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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할 말 없음. 쪄온거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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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윽..끅..끅.."


"어..저기, 이제 그만하는 게 어때?"


"흐윽..흐윽..끅..팝..미안해...팝.."


"heh, 정말이지 "골"때리는 뼈다귀구만. 역시 "골"로 보내놨어야 했어."


"샌즈."


"끅, 끅, 끅...팝..파압.."


대체 몸에 얼마만큼의 수분을 저장하고 있는건지, 아까 그렇게 땀을 쏟아놓고도 파피루스의 스카프로 보이는 것은 이미 흥건히 젖었고, 눈물은 바닥을 채워가고 있었다.

방의 카펫이 점점 눈물에 젖어 물들어갔다. 눈물에 들어있는 소금때문인지 짠내가 진동한다.

몇 시간째 이 지랄이다. 여기서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빨리 원래 시간선으로 돌아가 파피루스와 다른 괴물들, 그리고 인간들이 무사한지 알아내야한다.

꼬맹이의 말을 못 믿는건 아니지만, 솔직히 살려냈다는 말만 듣고는 실감이 되지 않았다.

꼬맹이는 지쳤다는 듯 말을 걸었다.


"음..저기.."


"알고 있어, 인간."


드디어 울음을 그쳤는지, 녀석은 여전히 눈물젖은 목소리로 말한다.


"제발, 이 세계를 어떻게좀 해줘, 나, 나, 나는...으으.."


"..."


녀석은 아까의 그 거만한 태도는 대체 어디로 간 건지, 그렇게 쏟아냈으면서도 또 눈물을 쏟아내며 꼬맹이에게 애원했다.

꼬맹이는, 그 표정을 보곤 의지에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

이 꼬맹이의 의지는 대체 어디서 샘솟는건지 궁금하다. 쓰고싶을 때 그저 꺼내 쓰는 것 같다. 마치ㅡ

어디에다 간직해두고 다니는 것 처럼.


"알았어. 걱정하지 마. 울지도 마. 내가, 네 죄악을 받아들일게."


그 새끼의 그런 무책임한 말을, 너무나도 쉽게 받아들이곤, 꼬맹이는 <의지>로 불타올랐다.

그리곤 말을 잇는다.


"일단, 나가서 시작할까?"




###


*너, 정말 제정신이야?


"어..왜..?"


*그야, 바로 어제 의지의 힘을 썼잖아.


"어..그런데..?"


*잘 들어, 네 <의지>는 네 상상을 초월한 만큼 아득히 무궁무진한 힘이야.


"...알고 있어."


*그 강대한 힘이, 아무런 부작용도 동반하지 않을 것 같아?


"..?"


*그걸 오늘 또ㅡ 거기다 지금처럼 그렇게 억지로 쓰면, 무슨 안좋은 일 생길거란 생각 안드냐? 알피스가 그렇게 만화를 보여줬는데도 모르겠어?"


"어..그다지 힘들지 않았어서 잘 모르겠는데..?"


*잘 들어, 오늘은 절대 쓰지마. 난 경고했다. 오늘은 절대 쓰지마.


"안 돼, 난 이미 결정했어."


*야, 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니 알 것도 같지만, 아무튼 엄청나게 안좋은 일이 일어날 거란 건 알아. 제발. 야. 이번엔 내 말좀 들어.


"안 돼,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에는 써야해. 시간이 없어. 미안해, 차라."


*왜 굳이 지금이야, 제발. 좀 휴식을 취하고.. 야, 잠깐만. 안돼, 야, 기다려!


###



*


..? 꼬맹이의 상태가 이상하다.

갑자기 머리를 부여잡고 미친 것처럼 비명을 지르더니 저 상태로 웅크리고는, 아까부터 가만히 있다.

나와 이 세계의 나는 갑작스러운 꼬맹이의 증상에 심각하게 당황했다.


"어..어이..인간..무슨..일이라도.."


"꼬..꼬맹이,.무슨 일이라도 있는거야?"


