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올린 봄의 한자락에 서다 1에 이은 2편이야.


아직 끝난게 아니란게 중요하지


난 분명 2편으로 끝내야지 했는데 분량이 증식하고있다.


처음엔 1만자 이내로 끝내야지 했는데 이런식이면 절대 못끝낼듯...ㅋㅋㅋㅋㅋㅋㅋㅋ


분량조절 어렵다.


봄의 한자락에 서다 01편(포근한 하루)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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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반복되는 하루




달콤한 꽃향기와 햇살 내음이 나는 공기가 휙 몰아쳐 온다. 차가운 빛이 어느새 봄바람에 밀려 사라진다. 너는 잠들어있고 죽었던 파피루스는 되살아나 네 옆에서 잠들어있다.

분명 다행인데 왠지 모르게 등을 타고 불안감이 흘러내린다. 뭔가 아주 수상하다.


이제와서 의지가 돌아오고 네가 하지도 않은 세이브파일이 생겨있다고? 우리가 의지에 버림받은 순간을 생각하면 이건 말도 안 된다.

하지만,어쩌면 의지가 우릴 떠난 게 아니라 계속 지켜봐 왔다면. 그래서 네 불행에 다시 한번 돌아온 거라면....하고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해본다. 네 영혼이 검붉은 죄악감으로 물드는 것은 다시 보고 싶지 않으니까.


이번에는 조금 빠르게 네가 눈을 뜨고 파피루스가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안도하며 눈물을 흘린다. 손을 뻗어 그의 턱뼈를 살며시 쓰다듬는가 싶더니 의지를 다진다. 전회차에서처럼 해가 슬금슬금 들어가고 찬 공기가 몰려올 때까지 파피루스는 일어나지 않았고 너는 이번에는 그를 절대 혼자 보내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가 깨어나자 너는 함께 식사하자며 도시락을 열고 그의 스파게티를 돗자리 위에 펼쳐놓는다. 그리고 그 끔찍한 것을 네 입에 가득 밀어 넣고 애써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척 올려준다. 눈에 눈물이 고이지만 너는 그게 절대로 끔찍한 맛 때문이 아니라 파피루스가 살아있어서 기쁘기 때문이라고 마음속으로 되뇐다.


*녜헼? 울정도로 이 몸의 스파게티가 맛있는 거야?프리스크??


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보다 빛나는 눈빛으로 그는 너를 쳐다본다. 그 시선에 차마 아니란 말은 못하니 최대한 담담한 목소리로 응 이라고 대답해준다. 파피루스는 기꺼이 자신의 몫까지 네게 주고 토리엘의 음식들로 배를 채운다.

사라진 시간에서는 벌써 식사를 마쳤을 시간이지만 이번에는 스파게티를 2인분이나 먹어치우려고 노력하다 보니 아직 식사를 끝마치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를 구하려면 오히려 시간을 끌거나 아니면 아주 빠르게 하는 편이 나을 거란 생각으로 너는 최대한 천천히 스파게티를 먹는다.

바람이 너와 파피루스 사이를 스쳐 지난다. 꽃잎이 휘날리고 파피루스는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다 


*봄이란 게 이렇게 아름답다니...아마 앞으로 이 위대한 파피루스님의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봄이 될 것 같군.


너는 이번에도 웃으면서 "봄이 영광스러워 할 거야. 위대한 셰프이자 괴물의 마스코트인 네가 좋아해 준다면." 이렇게 말하고는 파피루스가 기뻐하는 틈을 타 나무 뒤쪽으로 남은 스파게티를 버린다. 현명한 선택이야. 나는 그렇게 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중얼거린다.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고 푸른 어둠이 하늘을 물들이기 시작한다. 또다시 파피루스는 돌아가야 한다 하고 그의 전화가 울린다.


"그러고 보니 나 오랫동안 샌즈를 못 만났네. 같이 가자."


