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377342 - Gaster. (가스터.)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382217 - What if Sans-es were (만약 샌즈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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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연구소에 출근하지 않는, 집에서 쉬는 날이었다.
가스터가 집에서 일하기 위해 마련해놓은 듯한, 집 한켠에 있는 개인 연구실에 가스터와 샌즈가 있었다.
연구실에는 기묘한 기계가 있었고, 샌즈와 가스터가 함께 그 기계에 저장되었던 정보를 출력한 뒤 분석하고 있었다.
* 샌즈, 광자 신호는 어때?
출력된 것은 일정 시간 동안 기록된 일련의 광자 신호였다. 여러 개의 배열이 한 번에 출력된 것으로 보아, 복수의 신호를 검출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광자 신호 기록을 보던 샌즈가 말했다.
* 이거, 시간이 꽤 됐는데도 동일한 패턴은 나올 기미가 안 보이네요.
* 그렇구먼. 뭐가 문제일까, 샌즈?
샌즈는 신호를 보며 골똘히 생각하더니 말했다.
* 우선, 무수한 시간선들 중에 우리는 극히 일부, 그것도 서로 위상적으로 가까운 것들만 관찰했잖아요. 표본 추출 문제 아닐까요?
* 하긴, 그것도 일리는 있군.
가스터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 아니면, 그냥 제 가설이 틀렸을 수도 있고 말이죠. 이렇게나 시간을 들였는데 동일 패턴이 나오지 않는다는 건...
* 하지만 샌즈, 결론을 내려면, 아무래도 네 가설은 옳다는 전제를 세워야 할 거 같은데 말이다.
샌즈는 보고 있던 기록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고개를 저었다.
* 유사한 패턴은 몇 번 나왔는데, 완전히 동일한 패턴까지는 안 나왔어요. 동일 패턴이라면 우연의 일치로 치부해버리기가 곤란하지만, 유사 패턴이라면, 우연의 일치 외에도 수많은 가능성이 생겨버리거든요.
* 그건 그렇지...
* 그러니까, '어떤 특정 시간선으로부터 갈라져나왔다'라고 특정을 지을 수는 없게 되는 거에요.
가스터는 샌즈가 내려놓은 기록을 다시 면밀히 살펴보다가 말했다.
* 표본 말고도 원인은 있을 거야. 그러면 다음엔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서로 위상차가 큰 시간선들을 추출해서...
* 음, 이미 많은 시간을 들였잖아요. 이 가설은 포기하고 다른 가설을 세워보면 어떨까요, 아버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샌즈가 말했다. 며칠 전부터 시간을 들여온 실험이었기에, 관찰 결과를 뒤집을 수 있을 것 같진 않았다.
* 아니야, 난 조금 더 연구해야겠다.
* 네?
샌즈는 의아해했다.
* 아무래도, 네 지금 가설만큼 평행한 시간선을 잘 설명할 수 있는 건 없을 것 같거든.
가스터는 잠시 뜸을 들이고 계속 말했다.
* 그리고, 왠지 고지가 코앞인 것 같아. 그러니까, 조금 더 매달려보마.
샌즈는 그 말에 책상 위의 기록을 보다가, 한쪽 눈을 찡긋 감아보이며 말했다.
* 헤, 역시 아버지야. 그러면, 전 새로운 가설을 생각하고 있을게요. 뭔가 진척이 있으면 서로 말하기로 하죠.
* 그래, 그러면 난 워터폴로 가봐야겠다.
가스터는 방을 나오며 말했다.
* 알피스 만나러 가시는 거에요?
* 혹시 기계의 문제일 수도 있으니까, 자문을 구해보려고. 그 애가 기계 쪽으론 나보다 더한 전문가니까 말이야. 샌즈, 그럼 쉬고 있어라.
샌즈는 나가는 가스터를 보며 중얼거렸다.
* 헤, 그 코어까지 설계하신 분이 말이야, 뭘 하러...