"크윽..젠장..프리스크 이 망할년이.."


..?무슨 소리지? 아까의 그 상냥한 목소리는 어디로 가고, 짜증이 한껏 섞인 말이 흘러나왔다.

이 세계의 나는 땀을 억수같이 흘리며, 왜 쟤가 나온거야...같은 혼잣말을 계속했다.

꼬맹이는 벌떡 일어서더니, 갑자기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눈을 뜬 상태로.

두 눈은, 마치 피를 칠한듯 새빨간 붉은색으로 빛났다.


"야, 뼈다귀, 이 상태로 오래는 못 있어. 하지만, 제발 내 부탁좀 들어줘."


뭐..뭐지..? 아예 다른 사람인가?


"k..kid..? 무슨.. 넌...?"


"아오 X발!!!! 설명할 시간 없어. 그냥 미친 귀신이 니 여친한테 들러붙은거라 생각해."


!!!

잠깐만, 지금 거기서 얼굴이 달아오를 게 아니잖아..!


"아무튼, 제발, 내 부탁좀 들어줘."


"어..그..그ㄹ.."


"이 망할년이 힘을 쓰게 해서는 안돼."


"..?무슨..?"


"아, 설명할 시간 없다고! 아무튼 이 년은 지금 엄청나게 위험한 상태거든? 자칫하면...."


그리곤 말끝을 흐린다. 대체 무슨..?


"아, 야, 알았어, 네 몸 돌려줄테니까. 아무튼 이년이 절대 힘을 막 쓰게해선 안돼, 알았냐, 뼈다귀?"


"자..잠깐..기다.."


"샌즈, 못들은 걸로 해줘."


뭐야, 왜 또 갑자기 꼬맹이 목소리야..? 눈 색깔은 꼬맹이의 오드아이로 돌아와 있었다.

이 영문모를 상황에 나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힘을 쓴다니, 대체 무슨, 설마 <세계를 되돌리는 힘>말인가?


"그럼, 시작할게."


꼬맹이는 열 걸음정도 달려 나와 거리를 벌리더니, 이내 갑자기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뭔진 모르겠지만 이 상황이 심각하다는 건 안다. 내 옆의 무능한 녀석은 뭘 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땀을 질질 흘리며 꼬맹이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일단 꼬맹이의 행동을 멈추려 꼬맹이에게 접근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의식>은 시작되고 있었다.

내가 미처 다가가기도 전에, 꼬맹이의 <의지>는 점점 뿜어져 나왔다.

꼬맹이의 주변으로 붉은 빛이 감돌더니, 이내, 무언가로 형상화되었다.

그건ㅡ

ㅡ꽃..?

한 송이의 꽃이었다.

꽃은 그 벌겋게 빛나는 꽃잎을 점점 키워나가고 있었다.

처음 보는 이 상황에, 나는 넋을 놓고 그것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 "꽃"은, 꼬맹이와 꼭 닮아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역시..대단해..."


옆에서 이 시간선의 내가 중얼거렸다.

역시라니, 이전에도 한번 봤다는 뜻인가?

그것에 신경 쓸 겨를 없이, 순식간에 커질대로 커진 <꽃>은 하늘을 가득 메웠다.

그리곤, 일제히, 터졌다.

꽃잎 하나하나가 아주 작은 꽃잎들이 되어, 온 천지, 아니, 이 지구상에 퍼져나가고 있었다.

그 꽃잎들은, 마치 세상을 덮는 듯이 땅에 내려앉아, 생명을 싹틔우고 있었다.

그 증거로, 마을에 흩뿌려진 먼지들이 각각 한 개체들이 되어, 원래의 형태로 변해가고 있었으니까.

몬스터 키드, 그릴비, 도가미, 도가레사 등등.. 그리고 마지막으로 파피루스.

그렇게 생명은, 다시금 피어나고 있었다.

나는, 이 웅장한 상황에 몸서리가 처졌다.

