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그 피묻은 손을 씻어낼 수 있다고 생각해?"
푸른 안광이 번뜩였다. 차라리 일찍 죽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끔찍한 고통이 온 몸을 흩고 지나갔다.
"이것 봐. 이번에도 여기까지야. 먹을 것도 다 떨어졌지? 다시 처음부터 와 보지 그래?"
이해할 수가 없다.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지하에 온 뒤로 누구도 이 능력을 눈치챈 적은 없었는데.
마지막 남은 도넛을 신경질적으로 물어 뜯으며 차라는 눈 앞의 적을 노려보았다. 아무리 손에 든 칼을 휘둘러대도 저 빌어먹을 해골은 잘도 피해내고 있었다. 입가의 가증스러운 미소는 좀처럼 일그러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재차 발작적으로 칼을 휘둘렀으나 녀석은 또 여지없이 피해내었다.
"이런, 이런. 언제까지 쓸모없는 시도를 계속할 작정이야?"
입가의 미소가 살짝 뒤틀리는 듯 했다.
"너 같은 아이는..."
뻥 뜷린 안와에서 재차 푸른 빛이 보이는 것 같았다.
"지옥으로 떨어져야 해."
순간 눈을 의심할 정도로 수많은 뼈의 조각들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었다. 저 멀리 샌즈의 머리 위에 흉칙한 괴물의 머리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뼈들이 덮치고 괴물의 입가에 섬광이 맺히는 순간 차라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마음 속으로 말없이 의지를 북돋았다.
망할 해골 자식, 돌아오면 이번엔 반드시 갈기갈기 찢어 발겨줄 테다
다시 눈을 떴다. 이번엔 좀 더 준비를 철저히 하기로 했다. 차라는 MTT리조트로 달려가 버거팬츠의 상점을 방문했다. 그 부들부들 떠는 멍청한 얼굴을 찔러버리고 싶었지만 그놈은 건드릴 수 없었다. 빌어먹을. 왜 이리 마음에 안드는 놈이 많은 거야. 갈 곳 잃은 살기를 풀풀 흘리며 더 이상 들 수 없을 만큼 먹을 것을 샀다. 돈이라면 넘칠 만큼 있었다. 지금의 자신에게 거스를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 해골 자식을 빼고.
자신의 손에 들린 나이프를 지긋이 쳐다본다
어떻게 하면 이것을 그놈의 재수없는 눈구멍에 후벼박을 수 있을까?
속으로 분노를 씹으며 리조트 밖을 나섰다. 문득 유리문에 자신의 모습이 비쳤다. 소리없이 그 갈색 머리의 아이를 바라본다.
나다. 차라.
코어의 기계적인 인테리어 내부는 아무도 없이 텅 비어 있었다. 아스고어의 성을 향해 다시금 발걸음을 재촉하던 중 낯에 익은 로봇의 잔해가 보였다. 몇 시간 전 자신이 박살낸 수다쟁이 로봇이 남긴 마지막 흔적이었다. 후훗. 만족스러운 웃음이 입가에 번진다. 날 막으려고 하는 놈들은 다 이렇게 되는 거야. 해골 녀석. 이번에야말로 죽여주마. 깡통을 발로 차 내지르며, 그녀의 의지가 다시금 차올랐다.
창문 너머로 황금 빛 편광이 눈이 부셨다. 복도 저 멀리 샌즈의 그림자가 자신을 향해 늘어져 있다. 차라는 칼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와 동시에 샌즈가 입을 열었다.
"몇 번쯤 죽어봐야 포기를 하실까? 넌 여길 지나갈 수 없어."
대답은 하지 않는다. 어차피 죽을 놈에게 말을 꺼내봐야 무의미하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말야. 오늘같이 좋은 날씨에 너 같은 아이는..."
나이프를 똑바로 그 몸을 향해 겨눈 후, 달리기 시작한다. 그 녀석이 오른손을 치켜든다.
"지옥으로 떨어져야 해."
그 넓은 복도가 다시 한 번 수없이 많은 날카로운 뼛조각들로 가득찼다. 그것들이 하나하나 의지를 가진 양 미사일처럼 차라의 작은 몸을 향해 폭격을 가했다. 그러나 이 공격에 몇번인가 죽었던 만큼 이제는 어느 정도 눈에 익는다. 차라는 기계적인 움직임으로 뼛조각들의 공습을 피해냈다. 몸을 굴려 마지막 공격마저 비켜내자 눈 앞이 순간 빛으로 가득 찬다. 다시 한 번 꼴사납게 몸을 굴려 그 두꺼운 빛의 창마저 피해낸다.
"!"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그 몸을 덮친다. 녀석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놀랍지? 몇 번인가 죽어보면 이렇게 되는거야. 그러니 너도 죽어봐.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칼날을 내리찍었다. 녀석이 급히 공격을 피했다. 그 변함이 없던 입가의 미소가 조금이나마 흔들린 듯한 기분이 든다.
"이봐...."
왜, 목숨이라도 구걸해 보게?
"친구란 건... 좋은 거야. 그렇지?"
이거 몇번인가 들었던 대사 같은데
"이 쯤에서 화해하는 게 어때? 우리 친구로 돌아갈 수 있잖아? 난 네가 정말 그렇게 나쁜놈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아까는 프리스크가 이 말을 듣고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내게서 주도권을 빼앗았었지. 멍청하기는. 뻔히 드러나는 수법에도 알면서 당하다니 말이야. 너는 그냥 비켜나 있는 게 좋아 프리스크. 내가 모두 알아서 다 해줄 테니까.
이젠 우습지도 않은 그 해골의 얕은 수작을 미소와 함께 박살내고 싶었다. 차라는 주저없이 나이프를 휘둘렀다. 샌즈는 그 공격을 피했지만 이제 꽤나 숨이 차오르는 것 같았다.
"...역시 통하지 않네. 뭔가 슬픈 기분이야. 혹시나 '다른 샌즈'를 만난다면 이 이야기는 하지 말아줘. 알겠지?"
샌즈의 왼눈이 푸른 색으로 불타올랐다. 그 등 뒤로 끔찍한 이형異形의 얼굴들이 나타나 입을 벌린다.
진짜 전투가 드디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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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이 주작 떡밥으로만 가득해서 재미가 없다. 심심해서 글 써보려고 했는데 마땅한 소재도 생각이 안나고... 언더테일 해보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 중 하나인 몰살루트 샌즈전을 끄적여 봤는데 갤럼들은 여기서 몇 번 죽었냐? 나는 한 50번 넘게 죽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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