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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다쓰기야 했는데

음..재미있나?
아무튼 재미있게 봐주면 고맙겠고, 누누히 강조하지만 댓글로 많은 지적 부탁해.

음.. 댓글구걸하는 것 같네.

어.. 누가 나더러 네덕이라고 그러던데

부정할 순 없지만 지금은 탈네캎했어.




*


..


"..heh..꼬맹아..?"


"어...왜...?"


...


"괜찮다고..하지 않았냐..?"


"어..그..그랬는데...?"


....


"헤, 그럼, 눈앞에 있는 이 상황... 설명해줄 수 있을까?"


눈앞에 있는 상황이란 간단했다. 일상적인 일이었다. 꼬맹이가 지하에서 요양하던 내내 보금자리로 삼았던 방에 우리 둘이 있었다.

단지 그 방이 불타는 방이라는 것만 빼면.

덧붙이자면, 불타는 침대. 지금까지 침대시트에 꼭꼭 싸서 숨겨뒀던, 침대시트와 함께 불타는 스파게티들.

불에 그을린 듯 아예 새까매져버린 러닝 머신. 재가 되어 바닥에 흩날리는, 아주 약간의 형체들만 남은 양말들.

그 재를 쓰레기로 인식해, 안에 있던 것까지 싸그리 재가 된 줄도 모르고 쓸어담는 휴지통 토네이도. 시커멓게 변한 방.

아무래도 아예 뚫려서 공허한 시공간이 보이게 된 듯 하다.

그리고, 땀을 장대비처럼 쏟아내면서도 이 모든 일을 일궈낸 장본인.


"하..하하..! 괜찮아! 방은 청소하면 되는 거니까..!"


하하.. 정말 그렇네..


"어..잠깐만, 샌즈? 그런 눈을 하면 나도 많이 무서운데.."


정말, 쓰레기들은 태워버려야 한다니까.


"샌즈, 잠깐만. 내 말을 들어봐"


"놔, 꼬맹이. 나는 저 재활용불가능 과팽창 탄산칼슘 쓰레기가 내 눈앞에서 연소되는 꼴을 못본다면 그냥 여기서 죽어버리겠어."


"샌즈,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진정해..!"


하지만 뒤집힌 눈의 안광은 꺼지지 않았다.

우리의 대화가 들렸는지, 그 좆같은 새끼는 드디어 이쪽을 돌아보았다.

그 끔찍한 보랏빛은 어딜 가고, 푸른 빛이 감도는 안광이 보였다.

이글거리는 눈으로 좆같은 새끼를 죽일 듯이 노려봤지만, 내가 있는 것을 아예 인식하지 못한 듯이, 꼬맹이를 계속해서 노려보고 있었다..

오냐, 계속 그렇게 가만히 있어라, 이 쓰레기같은 새끼야. 나는 그새끼에게 가스터 블래스터를 꺼내 조준했다.


"샌즈!!!!!!"


꼬맹이가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어린 인간처럼 새됬으면서도 인간의 성대로 낸 것인지 궁금할 정도로 우렁찬 소리가 시공간에서 메아리가 되어 흩어졌다.

나만 놀란 것이 아니었는지, 그새끼도 안광을 끄고 땀을 폭포처럼 쏟아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철벅, 물이 튀기는 소리가 들렸다.

바닥을 보니 땀인 게 확실한 액체가 호수를 이루었다.

나무 바닥이었다면 흠뻑 스며든 땀 때문에, 아무리 가벼운 뼈다귀가 주저앉았어도 무너졌을 것이다.


"우리..헉..진정하자고..했지..헉.."


꼬맹이는 그 한 소리에 힘이 다 빠졌는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곤 장전중인 가스터 블래스터를 힘차게 가리켰다.

...

나는 할 수 없이 가스터 블래스터를 도로 집어넣었다. 물론 녀석으로 향하는 이글거리는 눈빛은 집어넣지 않았지만.

그 모든 상황을 웃지도, 울지도 않는 그저 놀란 듯한 얼굴로 쳐다본 녀석은, 이내 힘이 다했다는걸 인지했는지 아예 무너진 잔해에 몸을 기대 앉았다.

