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RY NUMBER ONE-O-ONE

BLACK HEART.




어둡다 어두워 여전히 어두워

어둠이 여전히 번져나가

그림자는 깊게 베여나가

광자 신호 미검출

이 다음 실험은

매우

매우

흥미로워 보이는데

...

그렇다고 훔쳐보는 건 골 썩힌다고?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ESC]

[종료중...]


안 된다.


[ESC. ESC, ESC, ESC,ESC,ESCESCESCESCㅡㅡㅡㅡ!]

[종료중.........................................................................................................]

[ESC!!!]

[..............왜, 어디 가려고? ]




분명 무언가 잘못되어 있다. 우선 내가 왜 여기까지 온거지? 아직 다 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호기심'? 

그래. 그저 나는 게임을 클리어 하고 싶을 뿐이었는데. 하지만 몇 번 뜯어보고 난 후엔 좀 시큰둥해졌지. 

모두와 함께 이룬 해피 엔딩이나, 단 홀로 남은 배드 엔딩보다 감흥도 없는 것들에 너무 많은 시간을 잡아먹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었다고. 

무언가...무언가가 나를 위협하고 있다.


"그런건가. 역시 이 곳이."


세상 밖의 나를 위협하던 메세지의 주인이 조금 누그러진 투로 흑빛의 시공을 메운다. 익숙한 음성이다.


"이곳만큼은 진짜 대면할 수 있는 장소인가봐, 응?"


칠흑같던 화면에서 점점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다.

세상 너머의 지평선에서, 분명하게 이 곳을 향해 오고있다.

그 녀석, 샌즈다. 확실해.

폐허를 떠난 직후의, 녀석과 처음 대면하던 순간과도 같은 공포가 나를 휘감는다.

이럴 때 녀석이 다가오는 순간은, 마치 어떠한 방향을 가진 것 같지가 않았다.

그 시절...녀석의 배려가 없었더라면 나는 그 후 더 이상 지하 세상을 탐방하지 못했으리라.


"드디어...찾았네."


귀신나무의 손짓같은 앙상한 팔이 덥썩- 하고, 내 시야를 쓸어내린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단 하나의 하트가 되어 있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안심해. 여전히 나는 네게 아무런 짓도 할 수 없으니까.

 애초에 그걸 알고 우리를 바쁘게 가지고 놀았잖아, 안 그래?"


샌즈는 몹시 무서운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여느 때와 다름 없는 유쾌한 해골이, 지금은 마치 죄악을 심판하는 지하 저승의 신같은 형상이었다.

내게는 이제 게임같은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몹시, 너무나도 무서워져서 아무 말도 건낼 수 없었다.


"하지만 너 말야. 네 추악한 영혼의 색을 보라고."










"네겐 붉은 의지도, 하늘같은 인내도, 주홍의 용기도, 파란 고결함도, 보랏빛 끈기도, 초록색 친절도, 노란 정의도 존재하지 않아.

 그저 모든 것을 헤집고 다니는 '검은 호기심' 뿐이지."


호기심이...검은 색이라고? 이것이, 내가 가진 영혼의 색이란 말야?


"그래, 아무런 경고도 없이 우리 모든 것을 리셋시키는, 네 더러운 힘의 원천이야.

 세상의 모든 빛이 꺼지고, 시공간에 어둠이 자욱히 내려앉지."


그 순간부터 샌즈의 눈동자는 사라져 있었다.

아니, 느낄 수 있다. 그 검은 눈동자를, 내 영혼을 꿰뚫어보는 무서운 시선을.


"헤헤헤...알아 듣겠어? 우리 괴물들의 영혼은, 너와는 달리 순백하다고."


그 말에 나는 겨우 떠올릴 수 있었다. 토리엘과 아스고어를 베는 순간 그들이 드러낸, 새하얀 영혼을.

이제 샌즈의 등 뒤에서, 수많은 가스터 블라스터들이 나타나 내 영혼을 겨누었다.

그리고는 무지막지한 백색을 내뿜으며, 나를 다시 떠밀어보낸다. 


"그런거야, 이제 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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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샌즈가 나타나 내게 경고하리란 걸 알기에...

나의 '호기심' 은 여기서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