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손주의
눈이 아팠다.
비록 자신이 통상적으로 일컫는 '안구'라는 기관이 없다는 것—처음부터—은 능히 알고 있었으나, 어찌 되었든 그는 눈이 아팠다. 욱신거리는 통증이 간헐적으로 치솟는다. 그 고통의 근본적 원인이 되는, 텅 빈 눈구멍을 몇 번 바싹 마른 끝마디뼈가 가늘게 쓸었다. 딱딱한 것들끼리는 서로 부딪쳐 작게 규칙적인 소음을 만들곤 떨어져 바닥에 깔린다. 시커멓게 점멸된 한 쪽 암흑은 끝을 보이지 않고 깊어져, 간다.
한때는 그 칠흑같은 눈구멍 안쪽에도 새하얀, 실제보단 무척이나 크기가 축소되었을 보름달, 혹은 별—물론 실제로 본 적은 없었다, 인간들이 독점한, 남은 괴물들의 입소문을 통해서만 전해져 오는 환상 속 전승이었다—같은 것이 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영원히 공허만을 남기고 몰락해버린 건지, 다른 그림자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것인지 어찌되었든 이제 그 자리엔 없다. 블랙홀의 형상을 띈 불쌍한 결손 하나만이 남아 있을 뿐. 그 옆의 똑같은 구멍 속 흐릿한 안광만이 그 자리에 그와 비슷한 것이 존재했었다는 것을 유추하게 한다.
그는 결핍되고 결여되었으며 부족하고 공허했다. 문득 그는 제 눈구멍 안을 손가락으로 휘젓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 뼈의 끄트머리가 절반이 먹혀버린 시야 속으로 사라진다. 불완전한 시야. 지독하리만큼 아무런 감각도 없었다. 원근도 구별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껍데기를 더듬는다. 아프냐고. 아프지 않았다. 아프지는 않았다. 손가락은 더욱 깊게, 집요하게 구멍 사이를 파고든다. 무언가 잡혀야 하는 것이라도 있어야 할 법 마냥, 절박하게 처절하게 그는 제 상실된 자리를 매꾸어간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었다.
실 끊긴 인형처럼 팔이 툭, 허벅지 위로 떨어지기가 무섭게 눈 안쪽에서 화염이 타오른다. 군데군데 조각을 잃고 고장난 원은 노이즈를 만들며 어중간한 오랜지빛을 뿜는다. 사선으로 금이 간 두개골 사이로 그 빛이 희끄무레 새어나온다. 염상이 바삭하게 건조한 공기를 핥는다. 제 있을 곳을 이탈해 차마 다 막지 못한 격노가 흘러, 흐르고, 순식간에 훅 하곤 증발한다. 언제 그 자리에 무언가 있기라도 했었냐는 듯 감정은 일말의 끄트머리마저 보이지 않았다. 건조한 공기는 미적지근한 열기만 잠시 훕훕하게 품고 있었으나 그마저도 사라져가고 있었다.
냉소는 빠르게 그 틈을 매꾼다. 얇게 서리가 깔리듯 자조는 어느새 주변을 덮고 있었다. 아팠냐고. 물론 아팠다. 하지만 그렇게 억울하지도 않았다. 몸의 일부가 박살나 부서지고 제 구실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 고통은 뼈를 타고 온 몸을 탔으나, 그렇게 화가 나지도 않았다. 이 약육강식의 세계에서는 약한 것은 곧 죄고, 약자들은 생명으로써의 가치도 없는 공짜 연습용 인형이나 다름 없었다. 강자에게서의 폭력은 합당한 일이었고 당위적이기까지 했다. 오죽하면, 이 멍청한 동네는 약자들을 한데 모아 축제날 기념식으로 처형까지 하겠어……. 비싯거리는 비웃음이 입꼬리에 가늘게 퍼진다.
그렇기에 자신은 그렇게 억울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매일같이 생명의 위협에 시달려도, 잠든 사이에 언제 제 동생에게 제 뼈 어딘가가 박살날지 몰라 늘 선잠으로 지새는 나날이라고 해도, 자신이 이곳에서 결코 빠져나갈 수 없는 몸이라고 해도……. 자신에겐 어쩔 수 없는 일이었으니. 스스로에 대해 인정하는 것은 지당한 일이었고 간단했다. 스스로를 아는 것은 중요한 일이었고, 이 세계에서 살아나기 위한 방법 중 필수 조건이었다.