너는 이번에는 그와 함께 돌아가겠다고 한다. 파피루스는 기꺼이 너와 동행한다. 지난번에 공원 근처 어디인지 좀 더 자세히 들어둘 걸 그랬다고 생각하며 너는 최대한 주변을 경계한다. 너와 파피루스를 향한 적의 어린 시선이 어디선가 느껴진다. 너는 파피루스에게 꽃이 아주 아름다운 길이 있다며 최대한 방향을 바꿔 길을 돌아간다.

파피루스는 아무런 이상도 눈치채지 못하고 그저 길가의 벚꽃들을 바라보며 감탄하고 있다. 어느새 시선은 사라지고 파피루스와 샌즈의 집에 거의 다 와 간다. 너는 지금 샌즈를 만나면 눈치 빠른 그가 뭔가 알아챌까 걱정되어 걸음을 살짝 늦추고 파피루스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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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 엄마가 숙제하라고 한 걸 깜빡했네. 샌즈는 나중에 만날게!" 대답조차 듣지 않고 빠르게 뛰어 너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이번에는 파피루스를 구했다고 중얼거리고 침대에 뛰어들어 일기조차 쓰지 않고 깊은 잠에 빠져든다. 


그리고 나는 제발 네가 깨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너는 고요한 새벽에 문득 눈을 뜬다. 그리고 바닥에서 빛을 내는 너의 전화를 들어 올리고,

또다시 절규한다.

네가 집어 던진 전화의 화면에는 여러 건의 전화와 수십 개의 문자가 와있다.


[아가.일어나거든 전화해 주렴. 파피루스가 오늘 밤에 사고를 당했단다.]


너는 파피루스를 구하지 못했다.

그의 장례식은 인간과 괴물의 방식을 모두 합해 치러졌다. 그의 먼지는 작은 도자기에 담겨 관에 들어가 있었고 수많은 인간과 괴물들은 슬픔으로 그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러 왔다. 너는 그곳에서 그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본다. 또다시 네 앞에 구두가 보이고 이번에는 네가 그를 끌고 밖으로 나간다.

길고도 짧은 침묵 끝에 샌즈는 네게 말했다.


*..........그 표정. 이번이 처음이 아니구나.

너는 입술을 꼭 물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너는 파피루스가 어째서 죽은 것이냐고 물어본다.

*어린 애를 구하려다가 차에 치였어. 정말 착한 동생이지?..........파피루스를 부탁할게.친구

그 말과 함께 그는 또 사라진다. 너는 이번에야말로 파피루스를 구하기 위해 의지로 가득 찬다.


LOAD



달콤한 꽃향기와 햇살 내음이 나는 공기가 휙 몰아쳐 온다. 차가운 빛이 어느새 봄바람에 밀려 사라진다. 너는 잠들어있고 죽었던 파피루스는 되살아나 네 옆에서 잠들어있다. 너는 이번에는 곧장 눈을 뜬다. 나와 너는 그저 봄의 한 가닥에 멈춰 서서 파피루스를 쳐다볼 뿐이다. 그가 일어날 때까지.

우리는 두어 시간을 그저 각자 조용히 생각하며 보냈다. 너는 파피루스를 구할 방법을 생각했을 것이고, 나는 의지가 왜 돌아왔는지. 그리고 하필이면 왜 파피루스가 이미 공원에 와있는 상태에 세이브가 된 것인지를.


세 번째의 저녁놀, 세 번째의 식사. 네 입에 뭐가 들어가는지도 신경쓰지 않고 그저 대강대강 씹어 삼킨다. 파피루스는 이번에도 봄을 가장 좋아하는 계절로 선포하지만 너는 그저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다. 너는 전화가 오기도 전에 그의 손을 붙잡고 너의 집으로 달려간다. 파피루스가 당황하여 뭐라 외치지만 너는 듣지 않는다.

