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즈는 무기력하다. 시도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있는 곳은 결국 게임 속이다. 시시하고 재미없는 게임.




시간은 샌즈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돌아갔다가 흘러가고 또 돌아왔다. 그 모든 시간 속에서 단 하나, 인간만이 일직선으로 존재한다. 끝을 알 수 없는 루프 속에서 다시 만난 인간. 프리스크 또는 차라. 그러나 아무래도 상관 없다.





인간을 만나는 게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른다. 샌즈는 시간이 멋대로 움직인 횟수가 뼈를 다 합한 수보다 적을까 많을까 잠시 궁금했지만 이내 생각을 그만 둔다. 시간이 다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샌즈는 천천히 움직여 초소로 들어갔다. 마침 인간이 그의 앞을 지나간다. 이번에 지하로 와서부터 인간은 철저히 그를 무시하고 있다. 샌즈는 자신을 지나쳐가려는 인간을 향해 말을 걸었다.





이봐, 같이 그릴비라도 가지 않을래?





샌즈가 드물게 먼저 말을 걸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그 말을 못 보기라도 한 듯 그를 지나쳐 걷는다. 그러나 샌즈는 그 자리에 못 박힌 듯이 서있었다. 결국 인간은 샌즈를 완전히 지나쳐간다.





샌즈는 자신이 화면 속에서 벗어난 것을 느끼자마자 웃음기를 지웠다. 처음 먼저 말을 걸었을 땐 꽤 흥미로워 했던 것 같았는데. 인간은 어쩌면 게임에 흥미가 다 떨어진 것일지도 몰랐다.





핫도그 먹는 건 어때? 배고프지 않아?





핫랜드에서 말을 걸어봤지만 인간은 여전히 샌즈를 무시한다. 하지만 이번엔 한동안 샌즈를 계속 쳐다보고 간다. 가는 중에도 몇 번을 돌아오고 뒤돌아봤지만 결국 간다. 마치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끝없이 이어지던 노멀 학살 삭제 리셋 트루… 그리고 샌즈. 하긴 벌써 모든 엔딩이란 엔딩은 다 본데다가 이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다 뒤져 꺼내보았으니 충분히 질려버릴만도 했다. 게다가 얼마 전에 게임을 삭제했다가 다시 깔기도 했으니….





이제 네 마지막 여정이 코앞이야. 가기 전에 같이 식사라도 할까?





샌즈의 물음을 일관된 무시로 답한 인간이 지나간다. 샌즈는 인간의 앞을 막아서고 다시 식사를 권하지만 소용없다. 인간은 모든 것을 빨리 끝내려는 기세로 가버린다. 샌즈는 그 뒷모습을 계속 바라보았다. 마지막으로 보게될 뒷모습이라는 것을 아는 듯이.





뭐 드디어 마지막이 왔네. 널 심판해줄게.





샌즈가 LOVE와 EXP를 설명해줄 동안 인간은 미동도 없이 그를 바라보고 있다. 샌즈는 고개를 화면쪽으로 돌려 헛기침을 두 번 하곤 말했다.





넌 누구와도 친구가 되지 않았지만 누구도 해치지 않았지.





샌즈는 말을 멈추고 잠시 서있었다. 잠시, 꽤 오래. 자신이 기다린 시간만큼. 아니, 그보단 더 적게. 참을성없는 인간은 샌즈에게 한발 다가와 말을 걸었다.





…..





샌즈는 ...만 출력하곤 물끄러미 '당신'을 바라보았다. 인간은 부산스럽게 앞뒤로 움직이며 다시 말을 걸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만보던 샌즈가 돌연 화면 너머로 말을 걸었다.





"플레이어."





인간은 아무 말 하지 않고 있다. 샌즈는 여태껏 본적 없는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일자로 다문 입, 텅 빈 눈구멍. 샌즈가 당신을 향해 한발씩 다가간다.





"널 기다렸어."





인간은 뒤를 돌아 뛰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샌즈가 화면 밖으로 사라지지 않았다. 이스터에그인가? 당신이 조금 놀란다. 아무리 움직여도 샌즈가 화면에서 사라지지 않자 당신은 이 게임이 미친 건가? 라고 생각한다.





이쯤 되면 슬슬 당신도 눈치 챘을지도 모른다. 이번 플레이에서 샌즈의 대사는 모두 처음 보는 것이었다. 샌즈가 먼저 말을 거는 건 처음이 아니었지만 일반적인 플레이어는 이런 것을 본적이 없을 것이고. 당신은 잠시 소름이 돋아 목 뒤를 벅벅 문지른다.





"나는 너 없이 살수 없어……"





샌즈가 정면으로 당신을 보며 말했다. 당신은 놀라 의자에서 자빠진다. 이윽고 화면이 검게 물들었다. 시시하고 재미없는 게임속의 캐릭터의 눈구멍만 선명하게 보인다. 화면은 점점 더 이상해진다. 스피커에선 산발적으로 소리가 났고, 캐릭터는 당신을 향해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당신은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아무도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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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샌즈가 플레이어에게 애증....증....음.... 여튼 그런 감정을 느끼다가 집착하면 좋겠다 싶어서 썼던거야.... 그냥 그렇다고.... 다들 점심 맛있게 먹어 언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