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분 보기
1화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368494
2화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369465
인물 설정
플레이어: 플레이어
플라위: 플레이어의 조력자
샌즈: 극악무도
180번째 장면 계속:
"알피스가 나를 만들었다고?"
지난 장면에서 나는 플라위에게 정찰을 시키고 폐허의 문을 나섰다. 샌즈는 내 예상보다 빠르게 움직였고, 플라위는 그를 겨우 따라갈 수 있을 뿐이었으며, 내가 폐허를 떠나는 속도로는 어림도 없었다. 내가 폐허의 문을 나서기 전에 플라위를 이용해서 샌즈의 발을 묶어야 했다. 샌즈의 발을 묶을 수 있는 약점은 없어 보였다. 단 하나, 알피스의 의지 연구. 그것으로 어떻게 되지 않을까, 막연히 추측만 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나는 의지 연구에 대해서는 알피스가 남긴 기록으로밖에 모른다. 죽어가는 괴물들에게 인간의 영혼에서 추출한 의지를 투여했고, 그들은 살아났지만, 곧 녹아내려 서로 뭉쳐 이상한 형태로 굳어져 버렸다. 융합체를 방패로 내세워? 확실히 난 그 때 융합체들을 죽일 수 없었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샌즈는 융합체를 죽일 방법을 찾아낼 지도 모른다. 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문제였다. 융합체는 과연 샌즈의 공격을 얼마나 버텨줄까?
그 순간, 뼈다귀 하나가 내 귀와 플라위의 꽃잎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헤, 스트라이크 실패네. 팝, 이번엔 내가 졌어."
어둠 속에서 보랏빛 안광이 번득였다. 재투성이 후드 점퍼를 입은 추레한 해골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장면에선 특히 더욱 추레하고 초췌해 보였다. 아마도 자신의 상상 속 동생과 볼링 놀이라도 하고 있었던 참인 것 같다.
"저... 저 녀석이? 지금쯤 그 늙은 여자가 와야 하는데, 어째서?"
"그 분이라면 아까 편하게 보내 드렸지. 네게 고통스럽게 죽는 것보다 낫잖아? 너를 만나 온 사랑을 쏟고 나에게 배신당해 깊은 상실감에 빠지기보다는, 차라리 아무 것도 모른 채 괴한에게 습격당하는 게 훨씬 나은 결말일텐데."
내가 한 추측 그대로가 되었다. 이제 샌즈는 자신이 맺은 약속조차 깨부수는, 폐허의 문을 부수고 한때의 동반자조차 무참히 도륙하는 끔찍한 괴물이 되어 있었다. 그가 하는 말도 완전히 주객전도 같은 말이었지만 나는 그 발상의 도덕적 당위를 따질 마음도 시간도 없었다. 샌즈가 토리엘을 죽이기로 결심했다면 토리엘이 이제 쓸모없는 기물이라는 이야기일 뿐이다.
"그것 말고도 하나 더 있어."
샌즈는 느릿한 걸음으로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인간 하나, 괴물 하나, 결계를 지나기 위해 필요한 영혼의 수효. 인간, 너 혼자였을 때엔 전혀 상관 없는 이야기였지. 하지만 네가 그 꽃과 동맹을 맺었다면? 만약 그 말하는 꽃이 너와 토리엘... 둘의 영혼을 흡수한다면? 그대로 바깥 세계로 나가게 된다면?"
이런. 생각지도 못한 간단한 정답을 봉쇄당한 기분이 들었다. 유레카가 내 머리 속을 떠나 버린 허탈함만이 맴돌았다. 나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고, 샌즈는 그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이런, 이건 그냥 가설로 던져 본 말인데, 아무래도 내 가설이 옳은 모양이군. 안 그래, 인간? 넌 생각이 전부 표정으로 드러나는 타입이라 참 편리하다니까."
뒤늦게 표정 관리를 해 보지만 소용없다. 하지만 어떻게? 그건 토리엘과 아스고어 대왕, 알피스 박사만 아는 걸로 아는데.
"헤, 알피스 박사만 아는 정보를 어떻게 내가 알았는지 궁금한 표정인데."
그와 동시에 샌즈가 날린 뼈다귀 하나가 내 심장을 관통했다.
"차라!"
"가스터 박사, 우리들의 위대한 과학자의 이름. 그 이름을 잊지 마."
181번째 장면:
"가스터 박사? 그게 누구야?"