다리는 힘이 풀린 듯 시체의 다리처럼 쭉 펴져 있었고, 팔 또한 시체의 팔처럼 힘없이 축 처져있었다. 물론 아무런 동정심도 들지 않았지만.

꼬맹이는 심호흡을 한번 들이내쉬더니 이내 대화를 시작하려는듯 말을 이었다.


"자, 이제 이야기를 시작하자."


"꼬맹이, 말 끊어서 미안한데 일단 이 방부터 어떻게 해야 하지 않겠어?"


"..."


...




*



"휴..이걸로 끝나 것 같으니 이제 시작할까?"



불이 다 꺼지고 방이 어느정도 잠잠해지자 나는 조금 안정을 되찾았다.

그래, 이제 말이라도 들어보자.


"왜 이쪽으로 온거야?"


"...정보를 캐낸 뒤에 죽이려는 거면, 대답해주지."


"또 그런다, 정말. 샌즈랑 똑같이 생겨서는 밉상인 짓만 한다니까."


그 소리가 마치 칭찬처럼 들렸기에 나는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 왠지 얼굴이 살짝 뜨거워진 것 같았다.

꼬맹이는 아랑곳않고 대화를 시작했다.


"아무튼, 음.. 죽이지는 않겠지만 죽이는 걸로 치고 대답해줘."


"...열심이네. 좋아, 속아주지."


나는 최대한 그 망할놈이 보이지 않도록 꼬맹이쪽을 바라보았다.

젠장, 왜 이렇게 귀여운거야, 망할.

정신을 잃기 전에 있던 일 이후로 왠지 소아성애자가 된 것 같은 죄악감이 느껴진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아직은 어리다. 어린데다, 인간이다. 아무리 이 꼬마가 커서 내게 대시를 한다 한들,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그다지 옳은 일이 아니다.

꼬맹이는 왠지 원하는 것 같았지만, 나는 그것을 변태 소아성애자의 자기합리화라고 여기고 생각을 그만두었다.


"어.. 본론으로 돌아가서, 왜 이쪽으로 온거야?"


"..그냥, 도망친 거야."


..그리고는 더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나는 가스터 블래스터를 꺼내들고 녀석에게 말했다.


"잘 대답해라, 미친새끼야."


"죽이려는 생각이면, 환영이야."


"샌즈."


그 말에, 두 해골바가지가 일제히 꼬마를 돌아보았다. 왠지 의지로 가득한 것 같은 음흉한 오오라가 뒤에서 뿜어져 나왔다.

...블래스터는 도로 집어넣자.

꼬맹이는 주눅이 든 나ㅡ녀석도 눌린 느낌이 들었지만, 녀석에게 신경쓰고 싶지는 않았다ㅡ를 보곤 고개를 돌려 조그맣게 혼잣말을 했다.


"차라, 나처럼 연기하면서 음흉한 짓은 하지 말아줘. 뭐? 그럼 당당하게 해주겠다고? 아니, 사양하겠습니다 여왕님. 잘못했어요."


..정말 잘못했다가는 음란한 시간을 제대로 보낼 것 같다.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린다. 젠장할, 몸은 왜 자꾸만 뜨거워지는지 모르겠다.

이상증세를 보이는 몸에게 신경쓰지 않기 위해 녀석을 흘끔 쳐다보니,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는 듯 동공이 작아질대로 작아져선,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잠깐, 얼굴은 왜 파래지는거야. 설마..에이..아니겠지..

그 모습을 보니 인간들의 사이트에서 본 세명이 함께 관계를 맺는 그림이 생각났다. 물론 처음 볼 땐 두명의 내가 있었기에 그저 웃어넘겼지만, 저새끼의 존재를 알게 된 이후론..

더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고보니 그 사이트는 어떻게 되었을까, 나는 차차 들어가 확인해보기로 했다.


"미안해, 조금은 꼴사나운 모습을 보인 것 같네. 본론으로 들어가서, 네가 있던 곳의 상황이 어땠길래 도망쳐 온거야?"