...
* 팝, 오늘은 일 없어?
샌즈가 오늘따라 한가로이 소파에 앉아 쉬고 있는 파피루스에게 물었다.
* 엉. 오늘은 퍼즐 오작동이 없나보네.
* 하긴, 한동안 열심히 고치고 다녔지, 너?
* 그렇다면 이 위대한 파피루스의 퍼즐 손보는 솜씨가 쿨하단 말이 되는군! 녜헤헤헤!
파피루스가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며, 큰 목소리로 웃었다.
* 파피루스, 기념으로 뭔가 하려는 건 아니지?
파피루스가 바라보고 있는 곳이 부엌 쪽인 것을 눈치챈 샌즈가 파피루스의 표정을 보며 물었다.
* 당연한 거 아니야? 이럴 땐 '위대한 휴일을 기념하는 스파게티'를 만들어야지!
샌즈는 윽, 예상이 맞았군, 이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이 되어, 능청스럽지만 약간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 그러지 말고, 스파게티 대신 '쿨한 휴일을 기념하는 외출'은 어때.
* 왜? 마침 점심 때잖아.
* 그러니까...
샌즈는 잠깐 시선을 돌리며 변명거리를 더 생각하다가, 파피루스에게 말했다.
* 너 퍼즐 손보고 다니느라 먼지 같은 거 많이 마셨을 거 아냐. 그러니까, 맑은 공기 좀 마시는 게 좋지 않겠어?
해골은 폐가 없으니, 먼지를 마셔도 상관은 없다. 샌즈의 변명은 꽤나 허술했다.
* 좋아! 그러면 어디 한적한 데 가서 앉아있지 뭐.
다행히도, 파피루스는 샌즈의 허술한 변명에 넘어갔다. 샌즈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나갈 채비를 했다.
...
다른 이들도 모두 집에서 휴일을 즐기는 모양인지, 공터는 꽤 한적했다.
파피루스는 골똘한 생각에 잠겨있는지 앞을 바라보며 앉아있었고, 샌즈는 눈을 감고 편한 자세로 드러누워있었다.
* 녜엑, 샌즈... 그렇게 아무 데서나 누워있어도 되는 거야?
파피루스가 떨떠름한 얼굴로 샌즈에게 말했다.
* 괜찮아. 이 자세를 하면 생각이 잘 나거든.
샌즈는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는, 슬쩍 주제를 돌렸다.
* 그건 그렇고, 오늘 날 참 좋지 않아? 나오길 잘 한 것 같네.
* 그렇네.
파피루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한참 동안 해골 형제는 아무 말도 없이 공터에 앉아있었다. 파피루스의 표정이 뭔가 고민하는 듯한 표정인 것을 읽은 샌즈가 물었다.
* 팝, 무슨 생각 해?
* 아니, 그냥... 실은 며칠 전부터 어떻게 고칠까 고민하고 있는 퍼즐이 있는데 말야.
샌즈는 잠시 뭔가 생각난 듯 조용히 있다가, 질문을 이어나갔다.
* 어떤 일인데?
* 그게... 고장이 좀 복잡하게 나서 말이야, 어떻게 고칠지 고민된단 말이지... 처음 보는 부분도 있고, 한 번 고쳐본 적 있는 것들이 얽혀있기도 하고...
파피루스는 일이 잘 안 풀리는 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샌즈는 파피루스에게 향했던 시선을 돌려 다시 위쪽을 쳐다보며 말했다.
* 그래서, 포기했어?
* 엥?
파피루스가 뭔 소리냐는 듯이 물었다.
* 그 퍼즐 말이야. 고치기 어렵다며?
* 아니? 지금도 고민하고 있지! 며칠 전부터 쭉.
파피루스의 대답에, 샌즈는 약간 의아한 듯이 말했다.
* 막히면 보통 포기하지 않아? 다른 길을 찾든, 손 떼든...
