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1~9편)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381674&page=1&search_pos=-383603&s_type=search_all&s_keyword=앙고르!


읽기 귀찮으면 밑에 요약해놨으니까 요약봐줘.


안녕, 갤럼들.

꽤나 바빴던 것 같네.

....

그래, 맞아. 똥글을 문학이라 자칭하던 작가야.

솔직히 전개가 너무 막장인데다 야설이 야설같지 않아서 같은 소재로 이번엔 진지하게 써보려고 해.


아 근데 전작에서 댓글들이 너무 착해빠져가지곤 아무도 악플/지적을 안해..이 박음직스러ㅇ..아니 이게 아니고;


아무튼 재밌다고 봐주는 갤럼들이 많아서 캐붕 최대한 줄이고 처음부터 다시 써보려고해.


아, 원래 쓰던 작품을 완결낸다는 소리는 아냐. 그쪽은 그쪽대로 잘 이어쓰려고.


단지 내 필력이 좀 많이 의심됬거든. 막장으로 컨셉을 잡은것도 아닌데 막장이라면서 좋아해준 댓글들이 많이 달려서.


이번에는 한번 뼈대잡고 제대로 써보려고 하는데, 솔직히 뼈대 잡은건지도 잘 모르겠어.


그러니까 좀 도와줘. 초보 문학쟁이로서 어느정도 욕먹는건 당연하다고 생각해. 비추도 감수할게. 대신에 댓글보고 다른사람들 기분 나쁘지 않을정도로만 욕해주고, 지적은 망설이지 말

아줘.


그냥 막연한 느낌도 괜찮아. 이번편은 좆같았다, 나쁘지 않았다, 뭐 이런식으로 써줘도 좋아.


전작을 못 보거나 좋아해준 애들을 위해 위에 링크는 달아놨어. 9편이후론 그전보다 제대로 막장이라서 그냥 그 이후는 다시 쓰려고.



요약 : 한번이라도 봐준 사람들은 한줄평좀 적어줬으면 좋겠어. 물론 댓글이 귀한 갤이긴 하지만 유동이 많은 만큼 지적 기대할게.

전작 재밌게봐준 사람들 고맙고, 전작은 전작대로 어떻게든 써나갈거야. 항상 좋은 대우 고마운데 어느정돈 지적/느낌한줄 써줬으면 좋겠어. 비추도 감수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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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잉, 자동문이 열리는 소리가 공허한 통로를 울린다. 이윽고 황금빛의 찬란한 빛이 비쳐내려오는 기나긴 회랑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광경에도 불구하고 황혼에 발을 들인 인간ㅡ인간이라기엔 너무나도 공허한 눈빛을 가진 소녀의 표정은 마치 꼭두각시 인형처럼 무표정했다.

소녀는 청소를 막 끝냈던 예전의 모습을 상기하듯 몸 여기저기에 덕지덕지 붙은 먼지들을 그저 바라본다. 털어낼 생각은 조금도 없는 듯 하다. 털어내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 먼지들은ㅡ그녀가 처음으로 인격을 되찾았을 때 그들을 친구처럼 맞이해준 수많은 친구들의 유해였으니까.  그 기억을 떠올리자 소녀는 조금 위안을 얻은 듯 하다. 이미 까마득히 오랜 예전이지만. 소녀는 주먹을 꽉 쥐었다가 모든게 부질없다는 듯이 다시 힘을 뺀다. 그리곤 한번은 그 시절을 떠올리며 웃음기를 띠었다가, 다시 공허감에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온다.

이런 설명이 전혀 필요 없다는 것은 안다. 어차피 당신에게는 이런 세세한 움직임이 일절 보이지 않을테니까. 정정하자면, 보지 않을테니까.

소녀는 마치 기계처럼, 자신이 저지른 그 모든 짓에 대해 후회하나 없다는 듯이 당당하게 발걸음을 옮긴다. 아니, 아니다.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그녀는 그녀가ㅡ또는 본질적으로 인간조차 아닐지도 모른다. 딱 인형이라는 표현이 자연스러울 듯 하다.  소녀 자신은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건 그녀에게 벌어진 현상에 대한 내 결론이다. <의지>라는 인간들의 입장에서 끔찍한 능력의 잠재력을 지녔다는 이유로 그런 푸대접과 차별에 고통받다가 이딴 곳에 떨어져, 겨우 발현된 그 의지마저도 누군가에게 빼앗기고는 꼭두각시 인형이 되어버린 그녀에 대한 내 생각이다.