"..설명할 것도 없어. 먼지와 피로 가득한, 그러면서도 넓고 미칠 듯한 파란 하늘이 위를 메운 세계."


니새끼가 다 죽였을 테니까.

뭐, 일단은 꼬맹이의 말로는 이 세계는 괜찮다고 하니 잠자코 듣기로 했다.

그리고, 왠지는 모르겠지만 아까부터 꼬맹이에게서 이상한 오오라가 뿜어져 나온다. 마치 다른 누군가가 함께 들어가 있는 양.


"내가..내가 없애버린 세계.."


말이 끝나자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장면이 떠오른 듯, 녀석은 머리를 쥐어싸매곤 눈물을 흘렸다.


"내가..나..나는..이제..아무것도.."


"저기, 있지, 그만 우는게 어때..? 이미 지나간 일이기도 하고."


"..닥쳐, 어차피 네가 시야에서 사라지면 나는 반드시 죽어버리고 말 테니까."


"heh, 계속 꼴사납게 지껄이는거야?"


나는 끓어오르는 살욕을 극한까지 억누르며 말했다.

꼬맹이도 이런 내 노력을 알아줬는지 내게 감사를 표했다.


"고마워, 샌즈."


꼬맹이는 고개를 돌려 가만히 그새끼를 바라본다.

그리곤 혼자 생각에 잠기더니, 잠시 후


"샌즈, 잠시만 나가있어 줄래?"


이건 또 무슨 말인가.


"꼬맹이, 그건 너도 잘 알잖아? 녀석은ㅡ"


"알고 있어, 샌즈. 나를 못 믿는거야?"


...


"kid..그런 말이 아니.."


"그럼, 잠시동안만 나가줘. 1:1로 묻고 싶은게 있어."


내 말을 계속해서 잘라가며, 꼬맹이는 단호하게 말한다. 꼬맹이가 단숨에 어른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는 수 없나, 하면서도 나는 대화 내용은 꼭 듣고야 말겠다고 결심한다.

아직은 저새끼가 꼬맹이를 해칠 거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나는 할 수 없이 방 문을 닫고 나가는 척 문을 닫곤 문 뒤에서 귀를 기울였다.

조그맣게 들리기는 했지만, 확실히 들렸다.

꼬맹이는 내가 확실히 나갔다고 생각했는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곤, 이내 진지한 태도로 질문을 시작했다.


"만약에, 세계가 원래대로 돌아간다면, 다시 그곳에서 살고 싶어?"


그 말에 놀랐는지, 녀석은 한동안 말이 없다. 나도 세계가 돌아간다는 말을 듣자 조금 소름이 돋았다.


"나는 진심이야. 내 <의지>. 어째선지 리셋을 버리고 난 후로 좀 더 강대해진 것 같은 이 <의지>로, 네 세계를 돌려놓을 수 있어."


잠깐만, 그러면 세계를 되살린 것도 사실인가..?

정말, 나와 꼬맹이만 살아난 것이 아닌건가?

다시 살아났다면, 전화하지 않을 리가 없을 언다인과 파피루스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핸드폰은 전화는 커녕 메시지조차...

그렇게 생각하고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뒤지자, 거의 박살나다시피한 MTT제 스마트폰이 보였다.

..정말인가?

정말, 녀석을 회개시킨건가? 대체 어떻게?

아니, 방법같은 건 필요 없었다. 만약에 그것이 진실이라면, 그렇다면, 그렇다면 꼬맹이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다..

인간들이 꼬맹이를 배척한 이유가 이거였나. 물론 그 기억을 되짚으면 아직도 치가 떨리지만,

솔직히 말해 꼬맹이의 <힘>에 두려움을 품지 않는 이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장난기라고는 눈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꼬맹이의 진지함에 다시 소름이 돋았다.


"강조하지만, 나는 네 죄를 용서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 하지만, 모든 죄악이 있는 사람은 그것을 다시 경험함으로써, 진정한 회개를 할 수 있는거야."




"네가 미친 이유는 네 시간선의 나라고 했지? 나도, 처음에는 그 녀석과 비슷했어. 누군가를 만나기 전까진. 항상 불신에 가득 찬 눈빛을 숨기고 TV에 나오는 코미디언처럼 연기하는 것을, 아니 연기했었던 것을 알아채기 전까진."


