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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리엘은 졌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포기했다. 프리스크의 의지는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강했고, 단단했다. 부술 수 없는 그 의지를 아스리엘은 놓아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 마지막 부탁을 했었다. 자기 대신에 자신의 부모를 부탁한다고. 그 누구보다 친절했던 프리스크에게 말했었다. 대답을 듣지 않았지만 허락해 줬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괴물들 사이에서 한가지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구원자였던 인간이 왕이 권유한 대사도 포기하고 어디로 떠난다고.


괴물들이 말하는 '인간'이 누구인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왕이 중책인 대사를 권유할정도의 인간이 또 누가 있겠는가. 아스리엘의 단 하나뿐인 친구 프리스크였다.

아스리엘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이 부모를 부탁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도 지나지 않아 잊어버린건가? 아니면... 내 부탁을 거절한건가?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았지만 역시 직접 물어보는게 나을 것 같았다. 아스리엘은 달려갔다. 남들이 자신을 쳐다봐도 신경쓰지 않았다. 프리스크가 훌쩍 떠나버리기전에 프리스크를 붙잡고 대답을 듣고 싶었다.


대답? 아니, 사실 그런건 필요 없었다. 자신의 부모를 부탁한다고 했었지만 솔직히 그걸 원하고 말한 게 아니었다. 그런 부탁을 한 이유는 다른데에 있었다. 그렇기에 아스리엘의 발은 점점더 빨라졌다. 옛날에도 달리기 하나만큼은 자신 있었다. 폐허를 지나 스노우딘에서 배를 타고, 코어에 도착한 뒤에는 엘레베이터를 타서 있는 힘껏 달렸다. 성에 도착하고나서도 쉬지 않았다.

아스고어가 자신을 알아보면 어쩌지 하고 가슴 졸일때도 있었지만 다행히 아스고어는 자리에 없었다.


결계의 밖. 지상에 도착했을 때 눈부신 빛이 아스리엘의 눈을 강타했다. 비록 거의다 져가는 석양이었지만 동굴에서만 살았던 아스리엘에겐 눈부셨다. 아스리엘은 한 손으로 빛을 가리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그곳은 산 정상이었다. 가파른 절벽이 있는 위험하기도 하지만 유일한 통로. 거기서 아스리엘은 프리스크를 봤다.


순간 숨이 멎는듯 했다. 프리스크는 석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스리엘은 어릴적 읽었던 동화의 한장면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장면 뒤에는 비극적인 것 같았는데...

갑자기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쏴아아하고 나무가 거세게 흔들렸다. 거기에 맞춰 프리스크도 몸이 앞으로 기울어졌다. 아스리엘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아스리엘은 뛰쳐나갔다. 프리스크가 앞으로 넘어지기 전에 잡아줘야 한다는 그 생각 만으로. 프리스크가 크게 다치거나 심하면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스리엘은 달려갔다.


"아스리엘. 왔어?"


그때. 목소리가 아스리엘을 멈춰 세웠다. 멈추지 않을 것 같았던 다리가. 프리스크을 몇보 앞에 두고 멈췄다. 이름을 부른건 다름아닌 프리스크였다. 앞으로 휘청이던 몸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올곧게 섰다. 프리스크는 웃으며 돌아봤다. 평소의 상냥한 웃음이 아니었다. 장난끼 가득한... 어린아이의 웃음이었다.

















아스리엘은 졌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포기했다. 프리스크의 의지는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강했고, 단단했다. 부술 수 없는 그 의지를 아스리엘은 놓아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 마지막 부탁을 했었다. 자기 대신에 자신의 부모를 부탁한다고. 그 누구보다 친절했던 프리스크에게 말했었다. 대답을 듣지 않았지만 허락해 줬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괴물들 사이에서 한가지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구원자였던 인간이 왕이 권유한 대사도 포기하고 어디로 떠난다고.


괴물들이 말하는 '인간'이 누구인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왕이 중책인 대사를 권유할정도의 인간이 또 누가 있겠는가. 아스리엘의 단 하나뿐인 친구 프리스크였다.