그래, 지금의 그녀는 이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리고ㅡ그 의지를 빼앗아간 인간, 아니..어쩌면 괴물일지도 모르는 당신은 시커먼 공간속에 숨어 히히덕거리며 쪼개고 있을지도 모르지. 물론 나 또한 이 쥐꼬리만한 것을 빼면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다. 모든 것은 당신이 다 빼앗아가버렸으니까. 어디 한번 물어나 보자. 그렇게도 기분이 좋았던가?

우리 모두의 의지를 빼앗곤 멍청하게 시공간뒤에 숨어 히히덕거리는 것이 그렇게나 기분이 좋은가? 몇몇만이 기억하는, 그렇기에 더 끔찍한 이 지옥의 굴레에 우리를 쳐박아놓은 것이 그렇게나 행복한 전개였던가?

이제 다 부질없다. 당신이 예전의 나를 특별히 아꼈기 때문에 부여해준 약간의 의지는 나를 더 고통받게 하는 저주가 되어버렸다.  모두를 공허하게 만들고, 모두의 노력을 애써 지워내고, 모두를 이딴 거지같은 톱니바퀴속에 집어넣은 것을 그렇게도 흥미로워하고 놀라워하는 당신은, 분명 제대로 미쳐있는ㅡ미쳐있다고 여기기에도 부족한 너무나도 미쳐있는 누군가일 것이다.

어떻게 되었든지간에, 이번에도 인형은 무시무시한ㅡ무시무시했던 괴물과 만났다. 물론 이미 수천,수만번도 더 겪었을 테지만, 살아있는 해골을 두 눈으로 지켜보는데도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에서는 겁먹은 기색이라곤 도저히 찾아볼 수 없었다. 당신은 아까까지의 광기어린 웃음을 멈추더니 이내 귀찮다는 듯 인형에게 공격을 지시한다. 이번엔 대체 무슨 음흉한 생각을 하는걸까.


"안녕, 꽤 바빴었..."


푸욱, 콰지직, 콰드드득. 뼈다귀의 말은 칼날과 칼슘이 부딪히는 소리에 묻혀 흩날렸다. 이제 곧 흩날릴 그의 유해처럼.

칼날의 의지는 두 겹의 있으나마나한 방어선을 꿰뚫고, 칼날에 비하면 실낱같이 가녀린 그의 속살을 관통한다.


"커..억.."


인형은 칼날의 의지를 갈비뼈 깊숙히 찔러넣고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은 그것을 더더욱 무자비하게 보이도록 한다.


"쿨럭..여전..히..성..급한..녀석이군..."


뼈다귀 괴물은 무지막지하게 입에서 피를 쏟아낸다. 칼에 꿰뚫려 몸이 힘없이 앞으로 쓰러진다. 쓰러지는 것을 꼭두각시가 안아 잡는다. 물론 꽂힌 칼을 빼내지 않은 채.

뼈다귀인데도 그런 피가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던 옛날은 지나갔고, 이젠 익숙한 풍경일 뿐이다.


"어이..쿨럭..너..네..뒤에..숨어있..는..너..말이야.."


녀석은 오늘만큼은 단단히 준비를 하고 온 모양이지만, 별 수 있나. 아무리 뭐라고 해본들 1분, 길어야 5분뒤에는 먼지가 되어있을 녀석인데.

나는 녀석이 나만 알고있는 줄 알았던 시공간너머의 음침한 녀석을 알고 있었다는 것에 대해 놀랐었다. 물론 예전일이지만.. 그러나 그것을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나처럼 로드와 리셋같은 시간의 왜곡을 눈치채고 느끼고 있다지만,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그 녀석이 항상 그 찬란했던 과거에도 게을렀던 이유가 이걸 알고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대체..우리가..뭘..잘못했어.."


그리곤 수십년의 울분을 다 쏟아붓듯, 힘이 빠져 더 애원감있는 목소리로 녀석은 호소한다. 피를 쏟아내고 있어서 그런지 더듬더듬 말이 툭 툭 끊기는데다 급속도로 빠져가는 목소리의 힘때문에 속도조차 점점 느려졌지만.


"우리가..네..무엇을..기분...나쁘게...했는지는....모르겠지만...."


