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 그 표정..."
의지. 의지는 너가 이 세계에 존재하게 하며 여기에 서 있게 하는 근원이다. 의지는 너가 죽더라도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이 되어주었고 지금 여기까지 올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이젠 이 기나긴 복도에서 계속 길을 가로막고 있는 저 코미디언을 언젠가 죽이리라는 의지를 되새기며 앞으로 나아간다.
너는 해골에게 수십번 가량이나 많이 죽긴 했지만, 그래도 너는 녀석의 패턴을 점차 외우기 시작한다. 너는 녀석이 패턴 창작능력이 너무나도 떨어진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듯이 몸을 단 조금 비트는 것만으로도 녀석의 뼈다귀와 블래스터를 쉽게 피한다. 심지어 녀석이 청마법으로 너를 마구 뒤집어도 그저 그게 일상이라도 되는듯이 가볍게 몸을 이끄는 쪽을 향하여 안정적인 착지법을 보여준다. 그런 태연하게 피하는 너를 보는 녀석은 식은땀을 점차 흘리기 시작한다. 저 땀에는 단순히 육체의 피곤함과 자신의 공격을 쉽게 피해버리는 너를 향한 당혹함이 담겨져 있다.
"와우. 너 정말 빡쳤구나?"
녀석이 잠시 주는 자비의 순간에도 너는 전혀 고민없이 칼을 들이댄다. 그래, 넌 이전에 분명 한번 자비를 베풀어줬다. 하지만 정작 돌아온건 그저 너의 몸을 흉측하게 꿰뚫어버리는 뼈다귀만이 전부였다. 그게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는 암시였음이 분명했겠지만 너는 그저 녀석이 건넨 터어어어얼렸구나! 라는 이 말을 너를 마구 조롱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지금 이 자리로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지금은 분명 빡쳐있어. 심지어 보통 빡친게 아니야. 과연 너만큼 정신나간 또라이가 이 세상에 어디 또 있을까? 녀석은 말이 끝나자마자 순식간에 이곳저곳 이동하면서 공격을 퍼부으며 그 공격에 너의 팔에 조금씩 뼈다귀에 긁히는 상처가 생기지만 이 자잘한 상처는 어차피 너에겐 걸림돌도 되지 않는다. 언제부터 너가 상처에 신경을 썼을까? 여기 떨어진 이후부터 전혀 신경쓰지 않았겠지. 그저 그냥 모든 것들을 없애고 싶을 뿐이야. 그렇지?
"파피루스. 뭐, 먹고 싶은거 없어...?"
너의 칼은 정확히 저 코미디언의 복부를 향해 가해졌고, 코미디언은 점차 먼지로 산화되었다. 너의 LOVE가 20으로 오르며, 또 많은 능력치가 오르는 것을 느낀다. LOVE가 오르자 너는 씨익 웃음을 짓는다. 너가 입고 있는 화려한 줄무늬 옷과 푸른 바지, 그리고 선명한 노란 피부는 이젠 먼지가 덕지덕지 묻어 있어서 회색 인간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심지어 넌 그런 먼지를 묻히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하하, 네가 죽인 자들의 유해를 자랑스럽게 묻히고 다닌다니. 보통 또라이가 아니야.
알현실. 저 앞에 거대한 염소 대장이 보인다. 너는 알현실 안에 보이는 꽃들이 싫다는듯이 강하게 밟아버리면서 다가간다. 꽃이 짓밟히는 소리가 너의 귀를 간지럽히며, 또 그 소리에 다른 꽃들은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런 슬픔에 젖은 꽃들을 계속 계속 밟으며 천천히 다가간다. 아마도 너는 그저 살아있는거라면 다 죽이고 싶어서 안달난 것 같다. 아니 확실히 안달났다. 아마도 지금의 나보다도 더욱 안달난게 분명하다.
"자네는 무슨 종류의 괴물인가...?"
이젠 저 염소 괴물마저도 널 괴물로 보는 모양이다. 하긴 넌 인간도 아니지. 아무리 나쁜 인간이라 한들 너만큼은 잔인하지 않을거야. 그저 아무 죄도 없는 꽃들을 한번 더 짓밟으면서 천천히 다가간다. 이제 내가 나설 차례가 되시겠다. 어차피 이 녀석은 모두를 죽여버렸다. 이제 더 이상 쓸모는 없는 녀석이 되었으니.
