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지나고, 슬슬 모내기를 할 준비가 된 여름이 됐지만 그 놈의 비는 도대체 내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 마을 사람들끼리 모여서 이래저래 기원도 해보고 굿판도 펼치고 기우제도 지내봤지만 하늘은 어찌나 무심한지 그런 각고의 노력에도 오히려 평소보다 햇살만 더 강하게 내리쬐며 소중하게 길러온 작물들을 죽일 기세로 온도를 높인다.
이런 고단한 가뭄 속에 새준 또한 필수와 같이 이래저래 물대기도 해보지만 애초에 비가 내리질 않으니 물대기를 해도 매번 말라 버리기 일 수니 지금와서는 포기한 상태가 평소 즐겨찾던 곳에 찾아갈 요량으로 안 그래도 둔한 몸을 이끌고 움직인다.
이윽고 도착하자,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숙구가 먼저 이곳에 찾아와 온몸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클로버 밭에서 뭔가를 찾고 있기에 새준이는 숙구에게 다가가 쭈그려 앉으며 친근하게 묻는다.
"숙구야, 니 뭐하나?"
새준이의 물음에도 숙구는 바쁘다는 듯이 새준에게 눈길 한 번 안 보고 잃어버리기라도 한 것이 있는 듯이 클로버 사이에서 뭔갈 찾기 여념이 없다.
"네잎클로바 찾고 있는데."
"고거 찾아내서 우얄낀데?"
"그거 모르나? 네잎클로바가 있으면 소원 하나 들어준단다."
"소원 같은건 저짝에 있는 서낭당 나무에 한테 빌면 되지 않긋나?"
"이미 마을 사람들이 다들 찾아가서는 빌었다는거 내도 알고 있다. 나가 가봤자 아무 소용도 없을 낀데 찾아가서 뭐하나."
숙구의 말대로 마을 사람들이 여럿 찾아가서 서낭당 소원 나무에 "제발 우리 식구 살게 비 좀 내려주세요."라고 빌어봤지만 소원 나무는 알게 뭐냐는 듯이 그런 마을 사람들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한 줄기 빗방울조차 내리지 않았다. 결국 숙구의 고집을 꺾을 수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새준이는 숙구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주면서 터덜터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알긋다, 욕봐라. 너무 늦게 들어가지는 말그래이."
"알았다."
숙구는 그렇게 무미건조한 대답을 하면서도 숙구 특유의 끈기인지 여전히 네잎클로버 찾기에 분주할 뿐이다.
.
.
.
시간이 흘러 해가 질 무렵이 되서 온몸에 흙과 땀을 적신 채 손은 잡초에 의해 잔상처가 가득 생긴 숙구는 드디어 네잎클로버 찾은 듯이 무표정한 얼굴에서 마침내 꽃과 같은 웃음을 활짝 드러내기 시작했다.
마침내 네잎클로버를 찾아낸 숙구는 클로버를 두 손으로 부드럽게 감싸고서는 두 눈을 꼭 감고 뭔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신령님 신령님. 우리 마을 사람들 더 이상 농사 걱정 좀 안허게 비 좀 내려주시와요. 이미 모판까지 전부 준비해놔가꼬 두기만 허면 되는디 강물 물줄기가 전부 말라놔서 올 한 해는 사람들이 아무것도 못허게 생겼으니 부탁이니까 제발 빗줄기 한 방울이라도 보여주이소…."
숙구가 말을 끝마치고, 집에갈 채비를 하자 마치 정말로 신령님이 왔다간 것처럼 잔바람이 불지도 않았는데 나무와 풀이 자란 곳에서 뭔가 지나간 듯이 쓸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
승리와 놀기로 약속한 초롱이는 조금 늦었다 싶어서 지름길로 향하려고 나무와 잡초 사이를 가로지르고 있는데 숙구가 잔뜩 흙투성이가 됀 채 땀을 흘리는 장면을 목격하고서는 어째선지 스스로도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황급히 나무의 뒤로 숨었다.
