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부터 편견이라는 단어 자체가 내포하고 있는 것이 그러하듯 사는 게 마냥 내 생각대로 신중하게
그리고 조심스럽게 행동한 대로 되는 일이 드물다는 것을 오늘 알게 되었다
편견이라고 말해놓고 나 스스로 바보같이 함정에 빠진 게 너무 어이가 없었다는 점이 오늘의 교훈 아닐까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건지 나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화가 났다던가 그래 우주전쟁을 영화관에서 봤을 때의
그 당혹스러움과 화를 내는 친구와 출구를 걸어나오는데 들려오는 사람들의 투정 씨발 돈날렸네 아무튼 그런 느낌이다
오씨엔이라던가 아니면 시험이 끝나고 친구네 집에서 밤새 미드나 영화를 받아서 보던 게 전부였는데
생전 처음으로 J와 함께 영화관이라는 곳에서 보았던 영화가 하필이면 우주전쟁이었다
뭐 이후에 생각해보니 당시엔 나이가 너무 어리기도 했고 영화관이라는 장소에 기대와 집착이 너무 컸던 것 같다
화려한 버섯이나 숲딸기에는 독이 들었다는 뭐 그런 것들 싸리버섯도 그렇다
명절날 할머니랑 나랑 사촌동생들이랑 다 같이 성묘 끝나고 이게 참 맛있다며 이만큼 모으기 전까지는
절대로 집으로 가지 말자고 말하는 고모를 도와 이거 먹어도 되냐고 그런 질문을 하면서 버섯을 따고
그날 하루 종일 설사를 하고 나서야 내가 다시는 이런 건 안 먹겠다 그런 다짐을 하는 것들
위험한 것을 피하기 위해 편견을 가지게 되는 게 당연한게 아닌가 그게 당연하잖아 그건 나쁜 게 전혀 아니다
살다보면 요령이 생기기 마련이고 무언가 규칙을 만들게 되면 사는 게 더 편안해진다 처세술 굳이다
잠이 덜 깨었지만 저절로 발이 버스정류장을 향하는 것이나 똑같은 책을 가방에 던져 넣는 그런 것들
지금껏 남자라고 생각했었던 어느 작가의 책표지를 뒤집어 보다 나는 정말 크게 놀랐었다
필명을 쓴다 그리고 그 필명이 참 남자같은 느낌이었다 그냥 그게 내 생각이었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편견 중 하나를 피하려다 오히려 나는 책을 잘못 사고 말았다
국내 여자작가의 소설은 절대로 읽지 않겠다 그게 내 생각이었다 아무튼 그게 작년 겨울의 생각이었다
그냥 국내 여자작가들의 작품은 우울하기 때문에 읽지 않겠다는 마음이었다 여성혐오도 아닌
그냥 위험한 것을 밟기 싫어서 당분간은 피할 셈이고 언젠가는 분명 읽을 것이며 이러한 부당한 편견은 나 스스로도 잘 알고 있으며
그냥 나는 준비가 덜 됬었다 '여류 작가가 흔히 범하기 쉬운‘ 이라는 말로 시작하는 평론을 볼 적마다
이 평론을 쓴 사람은 아무래도 칭찬과 욕을 번갈아가며 쓰는 것을 정말 잘하는 사람이 아닌가
뭐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살아왔다 애초에 저걸 칭찬이라고 쓴 게 맞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그 당시엔 아마도 힘든 일이 많아서 우울하거나 슬픈 것은 피하고 싶었다
애초에 난 슬프고 우울한 것을 더 즐기는 편인데 이상하게 말이다 그냥 그게 너무 싫었다
몸이 아프면 정신도 피폐해지기 십상이다 사실 진통제가 있으니 그런 건 다 핑계고 약한 소리지만 아무튼
병원에 있는 동안 너무 심심했던 난 교통사고로 다리가 박살나게 된 열아홉살 먹은 옆 침대 동생과 친해졌었다
어딜 그렇게 밤마다 쏘다니는지 병원 간호사들이 온통 너 정말 한번만 더 술 마시면 내가 끝장나 그런 소리를 듣는 게 너무 재미있었고
술 좀 같이 마시자는 그 꼬맹이 말을 그냥 무시하고는 했었다 맨날 여자친구랑 전화로 싸우다 막상 여자친구가 면회?