하지만 내 주도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너는 너의 의지로 염소 괴물을 칼로 마구 쑤시면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도록 난도질을 해놓는다. 뭐지? 애당초에 너의 적의는 너무나도 극단적으로 높아서 단 한번만 툭 쳐도 괴물은 먼지로 돌아갈 운명이였다. 근데 왜이렇게 난도질을 하는걸까? 너의 얼굴이 점차 행복해진다. 결국 괴물은 완전히 먼지가 되었고 괴물의 몸에서 영혼이 나타났다. 그리고 넌 영혼에도 칼질을 한다.
대체 그게 어떻게 가능한 일이지?
플라위가 먼저 나타나기도 전에 영혼을 향해 칼질을 해버리고 그 영혼이 절단되어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그건 애당초 내 역할이였어! 플라위가 뒤늦게 나타나서 알갱이를 형성하려 하는 순간 그 괴물의 영혼이 없는 것을 느꼈고 동시에 당황을 감출 수가 없었다. 너는 굉장히 매서운 눈빛으로 플라위를 바라보며 그 광기와 살기만이 가득한 눈빛에 플라위는 자신의 죽음을 알아차린 듯, 애원하면서 원래의 얼굴을 보여주며 자신을 살려달라고 빌고 있다.
"제발, 날 죽이지 말아줘."
하지만 네 표정은 절대 이 녀석을 살릴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 섬뜩하고 잔혹한 표정은 나 마저도 벌벌 떨게 만든다. 너는 플라위, 아니 아스리엘을 마구 칼로 찢어놓는다. 베고, 베고, 베고, 또 베고. 방금 전 그 방금까지 아름다운 꽃의 모습을 한 아스리엘은 더 이상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게 되었고, 그것마저 모자른 모양인지 발로 수십번이나 짓밟고 뭉개버린다. 더 이상 나의 첫번째 친구였던 아스리엘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뭐 어차피 녀석이 나서지 않더라도 난 저것을 짓밟아버릴 생각이였으니 상관없다. 애당초 이 세계를 이따위로 만든게 너니까.
- * -
아무것도 없는 공간. 차라는 자신의 파트너라 생각하고 있는 프리스크를 이곳으로 안내했다. 이제 아무도 없는 이 세계는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질 것이다. 차라는 주저리 주저리 말을 하지만, 프리스크는 듣는 둥 마는 둥 그저 차라만을 지그시 쳐다보기만 할 뿐이다. 아무래도 차라는 프리스크가 자신의 말을 듣고서 무언가 후회를 포함한 다른 생각을 가질 거라 생각한 모양이다. 그래도 차라는 전혀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차라는 마지막에 이 세계를 파괴해버릴 것이다. 이 모든 원흉은 프리스크의 주도였으니.
"이제 이 세상을 없애버리자. 그리고 나아가는거야."
프리스크가 무슨 선택을 하던 이 세계를 파괴해버리려 할 것이다. 그리고 완전히 사라져버린 공허의 세계에서 홀로 남겨져버리고 나는 비로소 모든 것에 대해 주저앉아 후회를 하며 자신이 스스로 짓밟아버리던 플라위의 모습을 한 아스리엘처럼 애원복걸하면서 '내가 노력한 결과가 겨우 이거야? 내가 바라던 결과가 이런거야? 겨우 이걸 얻으려고 내가 그런 개고생을 했던거야?' 하는 모습을 차라는 바라고 있을 것이다. 차라는 그런 프리스크의 굴욕적인 모습을 영상으로 녹화해서 우울할 때 언제든지 꺼내서 보려하고 싶어할 지도 모른다.
아니.
자신의 손으로 모두를 죽여놓고, 심지어 마지막 과정마저도 스스로가 직접 다 처리해버린 프리스크. 그런 프리스크가 '아니'라 대답했다. 프리스크는 생각해도 참으로 이기적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차라는 표정에는 약간의 당황함이 역력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프리스크의 표정은 전혀 변함이 없다. 만약 조금이라도 후회를 했다면 이렇게 무덤덤하지 않았을테지. 그들을 한번만 죽인 걸로는 성이 안찼거나, 다 죽인 뒤에 어차피 되돌리면 된다는, 의지라는 능력에 대한 자만심이 있거나. 아님 둘 다 되겠다. 차라는 그런 프리스크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절대. 절대로.
"이해를 못한 것 같은데. 언제부터 너한테 주도권이 있었지?"