아마도, 샌즈는 아까 전 연구실에서의 일을 생각하는 듯했다. 근거가 좀처럼 나오지 않는 기존의 가설을 버려두고, 새로운 가설을 생각하려 한 일을.
* 뭐, 포기할 수도 있지! 정 힘들다면 말이야. 그럴 수 있지.
파피루스는 샌즈에게 동의하는 듯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 그런데 말이야, 샌즈. 정비공 일이라는 건 그렇게 쉽게 포기해야 하는 일이 아니야.
* 뭐, 정비공이랑 과학자는 꽤 다를 테니까. 그러면, 정비공은 어떤데?
파피루스는 그 질문에, 자신이 하는 일을 자랑스러워하는 투로 말했다.
* 안 풀리는 문제가 있다면 일단 풀어보려고 해야지! 기계는 고치다가 그만두면 일이 꼬여버릴뿐더러, 뒷맛도 찝찝하다구.
* 음.
그리고, 목청을 더 높이고, 웃음까지 섞어가며 말을 계속했다.
* 무엇보다, 지금의 날 위대하고 실력있는 정비공으로 만들어준 건 바로 그 점이란 말이지! 모두가 어려워하는 문제를 뚝심있게 풀어내는 위대한 퍼즐 정비공 파피루스 말이야! 녜헤헤!
샌즈는 파피루스로부터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살짝, 그리고 미묘하게 미소지은 채 말없이 동생의 말을 듣고 있었다.
* 그리고 말야, 손을 잠깐 떼더라도, 완전히는 손을 놓아버리지 않고 계속 긍정적인 마음을 먹고 믿을 때 말이야...
샌즈는 파피루스를 바라봤다.
* 꽤 복잡한 감정이 든단 말이지. 얘기해줄까?
* 헤, 얘기해봐.
파피루스는 샌즈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 다시는 못 할 경험을 하는 기분. 거의 다 왔다는 희열감. 그리고, 마침내 원하는 결말에 도달했을 때의 그 성취감, 뿌듯함.
샌즈는 시선을 돌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
* 언젠가는, 샌즈에게도 한 번 느끼게 해주고 싶은 감정이야.
* ...헤. 아버지도 너랑 같은 기분일까?
* 응?
샌즈는, 자리를 털고 일어서며 말했다.
* 아무래도... 너랑 아버지를 이해하려면, 난 좀 멀었나보다.
파피루스는 샌즈의 말에 잠시 아무 대답이 없다가,
* 뭔 소리야, 우린 가족이잖아. 내 위대한 형제만큼 나랑 아빠를 잘 이해하는 사람이 또 어디 있겠어!
녜헤헤, 하고 웃으며 유쾌하게 말했다.
* 그래도 그거 알아? 내가 확신할 수 있는 게 딱 하나 있...
* 느아아아아! 파피루스!
귀청을 울리는 큰 목소리에 샌즈가 말하던 도중 화들짝 놀라 소리가 난 방향을 바라보았다.
편해보이는 차림을 한 푸른 물고기 하나가 친구를 기다리다 화난 물고기 냄새를 풍기며 씩씩대고 있었다. 파피루스가 그 물고기를 바라보더니, 눈을 휘둥그레 뜨며 외쳤다.
* 세에상에! 맞다! 오늘 언다인도 휴일이라 약속이 있었지! 미안, 언다인!
* 빨리 와! 너만 기다리고 있었다, 임마!
파피루스는 다급히 언다인 쪽으로 달려가다가, 샌즈를 돌아보며 말했다.
* 있다가 집에서 보자, 샌즈!
잠시 멍한 얼굴로 파피루스를 바라보던 샌즈는, 파피루스가 언다인과 함께 저 멀리 사라진 뒤에 웃음을 지었다.
* ...그건 뭐가 어찌됐든 너랑 아버지는 쿨하다는 거지.
샌즈가 못다한 말이었다.
좋다
ㄴ뭐 그렇다고 봐야 하나. 여튼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