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편 : http://gall.dcinside.com/undertale/302457
스노우딘편 #1 : http://gall.dcinside.com/undertale/317459
스노우딘편 #2 : http://gall.dcinside.com/undertale/326596
#5
지하에는 낮과 밤이 없지만, 그 나름대로의 시간 개념은 가지고 있다. 갑옷을 입은 키 큰 백골은 차가운 밤 공기를 갈비뼈 깊숙히 들이마셨다. 쉴 틈 없이 일하는 평소에는 느끼기 힘든 청량감에 그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백골은 지금까지 모두의 안녕을 위해 싸워왔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강도, 도둑, 별 이유도 없이 시비를 거는 괴물들과 레지스탕스까지. 하지만 이제 그것도 끝이다. 그의 눈 앞에서 열심히 눈 벽을 만들고 있는 작은 인간의 영혼만 수확할 수 있다면 정말로 모든게 끝나는 것이다.
"아직 멀었나 작은 인간?" 그는 최대한 진중한 목소리로 물었다. "조금만 더!" 아이는 시린 손을 호호 불면서 벽 만들기를 계속 했다.
어떻게 보면 참 유치한 풍경이었다. 아이가 만들고 있는 벽은 겨우 자신의 가슴께 정도 밖에는 안 되는 것에 비해 파피루스의 벽은 아이의 머리보다도 높았다. 너비의 차이도 족히 5배는 나고 있었다. 아이의 것이 장난감 성이었다면, 백골의 것은 말 그대로 성이었다. 차라가 어린아이 상대로 너무하지 않냐며 핀잔을 주었지만 그는 단호히 무시했다. 전투란 모름지기 전력을 다 하는 것이 상대에 대한 예의였다.
"다 됐어!"
몇 분이 지나자 프리스크는 자신이 만들어낸 벽을 자랑스럽게 내보였다. 사실, 그것은 벽이라 하기도 힘들었다. 작은 둔덕이라는 표현이 어울렸다. 파피루스의 눈높이에서 보자면 그것은 어떻게 써먹어도 공격을 막기 힘든 방벽이었다. 뒤편이 훤히 들여다 보이지 않는가. 파피루스는 그것을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한참을 그렇게 서있던 백골은 "알았다! 이런 영악한 인간 같으니라구!" 라고 느닷없이 소리질렀다.
"네 녀석, 이 몸의 동정심을 끄집어내려는 작전이구나! 하지만 이 위대하신 파피루스님께는 통하지 않는다 이거야!"
파피루스는 자신의 벽 뒤에서 나와 성큼성큼 아이의 벽에 다가섰다. 그리고는 움푹움푹 눈을 퍼서 아이의 벽에 발랐다. 아이가 한참을 걸려 만든 둔덕이 순식간에 멀끔한 벽으로 바뀌어갔다. 그것은 파피루스의 것과 비교하자면 초라했지만, 아이의 몸을 지킬 정도는 될 것 같았다. 아이는 꺄르륵 웃으며 좋아했다.
"해골빠가지 대단해!"
"헤헤, 이 파피루스님은 못 하는게 없다구. 이제 이렇게 튼튼한 벽이 있으니 네 녀석의 간사한 책략은 전부 물거품이 된 거야!"
순식간에 아이의 벽을 만들어준 파피루스는 다시 자신의 벽 뒤로 돌아갔다. 아이에게 내보이지는 않았지만 얼굴에 뿌듯함이 번졌다. 그는 아주 잠깐동안이지만, 가슴에 꽃이 피는 것 같은 따뜻한 감정을 만끽했다. 이 얼마나 그리운 감각인가.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저어 잡념을 떨쳐냈다. 자신에게는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있었기 때문에.
파피루스는 멋들어진 자세를 잡으며 눈싸움의 시작을 알렸다.
"자! 이제 전투를 시작하지, 작은 인가……!"
그의 선언이 끝나기도 전에 백골의 얼굴에 눈덩이가 날아들었다. 경쾌한 소리가 숲의 정적을 울렸다. 눈덩이에 맞은 인중이 시렸다. 게다가 아팠다. 돌을 넣은 것도 아닌데 맞은 부위가 욱식거렸다. 파피루스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두개골에 붙은 눈을 털어냈다. 가려졌던 시야가 밝아지자 히히 웃으며 다음에 던질 눈덩이를 만들고 있는 인간의 아이가 보였다.
"치사하구나 작은 인간! 남이 말하고 있는데 공격을 하다니!"
그도 질 수 없었다. 그의 어깨에는 지하에 사는 모든 괴물들이 자유가 달려있었으니까. 파피루스는 벽 뒤에 숨어 서둘러 눈뭉치를 만들었다. 지하가 평화로웠던 시절에는 그도 자주 눈싸움을 하고는 했었다. 언제나 묘한 능력을 쓰는 형에게 이기지는 못했지만, 그 나름대로의 노하우는 아직도 몸에 남아있었다. 최선의 공격이야말로 최선의 방어다.