차라가 칼을 들어 없애려 하자, 프리스크가 그의 칼을 낚아채서 재빠르게 차라를 공격하였다. 그 날쌘 동작은 차라가 도저히 반응할 수가 없었던 몸놀림이였다. 그야말로, 빛보다 빠른 몸놀림이였다. 샌즈를 직접 처단할 때 만큼이나 빠르게.
이해를 못한 건 너같은데.
"... 뭐?"
차라는 순간적으로 일어난 이 상황에 크게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당연히 당혹스러울 수 밖에. 자신의 손으로 직접 모든 이들을 잔혹하게 죽여놓고 정작 와서 세계를 파괴하자는 제안에 거절하면서 심지어 방금 규칙마저 깨버리고 있는 프리스크였다. 프리스크는 굉장히 섬뜩하게 다가간다. 사악하게 입고리를 올리면서, 다가간다. 더더욱 흉측한 몰골로 다가간다.
네가 한게 대체 뭐가 있었어?
"그게 대체 뭔 소리야?"
그리고, 파트너? 웃겨. 넌 그냥 내 앞에 놓여진 장애물에 불과해.
"이 새끼가 뭐라는거야!"
차라는 어떻게든 프리스크를 때려 눕혀버릴 생각인지 성급하게 주먹을 뻗지만 프리스크는 그것마저 예측했고 몸을 살짝 뒤로 빼는 것으로 간단하게 피했다. 그리고 빠르게 칼로 복부를 깊게 찔러넣어 버렸다. 날카로운 칼날과 벽돌마저 부숴버릴 힘까지 합해져서 그 충격은 차라가 프리스크의 칼에 박히자마자 뒤로 날아가버릴 정도였고, 동시에 많은 양의 피가 사방에 튄다. 쓸데없이 따사로운 피가 고운 프리스크의 피부에 묻는다. 더러워.
"내, 내가 뭔 짓을 했다고... 이 일을 이렇게 만든건... 너, 너였잖아!"
맞아. 내가 이 지경을 만들었어.
"그걸 아는 놈이 왜 갑자기 이러는건데?"
너가 나한테 제대로 도움을 준 적이 있어?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어나선 안될 일을 봐버린 것 마냥 차라는 굉장히 무섭게 벌벌 떨고 있다. 분명 프리스크의 주도권마저 압도해버리고 모든 것을 파괴해버리려는 차라였을 터. 하지만 프리스크는 그것을 거부했다. 지금까지 프리스크는 모든 상황에서의 주도권을 자신의 손으로 휘어잡고 있다. 프리스크는 최대한 사람이 지을 수 있는 표정인가에 대해 의심이 될 정도로 아주 흉측하고 기괴망측한 표정을 지으며 차라에게 다가갔다.
"왜... 왜, 그런 표정 짓지마...! 대체 왜그래... 우린 사이 좋은 관계가 아니였던거야...?"
헤헤헤헤헤.
"그, 그렇게 웃지마...! 혹시... 다른 원하는게 있는거야? 네가 원하는건, 다 해줄게! 그니깐, 제발 나한테 다가오지마...!"
와. 천하의 차라가 그런 모습을 보일 줄은 몰랐는데.
아까, 네가 나한테 한 질문 기억나?
"질문 이라고...?"
언제부터 주도권이 있었냐고 한 질문.
"서... 설마, 너, 애당초 네가 원했던게..."
이제, 답 해줄게.
"잠깐, 그만해!"
주도권은
"하지마..."
항상
"제발... 제발..."
나한테
"살려주세..."
있었어.
"..."
차라는 죽었다. 이 세계에 더 이상 차라는 없다.
프리스크는 그들을 두 번 해방시켜주었다.
첫번째는 결계를 부숴서 꽤나 자유로운 해방을 보여주었다.
두번째는 모든 것에 얾매이지 않도록 영원한 안식을 줌으로써 더욱 완벽하게 자유로운 해방을 보여주었다.
이 세계는 프리스크 손에 의해 파괴될 것이며, 세번째 세계가 다시 구축될 것이다.
그 모든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다. 프리스크.
- * -
옛날 옛날에, 한 인간 아이가 지하세계에 떨어졌어.
아픈 인간은 소심한 탓인지 아니면 몸이 너무 아픈 탓인지, 도와달라고 소리를 치지 못했어.
그저 자신의 아픔을 끙끙 참아내고 있었어.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이란게, 아스리엘 이라는 괴물이 그 인간 아이를 보게 된거야.
아스리엘은 다친 인간을 자신의 집으로 옮겨주었고.