하지만 옆의 그 녀석은 뭔가 다른 낌새를 눈치챘나보다. 녀석은 그 전처럼 생각을 생각으로 간직하지 못하는 것 처럼, "아니야... 뭔가 달라.. 대체 무슨 일이지..?"라고 중얼거렸다.

대체 저건 무슨 소리인가, 이전과는 다른 현상이라는 건가?

그렇다면 전에는 대체 어떤 짓을 했길래..?

나는 넋이 나가 꼬맹이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뭔가 상태가 이상했다.

꼬맹이는 꽃잎으로 다시 피어나는 각 꽃잎이 흩날려갈 때 마다, 몸을 점점 떨고 있었다.

이윽고, 그 짧고 아름다운 현상은 끝을 맺었다.

마지막 남은 꽃잎이 흩날리자, 꼬맹이는 연신 몸을 떨더니, 이내ㅡ

쓰러지고 말았다.


"꼬맹이!"

몸이 반사적으로 그녀를 향한다. 제길, 무슨 일이 일어나는거야?

나는 쓰러진 몸을 업어 안기 위해 몸을 들려고 했다. 그러나ㅡ


"잠깐, 너.. 몸이..왜.."


프리스크의 몸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점점 혈색이 창백해져 간다.

프리스크는, 새파래진 입술을 천근만근 움직여, 내게 집중하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도..와..줘.."


그리곤ㅡ

숨을 멈추었다.

철렁, 가슴이 내려앉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뭐야, 대체 무슨 일이야..!

대체 이건..?


"젠장,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거야..!"


그 말을 함과 동시에, 옆에서 뭔가 화를 내는 소리가 들렸다.


"젠장, 젠장, 제기랄! X발!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서! 왜!"

그건, 아까 그 짜증으로 가득했던 목소리였다.

목소리가 들리는 쪽을 바라보니, 웬 소녀가 발을 동동 구르며 화를 내고 있었다.

머리카락을 마구 헝클어뜨리며, 소녀는 계속해서 발을 구른다.

생긴 것은 프리스크와 매우 비슷했다. 피부가 조금 하얗고, 푸른색 대신 초록색 줄무늬 옷을 입은 것만 빼면.

그리고, 아까 급변했던 꼬맹이처럼 시뻘건 두 눈을 빛내는 것만 빼면.

소녀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는지, 내쪽으로 씩씩거리며 내게 다가왔다.

아니ㅡ 내가 아니었다. 그녀는 "이 세계선의 나"에게 미친듯이 뛰어갔다.

그리곤, 멱살을 잡아올린다. 팔이 그렇게 가녀린데도 굉장한 완력이었다.


"큭...잠깐..."


고통스러워하는 녀석을 무시한 채, 소녀는 계속해서 말을 잇는다.


"야, X발새끼야. 너 지금 시공간통로 열 수 있지?"


"큭..그렇기야..잠깐만..넌..누구..."


"닥쳐! 시간 없어, 저것들이 깨어나기 전에 여길 빨리 나가야만 해..!"


"아..알겠으니까..이걸..쿨럭.."


"제기랄!"

녀석을 팽개치곤, 나를 노려본다.


"야! 지금 상황 급박한거 안보여?! 빨리 그년 데리고 이리로 튀어와! 뒤질지도 모른다고!"


나는, 소녀의 급박하면서도 절망적인 말투에서부터 알 수 있다.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나는 눈처럼 차가운 프리스크를 안아들곤 빨리 그녀에게로 향했다.


"야, 빨리 열어, 제발! 지체하면 우린 다 뒤진다고!"


"알았..큭..자..내 손을 잡아.."


그말하기가 무섭게 프리스크와 내 팔을 한번에 휘어잡은 그녀는, 녀석의 손을 잡고 절규하듯 외쳤다.


"빨리!"


그때였다.

주변에서, 무언가 붉게 빛나는 것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사각, 사각, 얼어붙은 눈밭이 밟히는 소리가 났다.

몬스터 키드, 도가미, 도가레사, 그리고, 파피루스... 모두 아까 살아난 괴물들이었다.