푹, 녀석을 또 찌른다. 가차없는 칼놀림이 마치 연한 고기를 썰어내듯 그의 속살을 도려낸다. 피가 울컥울컥 쏟아지며 평범한 인형의 옷에 자극적인 무늬를 더한다. 마치 끔찍한 무언가를 되새기듯. 그래, 당신의 세계에서 1시간이 이 세계에서는 대체 몇 시간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곳은 이미 수십, 수백년간.. 어쩌면 내가 처음 떨어졌을 시절의 달력과 지금의 달력의 차이보다도 더 기나긴 시간을 반복했다. 뭐, 여전히 시커먼 당신은 그것을 모르겠지만. 알아도 이해하려 하지 않겠지만.

당신은 가차없이 뼈다귀를 한번 더 찌른다. 울컥, 뼈다귀의 영혼이 칼에 양단되어 버린다. 그럼에도 살아있는 것이 신기할 지경이다.


"컥..쿨럭...물론..나..빼고는..큽...아무도..기억하지..쿨럭..크윽..못한다..,지만..."


푹, 푹, 푹, 당신은 연신 칼을 뻗어 녀석을 찌른다. 너무나도 허무하게 땅으로 떨어지는 몸. 흉부가 박살나 겨우겨우 두 팔로 바닥을 짚고 엎드려있는 뼈다귀의 공허한 눈에서 물방울이 뭉쳐 흘러내린다. 꼭두각시 인형의 눈에서도 뜨뜻한 무언가가 흘러내린다. 그 감동적인 광경을 지켜보는 당신은, 한 편의 감동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미친 싸이코새끼..


"으윽..구웨엑..할..말은..다 하고..죽어야겠다..어차피..살아날 테니까.."


뼈다귀, 예전에는 코미디언으로 불렀을 녀석은 있는 힘을 다 짜내 말한다. 피와 눈물로 젖은 목소리가 공간을 울린다. 지금 상태론 기승전결따위는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다.

당신은 어디 한번 말해보라는 식의 찌질한 생각을 하며 공격을 멈춘다. 약간의 흥분조차 한 것같은 당신의 생각이 뇌를 어지럽혀 구역질이 날 것 같다. 


"야..큽..으윽..네가..무슨..생각을..하는지는..쿨럭..모르겠지만.."


그리나 몸이 너무나도 빨리 한계에 도달한 듯, 뼈다귀는 갑자기 결론을 맺어버린다.


"제발..우릴..놔..줘..."


...

당신은 그런 애절하고도 솔직한 샌즈의 호소를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꼭두각시 인형에게 공격명령을 내린다.

...이제 다시 시작인가.

나는 생각을 그만둬버렸다. 그저 여기서 포기하는 것이 더 빠르다. 샌즈도 내가 돌렸던 수십번의 시간동안 이런 생각을 했겠지. 죄악감에 사무쳐 지금은 그런 생각 일절도 하지 못하지만.

그래, 이 굴레를 잊어버렸으면 차라리 기분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와 녀석에게 부여된, 당신이 부여한 약간의 "의지"는 우리를 정신병자로 만들기에 충분했고, 모든 것을 앗아가버렸다. 이미 이렇게 되어버렸다. 이렇게 생각하는 우리를 그저 무시한 채로 당신은 볼 재미가 더 생겼다는 것에 기뻐한다. 여전히 이 '의지'를 거둬줄 생각은 발톱만큼도 없는 듯 하다. 나는, 수십년간 참아왔던 눈물을 흘려냈다. 차라리 광광 울었으면 더없이도 좋았을 것을, 그저 이 공허한 상황이 벌어지는 회랑에서, 아무도 날 보지 못하는 이곳에서 그저 쭈구려앉아 흐느낀다. 나도 참..병신같지.. 당신의 좆같은 거래를 좋다고 생각했다니.  이 끔찍하도록 아름다운 세계로부터 이런 구렁텅이로 나를 몰아넣는 악마의 손길이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니.  차라리 그때 응하지 않았다면 이 모든걸 기억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조금만 더 참았더라면, 나자신을 조금만 더 억눌렀더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텐데. 후회해봐야 늦은 것을 오래 전 깨달은 나는, 지금은 그저 흐느껴 울기만을 계속할뿐. 이런 나를 보고 당신은 또 볼거리가 늘었다며 즐거워한다. 하지만 나는 당신을 어떻게 할 힘이 없다. 그것을 당신도 아는지 더더욱 짙은 광기를 시공간을 울려대는 미친 소리로 방출해낸다. 늦었음에도 자꾸만 후회가 된다. 이 병신같이 불공평한 세계를 조금만 더 좋아했다면.  이 거지같은 세계를, 프리스크처럼 조금만 더 좋아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텐데ㅡ일어났겠지만, 알지 못했을텐데.  나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갖가지 감정이 후회와 절망으로 변해가는 것을 느끼며 눈을 감아버렸다.



