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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알피스는 자신의 연구실에 있는 CCTV를 통해 한 남자를 관찰하고 있었다.



 자비를 베풀 것 같은 환한 얼굴을 보면 분노의 마음도 사그라질 것 같았지만 손에 들고 있는 진짜 칼이 그 모든 분위기를 산산조각 내버린다.

 칼을 보면 알 수 있듯 이 남자는 학살자. 지금 98번째 괴물을 쓰러트리고 산의 왕을 죽이기 위해 알현실로 향하고 있다.


 “학살자….”


 알피스가 자신의 주먹을 꽉 쥐면서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게끔 중얼거렸다.

 주먹 사이에 피가 고이는 것을 보면 지금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가를 절실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언다인. 나는―.”

 “알피스.”


 갑자기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푸른색의 점퍼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기운. 뼈다귀 샌즈였다.


 “새, 샌즈? 여, 여긴 어쩐 일로….”

 “갑자기 찾아와서 미안한데 나에게 의지를 주입해주지 않겠어?”

 “의지…? 샌즈. 그, 그건 괴물들에게는 상, 상당히 위험한 건데…. 잘못되면, 그, 그들처럼….”

 “상관없어. 이렇게 되어버렸는데 이제는 죽거나 죽이거나 라고 생각해.”

 “…진심, 이야?”

 “…….”


 눈에서는 허무한 공기만이 감돌고 있었다. 그 끄떡없는 모습을 보아하니 이미 마음은 정한 듯 보였다.


 “……알았어. 이리로 와.”

 “고마워.”


 그렇게 짧은 대화를 나눈 두 괴물. 그들은 지하를 향해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1



 그렇게 의지가 주입된 샌즈.

 의지를 가진 괴물에게는 온 몸이 녹아내리는 부작용이 있다.

 샌즈는 얼굴과 몸이 녹아내렸지만 후드를 착용함으로서 자신의 녹아내림을 가렸다.

 그는 모든 것이 끝날 최후의 장소에서 남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세이브.”


 샌즈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별처럼 빛나는 무언가가 나타난 다음, 작동되는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동시에 누군가가 최후의 장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하세요? 샌즈씨.”

 “…인간.”

 “설마 99번째 상대로 당신을 만날 줄은 상상도 못했네요. 이게 바로 우연의 장난이란 걸까요?”

 “그렇네. 이렇게 아름다운 날에 너의 99번째 상대가 될 줄이야. 영광이네.”

 “하하하. 영광이라고 해줘서 고마워요. 힘이 나네요.”

 “…더러운 살인마 자식이….”

 “동생 일은 정말 안됐어요. 제가 죽였지만. 착한 친구였는데.”

 “…….”

 “샌즈씨는 동생을 특별하게 여기는 것 같아서 특별하게 죽여봤어요. 혹시 보셨나요?”

 “그래. 봤어.”

 “마음에 드셨는지?”

 “그래. 마음에 들었어. 너를 어떻게 죽일지에 대해 쉽게 결정할 수 있었거든.”

 “저를 죽여요? 단순한 괴물이 그런 엽기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는지부터 물어보고 싶네요. 뭐, 잡담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남자는 칼을 회전시키며 던진 다음, 옆으로 턴을 해 칼을 붙잡고 얘기했다.


 “…갑니다.”


 ---


 싸움이 시작되자 남자는 자신의 유일한 무기를 내던졌다. 어째서 그런 짓을 하는 건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세이브해주세요.”


 세이브라는 말이 들림과 동시에 칼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게 된다.

 위협을 위한 행동이었을까? 샌즈는 남자의 행위를 이해할 수 없었다.


 ‘목적은 모르겠지만, 공격하지 않으면 당하고 말아!’


 샌즈는 손짓으로 가스터 블래스트를 소환해 발사했다.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레이저.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건지 남자는 무기를 45도 각도를 향해 던졌다.


 “2차 세이브. 로드.”


 칼이 날아간 위치로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남자는 그 위치로 순간이동을 하였다.

 하지만 샌즈에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그가 귓가에서 머무는 소리는 단 하나.


 “2차 세이브…?”


 처음으로 등장한 단어에 샌즈는 있는 힘껏 머릿속을 굴리기 시작한다.

 다양한 수식을 조합한 결과 나온 결론은 하나.


 “망할 해커자식….”

 “오? ‘골’ 밖에 없는 머리에서 그런 결론을 만들어 냈습니까? 놀랍네요.”


 남자는 샌즈의 낸 결론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지하세계를 여행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빠른 엔딩을 보기위해 세계를 조작하는 사람이 있다.

 샌즈가 붙여준 이름은 ‘더티 해커’. 남자도 그 중 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칭찬은 해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자비의 결론으로는 도달하지 못한다고요!”


 남자는 칼날을 앞으로 고쳐 잡은 다음, 샌즈의 위치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아까까지의 느렸던 움직임이 광속처럼 빨라진 것을 보고, 샌즈는 저도 모르게 혀를 찼다.


 “칫.”


 샌즈의 안광이 푸르게 빛났다. 

 그 후 뼈로 이루어진 벽이 바닥에서 솟아났다.

 방어만으로는 그를 물리칠 수 없다. 남자는 공중으로 수많은 가스터 블래스트를 소환한 다음, 일제사격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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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이제 약속이 있어서 더는 못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