면회가 아닌데 아무튼 방문을 하면 얌전해지고 뭐 그런 걸 구경하며 친해지게 되었다
월요일 회진일만 되면 의사들이 온통 너 그만 탈출하고 술 한번만 더 마시면 수술 안한다 그런 얘기를 하고
뭔가 재미있는 케이스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 눈에 보기에는 아무튼 키를 늘리는 수술처럼 보이는
이상한 철망같은 것을 오른쪽 다리에 꽂고 있었기에 너 키크는 수술 하는거냐 그런 질문을 했던 날도 있었다
컵라면이며 고추참치며 아무튼 내가 그닥 좋아하지도 않는 것을 형 이거 먹을래요 그런 얘기나 하면서
분명 중앙 홀에 누구든 읽으라고 가져다둔 책이 있었다 내가 가져올 용기는 안났다 나는 그만큼 지쳐있었다
무슨 책인지는 자세히 보지 못했지만 스무 권도 넘는 똑같은 책이 분명 자판기 옆 티브이 아래에 잔뜩 꽂혀있는걸 본 기억이 있었다
성경은 아니겠지 성경은 아니다 정장판이 아니었어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 앤 가수가 되는 게 꿈이랬다
나는 아버지나 고모 사촌누나가 오지 않은 날이면 가끔 꼬맹이랑 소주를 마셨다
기타 치는걸 알려달라고 해서 가끔 이것저것 알려주었다 사실 따라주기만 했지 못먹는 척했다
나는 하루 빨리 나아 이곳을 떠나고픈 마음도 있었고 나를 약자라고 여겨 잘 대해주는 모든 이들의 태도에
너무나도 편안하게 적응해버리고 그렇게 적응하고 약자가 되기를 자처하는 내 자신이 싫어서 거길 어서 떠나고싶었다
전 여친이 좋아하던 곡을 피해서 그게 내가 제일 잘 치는 곡이지만 아무튼 그건 안치려고 노력하면서 이것저것 치고 알려주고 그랬다
아이돌 노래는 잘 모르는데 이건 어떻게 치냐고 해서 좀 그랬었지 어쨌든 나목이라는 제목이었던 것으로 기억했는데
다리가 작살난 거 치고는 하루 종일 빨빨거리면서 병원을 온통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걔한테
중앙 홀에 있는 책 좀 가져와보라고 말했다 막상 읽어보니 점심에 반찬으로 나와서 먹은 가자미찜이 체할 정도로 짜증나는 내용이었다
분명 흥미진진한 내용이었지만 조금만 더 읽어서 어떻게 여자가 끝장날지를 보고싶기도 했지만
그냥 그 당시에는 그럴 마인드가 되지 못했다 나는 너무 지쳐있었다 정신병원에 입원한 주인공의 여동생이 피를 토하는 장면에서
나는 책을 덮어버리고 그냥 잠을 자고 싶었다 잠에 빠져들면서 사실 약에 취해서 자는 건 꽤나 중독성이 있는 경험이다
나는 잠들고 그게 내 다짐이었다 여자 작가의 책은 당분간 피하자 앞으로도 피하고 아무튼 지금은 잘런다 그런 생각을 하다 자버렸다
그 이후로 내가 소설을 읽는 일은 없었다 막상 병원을 나오고 나니 미뤄두었던 할 일이 너무 많았고
만나야 할 사람이며 신경 써야만 할 일이며 아무튼 그런 것들이 너무 많았다 그런 걸 쌓아두는걸 좋아하지 않는다
어서 해치우고 편해지고 싶은 마음이었다 애초에 난 아무도 하지 않는 방학숙제나 과제같은 것을 미리 해두는 스타일이니까
책표지 안쪽의 날개에 쓰인 작가의 소개를 보았다 여자작가였다 정면을 똑바로 보는 모습이 아니라
비스듬히 어딘가 다른 곳을 바라보는 사진이었다 그런데 첫 문장은 그렇다 쳐도 그 글은 내 무언가를 후벼내는 느낌이었다