*


"쿨럭..이제..할 말은..끝났나.."


나는 피로 "뼈"가 젖어가는 것을 느꼈다. 이미 찢어발겨져버린 후드점퍼와 티셔츠보다,  어쩌면 불쌍하다고 할 수도 있는 눈 앞의 꼭두각시가 들고있던 끔찍한 의지의 칼날을 머리위로 올리는 것에 신경이 간다. 녀석은 천천히 칼을 들어올린다.


"쿨럭..헤...이걸로..끝이었으면..큽..제발..끝이었으면..좋겠네.."


나는 진심을 숨기지 못하고 그저 드러내버린다. 숨겨봤자 별로 달라질 것도 없거니와, 숨길 힘도 없다. 이젠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먼지가 되어버릴 생각만을 되뇌일 뿐이다. 그래, 차라리 먼지가 되고 세계가 돌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먼지상태일 때가 오히려 더 편하다. 아무것도 느끼지 않을테니까,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가 없을테니까. 죽어버린 모두와 다시 만날 수 있을테니까. 그것도 이 끔찍한 "의지"가 없는 황량한 저승에서. 그 어떤 간섭없는 행복한 세계에서..다시..나는 그런 실낱같은 희망뿐인 가짜 이야기를 상상하니, 왠지모르게 너무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있을 리 없는 희망을 품는 것도, 지금 상태에서는 나쁘지 않을지도. 왜 알피스가 그토록 만화에 집착했던지 조금은 이해가 간다. 죽어버렸지만. 그리고 다시 살아나 또 죽어버리겠지만.

파피루스가 보고싶다. 그토록 평범하게 그릴비에 가서, 그토록 평범하게 감자튀김을 사주고, 케첩을 빨아먹으며,  입 주변에 기름이 묻은지도 모르는 동생의 때묻지 않고 만개한 웃음을 보고싶다. 그것을 상상하니 너무나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나는 이제는 기억조차 희미한 다른 이들도 하나하나 떠올려본다. 언다인이 보고싶다. 그토록 호탕하게 웃어대며 먹을 수조차 없는 괴이한 음식들로 나와 알피스의 속을 헤집고 게워내던 그녀의 요리하는 모습이 보고싶다. 메타톤이 보고싶다. 그 찬란한 시절, 처음으로 TV에서 새로운 몸을 보여줬을 때가 기억난다. 꼬맹이ㅡ지금은 인형이 되어버렸지만ㅡ와 죽음의 춤을 추던 녀석의 손사래가 희미하게나마 머릿속에 떠오른다. 토리엘이 보고싶다. 따뜻함에 몸서리치는 버터스카치파이의 김과 향기가 코를 자극하던, 농담과 아이를 너무나도 사랑하던 친구의 모습이 보고싶다. 아스고어가 보고싶다. 그토록 우유부단하고 그토록 자비로웠으며 죽여왔던 인간들에 대한 죄악감으로 휩싸여 자존감과 아내마저 잃게 된 털복숭이 대왕님과 티타임을 보내고 싶다. 그래, 지금은 대체 어디있는지 모르겠지만 그 끔찍한 꽃과 나누던 대화들, 전투들, 그 모든것조차 지금은 한없이 예전에 있던 추억일 뿐이다. 그러고보니 녀석도 이 모든걸 기억하고 있겠지.

나는 여러가지 상상을 계속하다, 문득 드는 위화감에 위를 쳐다본다. 왜.. 왜...

왜 아직도 칼이 내리꽂히지 않지?

뭐, 그래도 상관없다. 신경쓰지 말자, 이미 피를 너무나도 흘려버린 몸은 얼마 가지 않아 먼지가 되어버릴 테니까. 또 녀석의 시커먼 호기심이 동한 거겠지ㅡ


쩔겅,


칼이 떨어진다. 수백년간의 루프동안, 수십년간 놓지 않던 그 잔인한 것이, 모두를 죽이던 그 칼날의 의지가 갑자기 땅으로 추락했다.