"제발, 빨리, 빨리!!!"


그들이, 미친듯한 속도로 우리를 덮쳐오고 있었다.

카드득, 카드득, 카드득. 점점 얼어버린 싸락눈이 깨지는 소리가 커져왔다.

바로 눈앞에 있었다.

그들은, 마치 인간들의 만화에서만 보았던

ㅡ 좀비... 같았다.

그들은 침을 질질 흘리며 우리에게 미친듯이 뛰어왔다. 코 앞까지 당도하고도 그들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들의 눈은, <생존을 위한 의지>로 가득했다.

몸에는 왠지 모를 붉은 가시들이 여기저기 자라나 있었고, 손이 있어야할 부분에는 갈기같은 것이ㅡ

아니, 아니었다.

그것은..발톱..?

녀석들은 미친듯이 뛰어왔다.

마치 수 주간 굶은 거지가, 익혀진 고깃덩이를 보고 뛰어가는것처럼,

있었는지도 모를 피처럼 시뻘건 타액을 입에서 질질 흘려가며, 왔던 길에 발자국과 함께 그들의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안돼, 제발, 야, X발새끼야!!!"


공포와 당황으로 가득 찬 목소리.

나는 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그저 질겁해 가만히 덮쳐오는 그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거의 다 왔다ㅡ그 생각이 들자, 그들의 날카로운 <발톱>이 덮쳐온다..!

날카로운 그것이 눈앞을 할퀴는 순간 ㅡ


촤악ㅡ 허공이 베이는 소리가 들렸다.





*


헉..헉..겨우..살았나..젠장..역시 골이 울리는군..

여긴 또 어디지, 아. 냄새를 보아하니 원래 시간선의 우리집 거실인가.

또다른 나는..어디있지?

찾으려고 하자마자, 바로 옆에 쓰러져 있는 녀석이 보인다. 아무래도 1이라는 LOVE수치로, 너무 많이 시공간지름길을 열어 탈진한 것 같다.

상황을 파악하자마자 옆에서 짜증이 가득하다못해 넘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째서인지 몸 여기저기가 살짝 그을린 흉터로 가득했다. 아까는 보이지 않았던 것 같은데..


"젠장, 젠장, 젠장!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까지 번져버린거야! 이 미친년이 진짜!"


그녀는 여전히 분노에 휩싸인 듯 바닥을 쿵쿵 내리찼다.

그러고보니 프리스크, 프리스크는..?


"야, 그 썅년은 내가 니 침대에 고이 모셔놓았단다. 아오, 그 고철덩어리같은 것들, 다시 고쳐놓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냐? 건들 생각도 하지 마라."


"헤에..고맙.."


잠깐, 내가 그런 말을 했던가?

그러보고니 저 아이는 누구지? 마치 내 생각을 읽는 것처럼..


"그래, 맞아. 난 생각을 읽을 수 있어. 물론 이것도 죽은 뒤에 발현된 <의지>의 매우 작은 부분 몇개중 하나지만."


뭐..무슨..너는..누구..


"후..씨발..그래..일단 진정하자..그것부터 설명해야겠지, 너한테는.. 일이 이지경이 되어버렸으니 일단 나랑 그년 설명부터 할게."


호칭이 저런 것을 보니, 꼬맹이와 대단히 잘 알고 있는 사이인 듯 하다.


"그래, 누군진 모르지만 대단히 머리가 좋군, kid. 꼬맹이와는 딴판이야."


"하? 그년은 멍청한 게 아니야. 아마, 그래. 전직 과학자였다는 너보다도 더 대가리가 잘 돌아갈걸?

단지 <의지>의 부작용을 나처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을 뿐이지. 그런 의미에서 그년이랑 너보다는 내가 더 똑똑해. 이 멍청한 뼈다귀야."


...그런 것도 읽을 수 있는건가.

과거를 들킨 것 같아 기분이 조금 상했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어차피 옛날에 끝난 일이고, 지금 저 아이가 먼저 말하지 않았다면 기억조차 못해냈을 일이다.