비록 종목이 눈싸움이라고는 하지만 그는 당당한 전사였다.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할지 잘 알고 있었다. 파피루스는 벽 위로 몸을 쑤욱 내밀고 아이의 벽 너머로 눈덩이를 던졌다. 히익, 하고 비명 비슷한 것이 들려왔다. 명중이다. 파피루스는 계속해서 눈덩이를 던졌고 아이는 반수 이상을 맞았다. 인간의 아이도 열심히 던지고 있었지만 파피루스에게 닿는 것은 아주 조금 뿐이었다. 그럼에도 아이는 포기하지 않고 눈덩이를 던졌다. 자신의 영혼이 걸린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에게 있어서 이 눈싸움은 즐거운 놀이일 뿐이기에.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람."
정신을 차린 키 작은 백골이 눈 앞에 펼쳐진 어처구니 없는 광경에 넋을 잃었다. 자신과 서로 죽일듯이 싸우던 동생이 그 원인과 즐겁게 눈싸움을 하고 있으니 그럴만도 했다. 어…… 음, 하고 더듬더듬 운을 뗀 차라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가 기절한 직후 프리스크가 눈싸움을 제안한 것, 파피루스가 대신 벽을 만들어 준 것까지. 이야기를 모두 들은 샌즈는 납득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꼬맹이가 할 만한 일이구만."
샌즈는 담배를 빼어물고 불을 붙였다. 눈싸움은 쉽사리 끝날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애당초 눈싸움이란 승패를 겨루는 놀이가 아니니까. 백골은 그것은 그것대로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는 동생을 보았다. 저렇게 즐거워 보이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런 표정을 본 것이 얼마만일까. 이제는 기억조차 잘 나지 않았다. 샌즈는 연기를 길게 뱉어내며 눈을 감았다.
"으하하하! 그만 포기하는게 어떠냐 작은 인간!"
"해골빠가지 너무 재밌어!"
괴물과 인간은 서로 전혀 다른 얘기를 하면서 웃었다. 이렇게만 보면 두 사람은 둘도 없는 친구처럼 보였다. 이 지하가 아니었다면 두 사람은 정말로 친구가 되었을지도 몰랐다. 샌즈는 그것이 아쉬웠다.
앞서 눈싸움은 승패를 겨루는 놀이가 아니라는 말을 했지만, 두 사람 사이의 승기는 크게 기울어있었다. 온 몸에 눈덩이를 맞은 자국이 뚜렷한 프리스크와는 달리 파피루스는 멀끔했다. 이대로 계속 된다면 아이가 지게 된다는 것은 누가 생각해도 명백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에구구, 하고 아직 욱식거리는 등허리를 두드리며 샌즈는 몸을 일으켰다. 등에서 채 떨어지지 않은 눈들을 털어내고 당배꽁초를 거기에 비벼서 껐다.
다음 순간, 샌즈가 프리스크의 앞에 섰다. 정신없이 눈싸움을 하던 아이의 얼굴에 더 큰 웃음이 번졌다. 그녀는 키 작은 백골의 품에 안겼다.
"팝. 어린애 상대로는 재미가 없지 않아? 예전처럼 한 번 놀아보자구. 그러고 보면, 너는 한 번도 이긴적이 없었지?"
"샌즈! 나와 인간의 싸움을 방해하지 마!"
"방해를 했다고?"
샌즈는 히죽 웃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팝, 뭘 잘 모르는 것 같은데. 우리는 말이야……."
샌즈의 왼쪽 눈구멍에서 녹색 눈동자가 잔잔하게 빛났다. 설원에 흩어진 눈덩이들이 공중에 떠올랐다. 일견 아름다워 보이는 광경이 펼쳐졌다. 어두운 숲에서 수 많은 눈덩이가 허공을 헤엄치는 모습이란. 샌즈는 팔을 내뻗으며 파피루스를 향해 선언했다.
"우리는 파트너라구."
그 직후, 싸움은 시작되지 않았다. 대신 맥 빠지는 전화의 착신음이 울렸다. 파피루스의 주머니에서 나는 소리였다.
"아, 미안. 잠깐만 실례할게."
파피루스는 번호를 확인하더니 머쓱해 하면서 몸을 돌리고 전화를 받았다. 맥이 탁 풀려버린 샌즈도 어깨를 으쓱이고는 눈덩이들을 다시 내려놓았다. 키 큰 해골은 전화 너머의 상대에게 "응응", "그래서?", "지금 중요한 대목이니까 본론만 말해." 같은 말을 하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잠시동안 그런 상태가 이어졌다.
"뭐라고! 알았어! 당장 갈게!"
느닷없이 그렇게 외친 키 큰 백골은 전화를 끊고 식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샌즈와 프리스크를 돌아보았다.
"이, 이거. 지금 당장 가봐야 할 것 같은데."
"무슨 일인데 그래?"
동공이 흔드리는 파피루스의 입이 무겁게 움직였다.
"반란군이 스노우딘을 습격했어."
으엉? 반란군? 그런 것도 있었단 말이냐!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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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란군? 반란군이라고???????
휘리리릵
파피루스 은근히 프리스크 도와주고 있어 ㅋㅋ 착하네. 재미있게 봤어! 다음편도 기다릴께!
반란군이라니 또 전개속도의 상태가?
재밌게 보고 간다
반란군 개입은 스노우딘 시작부터 예정되어 있었음
파피루스가 좀독해지긴했어도 아직 옛날만큼 순수한것같아서 다행인듯ㅋㅋㅋㅋㅋ눈싸움 넘커엽다 잘보고감 개추
이거 무슨 스타*즈야 뭐야?!
반란군 대장이 언다인일것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