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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샌즈는 늘 무언가를 만들었다. 그건 파피루스의 전자렌지이기도 했고, 언다인의 마법 창일 때도 있었으며, 메타톤의 기계 부품이었던 적도 있고, 테미샾의 간판도 있었고 하여간, 샌즈는 늘 무언가를 만들었다.



샌즈는 무언가를 대신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작업에 집중할 때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일이 많아질수록 내팽겨쳐진 양말의 갯수도 늘어났다. 파피루스가 찾아갈 때마다 샌즈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파피,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괴물들은 점차 샌즈의 행동에 익숙해졌다. 언다인은 창을 더 크고 멋진 창을 요구했으며, 메타톤은 낡은 부품을 모두 갈아달라고 요청했고, 테미들은 대학교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샌즈에게 테미플레이크를 팔았고, 파피루스 역시도 더이상은 스파게티를 만들지 않았다. 알피스는 설명했다.



요즈음 의지란 걸 만드나봐.



물론 알피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괴물은 없었다. 파피루스는 그저 형이 또 뭔가를 만드려는 모양이지, 하고 생각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샌즈는 집 한 채를 세웠다. 간판에는 '샌즈의 공장' 이라고 적혀 있었다. 파피루스는 나무로 된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한참이 지난 후에야 샌즈는 초췌한 모습으로 나왔다.



헤, 파피, 너구나.



샌즈의 공장에는 온갖 물건들이 있었다. 막대기도 있었고, 장난감 칼도, 튼튼한 장갑도, 발레용 신발도, 찢어진 공책도, 그을린 팬도, 빈 권총도, 낡은 단검도, 진짜 칼도 있었다. 모두 인간이 썼던 무기들이었다. 파피루스는 숨을 삼켰다.



샌즈는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 같은 의자에 앉아서 차를 대접했다. 파피루스는 널부러진 물건들 사이에서 양말을 찾으려고 했지만 그런 건 보이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다는 것처럼. 파피루스는 찻잔에 얼굴을 가져다댔다. 표면에 파피루스 자신의 얼굴이 잠깐 일렁였다가, 이내 뜨거운 온기에 확 하고 없어졌다.



형, 뭘 만드려고 하는 거야.



샌즈는 대답하지 않았다. 길고 무거운 침묵이었다. 샌즈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응시했다. 그러나 특별히 어딘가를 보려는 것 같지는 않았다. 어쩌면 그게 아득히 먼 어딘가일지도 모르겠다고 파피루스는 생각했다. 파피루스가 샌즈를 응시할 때까지도 샌즈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파피루스는 순간적으로 아득히 먼 공포를 느꼈다. 너무 많이 움직인 탓에 이대로 샌즈가 움직이지 않게 되는 건 아닐까. 파피루스를 상념에서 현실로 이끈 것은 샌즈의 목소리였다.



파피, 이제 돌아가.



샌즈가 눈앞에 서있었다. 내려다보는 눈동자였는데도 정면에서 눈을 마주한 것처럼 느껴졌다. 파피루스는 천천히 일어섰다. 나무의자가 삐걱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샌즈는 멀리까지 배웅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파피루스는 다시 찾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샌즈의 공장을 나섰다. 나오는 길에 샌즈가 말했다.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와.



그 말에는 대답하지 못했다. 어디선가 나무의자가 삐걱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2

지하의 기술은 계속 발전했다. 그릴비는 2층까지 확장했으며, 스노우딘의 상점도 찾는 괴물이 늘었다. 언다인은 그 모습을 보고 연신 감탄했다. 창만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었잖아. 메타톤도 오, 정말이지, 멋지군요, 하고 감탄을 늘어놓았다. 그런 것과는 별개로 파피루스는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샌즈는 늘 공장에 있다. 더는 양말도 아무렇게나 벗어두지 않는다. 언제인가 공장을 방문했을 때 샌즈는 이야기했다.



있잖아 파피, 그건 모두 옛날 일이야.



샌즈는 그렇게 말하면서 한쪽 눈을 감았던 것을, 파피루스는 아직 기억하고 있다. 샌즈의 말대로 지하는 바뀌고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중심에는 샌즈가 있다. 파피루스는 괴물 혼자서 지하를 바꿀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동의해주는 괴물은 없었다. 머펫도 우후, 우리 거미들도 고맙다고 전해달래, 하고 이야기했다. 이제 지하의 모두는 샌즈의 덕을 보고 있었다. 파피루스만 예외였다.



파피루스는 곧장 샌즈의 공장을 찾아갔다. 그리고선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파피루스는 다시 문을 두드렸다. 똑똑. 대답은 없었다. 파피루스는 입을 꽉 깨물었다. 그리고 다시 문을 두드렸다. 똑.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움직이지도 못하고 우두커니 서있는데 문이 열렸다. 샌즈였다. 파피루스의 표정을 본 샌즈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요즘 좀 바쁘거든.



