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분 보기


1화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368494

2화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369465

3화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371956



인물 설정


샌즈: 홀로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는 다크 히어로.

인간: 그저 흥미로 세상을 돌려보고 있는 인간의 탈을 쓴 악마.

플라위: 인간과 한패.







로그 82:

 

 

 

아스고어 드리무어 대왕. 괴물들의 지도자이다. 아스고어 대왕은 평소에는 수도인 새로운 집에서 결재 업무 등을 하다가, 인간이 내려오면 그의 영혼을 수거하여 관리하고 있다. 일곱의 영혼이 전부 모이면 그가 영혼을 흡수하고 그 힘으로 결계를 부술 것이다. 즉 대왕이 바로 영토 문제 및 결계 대책의 총책임자이다.

 

사실 일곱 영혼을 전부 모을 필요가 없었고, 하나만 있어도 결계를 뚫고 인간들이 사는 곳에 가서 나머지 영혼을 모아올 수 있었다. 인간은 그걸 일부만 아는 사실이라고 착각한 모양이지만 사실 과거의 기록을 잘 들여다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대외적으로 전쟁 명분으로 지목되었던 아스리엘 피살 사건에서도 그 사실을 증명할 증거가 있으니까. 나의 경우는 가스터 박사의 연구를 통해 알긴 했지만, 아무튼 간에 아스고어 대왕은 일부러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는 결론이 되는 것이다. 물론 주의력이 깊지 않은 국민들 사이에선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왜 그랬는가 하면 사실 나도 아스고어 대왕에게 한 번도 여쭈어 본 적이 없기에 모른다. 그저 아스고어 대왕이 전쟁을 최대한 피하고 싶었거나, 아니면 여러 모로 고려해야 할 경제 및 군사적 문제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지도자의 업무란 한두 가지 이유만으로 간단히 결정되는 문제가 아니니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었고 그걸 가지고 비난할 수도 없었다.

 

 

 

이러저러 해도, 아스고어 대왕은 이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보통 괴물이 되고 말았다. 세계를 뒤집어 결말을 수정하는 존재가 관측된 이상, 그 존재가 우리 편이 아닌 이상, 아스고어 대왕과 온 괴물들의 희망은 이루어질 수 없는 무가치한 것이 되고 마는 것이다. 모든 괴물을 죽이고, 그 결말을 뒤집고, 또 다시 죽이는 저 인두겁을 쓴 악마. 누군가가 자신의 알량한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몇 번이고 괴물들을 절망에 몰아넣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것은 차라리 모르는 게 나은 다시없을 지식독이었다.

 

처음 카운트하지 않은 몇 십번인가의 세계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나도 잘 모른다. 그것은 대체로 무지각의 영역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내가 로그 1로 명명한 첫 번째 '지각'은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악몽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 가능한 지름길을 모두 활용하여 최대한 많은 괴물을 죽인 뒤, 높은 LV 수치로 인간을 압도하는 전략. 이조차도 강제력은 전혀 갖지 못했다. 재개를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이고, 나는 그저 폭력적으로 앞길을 가로막는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것을 실행하는 것마저도 엄청난 도덕적 내상을 감수해야 했다. 나 역시 감정을 가진 무언가인 이상 살인이라는 행위가 아무렇지 않을 수는 없었다. 특히나 결과적으로 저 인간의 행위와 동질이라는 사실이 특히 날 괴롭게 했다.

 

언젠가부터 나는 그런 수없는 도덕적 내상을 견뎌내기 위해 버릇을 들였다.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내 형제의 이름을 부르며 마음을 다잡는 것. 나의 행동은 그를 '착하게' 만들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수 없었다. 내 형제의 그 정신은 나의 외로운 싸움의 유일한 등불이었다. 물론 진짜 내 형제는 나의 행동에 전면 반대했고, 무슨 일이 있어도 해를 끼쳐선 안 된다며 나를 뜯어 말렸다. 유감이지만, 그 때마다 나는 그를 '설득할' 필요가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그 형제의 이름을 의존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형제의 이름을 부르면 그가 나를 격려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형제의 이름을 부르며 그의 격려를 듣고 있으면 마음 한 구석이 치유되는 위안을 느꼈다. 나는 괴물과 인간들을 죽일 때마다 형제의 이름을 애타게 찾았다. 그것은 곧 저항할 수 없는 달콤한 유혹이 되었다. 비록 내 곁엔 아무도 없었지만, 그 이름을 부르며 누군가에게 나의 죄책감을 달래는 것으로 이 외로운 싸움을 계속해 나갔던 것이다.

 

 

 

살인을 77번 반복하면서, 나는 겨우 그 죄책감을 떨쳐낼 수 있었다. 눈 앞에서 희망이 명멸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수많은 회한과 자책을 견뎌야만 했지만, 인간은 포기하지 않았다. 아마도 내 감정이 무뎌지고 만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영겁의 싸움을 각오한 내가 조금이라도 죄책감을 떨쳐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야만 했다. 그러나 로그 78에서, 인간은 도덕의 바닥의 밑에 또 바닥이 있음을 나에게 뼈저리게 느끼게 했다.

