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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함? 위화감? 그 장면을 대체 어떤 단어로 설명해야 알맞을까.

아니면, 대체 어떤 문장으로, 아니 문단으로 설명해야 그 장면이 주는 느낌을 표현 할 수 있을까.


기이했다?


확실히 그 장면은 기이했다. 이상했다. 수면 위에 서 있는 거대한 해골과 여려보이는 소녀의 조합은 기이했다고 밖에

표현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장면은 기이하다고 서술하기에는 너무 복잡했다. 그런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위화감이 들었다?


부정할 수 없었다. 분명히 그 장면은 사람으로 하여금 위화감을 일게 하였다. 무시무시한 인상의 해골과 

아름다운 소녀의 조합, 그리고 둘 사이에 벌어지는 덩치의 차이는 그 장면이 부조화스럽고 위화감이 들게 한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게 만들었다.

하지만 위화감만으로는 그 장면에 담긴 무언가를 도저히 서술할 수가 없었다. 그 것은 위화감을 들게 함과 동시에 기이함도 느끼게 하였다고만 쓰기에는 너무나도 단순했다.

그 장면은 그런 단순한 무언가가 아니었다. 겉 모습만 보고 서술하고 이야기하기에는 그 장면 안에는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이 담겨있었다.


대체 어떻게 그 장면을 서술해야만 할까.


그래, 그 장면은 아름다웠다. 기이하면서도 위화감이 들면서도 아름다웠다. 슬프고 서럽고 절망적이면서도 아름다웠다. 기쁘고 다행이고 환희에 차 있으면서도 아름다웠다.

대체 어떤 부분이 아름다웠다고 묻는다면 별빛을 받아 거대한 보석으로 변해버린 호수가 아름다웠을지도 모른다.

그 소녀의 얼굴에 살짝 띈 화사한 미소가 아름다웠을지도 모른다. 주변에 별빛이 내리듯이 떠 다니는 빛나는 띠끌들이 아름다웠을지도 모른다.

이루어질 수 없었기에 아름다웠을지도 모른다.


끝에 짓밣히는 꽃은 언제나 아름답디 아름다운 꽃이다.


"와아...그래서 우리는 지금 호수에 서 있는거야?"


감탄사가 절로 소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거대한 해골은 방금 전처럼 힘 없는 목소리가 아닌, 발랄한 목소리로

소녀가 말하는 것을 보고 가슴을 쓸어내리고선 미소를 지었다.


"진짜 이렇게 예쁜 빛은 처음 봐..."


그녀의 눈은 이미 너무나도 생기넘치게 피어있는 노란 꽃들에게 파묻혀버렸지만,

그래도 빛만큼은 볼 수 있었는지, 소녀는 자신의 눈에 들어오는 아름다운 빛에 감탄하였다.

거대한 해골은 그 모습을 보며 모든 경치를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에 또 다시 자신을 자책해야 할지.

아니면, 그래도 그 아름다운 호수의 빛만큼은 보여줄 수 있을 것에 기쁨을 느껴야 할지 혼란스러워했다.

항상 그녀가 그에게 주는 감정은 다 이런 식이었다. 복잡하고 이해하기 힘들거나, 고통스럽거나.

그렇기에 해골은 그녀와 함께 다녔을 때, 항상 그 감정에 대해서 고민을 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항상 그 복잡하고 이해할 수 없는 감정들과 머리 속으로 싸워왔고,

그녀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생각하다 날 밤을 지새곤 하였다. 이번에는 달랐다.


샌즈는 이번에는 복잡한 감정과 씨름하지 않았다. 그저 부드럽게 연약하고 차가운 소녀의 손을 붙잡았다.


"...! 그러니까...샌즈? 사실 나 춤출 줄 몰라..."


그녀는 이 상황이 싫지만은 않기에 손을 뿌리치지 않았고 자기도 모르게 달아오르는 얼굴을 보이기 싫어 고개를 숙였다.

소녀는 사실 조금 많이 기뻤다. 어째서 살점도 가죽도 없는 해골의 손이 그렇게나 따뜻했을까.

방금 전까지 매섭게 그녀를 몰아치던 바람이 갑자기 왜 이렇게 따듯해진걸까. 해골도 소녀도 알아채지 못했지만 소녀는 조용히 그녀의 손을 해골의 손에 엮었다.