"그래, 잘 아네. 이미 프리스크는...아오 X발!!"


그녀는 다시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적갈색 카펫에 발을 구른다.


"아무튼 먼저 설명부터 하지, 나는 차라. 이 지하세계에 처음 떨어졌던 인간이야."


차라..라고..?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그래, 아마 네놈들의 극비 연구기록중에 하나쯤에는 내 이름이 써져 있겠지. 아오..X발..가스터 그 X새끼가.."


가스터..? 그를 알고 있는건가?


"아무튼, 나는 내 계획이 실패한 이후, 니새끼 연구의 최고 책임자라는 그 X같은 새끼의 실험으로 영혼을 붙잡혀 의지를 오지게 추출당했지. 근데 그 또라이새끼가 알아서 시공간에 몸을 꼬라박더니, 몸이 갈갈이 찢어져 버렸어. 정말이지, 또라이들의 정신세계는 이해할 수가 없다니까. 그런 의미에서 니 여친도 똑같아."


자꾸 중요한 얘기보단 뒤의 이상한 단어가 더 신경쓰인다. 으으.. 너 아니라고..


"그래, 너 좀 귀엽네. 프리스크가 반할만 하겠어."


..................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진다.

나는 그것을 잊고, 일단은 상황에 집중해지기로 했다.

녀석도 내 생각을 읽은 듯 이야기를 계속했다.


"아무튼, 그렇게 이 지하를 영혼상태로 돌아다니다가, 이년이 떨어지는 것을 봤어. 어째선지 X나게 강대한 마력을 몸에 품고 말이야."


더 이상 생각할 겨를도 없다. 나는 그녀의 이야기에 집중하기로 했다.


"어후, 이제야 속이 다 뚫리는 것 같다. 너랑은 조금 얘기가 통하네. 그래, 그 강대한 마력의 진원지는, 이년이 떨어지면서 깨버린 <괴물 봉인의 결계>로부터 이년에게 흡수된 거였어."


..?


"내말은, 그 낭떠러지에 쳐져 있던 결계를 말하는거야, 왕성의 결계가 아니라. 우매한 너희들이 그곳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면, 굳이 프리스크를 수천번동안 쳐죽이지 않았어도아무렇지도 않게 지상을 들락날락 할 수 있었겠지."


..


"나는 그년이 떨어지는 것을 막아내지 못했어. 결국 그년의 대가리,몸통,발끝,심지어 발톱까지, 모든 게 산산조각나버렸고, 엄청난 피가 그 주변의 "시체꽃"을 피워냈지. 어찌나 많이 쳐먹던지 그전엔 새싹상태였던 딱딱한 것들이 말랑말랑한 꽃이 될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어느정도 마법을 알고있던 나는 그년이 죽을 때, 마력과 그년의 능력 <의지>만큼은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을 봤어. 그래서, 만들어줬지. 그년의 몸을 본딴 마법 육체를. 물론 만들어주는 값으로 내 몸도 만들었지만. 영혼상태로 작업하는게 영 쉬운 일이 아니더라. 며칠이 걸렸어." 


...뭔가 갑자기 상황이 급전개가 되는 느낌이지만, 알아들었기에 나는 아무런 지적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육체를 만들었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그걸 말할 수 있는건가?

그렇다면 이 소녀는 연성마법에 대해서 꽤나 구체적으로 학습한 모양이다. 확실히 보통 인간은 아니군.


"시끄러워! 닥치지 못해!"


...?왜..?

뭐..상황 설명중인데 잡생각이 자꾸 들려 기분이 상한 듯 하다. 생각을 조금 삼가도록 하자.


"아무튼, 마법 육체를 만들어 놓자, 그 <의지>는 갑자기 요동쳤어. 그리곤, 나의 <의지의 일부>와 함께 나와 그년을 집어삼켜 버렸지."


...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떠보니, 나는 그년의 정신세계에 붙잡혀버렸다는 걸 알 수 있었어. 확실히 내 능력도 <의지>의 일부였으니, 그 능력또한 <의지>에 속박되어 버린거야."