 

그는 나의 또 다른 정신적 유대, 토리엘을 내 눈앞에 들이밀었다.

 

인간이 나에 대해 어떻게 말했는지 알 수 없지만, 토리엘은 과거에 내가 한 약속을 꺼내며 나를 정신적으로 압박했다. 그 때 내가 받은 상처의 크기는 차마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토리엘의 육체를 무력화시키는 것은 아스고어를 죽이는 것과 같은 정도의 난이도였다. 그러나 토리엘의 울부짖음, 인간에 대한 진실한 아가페, 외로운 자들의 의지로 이어진 깊은 유대를 꺾는 것은 내 형제의 이름조차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추악한 행동이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슬픔을 간신히 집어삼키고서, 세계의 재개가 닥치기 전에 나는 그녀를 죽이는 ‘연습’을 했다. 나는 그녀를 EXP로 보기 위해 노력했다. 인간에게 어떤 약점도 잡혀서는 안 되니까.

 

 

 

꽃에 대해 알아낸 것은 그 다음의 로그였다. 나는 맨 마지막으로 나의 형제를 ‘설득’하려 할 때 그 꽃과 마주쳤다. 무지각의 세계에서 몇 번 만난 듯한 어렴풋한 기억들이 떠올랐다. 내 형제는 그것을 ‘플라워리’라고 불렀지만, 플라워리는 이름 치고는 좀 허접했다. 꽃은 익숙한 듯이 내 형제와 즐겁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의 어렴풋한 기억들에 따르면 저 말하는 꽃은 항상 내 형제를 이용하여 재미를 보려는 수상한 것이었다. 나는 꽃을 죽이는 대신 꽃이 하는 말을 유심히 들었다.

 

꽃은 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지난 로그에서 내가 토리엘을 죽였다는 이야기, 그리고 이번 로그에서 모두를 죽이러 돌아다니고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내 형제는 영리하기에 그것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그 이야기에서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꽃은 이제 인간과 한패였으며, 인간이나 나와 마찬가지로 지난 로그의 일들도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그것은 지난 77번의 로그와는 달리 인간에게 새로운 ‘카드’가 생겼음을 의미했다. 그러나 저 꽃이 정말 인간 편인지, 단순히 제 멋에 겨워 남들을 험담하고 다니는 것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꽃을 죽이고 내 형제를 ‘설득’한 뒤, 나는 인간을 만나기 위해 스노딘의 오솔길로 향했다. 역시 인간은 나를 보자마자 그 꽃을 찾았다. ‘플라위’라는 이름이었고, 생각대로 플라위는 인간과 한패였다. 나는 플라위에 대해서는 모른 체 하고서 일부러 면전에서 인간을 탓해 보였다. 이 상황을 즐기고 있다는 것은 내 본심이 아니었다. 그저 인간에게 겁을 주기 위한 페이크일 뿐이었다. 인간은 이미 재개를 결심한 듯 별 저항이 없었고, 나는 손쉽게 인간을 죽였다.

 

그러나 인간의 영혼이 눈앞에서 부서지는 그 순간, 나는 그의 ‘카드’를 직감했다. 추측일 뿐이지만, 플라위는 인간도 괴물도 아닌 꽃이기에 인간과 괴물의 영혼을 둘 다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플라위가 흡수할 수 있는 괴물의 영혼, 바로 토리엘이 있었다. 만약 플라위가 그 둘의 영혼을 흡수하는 데 성공하고, 결계를 넘어가 버린다면? 플라위가 언제부터 인간과 한패가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지난 78개의 로그에서 나는 그 카드를 허용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 것이었다.

 

세계가 재개되기 전에 나는 뒤늦게 다시 토리엘을 죽이는 연습을 했다. 이번에는 토리엘이 눈치 채지 못하게 최대한 빨리 움직였다. 실수로 말을 꺼내 토리엘이 내 정체를 눈치 챈 듯한 낌새였지만, 아마도 빨리 죽였으니 슬프지 않게 갔을 것이다. 그와 동시에 나는 전략을 대대적으로 수정해야 했다.

 

 

 

80번째 로그부터 나는 토리엘을 최우선 타깃으로 했다. 토리엘이 인간과 만나지 않고 아무 것도 모른 채 최대한 편하게 가길 바라는 나의 마음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플라위에게 토리엘을 넘겨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나는 폐허의 문을 부수고, 전력을 다해 토리엘을 최대한 빨리 죽이고, 아직 LV가 턱없이 부족했고, 이 상태로 싸우면 이길 수 있다는 보장은 없었다. 하지만 플라위가 인간을 흡수하는 것만으로도 이 쪽에는 위협이므로, 가능하면 플라위나 인간도 죽이고 싶었다. 지나가는 괴물들로 LV를 쌓은 뒤 폐허의 저 끝에서 서로 대화하는 플라위와 인간을 공격했다.

