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이잉ㅡ

늘 그렇듯이 폐허속에 지어진 보랏빛 허름한집엔 고요함이 감돈다.
하지만 그 고요함은 이전의 공허한 느낌과는 많이 달라진,

평화로운 느낌의 분위기, 주말쯔음에 느껴지는 여유로운 고요함이었다.


"아가~ 이제 일어나렴?"

작은 눈을 부비며  일어난 프리스크의 눈앞에는 익숙한 실루엣이 들어왔다.


깔끔하게 다듬어진 복슬복슬한 흰털들과
늘 그렇듯 반듯하게 다려진 사제복같은 큰 옷과 부드러운 미소

현재는 자신의 엄마가 되어준 지하세계의 생물체인 토리엘이었다.

토리엘은 여느때와 같이 따뜻한 말투로 자신을 깨워왔다.


"아가 어서 일어나야지? 식탁위에 버터스카치 시나몬 파이를 해두었단다."


아침이 행복하다는듯한 저 표정은 언제 보아도 가슴이 채워지는 기분이다.

토리엘은 늘 그렇듯 따뜻한 파이를 구워놓고서 프리스크를 깨웠다.


첫만남에 가장 먼저 대접해주었던 그의 파이는 이제 그 둘의 암묵적인 주말 요리로 자리잡았다.
부드럽고 따뜻한 파이는 토리엘의 애정이 듬뿍 느껴지는 맛이었다.


"엄마 그런데 이 파이들 엄마가 직접 만든거야?"

프리스크는 문득 생각이 들었는지 토리엘을 바라보며 질문을 던졌다.
머리를 움직일때 자연스럽게 휘날리는 갈색 단발머리는 시간이 꽤나 지났음을 보여주듯 꽤나 길어졌다.

'머리가 꽤나 길었네... 엄마와 함께 지낸지 시간이 꽤나 흘렀구나.'

마음속으로 잡생각을하며 토리엘을 바라보는 프리스크는 다시금 토리엘을 바라보았다.


"응? 그럼 당연하지"

토리엘은 ㅓ다란 눈동자로 당연한걸 묻는다는듯한 어투로 파이를 먹고있는 프리스크를 사랑스럽게 지켜보고있었다.

저 애정어린 눈동자는 언제보아도 행복하다고 프리스크는 생각했다.


토리엘의 대답을 듣자 길어진 단발머리를 손가락으로 베베 꼬며 궁금하다는듯한 표정으로 프리스크는 질문을 이어갔다.



"엄마 그런데 파이를 만들려면 우유같은것도 들어가지않아? 그런데 엄마는 파이를 먹을땐 마실 우유를 통 꺼내질 않네?"


"?!!.."



불평을 보인다거나 그런 류의것과는 다른,
정말 순수한 호기심에 프리스크는 토리엘을 재촉했다.

화들짝 놀란 표정의 토리엘은 머뭇거리면서 아무말도 하지 못한채로
그저 붉어지는 얼굴을 복실복실한 털이 있는 손으로 가릴 뿐이었다.

"그..그건..."


토리엘은 끝내 아무말도 하지못한채로 얼굴을 돌릴 뿐이었다.



"아 우유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나 우유가 먹고싶어요 엄마"


"어...어?!??.."



심하게 당황하는 토리엘이 사뭇 신기했는지, 혹은 이상했는지
영문을 알수없다는 표정의 프리스크는 파이를 먹자 목이 말랐는지
지상에서의 기억대로 우유를 찾았다.



"엄마 파이만들때도 우유 쓰신거 아니에요? 우유좀 주세요 목이말라요.."


두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며 프리스크는 오래간만에 잔뜩 어리광을 부렸다.

실제로 그 동안 우유 구경은 해보질 못했으니 진심으로 먹고싶기도 했다.




"그...그런"



토리엘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내 굳건한 결심을 한 듯 프리스크를 바라보았다.



"아가...정 그렇게 우유가 먹고싶다면..어쩔수없구나.."


프리스크는 눈을 질끔 감으며 프리스크를 향해 말했다.
잠시 내방으로 오겠니?


프리스크는 자기방으로 몸을 옮기는 토리엘을 뒤따랐다.


왠지모르게 부끄러운듯한 느낌의 토리엘은 꽤나 신선했다.
이유를 알수없다는 듯한 표정의 프리스크의 앞에는

왠일인지 상의를 벗어내는 토리엘이 있었다.


"아가....이곳에는 우유가 없단다..."


잠시 뜸을 들이던 토리엘은 프리스크를 끌어안으며 말을 이어갔다.



"엄마의 우유뿐이었단다.. 그래도...파이는 맛있게 먹어줄거지?.."


자기를 싫어하면 어쩔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거짓말은 좋지못하다는 자식교육의 모토를 스스로 어길수 없다는 생각에 토리엘은 프리스크를 끌어안으며 진실을 말했다.

이 순간에도 프리스크가 자신을 경멸하면 어떡할지 두려움이 들었다.

"엄마 근데 저 우유가 먹고싶어요"


싱긋 웃는 프리스크는 입을 크게벌리며 토리엘을 끌어 안았다.


"프리..스..!"







휘이잉ㅡ

폐허는 오늘도 평화롭게 고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