"괜찮아 sweetheart, 내가 배웠어."


해골는 그녀에게 보이진 않겠지만 보란 듯이 얼굴에 웃음을 띄우며 다른 쪽 손으로 자연스레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순간, 해골의 뇌리에 혹시 너무나도 이렇게 능글맞게 가다가 그녀가 자신을 뿌리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번개처럼 지나갔다.

그는 너무나도 생각 없이 행동했었다. 해골은 진심으로 1분 전에 자신을 죽도록 패버리고 싶었다

해골의 얼굴이 천천히 주전자가 끓듯이 달아올랐고, 그는 쑥쓰러움과 어색함에 그녀의 허리를 감싼 팔을 천천히 빼내려하였다.


"그...그러니까...어깨에 손을 이...렇게 올리면 되는거야?"


그렇게 팔에 힘을 풀던 순간에, 소녀가 까치발을 들고선 손을 쭉 뻗어 샌즈의 어깨에 가까스로 손을 올렸다.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모습에 해골은 허리에 두른 손을 풀지 못했다. 해골은 타이밍이 어쩌다 맞았을 것이라고 생각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진실은 그게 아니었다.

소녀의 잘 익은 딸기처럼 붉어진 얼굴에 담겨진 의미를 해골은 눈치채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적어도 그녀가 춤출 의지가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 것은 그로 하여금 조금 더 머리를 비우고 행동할 수 있게 만들었다.


샌즈는 그렇게 어깨 위에 가까스로 걸린 손을 도자기를 잡듯이 조심스럽게 잡아들어 자신의 가슴에 얹었다.


두개의 붉은 꽃 뒤에 숨겨진 것은 기쁨이었다.


***


어색하고 우스꽝스럽고 좋게 말하자면 독특했다.

애초에 왈츠를 음악은 커녕 소리 하나도 없이 친다는 것부터가 말도 안되는 생각이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 딛을 때마다 붉어지는 해골과 소녀의 모습이 호수에 비쳤다.

그들은 애초에 체형 차이가 너무나도 많이 났다. 그렇기에 어쩔 수 없이. 춤은 불안정했고, 부자연스러워 보였으며 엉망진창으로 보였다.

무엇보다 그들은 드레스나 정장조차 갖추어 입지 않았었다. 거대한 해골은 붉은색 스웨터에 검은 반바지에 목도리와 목걸이만 걸치고 있었고,

소녀는 그녀에게 너무나도 커서 이불로 써도 나쁘지 않을 듯한 검은 점퍼 안에  결코 우아하거나 고급스럽게 보기에는 힘든 줄무늬 티와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 춤은 엉망진창이었다. 춤을 얼마나 잘 췄냐, 또는 못 췄냐를 판단하는게 아니라. 그들이 추고 있던 춤이 왈츠인지에 대해서 한 바탕 토론을 열어야 할 판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그렇게 우아한 걸까? 그런데 어째서 그렇게나 아름다운 걸까?

그 춤은 엉망진창이고 부자연스러웠지만 도저히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지만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붉은 별은 그 것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해 할 수는 없었다. 그가 지금 이해하기에는 그 것은 너무나도 복잡한 것이었다.

껍데기만 구분할 수 있는 붉은 별은 그 것을 이해하기에는 아직 너무나 무지했다. 그가 오직 그 춤에서 얻어낼 수 있는 것은 그 아름다움에 대한 감탄이었다.


노란 꽃도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었다.


붉은 별은 자기가 박혀 있는 장소에서 튀어나왔다. 자기가 영원히 갇혀있을 것만 같은 현실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밝은 붉은 빛을 내며 그 아름다운 춤을 모방하며 그 노란 꽃이 추었던 춤을 기억하며

여기저기 자신의 아름다운 빛을 뽐내며 춤을 추었다. 붉은 별은 이제 더 이상 슬퍼하지 않았다.


노란 꽃도 그 것을 보며 붉은 꽃과 같이 자신의 싱그러운 꽃잎을 휘날리며 춤을 추었다.

그 아름다움에 그 우아함에 감탄하며 그 것을 모방하여 붉은 별과 함께 춤을 추었다.


해골이 수면에 내딛는 발걸음마다 나는 청아한 소리가 피아노였다.