...?


"그 사람은 항상, 본질을 꿰뚫어보는 것처럼, 내가 설령 모두를 살리는 자비로운 길을 택했다고 해도 나를 탐탁치 않게 쳐다봤어. 그럴 때마다, 나는 오히려 기분이 좋았어. 그 사람이 좋았어. 나를 <나쁘다>고 인정해주는 사람은 그사람밖에 없었거든. 아니, 사람이 아니라 괴물인가?"


...!

나일까..? 나일리 없어. 그렇게 머리를 휘저으면서도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은 주체할 수 없었다.


"다시 돌아가 누군가로부터 벌을 받아야만, 사람은, 아니 괴물조차도. 돌아갈 수 있는거야. 네가 잘못했다고, 네가 나쁜 녀석이라고 인정받아야만."


단호하게 들려오는 목소리에서 틀린 말은 눈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벌을 받아들여야만, '사랑'을 할 수 있는거야. 너 자신을 '사랑'하고, 세계를 '사랑'하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자꾸만 저 '사랑'이라는 단어에 귀가 가는 나 자신이 싫었다.


"나도 확실히 내가 회개했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게 되었어. 세계를 '사랑'할 수 있게 되었어.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어. 물론 나는 나보다 그 누군가가 더 소중하지만."


...!!!!!

머리가 뱅글뱅글 돈다. 저게 나일리가 없어. 그럴리가, 골찐 백수 뼈다귀를, 누가..

갑자기 NG가 났을 그 때가 떠오른다. 아냐, 아냐, 아니야, 니가 아니야, 이 소아성애자 뼈다귀새끼야.


"그러니, 꽤 오랫동안 생각해서 내놓은 제안이야. 어때, 네가 죽인 팝에게 가서 욕을 얻어먹는건?"


녀석은 말이 없다. 혼자 뭘 생각하는 건지. 보이질 않으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저히 감이 잡히질 않았다.

약간의 정적이 흐르고, 녀석이 드디어 입을 연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시공간 지름길을 열지 못해."


"그것에 대해서는 알고 있어. 보아하니 <의지>의 시간을 넘어가는 원리에 네 마법을 대입한 것 같은데, 그런 거라면 내가 의지를 조금 나눠줄 수 있어.

물론 일이 끝나면 다시 회수할거야. 알아둬."


난 꼬맹이가 이렇게 머리가 좋다고는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하긴, 수천번도 더 세계를 겪어봤으니 저렇게 말을 잘할만도 한가.


"..나는 너희의 기대를 버리고 도망칠 수도 있어."


"괜찮아, 내가 능력을 쓰면 되는 일이니까."


"..."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진 듯, 녀석은 말을 멈추었다.

그리곤 또 정적이 흘렀다.

안 돼, 안된다.

대화를 쭉 들어본 나는 저 둘이 다른 세계선에 간다는 걸 용납할 수 없었다.

뭔 일이 생기지나 않을지, 그쪽의 인간도 꼬맹이를 죽이려고 하지는 않을 지, 걱정되기 때문이었다.

꼬맹이의 <의지>가 그곳에 가서도 제대로 발휘될 수 있을지, 의심이 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단 둘이라는 것을 생각하니...닥쳐, 이 소아성애자야.


"...어쩔 수 없군. 그럼 일단 의지를 내놓아봐."


"음, 결정한거야?"


"그 건에 대해서는, 나도 동행해야겠는걸, kid?"


"새..샌즈..?"


꼬맹이는 놀란 듯 나를 쳐다보았다.


"설마, 다 듣고 있었어?"


"heh, 내가 그렇게 "bone bone"한 뼈다귀로 보였어? 그렇다면 정답이네. 어딜 봐도 뼈다귀잖아?"


"장난치지 말고..!"


꼬맹이는 약간 당황한 듯 내게 말을 건다.

뭐, 옆에 있는 그새끼도 조금은 당황한 것 같지만, 신경쓰지 말자.