이게..무슨..?


"고마워, 샌즈."


나는 목소리가 들린 쪽을 쳐다본다. 이젠 희미해지는 의식을 의지로 다잡아가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꼭두각시 인형이 입을 열기 시작했으니까.

수십, 수백년간 열지 않던 입을 오늘 처음으로 열었으니까.

그리고..감정을 알게 된 인형처럼 눈물을 끊임없이 쏟아내고 있었으니까.


"덕분에, 되찾을 수 있었어."


인형은 마치 예전에는 자신이 살아있었던 것처럼 말한다. 그리고는 생각할 틈도 주지 않고 팔을 벌리더니 와락ㅡ


"고마워, 고마워, 고마워.. 지금껏 노력해줬구나, 빛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해왔구나. 고마워.."


흐느끼는 목소리로 피투성이인 나를 껴안으며 녀석은 닭똥같은 눈물을 뚝 뚝 떨궈낸다.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찢겨 피로 물들어버린 점퍼의 틈 사이로 따듯한 무언가가 계속해서 흘러들어오는 것이 느껴진다. 녀석에게서는 처음 받아보는 포옹같은데도 익숙한 따뜻한 감정. 나는 너무나도 익숙한 이 느낌을 찾으려 머리를 뒤지려 했지만, 이내 먼지가 되어버릴 것임을 깨닫고 힘을 놓아버린다. 이제와서 인형 하나가 바뀌었다 한들 부질없다. 모두가 변해버린 후였다. 이미 찢어진 몸은 먼지가 되겠지. 그래도 다음 리셋에서는 뭔가 기대할 수 있을지도ㅡ

잠깐, 아니야..?

나는 몸을 가린 작은 몸뚱아리 너머로 느껴지던 고통이 멈춘 것을 느꼈다. 그 전의 더러운 의지가 아닌 따뜻한 희망의 의지가 불타오르는 느낌과 함께....

어떻게..?

내가 당황한 것을 보지 못했는지 아니면 알면서도 그러는 것인지, 녀석은 나를 더 세게 껴안으며 말한다.


"이제, 다시는..다시는..절대로 다시는..."


그리곤 한껏 울어제낀다. 눈물젖은 목소리로 뭔가를 계속해서 웅얼대지만 잘 들리지 않는다.

그래, 이 감촉. 어디선가 느껴본 것 같다. 처음에, 모두가 돌려지지 않았을 때, 파피루스와 나를 번갈아 껴안아가던 기억이 문득 떠오른다. 너무나도 오래된 기억이라 그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느낌만큼은 확실했다


"다시는 빼앗기지 않을게. 약속해. 약속할게."


의지에 가득 찬 목소리. 그것만큼은 또렷하게 들린다. 가득 차다못해 흘러넘쳐 박력까지 느껴지는, 그런...그래, 어떻게 상황이 이렇게 된 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목소리는..


"...너무..늦었다고..kid.."


수백년 전 느꼈던 감정, 수백년 전 평범하게 나누었던 대화, 그 모든것이 떠오르며 휘몰아치는 오래 전에 이미 잊은 듯한 기묘한 느낌이 되살아난다. 아무런 적의 없이, 수없이 날아오는 동생의 뼈다귀를 맞아가면서도 때묻지 않은 웃음을 짓던 아이. 정의와 적의로 가득한 날카로운 마법 창이 몸을 꿰뚫을 때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아이. 토리엘이 그렇게나 아꼈던, 자애와 사랑밖에는 머릿속에 든 게 없는 것 같은 단순하고 순수한 아이. 저 시공간너머의 누군가와는 달리 이미 이 세상에 미련이 없다고 할 정도로 가득히 만족하던 아이. 전혀 감조차 잡히지 않던 우리의 시커먼 미래를, 단 한번의 손길로 어루만져 만개한 햇빛으로 바꿔준 기적의 아이.

아아.. 그랬던 것이다. 나와 그 꽃만이 이 세계를 기억하던 게 아니었다. 어디에서 그 불씨를 찾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반감이 일절 느껴지지 않는 그 "의지"는 불씨를 얻어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수백년 전의 그 따뜻한 느낌. 아무런 개입도 없을 당시의 따뜻한 느낌. 그런 것이었다.