티끌들이 움직일 때 마다 내는 높고 가는 소리와 낮고 굵은 소리가 바이올린과 첼로가 되었다.

파란 풀들이 서로 스치며 내는 소리가 플루트가 되어주었다.

매서운 바람이 트럼본이 되주었다. 그리고 푸른 메아리 꽃은 이 소리를 모두 기억하고선 다시 연주해 주었다.


바보 같은 무도회였다. 실제로 악기라고 부를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아름다운 음악이 들려오는,

엉터리 춤을 추고 있었지만 그 춤이 너무나도 우아하고 아름답게 보이는, 대체 신의 자비로움에 기대 열린 건지, 아니면 신의 잔혹함에 기대 열린 건지

그 의도조차 모를 그 것은 바보 같고 엉터리인 무도회였다. 그런데 어째서 그렇게나 아름다웠던 걸까.


보석은 산산조각 날때 가장 아름다운 법이었다.


이 바보 같지만 아름다운 무도회에 천천히 천장에 매달려 있는 빛을 발하는 별들이 하나 둘, 바보가 되어가기 시작했다.

멍청이가 되어가기 시작했고 이상해져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모두가 하나 둘 씩 바보가 되어가기 시작했다. 멍청이가 되어가기 시작했다.

이상해져가기 시작했다. 모두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춤을 추었다.

티끌조차도 평소보다 빠르게 그리고 신나게 움직였다.

바람은 따뜻해져 갔다.

풀들은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그들의 악기를 더욱 크게 연주하였다.

호수는 기쁜 듯이 아름다운 빛을 더욱 발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바보가 되어갔다.

모두가 바보가 된 세상은 정말 멍청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


"샌즈...? 요즘, 파피루스는 어떻게 지내?"


대체 얼마나 말 없이 서로 얼굴을 붉힌 채 너무나도 어색하지만 동시에 이상하게도 행복하게 춤을 언제까지 추었을까.

그 행복한 적막을 깨트린 것은 미소 지은 소녀였다.

이 적막이 깨짐이 의미하는 것, 그 아름다운 미소 뒤에 숨겨져 있는 슬픔,

해골은 자신이 이 모든 것을 이해 할 수 있음에 자신을 저주했다.


"파피루스 말이야?


샌즈는 애써 밝게 말하였다. 울먹이고 싶음에도 불구하고


"파피루스는 잘 지내고 있어. 사실 파피루스는 요즘 너무 잘 지내서 탈이야.

sweetheart는 파피루스의 스파게티 안 먹어봤지?"


해골의 목소리가 파피루스를 이렇게 밝고 활기차게 언급한 적이 전에 있었을까. 그의 기억 속에는 그런 적이 없었다.

애초에 그는 지상으로 올라온 이후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파피루스와 제대로 된 대화 조차 나누어보지 못했다. 

소녀는 해골의 활기찬 목소리를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먹어본 적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지만...정말 '뼈'가 시릴 정도로 맛있었어."


해골은 그렇게 말하며 한 쪽 눈을 살며시 감아보았다.

소녀는 이렇게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자신의 농담이 재밌었던 것일까.

그녀는 정말 해맑게 그리고 순수하게 따뜻한 웃음 소리를 내며 웃기 시작했다.

이 웃음 소리를 다시 들은 순간, 해골은 이 웃음 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게 되어 정말 기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스파게티가 인간들에게 먹혔었나봐.

지금 파피루스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파게티 요리사가 되어버렸어.

최근에는 최고급 호텔의 주방장이 되어서 괴물들 중에서 최초로 호텔에서 일하는 요리사가 되었다니까?"


소녀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녀는 파피루스가 그렇게 정말 잘 된 것이 기뻐서 얼굴에 미소를 띄우기도 했지만,

어쩐지 모르게 해골의 활기차고 과장된 목소리를 듣다보니 그렇게 말하고 있는 해골의 표정이 상상되어서 버려서

왠지는 모르겠지만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가 버렸다.

그녀는 정말 지금 몇초라도 좋으니 그녀의 눈을 가리고 있는 꽃들이 사라져버렸으면 했다.

하지만 신은 그 이상의 자비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럼, 언다인은 어떻게 됬어?"


"언다인은 말이지..."


그렇게 계속해서 소녀는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 마치 정말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온 사람같이, 그리고 이제 곧 고향을 떠날 사람 같이.