"뭐, 다 듣지는 못했지만, 계속 가만히 찌부러져 박혀있으려니 귓"골"이 근질근질해서 참을수가 있어야지."


나는 적당히 농담섞어 둘러댄다.


"..."


꼬맹이는 정말 필사적으로 고뇌하는 듯이ㅡ굳이 자세를 표현하자면, 인간들의 미술관에서 보았던, 그,...

이름이 <생각하는 사람>이었나? 아무튼 그것과 매우 흡사한 자세였다ㅡ 머리에 손을 얹고 입을 다물었다.

그리곤 5분정도가 지났을까.


"에휴..어쩔 수 없지. 그렇게 가고싶어 하는데.. 뭐, 나는 샌즈를 믿으니까."


믿는다, 내가 처음으로 꼬맹이에게 저 말을 했을 땐, 너무나도 급박한 상황이었다. 그때도 꼬맹이는 이런 것을 느꼇을까.

아니 잠깐, 왜 믿는다는 말 한마디로 이런 감정을 느끼는거야, 제발 내 몸에서 나가, 이 거지같은 소아성애"골"같으니라고.

꼬맹이는 내게서 고개를 돌려 녀석에게 말을 건다.


"그럼 의지를 받을 준비는 됬어?"


"..굳이 준다면 사양하진 않겠어."


그리고, 내게 의지를 줬을 때보다 훨씬 간결하게ㅡ손가락을 이마에 한번 대었다.

갑자기 붉은 빛이 녀석의 주위를 맴돌더니, 녀석의 어딘가에 있는 영혼에 스며들었다.

빛이 전체적으로 흐려졌기 때문에 영혼의 위치는 알지 못헀지만, 알 게 뭐야.

녀석은 다시 찾은 의지의 느낌에 조금은 놀랐는지 손가락을 까딱여 보았다.


"...한가지만 묻자, 인간."


"응?"

"왜 이렇게 내게 잘해주는거야?"


"아까까지..계속 말했는데.."


꼬맹이는 조금 상처받은 듯 쭈구려앉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일어서서는 말했다.


"뭐, 돌아가 보면 알겠지, 일단은 어.. <시공간 지름길>?.. 한번 그걸 열어봐."


"..."


녀석은 한 번 숨을 내쉬더니, 곧 말을 잇는다.


"어쩔 수 없구만. 그럼 이리로 오라고, <이 세계의 나>."


그새끼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꼬맹이는 이미 녀석의 손을 잡은 채였다.

......하지만 꼬맹이의 손을 잡는다고 해도 함께 이동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나는 지름길로 이동할때, 단 둘이 아니면 이동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

몇초간 고뇌하던 나는, 정말 잡기 싫었지만 어쩔 수 없이 녀석의 손을 잡았다.




*


"큭.."


이동 방식은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지름길과 비슷했다. 단지 조금,아니 엄청나게 더 "골"이 울리는 이동이라는 걸 빼면.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온다. 눈조차 제대로 뜨질 못하겠다. 나는 두개골 내부에서 진동하는 무언가를 몸으로 느끼며 꼬맹이를 찾으려 허우적댔다.


"으으..잠깐..잠깐만..."

꼬맹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무래도 나처럼 머리가 쟁쟁 울려대는 것 같다. 나는 토가 나올것만 같은 어지러움을 최대한 억누르며 소리가 나는 쪽으로 기어갔다.


"크윽..kid..괜찮은거야?"


"어..그다지 괜찮지는 않은 것 같아.."


그렇게 우리는 몇 분간 머리를 쥐어싸매곤 흙바닥을 뒹굴었다.

몇분 뒤, "골"때리는 울림이 잦아들며 눈앞이 환해지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정신이 어느정도 돌아오자, 흙바닥일 줄 알고 뒹굴었던 바닥이 온통 눈이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여긴..음..스노우딘인가? 스노우딘치곤 엄청난 눈보라가 몸을 강타했다. 뭐..뭐야.. 날씨가 왜 이래..?


"그..그러고보니 그.. 다른 샌즈는?"


듣고보니 그 미친놈이 보이지 않았다. 대체 어딜 간걸까.