사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책의 첫 문장을 전부 기억하는 이상한 습관을 가지고 있다
그냥 그게 저절로 외워진다 아무튼 첫 문장은 별로였지만 두 번째 세 번째 그리고 페이지를 넘길수록 기분은 불쾌했지만
점차 무언가 재미있었다 역시 이 책을 사자 그렇게 마음을 먹고 더 읽는 것을 포기하며 책을 덮었다
좋아하는 것은 아껴두는 것이 재밌는 삶의 비결이니까 필명이란 것은 분명했지만 그냥 필명에서 느껴지는 느낌이
남자가 아닐까 했었기에 조금 의외였다 생김새가 누군가를 많이 닮았다 글쎄 저런 느낌의 여자를 내가 어디서 본적이 있었던가
그게 좀 불확실했다 애초에 저 나이 대 여자를 그렇게 많이 알고 있지 않는데
누굴 떠올린 건지 모르겠다외모가 닮은 게 아니라 분위기나 머리모양이 비슷한 것일지도 모르지
생각해보니 남자였다 한때 외국여행을 갔을 때 십오일간 묵었던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적 있는 남자가 기억났다
광주에서 일을 하고 있는 극작가라고 했다 한국에 돌아온 후로 몇 번 연락이 왔기에함께 두 번 술을 마신 적이 있었는데
바로 그 사람을 닮았던 거였다 그게 조금 우스웠다 어째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당시 여행을 하면서 만났던 사람들 중에서
예술가의 느낌이 나는 사람들은 아님 정말 예술가인 사람들은 전부 하나같이 광주에서 온 사람들 이었다
이러한 내 스테레오 타입은 이후로도 변함이 없어서 새롭게 누군가를 만날 적마다 같은 질문을 농담 삼아 던지고는 했다
아 광주사람이구나 혹시 음악이나 글 쓰는 거 좋아하나요? 광주사람들 중에 예술가가 많잖아요 뭐 그런 헛소리들
글쎄 내가 눈치가 빠른 편은 아니지만 적어도 듣는 상대방은 기분이 나빠 보였던 적은 없었다
아무튼 그 남자를 만났던 당시 나는 Q라는 친구와 함께 단 둘이서 여행 중이었다
정확하게는 그 극작가라는 남자를 만날 당시엔 나와 내 친구는 따로 갈라져 각자가 원하는 곳에서 머무르고
서로 어느 도시에 있는지 그런 사소한 연락조차 하지 않던 상황 이었다
Q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친구 중 하나이다 첫 만남마저도 내 인생의 하이라이트적인 그런 친구
그때 Q와 나는 열한 살이었고 Q는 류시화를 참 좋아했다 우리가 첫 친구가 된 후 내게 준 첫 선물 또한 류시화 시집이었다
말수가 적지만 할 말은 분명히 할 줄 아는 애였고 처음 만나 우리가 점차 친해지게 된 후로도
나는 줄곧 이 아인 정말 어떤 소설의 부주역이었던 M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건방지게도 주역인 S는 나였다 뭐 그런 오만한 생각을 하면서 살았다 자아중심성이 절정이었던 그런 어린 내가 너무 귀엽지만
한편으로는 부끄럽고 아무튼 애매하다 나는 대부분의 내 지인과 친구들과의 첫 만남을 모두 기억한다
가끔 이런 걸 상대방한테 말할 때면아 정말 그랬어? 기억력 되게 좋네 뭐 그런 식의 반응이다
어떨 땐 상대방도 기억하고 있을 때도 있고 서로가 기억하는 내용이 정말 제멋대로일 때도 있고 뭐 정말 그대로 똑같이 기억할 때도 있다처음 만났던 당시의 Q의 인상과 말투와 대사를 그대로 흉내내어 말해줄때마다