이별은 이별이었다.

약속 따위가 아니라.


***


"하아...하아...그건 그렇고 샌즈...하아..하아...이런 춤은 대체 언제 배운거야?"


몇 번째 질문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소녀의 목소리의 활기와 생기가 없어져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숨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해골은 갈 수록 시체와 같이 차가워져만 가는 소녀의 손을 꼭 잡으며 애써 밝은 척 했다.

이별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냥 게으르게 누워만 있자니 할게 없어서, 한 2년 전부터 배우기 시작했어."


거짓말이 술술 해골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그는 그런 시시한 동기로 이 춤을 배우기 시작하지 않았다.

그는 정말 혹시나 그녀가 사라져 있었던 3년간,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그녀가 혹시나 돌아올까봐.

그녀가 다시 와서 자신의 농담에 웃어줄까봐. 정말 혹시나 다시 한번 그녀를 만날 수 있을까봐.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그녀가 다시 돌아온다면 무엇을 해볼지 상상해보곤 했다.

그리고 그녀가 오늘도 돌아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절망하였다.

현실은 해골에게 너무 가혹했다.

모두가 그녀 없이 잘 지냈다. 가끔씩 그녀를 그리워하긴 했지만 지하에 있던 모든 괴물이 그녀 없이도 그녀의 빈자리를 채워나갔다.

하지만 그는 그럴 수가 없었다. 그는 그저 그럴 수가 없었다. 아무리 메꾸려 해봐도 그 곳에 난 구멍이 너무 커서 무엇을 넣더라도 충분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는 지상에 올라온 1년 간 자신의 모든 능력과 지식을 사용해서 그녀를 다시 돌아오게 할 방법을 찾았다.

하지만 그는 그 광기 어린 애정을 품고서도 자신의 절박함을 모두 걸고서도 그 방법을 찾지 못하였다.

그렇게 되버린 그가 유일하게 지금까지 해 올 수 있었던 일은 피어나지 않을 꽃을 위해 물 뿌리개에 물을 매일 같이 준비하는 것 뿐이었다.

그리고 그가 지금 추고 있는 춤은 그가 할 수 있었던 준비라는 이름에 발악 중에 하나였다.


소녀의 손이 식어가는게 시시각각 해골의 손에서 느껴졌다.

그녀의 몸에서 힘이 빠져가나가는 것도 그의 손에서 느껴졌다.

그녀의 얼굴 빛이 생기 없는 잿빛으로 변해가는 것이 느껴졌다.


해골은 춤을 추기를 멈추었다.

그러자 소녀의 몸이 힘을 잃더니 그대로 해골의 품 속으로 쓰러졌다.


"하아...하아...샌즈, 나 괜찮아...아직 더 할 수 있어..."


해골은 그 상황에 얼굴을 붉히지 않았다. 부끄러워하지도 않았다. 그저 그 얼굴을 일그려뜨려 속에 응어리진 것을 표출할 뿐이었다.

그는 또 다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무력감을 느꼈다. 절망을 느꼈다.

그가 그 상황에서 유일 하게 할 수 있는 것은 마지막으로 이별을 고하려 하는 소녀가 넘어지지 않게,

그녀를 붙들어 주는 것 뿐이었다.


***


바보들의 무도회는 멈추지 않았다. 해골과 소녀는 춤추기를 멈추었지만 바보들은 춤추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갈 수록 더 멍청해져 갔다. 갈 수록 더 바보같아져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표정이 행복해 보이는 것은 착각일까.

하지만 여기서 춤 추는 것을 멈출 것만 같은 존재가 하나 보였다.


그 것은 싱그러운 노란 꽃이었다. 싱그러웠던 노란 꽃이었다.

아름다운 그 꽃에 노란 꽃잎은 전에 매서운 바람에 너무나도 많이 부닺혔는지 많이 상해있었다.

찢어지고, 갈색으로 변하고, 생체기가 나 있었다. 그리고 그런 꽃은 춤을 출 수가 없었다.

춤을 아무리 그 꽃이 추고 싶다하여도, 그 꽃은 더 이상 춤을 출 수가 없었다.

그 꽃은 다시 한번 자신의 몸을 요리조리 필사적으로 돌리고, 이제는 따듯해진 바람에 몸을 실으려 했지만


그 꽃은 춤추는 대신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꽃은 어느 때 보다 아름답게 천천히 공중을 거닐으며 비극적으로 떨어졌다.