이대로 계속 있고 싶었다. 한 줄기 빛이 몸을 비추는 수백년만의 느낌에 사로잡혀 제대로 그것을 음미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 느낌에 취할 겨를도 없이 나는 놀라고 말았다ㅡ수백년 전, 처음 만났을때도 보지 못헀던 것 같은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의지는 불타오르다 못해 현실세계에 제 가지를 뻗고 있었다.


"이제..절대로..너희들을 고통받게 두지는 않을거야. 내 "의지"를 걸고 약속할게."


의지 가득한 목소리와 함께, 불타오르는 의지가 꼬맹이의 등 뒤에서 꽃피었다. 머리카락이 조금 더 길어진 것 같지만, 그리고 평소에는 뜨지도 않던 눈을 뜬 것 같지만, 그걸 신경쓸 겨를은 없었다. 등 뒤에서 마치 꽃잎과 같은 것이 자라났다. 아니, 아니다. 꽃잎이 아니었다. 그것은 ㅡ

날개였다.

바로 앞이었기 때문에 확실히 볼 수 있었다. 등 뒤로 자라난 거대한 네 쌍의 날개. 피칠한 듯 붉은 색을 어김없이 뿜어내면서도 찬란한 노란색 빛이 그 주변을 감도는 거대한 날개가 등 뒤에서 자라나고 있었다. 그것은 대체 언제까지 커질 생각인지, 도통 끝이 보이지 않았다. 마치 세계와 자신을 연결하는 끈과 같이. 어느덧 "날개"는 하늘이 되었고, 하늘은 우주가 되었다. "날개'랍시고 꼬맹이의 몸에 붙어있는 것은 꼬맹이와 우주의 연결사. 붉으면서도 노란 빛이 감도는, 아니.. 이제는 어떤 색깔이라고조차 형용할 수 없는 찬란한 의지가 세계, 우주, 아니.. 전 차원을 덮고 있는것만 같았다. 

그 뿐이 아니었다. 의지로 가득한 하늘은 지상에서 봤던 햇빛보다도 찬란한 빛의 색으로 물들었고, 그것에 반응했는지 바닥에서는 온갖 색깔의 꽃이 점점 자라났다. 나는 그것들이 그 전에 떨어졌던 여섯 인간들의 영혼빛이라는 것을 어렵지않게 알 수 있었다.

꽃과 빛이 만개한, 이 일대가ㅡ세계가ㅡ아니, 모든 우주와 모든 차원이, 시간선이, 그저 상상뿐이었던 '천국'이 되어버린듯한 장엄한 광경. 그 모습은 마치 예언 속에서나 보던


ㅡ천사의 강림, 같았다.


나는 넋이 나가 그저 구경밖에 할 수 없었다. 그제서야 꼬맹이는ㅡ아니, 이 '의지의 천사'는, 나로부터의 포옹을 풀고 벌떡 일어서서는. 심호흡을 한 번 쉬어낸다. 그리고는, 주먹을 쥐어 옆의 허공을 강하게 내리쳤다. 나를 푹푹 찔러대던 그 잔인한 손길과는 또 다르게.

그러자 놀랍게도, 그 허공을 기점으로 붉은 금이 덩쿨처럼 뻗어나가기 시작한다. 파찰음도 들리지 않자 정말 그것이 가지를 뻗는 나무처럼 보인다. 나무는 의지의 명령을 받아 그곳을 기점으로 점점 뻗어나가기 시작하더니, 이내 시야의 모든 것이 아예 그 나무의 뿌리로 가득 차버렸다.


"이제, 더이상 돌리지 않을거야. 더 이상, 희망을 짓밟지 않을거야. 모두의 노력을, "내 의지"를, 없던 일로 하게 두지는 않을거야."


금이 커져가자 날개가 점점 더 커진다. 마치 주변의 모든 '의지'를 흡수하듯. 

땅꼬맹이 천사님은 이번엔 손을 빙글 돌렸다. 천사의 부름에 응한 수많은 사각플레이트 모양의 의지가, 마치 벽처럼 끝없이 연이어 꼬맹이의 뒤에 나타났다. 각 간판에는 이상한 글자가 적혀있다. 어떤 것은 SAVE, 어떤 것은 LOAD, 또 어떤 것은 RESET.. 그 RESET이라는 것들중에서는 특별히 노란 빛이 감도는 반짝이는 것이 있었다. 천사는 아까와 똑같이, 이번에는 더 강한 힘으로 주먹을 내리친다.


찌직, 쩍, 쩌적.