나도 가스터 박사에 대해 아는 것은 별로 없다. 100번의 장면 동안 가스터 박사에 대해 말하는 괴물은 세 번, 세 명밖에 보지 못했다. 내가 그들에게서 얻은 정보란 알피스 이전의 과학자이고 코어를 만들었으며 어느 순간 사라졌다는 이야기 뿐이었다. 샌즈가 가스터 박사에 대해 뭔가 아는 게 있을 거라는 짐작은 했었지만, 진짜였을 줄이야. 그렇다면 샌즈도 알피스 이전의 연구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샌즈가 알고 있는 의지 연구는 어디까지일까?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샌즈는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정보 몇 가지를 흘렸다. 샌즈는 앞으로 토리엘의 '행복'을 우선해, 토리엘부터 먼저 죽일 것이다. 아마 우리가 흡수할 수 있는 괴물의 영혼을 감안한다면 그 다음 타깃은 아스고어 대왕이 될 것이다. 가장 간단한 방법을 봉쇄당한 대가로서는 보잘것없지만, 우리는 샌즈의 초반 이동 루트를 고정시켰다. 토리엘, 아스고어. 우리가 충분히 빠르게만 움직인다면 나머지 괴물들에 대해서는 우리가 우선권을 가질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어떻게? 여전히 내 몸으로 폐허를 나가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내가 움직이는 속도로는 여전히 폐허를 벗어나기 전에 샌즈에게 올킬을 허용하고 말 것이다. 플라위에게 혼자서 모든 일을 시키고, 리셋한 다음 플라위의 보고를 듣는 방식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내가 플라위를 얼마나 믿을 수 있지? 플라위는 사실 뒤틀리기 이전의 샌즈나 아스고어조차 이기지 못했다. 그런 플라위를 행동대장으로, 내가 참모로 움직이는 것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는 일단 플라위에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하려 했다. 그 순간...이번에는 뼈다귀가 내 심장에 제대로 적중했다. 그 뒤로 목소리가 들렸다.
"이번엔 적중이야 팝. 완벽한 스트라이크. 어때, 멋있었지?"
182번째 장면:
아까 샌즈는 너무 빨랐다. 혹시 아스고어나 다른 괴물들을 전부 제쳐두고 나부터 죽이려고 달려드는 건가? 그렇다면 이제 진짜로 시간이 없었다. 내가 참모가 되어 플라위에게 일을 시키더라도 플라위가 무언가 제대로 하기 전에 샌즈가 날 죽이고 새로운 장면이 시작될 것이다. 이건 진짜로 아무 의미 없는 무한 루프로 돌입할 기세였다. 그런 샌즈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긴 있을까? 나는 갑자기 앞길이 턱 막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그 때, 플라위가 돌연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차라, 이건 내 생각인데... 내 몸을 줄게."
플라위의 몸...?
"그 때처럼 말이야. 인간들을 학살하러 나갔을 때처럼. 그 때는 내 의지로 못 하게 막았지만, 이번에는... 이번엔 주도권을 네게 줄 거야. 네 뜻과 내 뜻이 일치하니까. 그리고 너 이대로라면 이제 아무 것도 못 하잖아."
정말 당돌한 제안이었다. 꽃의 신체에 깃드는 것. 단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모험이다. 장면을 다시 시작하는 것은 내 영혼이 부서졌을 때이므로 이론상 그로 인해 우리들의 권능을 잃게 되진 않을 것이다. 플라위에게 깃든 상태로 죽는다면, 우리는 다시 깃들지 않은 장면의 처음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것은 샌즈가 흘린 힌트이기도 했다. 아스고어와 토리엘의 영혼은 샌즈가 먼저 처리하기에 흡수할 수 없지만 여전히 플라위는 내 영혼을 흡수할 수 있다.
나는 플라위가 여섯 영혼을 흡수했을 때의 막강한 힘을 알고 있었다. 다 죽어가는 척 연기하다가도 한순간에 되살아나고, 내 영혼을 단 한 방에 파괴할 힘도 가지고 있었다. 내가 그 여섯 영혼과 소통할 수 없었더라면 나는 영원히 플라위의 장난감으로서 수없이 부서지기를 반복했어야 했을 것이다. 괴물이 영혼을 하나만 흡수해도 무지막지하게 강해진다는 사실도 워터폴의 현판에서 에서 보고 알고 있었다. 이건 괴물이 아니라 꽃이니 얼마나 강해질지는 모르지만, 여튼간에 걸어 볼 만한 수단이었다.
하지만 플라위는 언제 배신할 지 모른다. 유일하게 마음에 걸리는 것이 그것이다. 모두와 친구가 되었을 때에도, 모두를 죽였을 때에도, 플라위는 언제나 배신의 기회를 노렸다. 플라위의 목적은 언제나 여섯 영혼을 흡수하고 나를 영원히 가지고 노는 것이다. 지금은 조금 특수한 상황이지만 지금도 그러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살인자조차도 영혼을 흡수한 플라위를 막을 수 없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플라위의 방법은 여전히 걸어볼 만한 가치가 있었다.
일단, 나는 플라위를 칭찬했다.
"히히, 뭘 이 정도 가지고. 그럼 간다. 부서지지 않게 꼭 붙들고 있어."
플라위의 친절의 알갱이가 내 심장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 때였다. 등 뒤에서 또 다시 뼈다귀가 날아들었다. 이번에는 잎을 스쳐 지나갔다. 약간 찢어졌지만 기능에는 문제가 없었다. 식물에게 통각이 있는 것도 아니고.