그의 아름다운 꽃잎을 공중에 하나 하나 자신의 발자취를 남기듯이 떼어내며, 

그 꽃은 호수로 곤두박질 쳤다.


언제부터인가 붉은 별은 그 것을 바라보았다. 그 것을 그저 바라보았다.

왜냐하면 붉은 별은 무엇 하나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붉은 별은 할 수 있는게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그 꽃을 위해서 유일하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자신을 위해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그냥 그렇게 슬프게 떨어지는 노란 꽃을 바라보는 것 뿐이었다.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저주했다. 만약 팔이 있었다면 자신을 향해 휘둘렀을 것이고,

다리가 있었다면 그는 높은 곳에서 떨어졌을 것이며, 입이 있었다면 그는 자신을 향해 저주를 퍼부었을 것이다.

그는 무력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는 그렇게 조용히 그 꽃이 땅으로 곤두박칠치는 것을 바라보았다. 아무 것도 하지 못한채.


노란 꽃이 그의 꽃잎을 다 떼어냈을때, 그리고 그의 가녀린 줄기가 아름다운 호수의 수면에 닿았을 때.

노란 꽃은 천천히 잠기기 시작했다. 호수 속으로 별이 갈 수 없는 곳으로 천천히 누군가에게 끌려가듯이,

호수 수면 너머에 있는 곳으로 천천히 잠겨가기 시작했다.


붉은 별의 빛이 희미해졌다.


***


소녀는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었다. 그녀는 이별을 고해야만 했다.

자신을 미련하게도 3년 동안이나 기다려 준 매일을 고통과 슬픔 속에서 살던 해골에게 작별 인사를 고해야만 했다.

그를 더 이상 자신에게 묶여 살게 두어서는 안 되었다.


그녀는 정말 마지막 힘을 짜내어 샌즈의 붉은 스웨터를 꽉 붙잡았다,

그는 분명히 슬픈 표정을 짓고 있을 것이다. 아마 자신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자신을 저주하고 있을 것이다. 그녀는 그 것을 막아야만 했다.

그녀는 그에게 자신은 괜찮다고, 해골이 한 짓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고, 그러니까 더 이상 나 자신에게 묶여 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 주어야 했다.

애정이란 이름의 족쇄는 그렇게 해야지만 풀릴 수 있었다.


"샌즈는 잘 지내고 있어?"


하지만 어째서 소녀의 입에서 나온 것은 해골의 안부를 묻는 인사였을까.


해골은 이미 붉은 빛이 사라진 그녀의 입술이 뱉는 말이 자신의 가슴을 찢어버리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는 잘 지내지 못했다. 전혀, 그녀가 없는 세상에서 그는 절대 잘 지내지 못했다.

항상 외로움을 느꼈다. 고독을 느꼈다. 소외감을 느꼈다. 그런데 소녀가 갑자기 찾아와선 그 것을 채워주었다.

채워준 정도가 아니였다. 그녀는 그에게 과분할 정도로 자신의 몸을 던지면서까지 자신의 비어있었던 부분을 넘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찾아왔던 것 처럼 갑자기 떠나가버렸다. 자신에 마음에 훨씬 더 커진 공백과 그녀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남기고선.

소녀는 비겁했다. 비겁한 정도가 아니였다. 비열했다.

그런데 괜찮냐고? 아니, 그는 절대 괜찮지 않았다. 그는 매일 같이 아무도 찾아오지 않을 창 너머를 바라보았다.

멍청하게도 그녀가 다시 돌아올리가 없는데 항상 여행을 다니며 그녀가 보았다면 좋아할 곳을 찾아보았다.

바보같지만 그녀가 만약에, 정말 만약에 신이 그를 불쌍히 여겨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그녀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기 위해서

매일을 그녀가 좋아할 만한 것이 무엇일지 고민했다.

매일 아침마다 그녀의 무덤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미 시들어버린 꽃을 붙잡고 물을 주었다.

이루어지지 않을 소원을 아무 신이나 붙잡고 기도했다.


그녀, 그녀, 그녀, 그녀, 그녀! 그는 이미 사라진 그녀를 위해서 매일을 그렇게 그녀만을 생각하며 살았다.