샌즈는 파피루스를 공장 안으로 안내했다. 그러나 파피루스는 들어가지 않았다. 파피루스가 말했다. 형, 아니, 샌즈. 샌즈는 아주 잠깐 놀란 표정을 지은 것 같았지만 파피루스는 확신할 수 없었다. 뭘 그렇게 만드려고 하는 거야. 샌즈는 대답하지 않았다. 새삼스럽지도 않은 긴 침묵 후에 샌즈는 입을 열었다.



미안, 오늘은 아무래도 쉬어야겠어.



파피루스는 샌즈를 바라봤다.

샌즈는 파피루스를 바라보지 않았다.



파피루스는 샌즈에 대해 생각했다. 더는 샌즈는 무언가를 귀찮아하지 않는다. 양말을 벗어던지지도 않는다. 뼈에 대한 농담도 하지 않는다. 아니, 그 이전에 샌즈는 과거로부터 도망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건 샌즈가 아니었다. 샌즈는 힘없이 돌아서며 문을 닫기 직전 파피루스를 잠깐 쳐다보았다. 정면에서 눈을 마주하고 있었는데도 내려다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곧이어 문이 닫히고 스노우딘의 매서운 바람이 뼈사이로 파고들었다. 파피루스는 등을 돌려 터벅터벅 걷기 시작했다. 필요한 게 있으면 다시 오라는 말은 들려오지 않았다.

3

그리고 어느날 샌즈가 사라졌다. 그리고 괴물들은 특별히 관심을 가지지는 않았다. 언다인은 말했다. 다시 돌아오겠지, 창도 좀 닳았고  말이야. 메타톤은 내심 아쉬워하는 기색을 내보였다. 조금만 있으면 뉴-메타톤-EX를 완성할 수 있었는데 말이죠. 아, 남은 건 알피스 박사에게 부탁해야겠군요. 파피루스는 아직까지 새것 같은 전자렌지를 바라보았다. 파피루스가 중얼거렸다.



전자렌지 같은 건 필요없어.



파피루스는 곧장 샌즈의 공장으로 달려갔다. 문을 두드렸다. 똑똑. 샌즈가 나오는 일은 없었다. 그 다음에는 문을 걷어찼다. 쾅쾅. 대답은 없었다. 파피루스는 아마 샌즈가 나오는 일은 영원히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파피루스는 문고리를 뜯어낸 다음 공장으로 들어갔다.



공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다는 것처럼. 대신 그곳에는 여러 많은 물건들과, 쪽지가 있었다. 파피루스는 쪽지를 주워들었다.



[해야할 것: 언다인의 창 도색하기, 메타톤의 부품 바꿔주기, 테미샾 보수공사, 알피스의 핸드폰 고치기, 머펫의 새 거미사이다 시음하기, 냅스타블룩과 우주의 쓰레기가 되기]



그 외에도 무수하게 많은 항목들이 있었다. 파피루스는 쪽지의 마지막 부분을 읽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동생, 파피루스를 안아주기]



파피루스는 천천히 걸어서 주위를 둘러봤다. 공장의 구석에는 샌즈가 벗어둔 양말이 있었다. 파피루스는 양말을 주워들었다. 온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파피루스는 그 옆에서 다른 쪽지 하나를 발견했다.



[헤, 파피, 이걸 보고 있을 때는 내가 이미 없겠군. 그건 아마 내가 더이상 '골'이 아니라는 뜻일 거야. 그것 참, '골' 때리는 일이지, 안 그래? 아, 걱정은 하지마. 레피시를 적어뒀으니 너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거야]



파피루스는 샌즈가 사라졌음을 확신했다. 의지를 만든다던 알피스의 말이 떠올랐다. 파피루스는 고개를 저었다. 그저 다른 시간축으로 도망친 것뿐일지도 몰랐다. 파피루스는 양말을 바라보았다. 샌즈는 누군가의 대신이 아니었다. 그리고 분명 샌즈는 생각한 것이다. 자기가 사라져도 지하가 그대로 유지될 수 있게, 모두를 위한 일을 하자고. 그건 정말로 바보 같은 짓이었다. 그걸로 기뻐할 사람은 없다. 공장에서 나오려는 순간에 탁자에 올려둔 물건에 시선이 갔다.



스파게티였다.



쪽지가 붙어있었다. 파피루스는 쪽지를 읽었다.



[파피, 요즘 스파게티를 만들지 않는 것 같던데, 다시 만들어보는 게 어때? 나도 스파게티를 만들어봤어]



파피루스는 눈을 감았다. 그리곤 스파게티를 먹어치웠다. 완전히 싸늘하게 식은 스파게티에서는 짠맛이 났다. 파피루스는 샌즈가 남겨놓은 쪽지를 찾아 공장을 돌아다녔다. 그러나 더이상의 쪽지는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파피루스는 직감했다. 다시는 샌즈를 볼 수 없을 것이다. 언제인가 그릴비에서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미친다고 해도 해야할 일을 할 때가 오겠지. 그때 샌즈는 먼 미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파피루스는 공장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 순간, 간판을 지탱하던 못이 풀리면서 간판이 완전히 떨어져 내렸다. 그제서야 파피루스는 간판을 다시 쳐다볼 수 있었다.



[샌즈와 파피루스의 공장]



파피루스는 눈을 감았다. 나무의자가 삐걱이는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