Q는 깜짝 놀라거나 너무 수줍어하고는 했었다 그게 재밌어서 가끔 하고는 했었다
서로 구체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었지만 둘 다 이 나라에 언젠가 꼭 가고 싶었던 게 분명했다
수석장학금을 받겠다며 도서관에만 쳐박혀있던 나는 아주 지루한 삶을 살고 있었고 친구는 편입을 준비 중이었다
처음 만났을 당시에야 그런 걸 잘 알지 못했지만 사실 알고 보니 엄청난 수재였던 Q는 월반을 하여
내가 고등학교를 입학할 당시에 이미 대학을 다니고 있었다 엠티 CC 수강신청 아무튼 그런 모든 것을 나보다 먼저 겪어본 Q는
내가 감히 투정을 부리기 미안할 정도로 나름의 힘든 경험과 슬픈 사랑 같은 것 아무튼 그런 걸 나보다 먼저 해버렸다
그게 좀 질투 났던 때도 있었지 Q는 해바라기 꽃을 가장 좋아한다 그 사실을 안건 Q가 겪었던 사랑얘기를 술에 취해 듣던 때였다
난 매화수라는 걸 그때 처음 먹어봤고 글쎄 사실 머리가 핑핑 돌았고 해바라기만이 기억에 남았다
아무튼 과정이며 끝이 영 좋지 않은 이상한 사랑얘기였고 애초에 남자 둘이서 무슨 꽃을 좋아하냐
그런 얘기를 하는 게 더 웃기지 않나 싶다 일 년을 마칠 무렵엔 우린 둘 다 서로가 원하던 목표를 이루긴 했지만
어쩐지 너무 지쳐있었다 그냥 어딘가로 떠나버리고 싶었다 그것도 다른 누구도 아닌 Q랑 가게 될 줄은 정말 몰랐지만 말이다
열두시가 넘어서까지 채팅을 하던 우리는 결국 단 둘이 멀리 여행을 가기로 결정했다
비행기 티켓을 제일 먼저 샀다 엑셀을 켜두고 여행 일정이며 동선을 짜보았다
얼굴도 보지 않았지만 우린 정말 신나있었다 몇 개월간 그렇게 신났던 적이 정말 별로 없었는데
새벽 몇 시까지 여행계획을 짜고 나서야 둘 다 잠들 수 있었고 다음날부터 부지런히 도서관이며 서점에 가여행책자를 사왔다
카페에 가입해 첫 입국 날 우리가 머물 예정인 도시에 대한 정보를 뒤졌다 근데 그 첫 도시가 우리한테 정말 큰 충격이었지?
나는 아직도 그 때 보았던 그 남자애가 떠오른다 도착하자마자 너무 지친 우린 온수를 너무 많이 썼고
막혀버린 변기랑 하수구 때문에 샤워를 할 수 없었다 하수구를 뚫어주겠다며 나타난 소년이 일곱 살도 채 되지 않아서
나랑 Q는 너무 충격적이었고 그것보다도 더 충격적인건 그 소년이 지금 생각해보니 쉰살도 더 된 아저씨처럼 무덤덤한 표정으로
그리고 이런 일은 정말 짜증난다고 돈만 아니면 이런 것도 안한다는 식으로 행동했던게 너무 충격이었다
작은 호수도시 그곳이 너무 그립다 육식을 하면 안되는 성스러운 그 채식의 도시가 너무 그립다 이말이다
나와 Q의 배낭에는 고추장이나 김치가 아니라 소주가 잔뜩 들어있었다 팩소주라는걸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덕분에 우리 여행길은 칭송받을 수밖에 없는 여행이었다 누구든 그 팩소주 하나를 만원에 사겠다고 했으니까말이다
Q와 내 배낭에는 총 사십개의 팩소주가 들어있었다 육식과 음주를 금하는 그 작은 도시에서 Q와 나는 매일 일기를 쓰며
육각형 결정이 너무나 신기한 그 이상한 설탕을 싸구려 홍차에 쏟아넣으며 서로 일기를 쓰고
우리는 일정에 맞추어 다음 도시로 떠나고 나는 그 작은 호수마을이 너무 그리워서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고