그리고 그녀가 돌아왔다. 그리고 이제 다시 가버리려고 한다.

부족했다. 터무니 없이 부족했다. 그는 이렇게 그녀에게 작별을 고할 수 없었다.

아직 그녀를 생각하며 그녀를 위해 준비한 것이 산더미처럼 아직 남아있는데.

이 것은 너무 터무니 없이 적었다. 그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1년이라도, 아니, 반년이라도, 아니, 한 달만, 딱 한 달만 그는 딱 한 달이 더 필요했다.

딱 한달만...정말 딱 한 달만...그는 아직 그녀와 같은 소녀를 떠나보낼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녀와 같은 사람을 떠나보내기 싫었다. 그녀와 같은 사람을 떠나 보낼 수 없었다. 지금은 도저히 그녀를 떠나 보낼 수 없었다.

그녀에게 들려주고 싶은게 아직 많은데. 그녀에게 보여주고 싶은게 아직 이렇게나 많은데. 그녀와 해보고 싶은게 이렇게나 많은데.

해골은 소녀에게 이별을 고할 수가 없었다.


"어. sweetheart, 잘 지냈어."


하지만 어째서 해골은 가지 말라고 외치지 않았을까.


붉은 별은...언제나 그렇듯이 항상 그랬듯이 울었다. 서럽게 세상이 떠나가라.


"그래? 그거 다행이다. 근데 샌즈 나는 잘 못 지냈어."


붉은 별은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눈이 없었기에.


"나는 있잖아...매 순간이 슬펐어. 이렇게 끝난게 너무 아쉬웠어."


붉은 별은 자신을 쥐어뜯지 않았다. 손이 없었기에.


"정말 그 때 그렇게 끝나고 싶지 않았어..."


붉은 별은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입이 없었기에.


"샌즈...사실 나 있잖아...정말 그렇게 끝나고 싶지 않았어..."


붉은 별은 달리지 않았다. 다리가 없었기에.


"지하에 있는 모두와 헤어지기 싫었어..."


붉은 별은 그렇다면 어떻게 울었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샌즈...너랑 헤어지고 싶지 않았어."


붉은 별은 그 어느 때보다 그 어떤 때 보다, 그리고 다른 어느 어떤 어떤 별보다 밝게 정말 자신을 불사를듯이 밝게.


"샌즈와 같이 있을 때가 즐거웠어. 샌즈의 농담이 웃겼었어. 샌즈가 나를 배려해줄 때는 무심코 조용히 배시시 웃곤 했어."


붉은 별은 정말 서럽도록 한이 맺히도록 울었다.


"나 사실 샌즈랑 같이 있고 싶었어. 샌즈랑 많은 것을 같이 해보고 싶었어. 샌즈랑 많은 곳을 가보고 싶었어."


강렬한 붉은 빛이 해골과 소녀를 감쌌다.


"나도...!"


그리고 붉은 빛이 어둠에 먹혔다.


"샌즈를 좋아했나봐..."


붉은 별은 조용히 자신의 불을 꺼뜨리고 흐느꼈다.

그리고 그런 붉은 별 아래, 거대한 해골은 자신의 품 속에서 축 늘어져 있는 소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sweetheart?"


아직도 눈물이 흐르고 있는 소녀의 얼굴을 향해 해골은 말했다.


"sweetheart...?"


의미는 없었다. 소용도 없었다. 하지만 해골은 또 다시 그녀를 불렀다.


"sweetheart...?"


호수의 수면이 떨려왔다.


"sweetheart.....?"


비가 내려왔다.


"sweetheart.......?"


...


붉은 별은 더 이상 흐느끼기를 그만두었다.

더 이상 천장에 박혀서 꽉 막힌 천장을 바라볼 수는 없었다.

붉은 별은 가만히 있기를 그만두었다.


붉은 불빛이 조용히 호수로 곤두박질치다가 호수에 빠져 그 빛을 잃었다.


***


소녀는 눈물을 흘리며 뒤를 돌아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그렇게 걸어갔다.

서러움에 아쉬움에 그렇게 눈물을 흘리며 조용히 어느 곳을 뒤돌아 보지 않고 걸어갔다.


해골은 뛰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에 질려버린 해골은 필사적으로 정말 죽어라 달렸다.