그렇게 생각하려고 하자마자 꼬맹이가 있는 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커억..허억..허억..제기랄..큽.."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살펴보자 꼬맹이의 발 아래 눈에 묻혀 보이지 않던 녀석이 보였다.

스노우딘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아까처럼 땀을 장대비처럼 쏟아내고 있었다. 저러다 탈수 증세로 뒤져버리는 건 아닌가 생각했지만, 그건 그거대로 나쁘지 않았기에 나는 신경쓰지 않았다.

꼬맹이는 자신의 발 아래에 있는 녀석을 보곤 굉장히 놀란 듯 하다.


"ㅓ아아ㅏ!"


꼬맹이는 마치 괴물 중 한 종족의 인사말처럼 큰 소리를 내더니, 이내 그 조그만 발을 현란하게 움직여 녀석에게서 멀어졌다.

눈길 위에 앉아 이동하면서도 그런 속도를 낼 수 있다니, 인간치곤 대단한 일이었다.

녀석은 걱정하기라도 한 듯 꼬맹이에게 말을 걸었다.


"허억, 허억, 괜찮냐, 인간, 허억..윽.."


네가 걱정할 일은 아닌 것 같은데.

나는 겉으로 내뱉을 필요를 느끼지 못해 속으로만 그렇게 되뇌었다.


"어..음..미안해.."


"크윽..허억..허억..미안..할..필요까진..없다만..하아, 윽.."


계속해서 숨을 몰아쉬는 녀석이 이젠 조금 안쓰럽기까지 했다. 다 죽이려고 했다지만, 뭐, 일단은 좋은 쪽으로 마무리되기도 했고, 뭣보다 여긴 녀석을 돌이키기 위해 온 곳이니 뭐, 조금은 선처를 베풀어줄까. 그렇다곤 해도 녀석의 죄악을 용서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허억..조금은..쉬어야..."


그리곤 툭,

..아무래도 쓰러진 것 같다. 나는 녀석의 LOVE를 확인했다.

놀랍게도 그 흉악한 LOVE수치는 어느새 1까지 내려가 있었다.

나는 꼬맹이를 쳐다보았다.

꼬맹이는 어떻게든 설명을 피하려는 행동을 계속했지만,뚫어져라 쳐다보는 내 눈을 피하지는 못했는지, 이내 말했다.


"..조금 이따 다 알게 될거야, 샌즈. 지금 설명할 수 없다는 것만 알아줘. 나를 믿는다면. 알았지?"


"..그렇게 말하면 기다리지 않을수가 없잖아, 응?"


나는 꼬맹이의 단호한 말투에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나저나, 이 널부러진 음식물 쓰레기를 누가 데려갈까.

나는 눈바닥을 땀으로 적셔 녹이는 녀석을 보며 한참 생각했다. 염력으로 들면 상관 없지만, 그렇게까지 호의를 베풀어줄 이유는 없다.

그것을 본 꼬맹이는 내 생각을 간파했는지 녀석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내가 업어갈게, 걱정하지 마."


"..그냥 내가 들도록 할게, kid."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본능적으로 그것을 거부하고 싶었다.

아마 언제 불쑥 일어나선 꼬맹이에게 무슨 짓을 할 지 몰라 그런 생각이 든 것일 것이다.

나는 염력으로 녀석을 들어보이곤 또 다른 파피루스의 집을 찾으러 발을 옮겼다.

이 시간선의 스노우딘은, 정말이지 황폐했다. 바람에 흩날리지 않은 먼지가 이곳저곳에 아무렇게나 뿌려져 있었고, 또한 아무도 오지 않았다.

대부분의 집은 문과 벽 여기저기가 뚫려있었고, 아예 잿더미가 된 곳도 있었다.


"..끔찍하군."


"..나도, 그렇게 생각해."


꼬맹이는 내 말에 동조하며 함께 발을 옮겼다. 약간 몸이 떨리는 것처럼 보였다. 콧물도 조금씩 흐른다. 혈색도 왠지 안 좋아보인다. 그러고보니 꼬맹이는 반바지에 얇은 티셔츠만을 덜렁 입고있었다.

..어쩔 수 없군.