Q는 우리 일정의 마지막 종착지가 될 예정이었던 도시에 홀려 그곳에 일주일을 머물렀다
나는 P에 너는 B에 서로가 어디에 머물고 있는 지 너무 잘 알고 있었고
여행이 끝난 다음에 서로 일기를 교환해 읽기로 약속을 했었기에 우린 그대로 연락도 없이 잘 지냈다
맛없는 홍차에 설탕을 들이 붓는 동안이면 피뢰침으로 돌아오는 그 새며 새벽 네시에 일어나 호수를 바라보면
호수 가운데를 헤엄치던 이상한 그리고 아주 커다래서 날 무섭게 만들던 그 메기의 그림자같은 것을 기억해본다
그 새는 지금 살아있을까 그런 생각이라던가 그 메기는 언제부터 그 호수에 있었던 걸까 그런 생각들
우리가 묵고 있는 방의 피뢰침에 앉아 오로지 밤에만 운다는 그 이상한 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글쎄 그게 일종의 동성애적 사랑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즐거운 시간 아니었나 싶다
Q와 나의 생일은 열흘 남짓 차이 난다 처음 만나던 그 때에도 Q는 작고 말랐는데 나는 반에서 키가 제일 커서
항상 우린 떨어져 앉아있어야만 했다 그나마 학생번호는 이니셜을 기준으로 정해지는 탓에
학생번호만은 두칸 혹은 세칸 밖에 떨어져있지 않아 체육이라던가 조별활동같은 건 항상 같이해왔다
아침잠이 많은 친구의 집은 우리 집이랑 거리가 가까웠고 나는 아침마다 친구네 집에 가서 같이 학교를 가고는 했었다
가끔은 친구가 학교 갈 준비를 마치기를 기다리는 동안 친구의 여동생과 어머니 아버지와 같이 아침식사를 한 적도 많았다
친구 아버지는 요리사였고 어머니는 의외로 요리를 못하시는데 그 당시엔 항상 Q의 어머님께서 요리를 하셨다
한식 양식 자격증을 따신다며 공부 중이셨는데 가끔 정말 독특한 재료도 있었다 Q가 아침부터 코피를 쏟아서
옷을 갈아입느라 머리도 못감고 나왔던 날은 랍스타가 들어있는 된장국과 오이선을 먹었다
오이선이 도대체 뭔지는 정말 한참 나중에 알았고 어머니가 만든 방식이 어떤 감점요인을 받을만한 것인지
뭐 그 이후로 오이선이라는 것을 다시 먹을 경험은 없었지만 그런 사소한 것들을 아무튼 언젠가 이후에 알게 되었다
영콘이라는 것도 Q네 집에서 처음 먹어봤고 와인이라는 것도 크리스마스날 Q와 하루를 보내며 처음으로 먹게 되었다
Q의 부모님은 특히 어머니는 내가 뭐든 잘 먹는 탓에 항상 먹을 걸 잔뜩 챙겨주시고는 했었다
글쎄 모르겠다 우리 어머니도 음식을 못하셔서 나는 가리는 음식이 별로 없었다
책을 읽는 것 그래 그 이야기를 하려고 글을 쓴 것인데 의식의 흐름이 너무 심했다
빗소리가 너무 좋다 창문이며 베란다를 열어두고 잘 계획이다 내일은 비가 더 내렸으면 좋겠다
아무튼 나목인줄 알았던 그 기분 나쁜 글은 나무 불꽃이었고 오늘 안에 읽고 잘 일은 뭐 이미 그른 것 같다
나무 불꽃 직전까지 있던 단편을 읽으려다 버스가 너무 어둡기도 하고 무언가 노래를 듣고 싶어져 읽는 걸 그만두었다
버스에 있을 적만 해도 비가 아주 조금 내리더니 막상 내리고 나니 이젠 제법 많이 온다
비를 맞고 싶었다 그냥 흠뻑 다 맞고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면 그리고 가는 길에 맥주를 한 캔 사서 얼려두었다 샤워를 마친 후 마시면
