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손주의
Dearest Blooky
안녕, 블루키! 나 햅스타블룩이야. 행복한 유령 햅스타블룩.
편지를 쓰는 건 오랜만이네. 항상 일기장에게 편지를 쓰는 일밖엔 하지 않았는데……. 블루키 넌 항상 제가 말을 걸면 자리를 피하곤 했으니까 말이야. 괜찮아, 딱히 마음이 상했다든지 하지는 않았는걸! 단지 너하고 조금 더 얘기를 하고 싶긴 했지만……, 조금 아쉽다면 모를까, 그래도 우린 가족이잖아? 나중에는 사촌이 연습용 인형이 되겠다고 떠나버렸고……. 남은 건 우리밖에 없었으니까. 그리고 우린 옆집 살고 있었으니 이웃사촌도 되고……. 그렇지?
너는 이래저래 얘기하는 걸 싫어할테니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나 새로운 몸을 가지게 되었어! 이— 이것 때문에 네 곁을 떠난 건 정말 미안해. 너도 많이 외로웠을텐데……. 역시 나라도 네 곁에 남아 있어야 했는데, 그— 그것 때문에 네가 많이 화나고 속상했다는 거 알아. 정말로 미안해……. 몇 번이나 나는 네 곁에 남아 있다고 약속했었는데 약속을, 지키지 못했어. 나도 알아, 네가 나한테 실망했다는 거. 그래서, 새로운 몸을 가지게 된 후 당장에 널 찾아가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글씨가 흔들린다)
그럴 수가 없었어 정말 미안해 (잉크가 번져 글씨를 잘 알아볼 수 없다)
블루키, 나 돌아가고 싶어……. 내가 왜 헛된 욕심을 부렸을까, 유령은 유령답게 살았어야 했는데. 다만 몸을 가지고 싶다는 것이 너무 큰 욕심이었을까? 그런 끔찍한 짓을 하게 된 것이……. 그건 내가 아니야. 내가 한 짓이 아니었어. 이건…… 이건 내가 아닌 다른 괴물이 한 짓이야 내가 아니었다고 나는 그런 적 없어 그건 내가 아니야 내가 아니라고 난 그런 적 없어 (잉크와 기름이 섞여 글씨의 형상을 알아볼 수 없다)
하지만 블루키, 이미 이젠 너무 늦어 버렸어. 난 이젠 돌이킬 수가 없어……. 난 이미 너무 많은 짓들을 해버렸고, 헛된 욕심에 눈이 멀어 하면 안 될 것들을 제 손으로 저지르고 말았어. 네 말이 맞아, 블루키. 난 더러운 관심종자야. 유령이 아닌 실체가 가진 몸을 가진 채 다른 괴물들 눈에 띄고 싶다는 이유로 몸을 손에 넣은 채— 오, 블루키. 나는 정말 멍청했어……. 나는 그러면 안됐는데, 그걸…… 그걸 몰랐어.
지나간 일들에 정말 후회하고 있어. 그들에게 용서를 빌고 싶지만 이젠 그럴 수 없어. 엎어진 물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늦은 뒤였으니까……. 그래서, 나는 가슴이 아팠지……. 만이렇게 후회만 하고 있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거란 생각에 새로운 일을 시작했어.
이제 난 다른 이를 해치지 않아! 너에게 맹세할게, 블루키. 너는 비웃겠지만……. 난 정말로 그러지 않을 거야. 대신 난 원래의 꿈을 그대로 가지고 가기로 했어. 방송을 하는 거 말야! 삭막하고 우중충한 이 지하세계의 괴물들에게 조금이라도 즐거움과 희망을 주고 싶었어. 이렇게 갇혀 지낸다면야, 조금이라도 재밋거리는 있어야 하지 않겠어? 물론 방송을 하면서도 누군가를 해치거나 하진 않을 거야. 알피스 박사님은 그 인간을(벅벅 지운 흔적이 있다) 누군가와 싸우는 모습이 있으면 많은 사람들이 내 방송을 좋아할 거라 하시지만, 난 그것에 전적으로 반대해. 괴물들도 요리나, 코미디나, 로맨스나, 뮤지컬……. 그런 것들을 좋아할지도 모르니까! 다들…… 그런 폭력적인 것만 보면 피곤할테니 나라도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쉬는 시간을 주고 싶은걸.
그래서 예전 몸은 팔아 없애버리고, 새로운 몸을 내가 만들었어. 내가 만들었지만 나도 참 마음에 들어. 예전 몸은……. 볼 때마다 안 좋은 생각이 나거든. 다른 이들을 해치는 것 밖에 하지 못하는 끔찍하고 쓸모없는, 거기다 끄으으음찍하게 칙칙한 색의 몸이야. 넌 내가 그런 색을 엄청 싫어하는 걸 알지? 지금은 작은 박스 안에 들어가 있지만 네가 본방송을 시청해준다면(아주 세게 붉은 펜으로 강조 표시의 동그라미가 쳐져 있다) 내 새로운 몸을 볼 수 있을 거야!
