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에 들어간 지 3개월이 지났다. 새로운 교실과 새로운 선생님, 그리고 언제나 보던 마을 친구들과 만나 재회를 기뻐할 무렵, 그 아이가 전학을 왔다. '프리스크'

그 아이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나와는 다르게 너무나도 유명한 아이였다. 

몇 년전, 에봇산에 올라가 지하세계에 갇힌 괴물들을 해방하고, 인간과 괴물을 평화의 길로 이끈, 괴물들의 말을 빌리면 예언의 천사같은 아이다. 라고 티비에서 떠들어 대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흥, 퍽이나 굉장한 타이틀을 가진 영웅님이 왜 이런 시골학교에 전학 온 거지?

그 아이는 전학 온 첫 날부터 모두 나와 비슷한 감상으로 벙쩌있는 교실을 향해 해맑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 웃음이 한창 철없는 아이들에게 반감을 불러일으킨 것인지, 그 날부터 프리스크는 반에서 배척당하기 시작했다. 학교라는 보이지 않는 카스트제도 안에서 그렇게 눈에 띄어버리면 먹이감이 되는 건 당연한 결과다. 하물며 도시 샌님에다가, 이방인인 그 아이가 우리를 압도할 리 만무했다.


그리고 그녀에 대한 왕따를 주도한 건 바로 나였다. 처음부터 그녀가 마음에 안들었기에, 난 그 아이의 웃는 표정을 일그러뜨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아니 생각과는 정 반대로 상황이 진행되어 갔다. 그 아이는, 어떤 배척, 어떤 장난에도 웃는 표정으로 일관했다.


"넌 미쳤어, 프리스크 괴물이야."


아이들도 하나씩 그 아이에 대해서 질려하며 왕따시키기를 포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명 두 명, 그녀에 대해서 신경을 꺼 갔다. 배척이 통하지 않으니 무관심으로 일관하려는 것이였다. 모두 겁쟁이다.


이제 그 아이를 괴롭히는 건 나 혼자다. 혼자 남았다. 하지만 내가 포기할 줄 알고?


햇살이 청록의 나뭇잎을 물들이는 어느 날, 모두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향한다.

나는 조용히 그리고 몰래 그녀의 뒤를 밟았다. 이런 시골에서 그 아이가 사는 도시로 향하는 버스를 타려면 한 동안 걸어야 하겠지. 그것을 각오하고 이미 간식거리를 주머니에 잔뜩 챙겨왔다.


그 아이는 학교에서 벗어나, 마을을 걷기 시작했다. 잠깐, 버스를 타려면 반대방향으로 가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 의문을 뒤로 한 채 프리스크와의 거리를 적당히 두고 계속 그녀를 따라갔다.


개울,동네 문구점, 마을의 작은 공원, 등등... 쟤가 가는 곳은 전혀 집과는 관계 없잖아!


"그만 포기할까?"


프리스크를 따라가면서 들린 슈퍼에서 뽕따 하나를 따서 빨며 그런 생각이 불쑥 머리를 들이밀었지만 난 고개를 저었다.


난 좀 더 프리스크를 제대로 괴롭히기 위해서 노력해야한다. 

무엇보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전 백승이 아닌가. 도덕책의 어딘가에서 그런 구절을 본 것 같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런 나의 선택에 대해서 후회를 느끼는 중이다. 왜냐하면 프리스크는 저녁이 다 되서야 집으로 향하는 듯 버스 정류장으로 걸었기 때문이다.


이 정도로 늦으면 슬슬 집에 계시는 부모님도 걱정하신다.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프리스크에게서 등을 돌렸다. 마침 우리 집은 가까우니까 지금 달려가면 저녁식사 시간에는 늦지 않을 거다. 암 그렇고 말고


가로등이 하나 둘 씩 켜지는 저녁 어스름, 나는 버스 정류장에 앉아있는 프리스크의 앞에 섰다. 집에 갈 수 없었다.


"어째서 웃고만 있는거야? 전부 널 바보 취급한다고?"


나의 악의섞인 질문에 프리스크는 나를 올려다보고 잠깐 뜸을 들이더니 그 신경쓰이는 웃는 표정을 지었다.


"모두가 날 바보 취급한다고, 내가 웃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가 되진 않잖니?"


"너가 무슨 성녀라도 된다고 생각해?? 우리랑 똑같은 꼬맹이 주제에 어른인 척 하지 말란 말야."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프리스크의 웃는 얼굴을 보면 심장쪽에서 무언가 타오르는 듯이 아리다. 기분나쁜 감각


프리스크는 그런 내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 쿡쿡대다가, 이내 폭소하기 시작했다.