그를 강제로 소파 위에 던지다시피 내려놓고 울리기 시작한 그의 폰을 뺏어 들고 밖으로 나간다.

전화를 받아보니 샌즈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파피 슬슬 집에 돌아와야지.


"오늘 파피는 우리 집에서 자고 갈 거야. 양해해 줬으면 좋겠어." 대답조차 듣지 않고 끊어버린다.

어쩌면 모든 것을 설명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지만, 오늘 파피루스를 너희 집에 잡아두면 아무 문제 없을 것이고 굳이 샌즈에게 시간을 되돌렸단 말을 해서 이 이상 그가 너를 경계하는 일은 가능한 피하고 싶다는 게 네 생각이겠지.


집안으로 돌아간 너는 파피루스에게 샌즈가 오늘은 토리엘네서 자도 좋다고 허락했다고 거짓말을 한다. 어리둥절한듯하지만 그는 이내 친구와 밤새워 논다는 사실에 흥분해서 기뻐하고 있다.

토리엘에게 오늘 파피루스랑 집에서 같이 놀겠다고 전화로 허락을 구한다. 물론 그녀는 기꺼이 그러라 허락을 해주었고, 너는 이번에야말로 그를 구했다고 생각하고 안심한다.

늦은 저녁 토리엘이 돌아와 파피루스가 부엌에 못 들어오게 하라는 특명을 내리고 너는 기꺼이 파피루스의 관심을 얼마 전 새로 구매한 9*9*9 루빅 큐브를 보여준다. 그는 최고의 스파게티를 대접하겠다던 것도 잊고 즐겁게 큐브를 너와 함께 맞추려고 한다. 물론 쉽게 맞춰지진 않았고 토리엘의 따듯한 식사가 완성되었다. 너희는 토리엘과 함께 즐거운 식사를 하였고 오늘만큼은 토리엘도 관대하게 거실에서 밤늦게까지 놀아도 좋다는 허락을 내렸다.


이런저런 큐브들과 퍼즐, 보드게임을 하며 늦은 밤까지 즐겁게 떠들고 놀던 너희는 어느새 꾸벅꾸벅 잠에 빠져든다.

너는 문득 타는 듯한 고통에 눈을 뜬다. 네 눈에 보이는 상황은 처참했다. 검은 인영의 손에 너는 죽어가고 있었고, 네 위에는 누구인지 모를 괴물의 먼지가 쌓여있었다. 네 어깨 위에 널브러진 붉은 스카프를 보고 절망한다. 그리고 그다음 순간 너는 의식을 잃는다.


네가 의식을 되찾은 건 대략 이틀 정도 지난 새벽이었다. 네 옆에는 작은 그림자 하나가 있었고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누구인지 알 것 같다.


"....샌즈."

*슬슬 네가 눈을 뜰 거 같았지. 그래 내 동생을 왜 불러내서 너 대신 죽게 만든 거야?


별다른 분노도 슬픔도 없이 그저 묵묵히 물어온다.


"...파피가 죽는걸 바꾸려고 했을 뿐이야." 그래 너는 파피루스를 구하려고 했다. 하지만 왜 상황은 점점 나빠져 가는 걸까? 샌즈는 그저 너를 쳐다보더니 늘 그렇듯 웃으며 말한다.

*하지만 잘 안된 거지? 뭐, 좋아. 넌 또 시간을 되돌릴 거야. 그리고 분명 파피를 구할 수 있을 거야. 널 믿을게 꼬마.


그 말과 함께 그는 조용히 병실의 문을 열고 나간다. 믿는다는 말이 얼마나 무거운지 너는 병실에서 그 무게에 허우적거리고 있다.


그리고 또다시 한번 의지를 다지고 LOAD.


달콤한 꽃향기와 햇살 내음이 나는 공기가 휙 몰아쳐 온다. 차가운 빛이 어느새 봄바람에 밀려 사라진다. 너와 파피루스는 아직 잠들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