오, 블루키. 나 내 방송이 너무 기대가 돼. 내 온몸이 떨리는 거 알아? 예전에 쓰레기장에서 주운 책들로 열심히 공부한 것들이 효과가 있을까? 블루키 네가 음악을 좋아하니까, 이번 첫 데뷔 방송은 댄스 방송으로 노선을 잡았어. 이날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너 몰래 춤을 연습했는지……. 스포일러니까 다른 괴물들에게 말하면 안돼, 알겠지? 블루키 네가 좋아하는 댄스가 잔뜩 나온다고! 네 마음에 들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꼭 봐줘. 알겠지?
오, 음. 생각해보니 이 편지는 방송이 끝난 후에야 너에게 도착하겠네. 왜냐면 지금 방송 들어가기 직전이거든. 내 파트너가 기다리고 있을 거야. 그래도, 다음 주에는 또다른 주제로 색다른 방송을 선보일 거니까 그때를 위해 홍보한 셈 칠게! 그때는 확실히 네가 내 방송을 볼 수 있겠지?
보고 싶을 거야, 블루키. 이 방송이 끝나고 꼭 너에게 찾아갈게. 찾아가서 그간 있던 일에 사과하고, 너를……. 너를 내 방송의 특별 게스트로 초대할게! 스포트라이트랑, 꽃가루랑 잔뜩 뿌려줄테니까. 그리고 네가 만든 음악도 방송 내내 틀어줄 거야. 정말……. 정말 기대된다. 얼른 그날이 오면 좋겠어.
그럼 블루키, 난 이만 방송 시작하러 가볼게. 얼마나 많은 시청자들이 날 봐줄까 너무 두근거려. 그럼 잘 있어! 화면으로 봐줘!
Your best buddy, Happstablook
※P. S
블루키 넌 내가 보낸 편지는 전부 쓰레기통에 박아 놓는 거 아니까 내 호텔 이름으로 보냈어! 내 새로운 이름이야, 메타톤. 하지만 블루키 너는 날 햅스타라고 불러주면 좋겠어. 그 이름은……. 내가 끔찍한 일들을 할 때의 이름이기도 하거든. 어쨌든 사과의 표시로 우리 호텔 숙박권이랑 글램버거 쿠폰 10장을 보낼게. 블루키를 제일 사랑하는 햅스타 씀!
유령은 천천히 편지를 읽었다. 천천히, 또 천천히. 맨 끝까지 눈이 향하고, 마지막의 당구장 표시부터 느낌표까지 전부 읽었을 때 편지지는 일말의 여백도 남겨두지 않은 채 꽉 채워져 있었다. 호텔에서나 무료로 나눠줄 것 같은 싸구려 펜으로 적힌 글씨는 시간에 쫓긴 건지 뒤로 갈 수록 거의 흘림체로 적혀 있었다. 꾹꾹 잉크가 번지도록 눌러 쓴 마지막의 글씨를 유령은 다시 몇 번 읽었다.
구석에 켜져 있는 TV 화면은 몇 번이나 시끄럽게 소리를 재반복한다. 화면 위쪽에 '하이라이트 영상'이 흰 글씨로 작게 쓰여 있었고, 방금 전에 끝난 방송을 리플레이하는 것인지 시청률은 서서히 떨어지고 있었다. 폭발음이, 몇 번 다시 울렸다. 화면엔 눈이 아프도록 붉은 화염이 솟아오른다. 검은 유령은 느리게 TV를 향해 고개를 돌렸고, 다시, 또 다시, ─아마 방금 전까지만 해도 살아 있었을, 제게 편지를 쓴 자의 몸이 폭발하는 것을 보았다. 음질이 좋지 않은 스피커에서 욕설과 동시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오…………. 바보같아."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냅스타블룩은 비아냥거린다.
"정말…… 시간낭비였어. 이걸 보는 건 멍청이같은 짓이었어……."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냅스타블룩은 천천히 편지를 구깃하게 구겼다. 할인권의 메타톤 얼굴이 찌부러진다. 한참이나 부스럭거리는 종이뭉치를 바라보고 있었을까, 다 녹아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을 휴지 덩어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치이익 거리는 소리를 내며 나무 바닥이 조금씩, 작은 구멍을 내며 녹아내리기 시작한다. 곧 TV 화면은 회색 노이즈를 송파하기 시작했고, 낯선 적막은 급작스레 바닥에 깔린다. 홀로 남은 유령은 이제 제 집을 찾아올 이는 없을 거란 생각을 했고, 잠시 초인종이 울리는 듯한 환청을 들었다.
하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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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톤 전개 대충 예상했지만 역시 슬펐다 시ㅏㅠㅏ 우리 네타톤누님...........
원래는 편지 읽어보지도 않고 버리게 하려고 했는데 다른 연성들에서 네가블루키가 아주 씨앙놈으로 나오길래 좀 후회하는 전개로 써봤음
네타톤 아껴요 네타톤
마음이 아프다 <같이 머페-시 애끼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