"허, 이번에도 실패야? 내가 팝에게 또 지다니. 그보다 인간은 어디 갔지?"
플라위의 당돌한 계획은 성공했다. 내 영혼은 플라위의 몸에 성공적으로 깃들었다. 몸의 주도권도 이 쪽으로 잘 넘어왔다. 몸 안에서 플라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그 녀석이야! 어서 빨리 땅 속으로 몸을 숨겨!"
어떻게 하는데.
"네가 인간의 몸을 가졌을 때 웅크리는 자세를 한다고 생각해 봐!"
나는 '웅크렸다'. 플라위의 뿌리가 땅을 뚫고 내 몸 전체를 땅 속으로 숨겼다. 내 머리 위로 또 다시 뼈다귀 두 개가 직격하는 것을 느꼈다.
"인간, 토리엘, 영혼 흡수, 설마 내가 한 말을 그대로... 젠장, 이건 말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저 꽃이 인간의 영혼을 흡수하고 도망치려 하는 게 틀림없어."
"그대로 있지 말고 빨리 땅 속을 움직여! 그 자리에 있으면 저 녀석이 네가 숨은 자리를 벌집으로 만들 거야!"
그러니까 어떻게 하는데.
"수영하는 자세를 한다고 생각해!"
나는 그 말대로 '헤엄쳤다'. 땅 속에서 헤엄친다는 것은 상당히 이상한 감각이었다. 플라위의 뿌리가 땅을 뚫고 전진했다. 내가 있던 그 자리에 섬광이 지나갔다. 섬광은 일직선 모양으로 땅을 헤집었고, 플라위의 꽃잎 하나를 날려버렸다.
"아악! 이런 빌어먹을, 진짜 아프네. 왜 통증은 내 몫인 거야?"
통증은 플라위가 감수하고 있었던 거였나.
나는 필사적으로 폐허의 땅을 벗어나려고 했다. 머리 위로 섬광과 뼈다귀가 날아들었다. 나는 좀 더 깊은 땅으로 숨었다. 얼마쯤 지났을까, 섬광과 뼈다귀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나는 처음으로 저 살인자에게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제 아무리 미친 살인귀라도 내가 땅 속에만 있다면 어디에 숨었을 지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뭐, 설령 발각된다고 하더라도 그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되는 일이었다. 이 숨바꼭질은 이제 우리들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그래, 그럼 이제부터 어떻게 하지? 알피스의 연구소에서 의지에 대한 다른 쓸만한 정보라도 얻어 봐?
"아니, 새로운 집으로 가. 저 자식이 늙은 왕을 죽이기 전에만 도달할 수 있다면 가능성이 있어."
그 말이 옳았다. 이렇게나 빨리 샌즈가 온다면 아스고어는 아직 죽이지 않았을 것이다. 아스고어의 영혼이 남았을 때 재빨리 그것만 낚아채 도망친다면 결계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굳이 아스고어가 숨긴 영혼을 훔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단지...
단지, 내 불안한 예감이 한구석에 자리하기 시작했다. 일이 너무 잘 풀리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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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에 대한 해설.
주인공은 말 그대로 플레이어임. 굳이 따지자면 프리스크에 가까운 존재지만 어쨌든 플레이어를 강하게 반영함.
플라위가 플레이어를 차라라고 부르는 건 몰살 루트의 반영. 플라위가 제멋대로 차라라 부르는 것 뿐이고 생전 차라나 악마 차라와는 완전히 다른 존재임.
몰살 2회차에서 악마 차라가 플레이어와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기 때문에 이 소설의 플레이어는 차라에 씌인 것도 아님.
플레이어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플레이어의 방식으로 사고함. 몰살 샌즈의 말대로 '할 수 있으니까 해야만 하는' 존재이고, 도덕관에 얽매이지 않음.
몰살 프리스크가 룰과 통제를 벗어나 기습공격을 한 것에 착안해서, 이 소설의 플레이어는 시스템적으로 어떤 불가능 상황에서도 룰을 파괴하고 돌파구를 찾아냄.
플레이어가 자신의 뜻을 타인에게 전하고 타인을 조종하는 능력을 얻은 것도 룰 파괴 특성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진 것.
'더스트테일 공략집'이라는 제목도 이러한 플레이어의 특성을 반영함. '더스트테일은 엔딩 불가능'이라는 기존의 견해를 깨부수기 위한 도전이기도 하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을 부를 때는 '플레이어' '프리스크' '차라' 다 됨. 몸뚱이는 프리스크, 본질은 플레이어, 소설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호칭은 차라.
정신나간 해골이랑 엔딩생각뿐인 플레이어 틈에서 플라위만 불쌍해진닼ㅋㅋㅋㅋㅋ
머더샌즈에 차라급 플레이어에 배신 플라위까지 좋은놈이 없네
플레이어는 플라위 이용해먹을 생각뿐이고 아마 플라위도 그럴거같은데.... 나중에 플라위가 통수칠듯. 존나재미있네 잘읽고감 개추
안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하게 나쁜 놈 시리즈인가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