아스리엘과 그의 부모님이자 지하세계를 다스리던 두 지도자는 인간을 자신의 친자식처럼 대해줬어.
지하세계에는 희망과 꿈으로 가득 찼지.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갑자기 사라져버렸어. 갑자기 먼지가 되어버렸던거야.
인간은 슬퍼했고, 슬퍼했고, 슬퍼했어. 그들의 먼지를 품에 안고서, 슬퍼했어.
하지만 많은 괴물들은 그 인간이 그들을 죽였다고 생각했고, 진심을 다해 인간을 공격하려 했어.
인간을 공격하려 했던 괴물들도 결국 그들처럼 사라져버렸어. 대신 먼지가 그 자리를 매꿀 뿐이였어.
괴물들이 믿었던 희망은 결국 절망이 되어버렸어.
괴물들이 믿었던 꿈은 결국 악몽이 되어버렸어.
그렇게 지하세계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어.
"이야, 진짜 멋진 이야기인데? 계속 들어도 질리지가 않아!"
"그렇죠?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야, 파트너. 이제 지하세계엔 아무도 없는데 뭐할거야?"
"우선 바쁘게 돌아다니느라 못 먹은 엄마의 파이라도 먹어야죠 뭐."
"와, 너 진짜 뻔뻔하다. 네 엄마가 이러는 모습을 보면 아주 그냥 펄쩍 뛰시겠네!"
"그럼, 너라면 안그럴거에요?"
"그렇다고 부정하겠다는건 아냐. 단지 네가 내가 생각하는 것 그 이상으로 미쳤다는거지!"
"헤헤.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역시 우린 최고의 파트너인 것 같아."
"지금 그 말은 틀렸어요. 우린 파트너가 아니에요. 대신 그보다 더욱 진한, 친구 사이인거죠."
"히히, 넌 여전히 자비로운 아이구나. 내가 너에게 그런 자비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어."
"난 누구에게나 자비로운 아이에요. 모두를 해방시켜줬잖아요? 그리고 그런 차라 너도 예외는 아니에요."
"그래, 해방시켜줬지. 그것도 아주 멋진 칼로 말야! 그래서 말야, 프리스크. 난 널 누구보다도 사랑해. 내 마음 알지?"
"당연히 알죠, 차라. 나도 그만큼 사랑해요. 영원히..."
나는 칼로 파이를 잘랐다. 나는 가족이 남기고 간 먼지를 조미료삼아 파이에 듬뿍 쳐서 먹었다. 그 맛은 너무나도 달콤했다.
엄마의 따사로움, 아빠의 근엄함, 멋진 친구의 순수한 마음이 나의 혀에서 느껴진다.
나는 칼로 내 손바닥을 살짝 그었다.
내 손에서 느껴지는 이 고통은 순식간에 쾌락으로 바뀌어 나에게 기분좋은 전율을 선사해준다.
그리고 내 손에서 흐르는 이 붉은 액체는 피폐해진 내 정신을 맑게 해준다.
이번에는 이 달콤한 붉은 액체를 파이에 묻혀서 먹었다. 내 기대 이상으로 환상적인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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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그림 출처는 [http://sansikal.tumblr.com/post/131839746757/sugarandmemories-g-e-n-o-c-i-d-e]
스벌 프리스크를 머더로 만든다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첫번째는 차라 시점. 당연 차레이터
두번째는 프리스크 시점인데 자기 스스로를 3인칭화.
세번째는 프리스크가 차라를 세계에서 완전히 없애버렸으므로 프리스크가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자기가 첫번째 떨어진 아이가 되었다는 설정을 놓았어. 근데 환영은 지맘대로 상상할 수 있잖아? 그래서 머샌처럼 옆에 환영차라를 놓았지.
프리스크 성격 비틀거 제대로 비틀어버리기로 했는데 너무 비틀었나봐. 새디스트에 피맛을 갈구하는 흡혈귀가 됐네. 뭐 상관없어. 원래 또라이남프리 떡밥 흥할 때 삘받아서 쓴건데 글을 빠르게 쓰지 못한 덕에 제때 올리지 못했어. 늦어도 한참 늦었지. 심지어 흙손 흙필이라 제대로 잘 쓴건지도 모르겠다.
아 다음편 없어. 보고싶으면 너네가 써와. 아님 얘를 시간여행시켜서 머샌 포함 다른얘들이랑 붙여놓던지.
와.... 너 진짜 미친놈이구나...
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