...


"여기까지 말했으면 알겠지만, 그년은 나처럼 일부가 아닌, <완전한 의지>의 소유자였어. 일부만 가진 나도 그 좆같은 인간들한테 배척당했는데, 얘는 완전한 능력이니 오죽하겠어? 나는 그 아이의 기억을 보곤, 생각했어. 나와 똑같구나."


소녀는 호칭을 갑자기 바꾸고는 계속해서 말했다.

그렇다는 말은, 꼬맹이도 내 생각을 읽을 수 있었던 건가?


"그건 아니야. 내가 말했지, 내 능력이 <의지의 일부>라고. 녀석의 무수한 능력들 중 하나인 <의지 염탐>은 내 소유로 돌아갔어. 그 아이는 네 생각을 모를테니 걱정 마."


마치 게임 기술 이름처럼 능력을 읊더니, 소녀는 내 생각을 읽고는 대답했다.

그것에 익숙해진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야, 근데 이 급박한 상황에 그게 걱정이 되냐..? 이 소아성애자 뼈다귀새끼야."


...정곡을 찔린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줄곧 녀석에게 이 지하를 설명해 주고, 그녀를 여기까지 이끌었지. 줄곧 함께.나와 이년에 대한 설명은 여기서 끝이야. 아, 이 년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그 전에 들었을 거라 생각해. 기억하고 있다면,이 전제로 붙기는 한다만."


다시 호칭을 바꾸곤 소녀는 마침표를 찍었다.

..그러니까, 이 소녀는 인간세계에 떨어진 첫 번째 아이고, 지금까지 꼬맹이를 이끌어왔다는 건가..?


"그래, 요점만 잘 들었네. 맞아."


나는 생각을 거치지 않고 바로 말했다.


"더더욱 뒤의 상황이 듣고 싶어지는데, 왜 프리스크가 지금 저런 상태에 있는거지?"


"..그건 일단 음.. 네 클론이라고 해야할까? 바닥에 노숙자마냥 널부러져있는 저새끼가 일어나면 계속하자고. 물론 급박한 상황이긴 하지만, 난 저새끼에게 죽빵을 갈구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을 것 같아. 어차피 지금 네놈의 방에서 쳐누워계신 그 개년이 저새끼에게 준 의지가 있으니까, 한방으론 안 뒤지겠지."


확실히 녀석은 아직까지도 기절한 듯, 동공이 꺼져있었다. 언제 일어날 생각인걸까,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시간이 꽤 많이 지난 것 같은데, 저대로 계속 있다간 저 아이에게 강제로 기상협박을 받을 것이다.

...나는 꼬맹이의 힘 못지 않게 이 소녀도 무서울 것이라는 예상을 들키지 않도록 애썼다.


"다 들린다, 이 "골"때리는 새끼야."


...헤..


"아니, 잠깐."


..? 소녀는 갑자기 성큼성큼 걷더니, 정말 대(大)자로 누워있는 녀석의 앞까지 당도했다.

그 순간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녀석에게서 식은땀이 흘렀다.


퍼억 ㅡ

뼈다귀에 그 작지만 강한 신발이 가차없이 내리꽂힌다.


"커헉..!"


...!무..무슨..?


"어이, 파오후 아재 해골, 일어났으면 제대로 쳐 일어나셔야죠. 어딜 엿들어, 뒤지고싶냐?"


...그랬던건가.

확실히 소녀는 생각을 읽을 수 있다. 녀석이 일어났는지 아닌지쯤은 눈감고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소녀는 소름끼치는 얼굴을 하더니, 찬연히 붉게 빛나는 두 눈을 더 불태우며 녀석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그리고는 대자로 널부러져있는 녀석의 위에 앉고는 녀석의 갈비뼈와 두개골을 연신 주먹으로 강타했다.

그 자세는, 언다인이 전에 말했던 것 같은 격투기 기술중에서 하나와 흡사했다.