슬슬 별이 하나 둘 떠가는 버스정류장에 그녀의 웃음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왜... 왜 그렇게 웃는건데!! 기분나쁘게!! 찐따년이!!"


뚜깍!

"으악!"

누군가 내 머리를 쎄게 내리쳤다.


"hah? 꼬맹아 누군진 몰라도 우리 꼬맹이 괴롭히지 마라"


뒤를 돌아보자 그 곳에는 나보다 작은 해골이 날 올려다보고 있었다.


"?!! 괴물!! 괴물이 벌써 우리 마을에!!"


괴물은 내 리액션에 황당하다는 듯 어깨를 들썩이며 말했다.


"꼬마야, 좀 더 국제화 시대에 발 맞추어 보라고"


놀라서 병쪄있는 나를 지나쳐 프리스크는 괴물에게로 걸었다. 근처를 둘러보니 파란 피부를 가진 다른 괴물이 오토바이 한 대에 기대어 무서운 표정으로 우리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집에가자 꼬맹아, 토리엘 부인이 맛있는 버터스카치 파이를 만들어 놓으신다고 했어."

프리스크는 기쁘다는 듯 웃었다.

괴물은 나를 바라보며 프리스크에게 물었다.


"그래서, 프리스크 저 꼬맹이는 누구야? 널 괴롭힌다던 골때리는 아이들중 하나야?"


그렇게 말하며 날 쳐다보고 있는 괴물의 오른쪽눈에 들어온 파란 불이 마치 내 생명의 빨간 불을 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좆됐다.


프리스크는 그 속을 알 수 없는 실눈으로 나를 살짝 흙겨보더니 대답했다.


"친구예요. 학교 친구"


그렇게 말한 뒤 내 옆으로 다가와 밀착했다. 언젠가 맡았던 노란 꽃의 향기가 내 코를 간지렀다. 그리고 그 아이가 내 귓가에 속삭였다.


"내일 또 보자"


그리고는 총총거리며 나에게 멀어져 오토바이를 타고는 적막한 시골길을, 오토바이의 굉음을 내며 달려 사라져갔다.


그렇게 멀어지던 오토바이를 보고 있는데, 누군가 다시 내 머리를 두들겼다.


"아얏!"


아까 그 괴물이다. 아직 안갔나!


"왜 때려요!!"


"음, 너가 골 빈 것 같이 멍때리고 있길래? 뼈와 뼈를 마주쳐서 뼈 박수를 쳐준 거야"


"..."


"그래 ,꼬마 그냥 때리고 싶었어."


"...."


이 짜증나는 괴물은 그러고는 나를 집에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이 괴물에게 거스르면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나는 그것의 뜻을 따랐다.


괴물이 말했다.

"너무 프리스크를 괴롭히지 말라고 buddy."


"괴롭힌 적 없는데요?"


"그럼, 너무 프리스크를 좋아하지 말라고"


쿨럭! 괴물의 그 말에 헛기침이 나왔다.


"뭐.. 뭐라고요? 내가 왜 그 년을.."


"원래 너 나이 때의 인간 얼라들은 좋아할수록 더 괴롭힌다더라."


"무슨 말도 안되는 소ㄹ"


순간 괴물은 문을 가르키며 말했다.


"아무래도 너희 집에 다 온 것 같은데?"


"에? 벌써??"


우리집 아무리 가까워도 이렇게 가까웠나? 4분도 안 걸은 것 같은데, 어느 새 집 앞이였다. 뭔가 속임수를 당한 것 같은 찝찝한 기분을 뒤로하고 집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런 내 뒤에서 괴물이 말했다.


" 프리스크는 너 말대로 어른이 아니야, 친구가 필요한 어린 아이지. 그 아이는 꽤 많은 무게를 짊어지고 있어서 언제나 걱정된단 말이지."


"에? 제가 알아야 해요?"


"오늘 너의 의지로 프리스크를 미행했으니까, 이번에는 그 의지로 옳은 선택을 해보는 건 어때? 음 뭐 간단해, 그녀와 친구가 되는 거지. 그러면 뭐, 좀 더 일이 쉬워질 거야 꼬맹이."


뒤를 돌아보자, 해골 괴물은 없고, 그저 전등불에 나방들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엄마가 내 귀가에 현관으로 나왔다.


"어머 얘? 너 왜이렇게 얼굴이 빨개? 밤늦게 싸돌아다녀서 감기걸린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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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이 된 프리스크를 써보고 싶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