의 옛 정을 봐서 기회를 주도록하지. 자아 손 이리 내."


언제 꺼냈는지 그의 한 손에는 이상한 약물이 줄줄 흘러나오고 있는 주사기가 들려있었다. 뭐라 대꾸할 틈도 없이 왼쪽 손등의 저릿한 고통과 함께 왼팔을 따라 온몸에 이물질이 퍼졌다.

그때부터였다. 호흡이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허리는 살짝 활처럼 팽팽하게 굽어졌으며 맑았던 정신이 어질어질해졌다.


"너.. 너 뭘 집어넣은거.. 아윽."


"음. 약효가 너무 쌨나? 몸에 안좋은건 아니니 걱정 마시고. 한숨 푹 자고 있으라고. 나중에 다시 오도록 하지."


안타깝게도 그의 말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기분나쁜 고통과 미약한 쾌감이 온 감각을 주무르듯 지배하고 있어서 커다란 철문이 닫혔는지 ,작은 나무문이 삐걱였는지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오직 평소보다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뛰는 심장박동이 내 귀를 어지럽게 두드릴뿐이였다.





"...봐."


"..어나봐."


고통은 어느순간 끝났다. 제대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렇게 무방비한 상태의 나에게 말만 건다는것은 호의적이라는 뜻.


"누..구..."


"나는 ...서일세."


아직 약효가 남아있는걸까. 분명 소리가 들리긴 들리는데 끊기듯이 전해져왔다.


"누..구 라고요..?"


"나는 우서일세."


"[시공의 폭풍]에 온 걸 환영하네 젊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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