뼈다귀 샌즈는 목에 감긴 붉은 손수건을 풀었다. 제 동생이란 것이 제 한 쪽 눈구멍과 두개골 일부를 작살내놓고는 사과의 선물이라는 명목으로 제게 툭 던진 것이었다. 그때의 동생은 아주 잠시였지만 비교적 평소보다는 굉장히 다정했고, 그날 한 번도 그를 때리지 않았으며, 심한 말을 하지도 않았고……. 심지어는 그의 농담에 어울려주기까지 했다. 그는 그것을 잠시 조심스레 손에 쥐었고, 이윽고 쥐어짜듯이 세게 힘을 주었으며, 다시 힘이 탁 풀린 채 허탈한 표정으로 손수건을 양 손 위에 올렸다. 잔뜩 구겨진 손수건을 샌즈는 한참이나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때의 나날은 한여름 밤의 꿈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한 동생은 그날이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그때의 기억은 그의 뼈 어딘가에 아로새겨져, 분노와 증오에 사로잡혀 악을 써도 지워지지를 않고, 가끔은 절대 이루어질 리 없는 헛된 희망이란 독약을 뿌리고……. 결국에는, 그의 궁극적인 목표의 대가리를 댕강 잘라버릴 단두대가 될 것이었다. 샌즈는 그것이 두려웠다. 자신에게 희망이란 것은 백일몽같은 이야기였다. 완전히 골 빈 소리였다는 뜻이었다.
분노를 노래하자. 주먹진 손에 잡힌 붉은 손수건을 샌즈는 찢어버릴 듯 노려보았다.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에 대한 그리움은 비수처럼 척추에 꽂힌다. 결국 자신은 마음놓고 미워할 수도 없는 존재였다. 제가 약자라는 것을 알기 시작한 순간부터 작위적인 웃음이 덮인 입가는 늘 그렇듯 호를 그린다. 가을 낙엽처럼 메마른 능선은 곧 바스락거리며 조각난다. 그는 잠시 주황색 옷소매로 푹 파인 결함을 덮었고, 공허는 뼈에 금이 가 에이는 통증을 받아 비명지른다. 아프다. 사실은 무척 아팠다. 이전부터 나는, 너무나도 아팠다. 아프지 않다고 말하기엔 나는 아직 이 아픔을 책임질 준비가 채 되지 않았다. 습관처럼 거짓말은 진실을 은폐하고 어느새 제 자신은 사라진지 오래, 모습도 안도 바뀌어버린 채의 자신은 연속성이라고는 까마득히 잃은 채 영락한 껍데기가 되어 있었다.
환지통은 끊임없이 그를 괴롭힌다. 반바지 트레이닝복 아래의 정강이뼈가 희미하게 떨린다, 들썩인다, 무엇 하나 흐르는 것은 없음에도 그는 느낀다. 주황색 불길이 머리 위에서 다시금 희미하게 빛을 발하며 저 위를 향해 처절히 몸을 내던진다. 퍽 이런 추접하고 우스운 꼴에는 고소苦笑가 제일 잘 어울렸다. 흐느끼듯 끊길 듯 말 듯 웃음소리가 이어지고, 곧 깊고 어두운 수면 아래로 침전한다.
자신은 살고 싶었다. 조금이라도 이 미련들을 지속해, 이런 경멸스럽고 저급한 생이라도 조금이라도 더 나아가고 싶었다. 그러니 어쩔 수 없는 거다. 이 아픔도, 증오도, 죄악도, 이 세상에선 어쩔 수 없는 거야. 내 잘못이 아니야, 나는 그저 살기 위해서……. 비척비척 그는 일어난다. 뒤죽박죽 난장이 된 머릿속으로, 전전긍긍 늘 그렇듯 불안에 잠긴 채로 그는 구깃한 손수건을 목에 감았다. 반쯤 감겨 있던 눈이 암막에 가렸다 열렸을 때엔 죽어가던 태양은 사라지고, 하얗게 짝을 잃은 별 하나가 이전과 다름없이 떠 있을 뿐이었다. 설령, 내가 너를, 너를 내 손으로……. 미완성도, 불량품도 아닌 절핍되어 어중간한 존재의 발걸음은 지극히도 무겁다.
끼이익 하곤 뻑뻑한 경첩 돌아가는 소리가 났고, 쾅 문이 닫혔다. 여전히 눈은 아팠다.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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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갤 맨날 눈팅하다 삘 받아서 틈 날 때 글 써봄 근데 반년만에 메모장 켜봐서 조또 이상한 듯
조나...... 네거샌즈 목에 빨간 손수건 파피루스가 샌즈 두개골 박살낸 날에 나름 죄책감 느끼고 선물이라고 집어던진 거였는데 네거샌즈가 그거 존나 소중하게 간직했으면
맨날 목에 감고 다니고 근데 나중에 파피루스 죽이려 할 때는 그 손수건 보면서 자꾸 주저할 것 같다
갠적으로 네거샌즈는 파피루스의 DV에 시달려서 거기에 세뇌된 상태인 것도 좋은 것 같다 물론 원작 네거테일은 그런 거 엄ㅋ슴ㅋ
어쨌든 흙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읽었으면 ㄸㅋ
잘썻네.
흙손은 무슨 잘씀
메마르고 부서진 감성이 좋다.
집중해서 읽었다 근데 흙손 ㅇㄷ?
퍄
아 화장실에서 읽어서 다행이다
흙손ㅇㄷ? 흙은 내손인듯ㅋㅋㅋㅋㅋ한자어가 많이쓰였지만 어려운단어는없어서 몰입잘됐음 개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