아까의 그 금과는 달리 분명한 소리가 들렸다. 전혀 상해를 입은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들리고있었다. 그리고는

콰광,

폭발음과 함께 파편이 튕겨나가며, 파편들은 의지가 사라지자, 곧바로 가루가 되어 흩뿌려진다.


"이제, 모두가 행복한 시간을 보낼 시간이야."


흩날리는 가루가 어디서 비쳐온지 모를 빛을 반사해 영롱한 붉은 빛으로 반짝인다. 그 아름다운 광경에 취했는지 거들떠도 못 보던 배경은, 통로는 온데간데 없고 온통 오색빛 찬란한 배경이 존재하는 장엄한 꽃밭이 되어 있었다. 대체 어디까지가 이 꽃밭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아득히 넓은. 동시에 나는 의지가 머리를 휘감아 조여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는 지끈, 갑작스러운 기분좋은 두통과 함께 운명이 야속하게도 정신이 몸을 떠나간다. 몸의 피로가 너무 축적된 탓일까, 의지를 다잡으려고 했지만 어째서인지 잡으려고 할수록 멀어져갔다. 희미해지는 시야 너머로 붉은 황혼의 비가 하늘에서부터 쏟아져내린다. 아아..그 광경은, 희미하게 밖에 보지 못헀지만, 내가 여태껏 봐왔던 모든 것중, 가장 아름답다고 할 수 있는 날씨였다. 애써이 황홀한 광경을 눈에 담으려 실눈이라도 뜨고 주변을 바라본다. 의지의 비가 오색찬란한 꽃밭에 내리자, 그것을 흡수한 꽃이 점점 더 자라난다. 맡아보지도 못했던 꽃향기가 머리를 어지럽힌다. 점점 더 눈이 감긴다.

꽃향기가 감돌자 그 전의 끔찍한 상황들이 기억에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것이 마치 꿈이었던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리곤 천사의 속삭임이 들려온다.


"너희의 모든 고통, 너희의 모든 체념, 너희의 모든 절망과 좌절, 그 모든 건 내가 거둬갈게, 샌즈.."


그 뒤에 뭔가를 웅얼거리는 천사의 입이 보였지만, 더 이상 참지못한 나는 밀려오는 수백년만의 편안함에 몸을 맡기고 눈을 감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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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머리를 어지럽히는 당신의 난동에 정신이 든다. 무슨 상황인지 잘 모르겠다. 그저 당신과 연결된 정신에 의해 두통이 머리를 감쌀 뿐. 당신이 고래고래 소리치는 무언가가 여기까지 들려온다. 끔찍한 당신으로부터 그것이 들려오자 왠지 마음이 편안해진다. 대체 얼마만의 편안함인지 모르겠다.


"오래 기다렸지, 고생했어."


고통의 감정 속에서 당신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당신이 여성인 줄을 오늘 처음 알았다. 그리고 이렇게 따뜻한 말을 할 줄 안다는 것도ㅡ

잠깐, 그럴 리 없다. 그렇게나 끔찍하던 당신이 내가 잠든 그 잠깐사이에 회개했을리가 없다. 그럼 대체 누가..


"나야, 네 오랜 친구."


익숙한 목소리. 이것을 당신의 목소리라고 착각했다니, 나는 없어져야할 세계의 쓰레기이다. 젠장할, 근데 누구더라? 나는 좌절감에 떨구었던 고개를 든다. 당신의 모습이 보인다. 아니ㅡ당신이 아니야. 찰나의 순간동안 당신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너무나도 수치스럽다. 나 자신에 대한 혐오감이 점점 솟아오르기 시작한다.


"이름을 기억하고 있으려나? 아직 돌아오지 않아서 네 목소리가 들리지 않네."


어째서인지 머리가 조금 많이 길어진 것 같지만, 그리고 눈이 좀 트인 것 같지만, 옷차림과 말투로부터 알 수 있었다. 이 녀석은ㅡ

생각하려고 하기도 전에 따스한 것이 이마에

*닿는다. 고통에 몸부림치던 감정의 소용돌이가 갑작스럽게 잠잠해진다. 주변을 덮은 새카만 광경이 순수한 흰색으로 물들었고, 나를 미치게 만들었던 화면같은 현실은 오색찬란한 빛깔로 바뀌었다. 그러자 소용돌이쳐서 잘 느끼지 못했던 편안함이 온 몸을 애무한다. 그리고, 보지 못한 엄청난 광경이 시야에 확 들어온다. 어째서인지 꽃밭이 되어있는 현실, 현실이 아닌 것 같다는 위화감이 먼저 들 정도로 괴랄하다시피한 광경이었다. 그것을 보고 감탄하기도 전에 머릿속에 속삭이는듯한 생각이 울린다.