 

그러나 나는 거기에서 그들이 가진 카드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을 떠벌려 버리는 실수를 저질렀다. 더 이상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을까? 지금도 나는 왜 그 실수를 저질렀는지, 나 자신을 알 수 없었다. 81번째 로그에선 눈치 채지 못했지만, 그들이 지난 로그의 일들을 전부 기억하는 이상 언젠가는 눈치 챌 일이었고, 지금 82번째 로그에서는 기어이 내가 도착하기 전에 이미 플라위가 인간의 영혼을 흡수한 뒤였다. 플라위는 정말 빨리 도망쳤다. 지름길에 통달한 나조차도 그 뒤를 쫓아갈 수는 없었다.

 

 

 

지금 나는 그들이 흡수할 수 있는 또 다른 영혼을 가진 괴물 아스고어 대왕을 죽이려고 전속력으로 지름길을 따라 달렸다. 아스고어 대왕은 업무가 끝났는지 기분 좋게 꽃에 물을 주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갑자기 화가 나기 시작했다. 나는 이렇게 수없는 상처를 입으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데, 괴물들의 희망을 짊어진 아스고어 대왕은 그저 꽃에 물을 주며 빈둥거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물론 그것이 부당한 비난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점점 솟구치는 감정을 통제할 수 없었다. 원래는 그냥 죽였는데. 나는 아스고어 대왕에게 블래스터를 발사했다.

 

콰-앙. 가차없는 섬광에 꽃들이 먼지처럼 흩어졌다. 아스고어 대왕은 불의의 기습을 받아 쓰러졌지만, 곧 일어나 내 쪽을 돌아보았다. 사실 블래스터는 그 자동화된 특성에도 불구하고 사용자의 기량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무기이기 때문에 힘없는 내가 뼈를 날려 공격하는 것과 위력이 동일했다. 단지 나의 능력으로 약점을 벌충하고 있을 뿐이었다.

 

“...샌즈? 자네가 왜...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는가? 반란이라도 일으킬 심산인가? 국정운영이 불만이라면 차라도 한 잔 하면서 대화로 해결하세.”

 

아스고어 대왕은 정말 천하태평이었다. 반란?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괴물들을 집어삼키는 무뢰한이 설치고 있는데, 왜 당신은 무능하게 여기서 이러고 있지?

 

“폐하, 정말 폐하는 아무 것도 모르시는군요!”

 

“뭘 말인가? 내가 놓친 어떤 서류라도 있나?”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182번째 장면 계속:

 

 

 

“늙은 왕이 생각보다 잘 싸우는데?”

 

생각보다라니, 플라위는 원래 아스고어 대왕을 못 이겼다. 언제나 내가 쓰러뜨리고 나서 마지막 공격을 챙겨가는 역할일 뿐이었다. 그리고 사실 아스고어 대왕이 ‘잘 싸우는’ 것도 아니었다. 샌즈는 여전히 모든 공격을 피하고 있었고, 아스고어 대왕은 그 수많은 공격을 버티고 있었다. 단지, 쓰러뜨리는 것이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플라위가 평가하기에 지금 내 영혼이 컨트롤하는 플라위의 몸은 확실히 비약적인 능력 상승을 이루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플라위의 몸이 아직 익숙치 않다. 플라위는 지난 100번의 장면에서 아스고어 대왕의 마무리를 확실히 하는 연습을 했지만, 이번에 아스고어 대왕의 마무리를 하는 것은 나다.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차라, 지금이야!”

 

아스고어 대왕이 쓰러졌다. 무언가 유언을 남기는 듯 했지만 이쪽에선 잘 들리지 않았다. 샌즈는 어딘가 언짢은 듯이 보였다. 곧 아스고어 대왕이 먼지로 변했고, 하트 모양의 영혼이 드러났다. 나는 줄기를 뻗어ㅡ

 

“체크메이트.”

 

줄기에 수많은 뼈다귀가 꽂혀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이런, 방심했다. 샌즈는 정말 빈틈이 없었다. 솔직히 ‘막타 치고 닌자’ 전략이 통할 것이라 생각했던 나와 플라위가 좀 안이했던 것이겠지만, 아무튼 이번 장면도 실패다. 다음 장면을 기약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팝, 화내서 미안해.”





------

샌즈에 대한 해설.

사실 1~3화까지는 그냥 쾌락살인마 정도로 생각하고 썼지만 좀 극적인 캐릭터로 만들기 위해서 캐릭터성을 바꿈.

내가 주목한 샌즈의 특성은 '자기합리화'. 키슈나 몰살 샌즈 12패턴인가에서도 드러나지만 샌즈는 좀 자기합리화를 하는 경향이 있음.

이걸 반영해서, 샌즈의 사상은 합리화를 통해 나름대로의 설득력을 갖지만 그 결과가 타인에게 미치광이처럼 보이는 인물이 됨.


서술에서도 샌즈는 자신의 행동을 최대한 미화하고 합리화하려고 노력함. 그것이 쌓여서 자신에게서 멀어져가는 것으로 보이게 됨.

갠적으론 1~3화의 플레이어 서술과 마찬가지로 내로남불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건 받아들이는 사람의 자유.

샌즈가 정의일 수도 있고, 둘 다 악일 수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