"..?"


키는 별로 차이나지 않아도 몸의 크기차이가 있기 때문인지 꼬맹이가 입기에는 너무 큰 점퍼가 꼬맹이의 몸을 감쌌다.


"입어, 어차피 뼈밖에 없는 백"골"은 그렇게 "골골"대지 않거든."


거짓말이었다. 나는 몸을 덮은 점퍼가 사라지고 얇고 흰 티셔츠만이 남자 곧잘 추위에 떠는 몸을 최대한 참아가며 꼬맹이에게 말했다.


"..고마워. 덕분에 따뜻해졌어."


왠지 몸이 다시 따뜻해졌지만, 기분탓일 것이다. 나는 한시라도 빨리 파피루스의 집을 찾아야겠다 생각했다.


몇 분을 걸었을까, 나는 온 힘을 다해 떨리는 몸을 참으려고 했지만, 몸이 떨리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으..젠장..파피루스의 집이 이렇게 멀었던가.

아무래도 지름길만으로 이곳저곳을 다니다보니 조금만 걸어도 땀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땀은 증발해 내 추위를 더더욱 부추겼다.

하지만 함부로 지름길을 쓸 수는 없다. 이곳에서 함부로 지름길을 썼다가 아까의 결과가 나타난다면, 물론 그랬으면 좋겠지만 이 미친놈은 탈진해 죽어버리고 말 것이다. 

그러면 꼬맹이는 슬퍼하겠지. 게다가 이전에 말했듯 나는 셋 이상을 함께 이동시켜 본 적이 없다.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른다.

그런 생각이 머리를 채워 추위를 떨쳐내고 있을 때, 갑자기 머리에 이상한 것이 덧씌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채고는 꼬맹이에게 다시 그것을 넘기려 했지만, 이내 꼬맹이의 말을 듣곤 그만둬버리고 말았다.


"한쪽씩 나눠 입자. 그러면 둘 다 안춥잖아?"


...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추운데, 왠지 얼굴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꼬맹이는 점퍼에 쏙 들어왔다. 몸이 작아서 그런지, 조금 끼는 감이 있기는 해도 그렇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음. 역시 모자는 같이 쓸 수 없으려나.

꼬맹이의 몸이 티셔츠 하나로 버티는 차디찬 갈비뼈에 안기듯 살포시 닿았다. 어린애라서 그런지 폭신했다. 그리고 따뜻했다.

꼬맹이의 숨결이 어렴풋이 느껴졌다. 새근, 새근, 정말 아기자기한 소리였다.

우리들 모두 양 팔중 한쪽씩만이 남자, 갈 곳없는 다른 한 팔이 이리저리 방황한다.

음...이건 조금 불편할지도.

그때, 얇고 따뜻한 뭔가가 갈비뼈를 휘감았다.

..!


"꼬..꼬맹이..?"


"어..어쩔 수 없잖아..!"


...

그렇게 우리는 기묘한 자세로 계속 걸어갔다. 점퍼가 다시 몸을 지켜줘서인지 아니면 꼬맹이가 그 따뜻한 몸을 곁에 꼭 붙이고 있어서인지 그다지 춥지 않았다.

..어쩌면.. 계속 이러고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자, 거짓말같이 다 망가져가는 집들 사이로 유난히 깔끔한 집이 보인다.

치렁치렁한 장식이 여기저기 붙어있고, 옆에 두 개의 우체통이 있는 것을 보면 틀림없이 이 시간선의 나와 파피루스의 집이었다.

나는 갑자기 꼬맹이의 발걸음이 느려지는 것을 느꼈다. 그걸 알곤 나는 꼬맹이를 재촉했다.


"꼬맹아, 나도 염력을 계속 쓰기는 힘들어. 이만 들어가자."


"으..음..알았어.."


왠지 그 보드라운 팔이 몸을 더 조여오는 것 같았다. 나는 왠지 모를 이 화끈거림을 전력으로 무시한 채, 걸음을 재촉했다.

철컥,


문은 잠겨있지 않았다. 계속 열려있었던 듯 하다.

공기는 밖과 그다지 다를 것 없이 여전히 차가웠다.