기쁨에 희망에 그렇게 눈물을 흘리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어째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그렇게나 아름다운 것일까.

그렇게 결국 비극으로만 끝나야 하는 것들은 그렇게나 아름다운 것일까.


"샌즈...대체 왜 여기까지 왔어..."


소녀는 자신을 둘러싼 해골의 팔을 잡으며 눈물을 흘렸다.

해골도 그녀를 안으며 기쁘게 구슬 같은 눈물을 흘렸다.


붉은 별과 노란꽃은,

아니, 붉은 별과 붉은 별은

아니, 노란 꽃과 노란 꽃은 그렇게 서로를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


***


키가 정말 한 3미터 정도는 되보이는 얼굴에 흉터가 진 해골이 거칠게 입고 있었던 요리사 복장을 딱 봐도 바빠보이는

주방에서 벗어서 던져버렸다.


"주방장님 지금 뭐하시는거에요!?!?"


또 다른 요리사로 보이는 해골이 아닌, 순한 인상에 청년이 마치 비명을 지르듯이 외쳤다.


"퇴근."


거대한 해골은 그렇게 요리사 복장 안에 입고 있었던 자신의 정장의 옷 매무새를 마무리하며 시크하게 대꾸했다.


"아니, 지금 바쁜 거 안 보이세요?!?"


요리사는 어이 없다는 듯이 소음에 자신의 목소리가 묻히지 않게 큰 목소리로 말했다.


"어."


해골은 주머니에서 꺼낸 담배 한 개비를 물고선 그대로 나가는 길로 곧장 향했다.


"주방장님! 야 이 주방장 새끼야!"


어이가 없는 것을 넘어서 그 요리사는 화가 났었던 걸까. 그 요리사는 그에게 욕지거리를 뱉었다.

그런 그에게 거대한 해골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조용히 그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펼쳐보였다.

그리고 그대로 그 길로 주방에서 빠져나왔다.


***


"빨간 장미랑 흰 장미 섞어서 꽃다발 좀 만들어주시겠어요?"


얼굴에 흉터가 진 거대한 해골은 위협적으로 말했다.

그는 분명히 다른 사람을 위협할 의도가 없었겠지만 그의 덩치와 목소리 그리고 인상을 생각할 때.

그의 목소리는 상당히...정말 많이 위협적으로 들렸다.


"아, 또 오셨네요? 그럼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하지만 카운터에 앉아 있던 그녀는 이미 그런 해골의 모습을 수십 번이나 봐온 것일까.

역으로 그런 해골에게 미소를 지어주고선 상냥한 말투로 말했다.


그리고 정말로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아름답고 싱그러워 보이는 장미들을 한 아름 꽃다발로 만들어 들고 왔다.


"얼마나 하죠?"


해골은 이미 가격을 알고 있었음에도 또 다시 질문했다. 


"에이...또 딱딱하게 구신다. 그냥 가져가세요. 당신한텐 돈 안 받아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강제로 꽃 다발을 해골에 손에 안겨주었다.

해골은 얼떨결에 그 것을 받아들이고 말았다.


"어째서...?"


당황한 듯한 목소리였다.


"손님, 누군가한테 사과하려는 거죠? 근데 맨날 용기가 없어서 포기했죠?"


해골의 눈이 놀라움으로 가득 차올랐다.


"당신 저 스토킹..."


"아닙니다. 그냥 보면 딱 알잖아요. 맨날 흰 장미라 붉은 장미만 사가는 것도 그렇고

그리고 당신 그거 사놓고 맨날 우리 가게 쓰레기통에 버리는 거 알아요? 눈치를 못 챌수가 있나..."


그녀는 한심하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선 거대한 해골의 등을 강제로 떠밀었다.


"그러니까 공짜로 주는거에요! 빨리 나가요! 빨리 가서 사과하고 오라구요! 만약 사과 못하시면 다시는 이 꽃집에 발 한걸음도 못 들여놓을 줄 알아요!!"


해골이 밖으로 내쫓기자마자 뒤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로는 도저히 안 들리는 굉음이 들렸다.


"하아..."


거대한 해골은 이 골 때리는 상황에 눈을 감싸며 탄식하였다.

그리고 자연스레 옆에 있는 쓰레기통에 꽃다발을 넣으려 하였다.