퍼억, 퍼억, 퍼억, 빠악, 빠악, 빠악..


...아무튼, 저 파워로 한 쪽이라도 한번만 더 쳤다간 뼈에 금이 갈 것 같았다. 그걸 아는지 소녀는 주먹질을 멈추었다.


"큭. 커억, 자..잠깐..."


"뭘 잠깐이에요 아저씨. 잠깐이라고 할 힘이 있었으면 일어나셨어야죠, 안 그래요?"


소녀는 주먹을 쓸 수 없게 되자 갑자기 일어나더니, 조금 더 아래에 앉아 녀석의 다리를 봉인했다.

그리곤 손을 오므려 골반쪽으로 가져가고는ㅡ


따악,


"커어어어억..!"

...


"오호, 인간만 그런 건줄 알았는데, 남자새끼들은 다 약점이 똑같나봐?"


더더욱 소름끼치는 웃음이 아이의 얼굴에 떠올랐다.

녀석은 연신 그..해골의 소중한 작은 뼈다귀를 손가락으로 강타했다.

보는 내가 다 아플 지경이었다. 나는 고개를 돌리기로 했다.

뒤쪽에서 녀석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크아아아아악!! 하으윽...!"


"뭘 또 느껴, X신같은 놈아. 야, 내가 분명 니새끼들한테 저 X같은 의지 쓰게 하지 말라고 했냐, 안했냐?"


그러고보니 그랬던 것 같기도..하네..

그렇다는 말은, 나도 저걸 당해야 한다는건가..?

내 말에 대답하듯, 소녀는 말을 이었다.


"야, 저 뼈다귀새끼는 그년이 제대로 의지 쓰는걸 처음 봤다곤 해도, 니는 예전에 이미 한번 그 좆같은 파란눈으로 쳐다봤으면서, 어? 막기는 커녕 질질 땀이나 흘리고 앉았냐?"


"크으윽..나..나도..잘..못봤.."


퍼억, 이번엔 주먹이 꽂힌다.


"끄아아아아아악!!!"


"어딜 말대꾸야, 뒤지고싶냐? 어?"


...정말이지 무섭군..

나는 저 녀석이 고통받는 것을 최대한 무시하기 위해 방을 둘러보았다.

아아.. 이 집에 있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 일이었어.

나는 저녀석 시간대의 미칠 듯이 휘몰아치는 눈보라를 기억해내곤, 안도감에 젖는다.

그래, 이미 지나간 일이지. 그 눈보라에 더 이상 고통받지 않아도 돼.. 그 점퍼도..

잠깐, 점퍼라고?


"..!!"


꼬맹이와 있던 일이 기억난다.

얼굴이 점차 달아오르는 것을 느낀다. 제..젠장..닥쳐..이 소아성애골..

고개를 젓고는, 이 집을 최대한 느끼기 위해 방 곳곳을 돌아다닌다.

아.. 이젠 희미해져버린 스파게티 냄새..

생각보다 다채로워 놀랐던 냉장고..

너무 높아서 쓰지도 못하는 싱크대..

아아..그래.. 내 집이었던 거야.. 누구도 아닌.. 나와 꼬맹ㅇ...닥쳐라 이 로리콘 해골.

그러고보니 꼬맹이는 지금 상태가 어떨까. 혹시나 진전을 보이지는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꼬맹이가 누워있는 내 방에 가보기로 결심했다.

저벅,저벅,저벅.

양말과 슬리퍼로 덧씌워진 뼈다귀뿐인 발이 바닥에 계속해서 부딪힌다.

그러고보니 저 아이가 건드리지도 말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렇다면 가까이 가지는 말아야겠군. 나는 다짐했다.

그리고, 기묘한 색깔이 뿜어져나오는 내 방문을 열었다.


철컥,


너무나도 손쉽게 열려버린 문에서 붉은 빛이 갑자기 새어나온다.

그 빛은, 마치 길처럼 어딘가로 이어져 있었다.