이내 초롱이는 평소처럼 장난치자고 생각하고 잠시동안 나무 뒤에서 기다리다가 숙구가 뭔갈 찾아낸 듯하며 평소에 워낙 무표정해서 잘 보여주지 않던 웃는 표정을 별안간 보여주는 것이 신경쓰여 무슨 일인가 지켜보니 찾아낸 것을 마치 보석이라도 찾아낸 듯이 두 손으로 소중히 감싸다가 이내 뭐라고 중얼거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신령님 신령님. 우리 마을 사람들 더 이상 농사 걱정 좀 안허게 비 좀 내려주시와요. 이미 모판까지 전부 준비해놔가꼬 두기만 허면 되는디 강물 물줄기가 전부 말라놔서 올 한 해는 사람들이 아무것도 못허게 생겼으니 부탁이니까 제발 빗줄기 한 방울이라도 보여주이소…."
초롱이는 이내 장난하는 것을 포기하고, 승리에 대한 미안함을 뒤로하고 도망치듯이 나무와 잡초 사이를 지나가기 시작했다.
.
.
.
숙구와 승리를 뒤로 한 채 초롱이가 '헉헉'거리며 지치면서 도착한 것은 서낭당 소원 나무였다. 초롱이는 서낭당 소원 나무에게 마치 협박하듯이 목소리를 낮게 깔면서 입을 열기 시작한다.
"참말로 오랜만이제? 플라위."
"…."
초롱이의 말에도 소원 나무는 아무 대꾸도 없이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곧고 힘차게 서있을 뿐이였다. 그런 소원 나무의 태도에 초롱이는 조금 역정을 내면서 다시 입을 연다.
"와─ 사람을 이리 무시해도 되는 기가? 내 농약 먹고 죽어삔다?"
초롱이의 말에 소원 나무는 잠시 말이 없다가 결국에는 초롱이에게 졌다는 듯이 드디어 말을 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일?."
"니, 우리 마을에 비 좀 내리게 해도."
"내가 왜?"
"…니 그거 아나? 요즘은 다 화학 비료 사용허는거."
초롱이는 그렇게 말하면서 약간 눈매가 사나워졌지 플라위는 초롱이의 표정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지 당연히 알고 있다는 듯한 어투로 말하였다.
"당연히 알고 있지만 그게 나랑 상관이 있나?"
"그라문 땅에다가 화학 비료 허벌나게 뿌려불면 식물들 다 뒤져부리는 것도 알고 있긋네?"
"…그래서?"
서낭당 소원 나무가 잠시 고민했는지 잠시 침묵을 하고 대답을 해주자, 초롱이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서는 주변의 꽃 하나를 꺾고서 손으로 잡고 살랑살랑 흔들다가 이내 손바닥 안으로 가져가고서는 주먹을 꽉 쥐며 입을 열엇다.
"그 다음 해든 다다음 해든 토양 상태가 뒤져가, 다음부터는 전혀 농사 짓는 땅이 못되는 것도 알고 있긋네?"
"……대체 뭔 말을 하고 싶은 거야?"
"내 소원 들어도."
"네가 할만한 짓은 아니네."
소원 나무의 말에 초롱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승리를 놀리는 때처럼 천진난만하게 웃으면서 소원 나무에게 말을 건넨다.
"내도 가끔 정도는 착한 짓허야 되지 않긋나?"
"하아─ 내일 비가 내릴 꺼야 성격 더러운 꼬맹이."
"그럼 내는 간다?"
"다시는 찾아오지마."
초롱이는 그런 소원 나무의 말에 손가락으로 눈꺼풀을 아래로 잡아당기면서 혀를 쭉 내밀고 '메롱~'이라고 외치고서는 누군가에게서 도망치는 듯이 빠르게 하지만 홀가분 듯한 느낌의 발걸음으로 뜀박질을 하면서 집으로 향한다.
하늘에 조금씩 구름이 드러우기 시작하면서도 찬란하고 아름다운 별들이 초롱이가 가는 길을 비추듯이 반짝이기 시작한다.
─────────────────────────────────────────────────────────────────
어떤 갤러가 올린 소재가 좋아보여서 올려본다. 필력이 구리다고...? 오... 미안...
그리고 사투리가 어색한 부분 체크해줘
해당 갤러의 글
초롱이가 숙구의 소원들 들어준거네
개-추
문단이 술술읽힌다 신기해 농민문학 개추야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393021&page=1&search;_pos=&s_type=search_all&s_keyword=설견
오 써줬네 고맙
띵작은 개추!
퍄 개추
캬 조으다 조앗
퍄 좋다 눈정화된다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