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화는 이전글에 있음 다 쓰고 링크 걸어주던지 알아서 찾아가던지 딱히 안읽거도 큰 지장은 없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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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이 아리고 쑤신다. 온 몸의 피부를 전부 벗겨내면 이런 느낌일까, 몸에 이는 매우 작은 바람에도 온 몸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여긴...

 

머리 위로 한 줄기 햇빛이 내린다. 떨어진 것일까? 기억은 나지 않는다. 어정쩡하게 일으킨 몸의 밑으론 작은 꽃밭이 만발해 있었다.

만개한 꽃들이 뿜어내는 향기를 느끼고 있자니, 무언가 몸 안쪽에서 차오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얼마나 쉬고 있었을까. 고개를 돌리자 작은 문이 있었다.

 

-열어보자

 

일단 누군가 만나는 편이 좋겠지. 문을 열고 나가자 거기엔 내 키만한 꽃이 있었다.

 

-Howdy!

 

-ㅎ...하우...디?

 

-반가워, 난 플라위야. 노란 꽃 플라위지. 넌 저곳에서 나온거야?

 

이상하게도 말이 나오지 않는다. 입을 벌려 말하려고 해봤지만, 역시 말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나는 고개를 끄덕여 긍정을 표했다.

 

-그렇구나, 다른 누군가를 만난 적은 있니?

 

역시 말은 나오지 않았다. 고개를 저어 부정을 표했다.

 

-그럼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는 지는 전혀 모르겠구나. 우리가 사는 땅은 너무 척박해서 우린 이...뿌리로 서로의 양분을 최대한 나눠.

  배가 고파 보이네. 조금 나누어 줄게.

 

그렇게 말하는 꽃의 목소리는 어딘가 웃음을 참는 듯한 느낌이었다. 나는 몸을 조금 틀어 뿌리를 뿌리쳤다.

 

-헤, 배가 고프지 않은 거야?

 

그 순간 배에서 작은 꼬르륵 소리가 들린다. 확실히 배가 고픈 느낌은 있다.

 

-걱정 마, 나는 너같이 땅 깊숙히 뿌리내릴 수 없는 생명체를 위해 만들어진 개체니까.

 

그의 뿌리를 이번엔 거부하지 않았다. 곧 그 뿌리는 아까 전의 느긋한 속도는 어디갔냐는 듯 나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헤헤, 그걸 믿다니 순진한 녀석이구나. 이 세상은 죽거나 죽이거나야, 이런 좋은 기회를 누가 버리겠어?

 

괴로워, 괴로워 괴로워, 숨막혀, 아파 아파

 

어디서 들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니 사실 가장 오래 된 기억이 여기서 눈을 뜬 기억 뿐이지만, 위기의 순간엔 엄청난 힘을 낼 수 있다던가.

손을 들어 내 허벅지 정도는 될 듯한 뿌리를 들어 찢었다.

 

-헉 헉

 

한계까지 몰렸던 몸에 산소가 들어간다. 잠시 숨을 돌리려는 찰라 시야의 구석에 녹색 줄기가 뻗어오는 것이 보였다.

 

-제법이잖아 얼간이

 

몸을 굴러서 줄기 몇 개를 피했으나 줄기에 발이 걸렸다. 그대로 들어 올려진다. 머리에 피가 몰리고, 그 녀석은 조금 더 날카로워 보이는 '뿌리'를 들어 내 머리 위에 놓았다.

 

'콰직' 생생한 아픔과 몇몇 덩어리가 땅에 떨어지는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온 몸이 쑤신 듯이 아프다. 전신의 껍질을 벗겨내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나는 지금 내가 살아있다는 것에 놀랐다.

지금 기억나는 가장 최근의 기억은 그 커다란 꽃의 뿌리에 머리가 관통당하는 감각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관통당해 남은 조각이 땅에 떨어지는 느낌이겠지.

 

어찌됐든 아직은 몸을 움직이기가 힘들다. 꽃의 향기를 잠시 맡고 있자, 아픔은 금세 사라지고 다시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Howdy. 안녕? 너는 저기서 나왔니?

 

이번에도 역시 말은 나오지 않는다. 고개를 끄덕여 긍정을 표하고 바로 꽃 건너편의 문까지 달려간다.

 

-그래, 역시 기억하고 있구나. 얼간아. 잠시 멈춰봐.

 

땅에서 뿌리가 나오며 문을 막아선다.

나는 반쯤 절망에 휩싸였다. 그 때의 아픔은 솔직히. 아직도 머리 속을 멤돌고 있다.

 

-얼간아. 아까 전의 일은 기억해?

 

나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전신에서 느껴질정도로 몸을 떨고 있었다. 꼴사나웠다.

 

-미안해 얼간아. 네가 완성되었는지 확인하려면 그 방법밖에는 없었어.

  그리고 시간도 얼마 없어. 곧 그녀가 올거야. 아까 전 내가 한 말을 기억해둬. 이 세상은 죽거나 죽이거나야.

 

-알았어.

 

이번에는 말이 나왔다. 라기 보다는 새어나왔다. 잠깐 놀란 눈을 하자, 커다란 노란 꽃은 어느 새 땅속 깊은곳으로 사라졌다.

어떤 원리일까 들여다 보자 그 끝이 보이지 않는 검은 구멍만이 보였다.

 

-쿵! 쿵!

 

노란 꽃이 막은 뿌리 건너편으로 누군가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아가야 괜찮니?

 

약간 나이 들어 보이는 여성의 목소리. 다급해진 목소리였다.

 

-아가야 문에서 떨어져 있으렴.

 

곧이어 문...이라 불러야 할까, 뿌리로 이루어진 가벽에서 엄청난 소리가 들려왔다.

 

[쾅]

 

땅을 타고 울려퍼지는 진동과 매캐한 냄새. 작게 피어오르는 연기는 무언가 큰 폭발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했다.

 

-어디 다치진 않았니 아가?

 

걱정하는듯한 말투로 달려오는 여자...라고 해야 할까, 옷을 입고 두 발로 서있긴 하지만, 발굽과, 주둥이가 있고, 뿔과 흰 털이 난 그것을 나와 같은 종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지 싶었다.

 

-아가 이쪽으로 오렴. 여긴 침입자가 들어올 경우를 대비해서 여러가지 함정을 만들어 두었단다. 그러니까 아가, 부디 내 옆에 붙어있으렴.

 

나는 그 생물의 손을 잡고. 신기하게도 손은 사람의 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곳마저 발굽이라면 네 발로 뛰는 녀석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일까.

그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따라 걷자 곧 커다란 공동에 도착했다.

 

-아가, 이런 말을 해서 정말 미안하지만 아가는 이곳을 나가야만 한단다. 나가서 죽어버린 바깥 땅에 빌어먹을 왕을 죽이고 이 씨앗을 심으려무나.

이 죽어버린 땅에서 무언가를 기를 수 있는건 아가, 너밖에 없단다.

 

-물론이죠.

 

이번에도 역시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입이 움직였다. 글쎄, 나는 방금 전 노란 꽃이 한 말조차도 신경쓰였다.

 

-아가, 그럼 나가기 전에 하나만 약속해 주련, 밖에 있는 생명들은 그 모습이 어떻든 살아있는 사람이란다. 오랜 시간 방사능에 찌들어 겉모습이 변하긴 했어도 말이야.

그리고 아가. 나가서 재미있는 뼈 농담을 잘 하는 남자를 찾으렴, 그 남자가 너를 도와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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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려서 필력이 떨어진다...찍싸고 나중에 더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