무..무슨..? 잠깐, 지금 시공간을 이 붉은 것으로 연결해 놓은건가?

그것은 그저 붉은 것이 아니라, 시뻘건 <의지>였다. 느낌이 다른 것으로 보아, 저 아이가 만들어 놓은 길인 것 같다.


"...헤에..대단한걸.."


나는 그 길을 따라 꼬맹이가 있는 내 방으로 걸어갔다.

얼마 가지 않아 내 방이 보였다. 그러나, 뭔가 다른 점이 보였다.

마치 장막처럼 내 방을 감싼 연하게 붉은 그것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저것도 의지인가?"


그런 것 같았다.

나는 무슨 일이 있지는 않을까 걱정되어 가까이 가보았다.

연한 붉은 장막 너머로 뭔가 보인다.

그건..그건..

잠깐, 이게 뭐야..?

"꼬..꼬맹이..잠깐..무슨.."


꼬맹이는 내 침대에 누워있었다. 확실히 그랬다.

하지만, 등 뒤로 자라난...

...날개..?아니..덩굴..?그것도 아니면 촉수..?

촉수인지, 가시 덩굴인지, 날개인지 모를 것처럼 생긴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의지가 있는 것처럼 장막을 미친듯이 깨려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장막이 충분히 튼튼한건지,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다.

그것이 난동을 부릴 때마다, 꼬맹이는 고통스러운 듯 머리를 쥐어싸매고 몸을 떨고 있었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눈물도 흘리고 있을 것이다.


"...왜 건들지도 말라고 했는지 알 것 같군."


꼬맹이가 아니라, 장막을 건들 생각을 하지 말란 거였다.

나는 새삼 그 아이의 유능함에 감탄하며, 한편으론 꼬맹이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울고 있었다.

이 울보 꼬맹이, 왜 자꾸 우는 일밖에는 생기지 않는거야..

썩을..

나는 고통받고있는 꼬맹이를 보며, 굳게 다짐했다.


"조금만 기다려, kid. 곧 아프지 않게 해줄테니.."





*


방을 나오자, 여전히 극심한 아픔에 시달리는 녀석이 보였다. 아니.. 아니야..?

몇십분을 그 부분만 집중적으로 당했을까, 녀석은 고통에 익숙해진 듯, 이젠 그것에 얼굴까지 파랗게 질리고 있었다.

..예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이 미친놈이..

그걸 드디어 알아챘는지 김샜다는 표정을 지은 소녀는, 다시 말을 잇는다.


"야, 이미 지나간 일이니까 이번 한번은 이렇게 넘어간다. 뭐, 일이 끝나면 두번 다시 볼 일 없겠지만. 다만, 이어지는 계획에서 네놈이 무슨 실수라도 한다면.."


그리곤, 음흉한 (붉은 것 같은)오오라가 등 뒤에서 날개처럼 퍼져나온다.


"끔찍한 시간을 보내게 될 거야, 알아듣겠냐?"


"하윽..읏..아..알았..."


"반말? 이게 뒤질려고, 저년이 시간을 되돌린 것만 따져도 수십년이거든? 지금 같아지고 싶은거냐?"


"네..."


녀석은 바로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왠지 표정에서 어딘가 행복해 보이는 것 같았지만, 모른 척 하자.

고개를 돌린 소녀는 내 속을 들여다본 듯 내게 말을 걸었다.


"...거길..갔다왔구만."


"상상 이상으로 끔찍한 사태가 벌어진 것 같군, 안 그래? 아무튼, 이제 설명해줄 때가 된 것 같아."


소녀는 내 말을 듣곤 한숨을 푹, 쉬더니 말을 잇는다.


"그래, 그럼. 시작하자. 저 <의지>에 대한 이야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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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또 쓸 수 있을지 몰라서 일단 올릴게.

짧은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리고 상황설명이 많이 부족한 것 같지만..

아무튼 이번편은 많이 짧네.

어떻게 쓸 수 있으면 9편은 좀 길게 쓸게.

그럼 언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