그런데 어째서 방금 전에 들었던 출입금지가 된다는 말이 뇌리를 스쳐나갔을까.


거대한 해골은 꽃다발을 버리지 않았다.


***


거대한 해골은 조용히 샌즈가 언제나 아름답다고 이야기하던 호수에 이르렀다.

그리고 해골은 그 곳에서 자신이 그렇게나 찾고 있었던 샌즈를 찾을 수 있었다.


거대한 해골은 그 장면을 보고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울지도 않았고 웃지도 않았다.

그냥 언제나 그렇듯이 소매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고 입에 물었다.


불꽃이 타오르는 소리와 하얀 연기가 솟아올랐다.


그 장면은 그 거대한 해골에게 대체 어떻게 다가왔을까.

호수 위에 샌즈와 3년 전에 이미 죽은 소녀가 서로를 끌어안은채로 뼈에 꿰뚫려 죽어 있는 장면은 그 해골에게 대체 어떻게 다가왔을까.


거대한 해골은 꽃다발을 풀어해쳤다.

그리고 장미를 한 송이씩 한 송이씩 엮기 시작했다.


그의 손을 거칠 때마다 장미에 달려 있던 가시들이 깔끔하게 떨어져 나갔고,

엮여가던 장미들은 모양을 갖추었다.


거대한 해골은 자신이 만든 것을 들고 조용히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자신이 만든 것을 부드럽게 그들의 머리에 얹었다.


그것은 장미로 만든 화관이었다.

붉은 장미와 흰 장미로 만든 아름다운 화관이었다.

그 아름다운 화관이 씌여진 샌즈와 소녀는 마치 연인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거대한 해골은 그 것을 조용히 지켜보다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어, 아스리엘. 나 여기 워터폴인데 마약 좀 가져다 줄 수 있어?"


"왜?"


저 둘은 내가 따라 가는 것을 원치 않을테니까.


***


아 시발 다 썼다아!! 글 중간에 안 끊기겠지?

일단 내가 캐릭터를 조금 많이 내가 알아서 재해석 한 부분들이 조금씩 있으니까. 그거 조금 설명해 줄께.


플펠 샌즈는 내가 조금 재해석을 많이 했어.

사실 내 소설 보면 원래 설정이랑 차이가 좀 많이 나거든?

왜냐하면 내가 이 소설에서 서술하고 싶었던 샌즈가 원작이랑 조금 다르기 때문이야.

나는 이 소설에서는 샌즈가 전처럼 조금 악독하고 조금 비정한 그런 캐릭터가 아닌,

이미 프리스크에게 감화되어서 정확히는 프리스크에 대한 애정으로 변해버려서

그리고 프리스크가 너무나도 그리웠고 소중해서 프리스크에게 잘 대해주고 다정하게 대해주고 그리고 그런 잘 대해주는 

츤데레 같은 느낌이 아닌 그런 언갤에 존재하는 애낌이 같은 느낌에 샌즈를 서술 하고 싶었어.

그러나 글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실패! 하하 권총 한자루가 필요하다.


플펠 프리스크 같은 경우에도 재해석을 조금 했어.

뭐, overgrowth 같은 거 보면 프리스크는 완전히 성녀고 이타적이고 그런 느낌이잖아.

그런데 나는 그런게 조금 맘에 안 들었어. 뭐라해야 하지 인간적이지 못하다고 해야 되나? 또는 성녀님이 그렇게 자기를 희생하는 모습이 보기 안좋았어.

그래서 나는 이번 소설에서는 완전히 이타적인 그런 말 그대로 성녀와 같은 프리스크가 아닌,

또래 소녀 같이 부끄러워 하기도 하고, 조금 담대히 나가기도 하고 동시에 이타적인 것 뿐만 아니라 조금 현실적이게 이기적인 부분도 조금 넣어서 서술 했어.

그러나 글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역시나 실패!!! 누군가 나에게 길고 굵은 밧줄을!


그리고 계속해서 붉은 별이라는 존재가 나와서 소설에 개입을 하잖아.

얘는 눈치 빠른 놈들은 이해를 했겠지만 프리스크와 샌즈 두 명 다를 나타내는 일종에 상징이야. 분석은 니들 알아서 하렴~


그럼 일단 퇴고도 안했고 맞춤법 검사도 안했으니....



뿌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