정말 괜찮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가방엔 책이 들어있었다 가죽가방이라 어차피 샐 일은 없었지만 그냥 책이 젖는 게 싫었다묘한 기분을 맛보게 만든 책이었지만 그래도 젖는 건 싫었다
집에 가면 좀 용기내서 마지막까지 읽어볼까 그렇게도 생각중이었는데 비에 젖어 울은 책을 읽어야 하면 속상할것같았다
주머니에 현금이 얼마 들어있었고 버스정류장 바로 앞에 있는 가게를 들를까 고민하며 잠깐 버스 정류장에 앉았다
비가 더 많이 오면 좋겠다고 어서 장마가 왔으면 좋겠다고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러다 갑자기 누가 말을 걸었다하늘색 장우산이랑 삼단우산을 끌어안고 우산을 쓴 아주머니가 말을 걸었다
집이 어딘지 모르겠는데 초등학교 앞까지 우산을 씌워주신댄다 그래 저분이 누군지 안다
동네 예쁜 화단 앞마당에 묶어놓고 기르는 개가 한 마리 있는데 그 개의 주인집 아주머니라고 하신다
애초에 동물들이 날 좋아하는 경우가 별로 없어서 섭섭한 참인데
그 집 개만큼은 나만 보면 껌뻑 죽어서 굳이 먼 길을 돌아서 그 개를 보러가거나 하고 그랬다
머리는 나쁜 것 같은데 아무튼 뭔가 너무 귀여워서 나도 나중엔 저런 개나 한번 키울까 그런 생각을 가끔 한다
한번 저번에는 신나서 잔뜩 만지고 있었더니 지나가던 할머니가 만지면 안된다며 버럭 소리를 지르셔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저 개가 아주 사나운 개라서 자기도 한번 물릴 뻔 했고 이 앞에 카페 주인도 가끔 간식을 주고는 했는데
기억을 못하고 물어뜯을 뻔해서 그 이후로는 아무도 이 개를 안만진댄다
아마 그 이후론 아무도 저를 안 만져 주니까 너무나 외로워져서 나만 보면 만져달라고 난리인 걸지도 모르겠다고
뭐 그런 생각을 당시에 했었다아주머니 집까지 우산을 같이 쓰고 나도 집으로 돌아왔다
우산을 결국 세 개나 가지고 계셨는데빌려주시지는 않았던 이유는
술을 드시러간 아저씨랑 아저씨 친구 분에게 드릴 우산이라서 그런거였다
버스정류장 길 건너 삼겹살집에 들러 우산을 전해주고 높이가 맞지 않아 내가 우산을 들었다
집이 어디냐 나이가 몇 살이냐 여자 친구는 있냐 뭐 그런 질문을 하셨다 사적인 질문을 하는 건 싫었지만
그냥 그 집 개가 너무 좋아서 뭐든 상관없는 그런 기분이었고 아주머니 인상도 참 좋았던데다
맥주를 먹어서 그런가 그냥 지금 기분이 참 좋기에 별 생각은 안 든다 그저 오늘 그런 일이 있었다
결국 집 앞에서 피쳐를 하나 샀고 슈퍼 아주머니가 깜빡 잠이 드는 바람에 손님이 오는 소리를 못 듣고 방안에서 주무셨고
계산대 앞에 놓여있던 티브이의 안녕하세요 프로그램 광고를 잠깐보다 도둑이 들면 어쩌나 화장실을 가셨나 뭐 그런 고민을 잠깐 하다
제때 계산을 하고 집에 왔다 마침 집에 아무도 없는 날인데 일기 쓰는 것 말고 뭔가 더 건전하지 못한 것으로 시간을 보낼까 했지만 오늘은 이걸로도 충분히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갤기장 냠냠이다
나랑 왤케 비슷...내모습 보는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