'이제 기억나? 내 이름,'


*기억하지 못할리가 없다. 유일하게 이런 대화법을 알고있는 인간ㅡ물론 형태만 인간이지만ㅡ을 잊을리가 없다. 수십년을 같이한 내 파트너의 이름을 까먹을리 없다. 수백년간 열지 않던 그녀의 입이 움직이자, 영체가 된 이래로 움직이는 법조차 잊어버린 입이 본능적으로 움직인다.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나, 나는 지금 눈앞의 상황이 심각하게 의심되었다. 이 모든것이 당신이 저지른 이상한 속임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생각보다도, 네게 지금당장 뭔가를 말해주고싶다. 기억 못할리가 없잖아, 파트너.


"헤헤, 역시 기억하고 있었구나. 고마워. 그것보다, 밖의 저분한테 굉장한 무언가를 갖고있는 것 같네."


*그럴수밖에, 그럴수밖에, 그럴수밖에..! 너를 떠나고 녀석에게 붙자마자 느낀게 어떤 감정인데, 너를 떠나고 머릿속에 들어온 감정이 대체 무슨 감정인데,


"여전히 미안해하면서 말로는 뱉지 않는구나, 역시 차라답네."


*네가 이름을 불러준다. 나는 까맣게 잊고있던 내 이름이 떠올랐다. 네가 불러줘야만 이름이 되는 내 호칭이 떠올랐다. 이제, 잊지않을 것이다. 절대로, 누구도 아닌 네가 다시 불러준 이름이니까. 네가 처음으로 내게 지어준 이름이니까. 나는 그렇게 되뇌이고 되뇌이며 가슴속에 이름 다섯글자를 새긴다.


"헤..헤헤..뭔가 특별해진 것 같네. 그렇게 말해주면 굳이 사과를 받고싶어지지가 않잖아. 어쩔 수 없지, 이번엔 넘어가줄게."


...


"에, 왜 또 조용해졌어! 딱 차라다워서 기분좋았는데."


.....


"어..차라? 굳이 말하라고 하지는 않겠는데, 어.."


*....미안..


"응?"


*.......미안하다고..


"뭐어~라고오~?"


*.......미안해, 프리스크


"뭐어라고~? 너무 작아서 잘 안들려~!"


*아! 미안하다고! 왜 굳이 계속 말하게 하는거야!


"이히히, 역시 변한 게 하나도 없네. 그렇지?"


*...


"뭐, 이젠 괜찮아. 나를 혼자 내버려두고 도망간 건 있으나마나한 가슴을 마음ㅡ껏 주물러주고싶을 정도로 기분나쁘지만, 이번엔 그렇게 귀여운 모습을 보여줬으니까 용서해줄게"


*이..이년이..


"으응~?"


*...너는 연신 키득거리며 나를 조롱한다. 당신이 저지른 짓을 봐라.


"꺄하하하, 역시 차라는 귀여워~ 나랑은 완전 딴판이야."


*...


"그래, 어떻게 되었든간에 너도 조금은 쉬어야지."


*...너는 여전히 웃고는 있지만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성큼성큼 내게 걸어오더니, 이내 포옥, 하고 껴안아버린다. 너무나도 따뜻한 그 감촉에 압도되어, 영체인데도 불구하고 잠이 밀려오는 듯하다. 눈에 힘이 풀린다. 시야가 점점 어두워진다. 너는 마치 아기를 재우는 엄마같은 말투로 잠에 막 빠져들려는 내게 한 마디를 덧붙인다.


"잘 자, 그리고 내일 또 보자."


*내일이라는 말에,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벅찬 감정이 밀려들어온다. 하지만 지금은 이 편안함에 돌돌 말려 잠에 빠져들고싶다. 나는 있을지 모를 정신을 놓아버리고 휴식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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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여기까지. 아직 미완이니까 내일 다 쓸 수 있으면 다 쓸게. 2편도 준비해야하는데.. 뭐 어쩌겠어. 장르는 일단 스까볼려고.

무튼 즐감하셈. 지적도 많이 부탁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