벽난로는 장작조차 다 타지 않은 채로 꺼져있었다.

안에 들어왔는데도 여전히 추운 지 몸을 조금씩 떨고있는 꼬맹이를 보고, 어..음.. 조금은 이 상태로 더 있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안은 시커멓다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모든 불이 꺼져 컴컴했다.

나는 앞이 보이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안광을 켰다.


"헤.. 샌즈.. 그런 것도 되는구나.."


"시..시끄러워.."


괜히 부끄럽다. 하기야 공격용 능력을 손전등으로 쓰고 있으니..

스위치를 찾아보던 나는, 소파 옆에 스위치가 있다는 것을 알아채곤 스위치를 눌러 전등을 켰다.

번쩍, 갑자기 어둠이 걷히자 모든 것이 환히 눈에 들어온다.

먼저 보인것은 핏자국이 남아있는 TV. 다 죽였다더니 설마 파피루스까지 죽인건가.

나는 조금씩 자리를 찾아가던 연민의 감정을 싸그리 지우고 염력을 풀어 녀석을 팽개쳤다.

물론 험하게 대한다면 꼬맹이가 화를 낼 것이기에, 있는 힘껏 소파에 녀석을 내던졌다.

푹신, 녀석이 소파에 안착했다. 나는 화가 가시지 않은 채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바닥과 TV에 흩뿌려진 피. 보기만 해도 분노가 끓어올랐다.

다행히도, 그리고 어째서인지 팝의 유해인 먼지가 보이지 않았다.

이 세계의 파피루스이고, 죽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만약 그것이 보였다면ㅡ나는 꼬맹이가 아무리 만류한다 한들 그새끼를 최대한 고통스럽게 죽여버릴 생각이었다.


"크윽..흐윽..허억..허억..여긴.."


그리고는 어디인지 알아챘다는 듯 동공이 쪼그라들더니, 이내 다른 곳으로 미친듯이 뛰어갔다. 무성의하게 밟힌 계단이 내는 소리가 쿵, 쿵, 들려온다.


"야, 대체 어딜ㅡ.."


다른 곳이 아니었다. 나는 녀석이 들어간 방이 팝의 방임을 깨닫곤 입을 다물었다.

입을 다문 나 대신, 꼬맹이가 입을 열었다.


"따라가 보자."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기에, 나는 꼬맹이의 의견을 채택하기로 했다.

녀석을 쫓아 올라간 2층 파피루스의 방.

나는 문을 열려고 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닫는 것조차 깜빡했는지 활짝 열려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곤, 이내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흐윽..흐윽.."


그대로 녀석을 보기 위해 방문 앞에 당도하자, 녀석의 모습이 보였다.

녀석은 무릎을 꿇은 채, 붉고 긴 것을 양손으로 들고 있었다.

아무리 본 지 꽤 되었다지만, 나는 그것이 파피루스의 스카프임을 알 수 있었다.


"내가..내가..미안해.."


녀석은 계속 흐느낀다.


"아무것도..할수 없었어...흑..내가...내가..미안..."


"..잠시 혼자 있게 해주자."


...

나는 꼬맹이와 함께 계단을 다시 내려와 유일하게 변한 것이 없어보이는 푹신한 소파에 앉았다.

폭신, 그리고 또 폭신.

조그만 몸에 가벼운 뼈다귀라 그런지 그렇게 무거운 소리는 나지 않았다.

그리곤 이미 일을 저지르곤 후회하는 녀석으로부터, 나는 생각한다.

나도, 꼬맹이가 만약 지금같지 않았다면, 들은 바로는ㅡ미친년이었다면, 저렇게 되었을까.

저렇게 되어 사리분별조차 못한 채 살욕에 몸을 맡겼을 때, 꼬맹이처럼 손을 내밀어줄 누군가가 있을까.

나는 진심으로 우리 시간선의 꼬맹이가 꼬맹이임에 감사하며, 꼬맹이의 손을 어루잡았다.

꼬맹이는 내 마음을 알아챘는지, 그새 또 손을 맞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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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후

이게 박는 썰인가..?

제목바꿔서 다시써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