아스리엘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이 부모를 부탁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도 지나지 않아 잊어버린건가? 아니면... 내 부탁을 거절한건가?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았지만 역시 직접 물어보는게 나을 것 같았다. 아스리엘은 달려갔다. 남들이 자신을 쳐다봐도 신경쓰지 않았다. 프리스크가 훌쩍 떠나버리기전에 프리스크를 붙잡고 대답을 듣고 싶었다.


대답? 아니, 사실 그런건 필요 없었다. 자신의 부모를 부탁한다고 했었지만 솔직히 그걸 원하고 말한 게 아니었다. 그런 부탁을 한 이유는 다른데에 있었다. 그렇기에 아스리엘의 발은 점점더 빨라졌다. 옛날에도 달리기 하나만큼은 자신 있었다. 폐허를 지나 스노우딘에서 배를 타고, 코어에 도착한 뒤에는 엘레베이터를 타서 있는 힘껏 달렸다. 성에 도착하고나서도 쉬지 않았다.

아스고어가 자신을 알아보면 어쩌지 하고 가슴 졸일때도 있었지만 다행히 아스고어는 자리에 없었다.


결계의 밖. 지상에 도착했을 때 눈부신 빛이 아스리엘의 눈을 강타했다. 비록 거의다 져가는 석양이었지만 동굴에서만 살았던 아스리엘에겐 눈부셨다. 아스리엘은 한 손으로 빛을 가리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그곳은 산 정상이었다. 가파른 절벽이 있는 위험하기도 하지만 유일한 통로. 거기서 아스리엘은 프리스크를 봤다.


순간 숨이 멎는듯 했다. 프리스크는 석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스리엘은 어릴적 읽었던 동화의 한장면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장면 뒤에는 비극적인 것 같았는데...

갑자기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쏴아아하고 나무가 거세게 흔들렸다. 거기에 맞춰 프리스크도 몸이 앞으로 기울어졌다. 아스리엘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아스리엘은 뛰쳐나갔다. 프리스크가 앞으로 넘어지기 전에 잡아줘야 한다는 그 생각 만으로. 프리스크가 크게 다치거나 심하면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스리엘은 달려갔다.


"아스리엘. 왔어?"


그때. 목소리가 아스리엘을 멈춰 세웠다. 멈추지 않을 것 같았던 다리가. 프리스크을 몇보 앞에 두고 멈췄다. 이름을 부른건 다름아닌 프리스크였다. 앞으로 휘청이던 몸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올곧게 섰다. 프리스크는 웃으며 돌아봤다. 평소의 상냥한 웃음이 아니었다. 장난끼 가득한... 어린아이의 웃음이었다.








"..."


"왜 그래 아스리엘?"


"프리스크."


아스리엘은 한쪽 무릎을 굽히고 프리스크와 눈을 맞췄다. 그리고는 프리스크를 상냥하게 끌어안았다. 프리스크는 아스리엘이 왜 그러는지 물어보지 않았다. 그저 상냥하게... 상냥하게 아스리엘의 머리를 쓰다듬어줄 뿐이었다. 아스리엘은 왜인지 모르게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그는 여전히 울보였다. 그래. 그건 변하지 않을 사실이다.


어느정도 진정된 아스리엘은 프리스크를 놔줬다. 프리스크는 아스리엘의 몸에 기대며 다시 석양을 바라봤다.


"이쁘지 아스리엘?"


"너, 내가 여기로 올걸 알고 있었어?"


"응."


"도대체 어떻게..."


"난 너의 최고의 친구인걸? 이 정도는 기본이지."


"하하... 그래?"


원래의 아스리엘이라면 좀더 활기차게 웃었겠지만 도저히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아스리엘은 뒤에서 프리스크 어깨에 얼굴을 올리며 말했다.


"프리스크. 나, 어떤 이야기를 들었어. 네가 어디로 가버린다는 이야기를. 모든 친구들을 제쳐놓고 어디론가 훌쩍 떠난다는 이야기를."


프리스크는 아무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 아스리엘은 그게 답답했다. 그리고 괴로웠다. 그 뒤에 이어질 말이 있었지만 하고 싶지 않았다. 왠지... 그 말을 한다면, 정말로 프리스크가 눈 앞에서 영영 사라질 것만 같았다. 영원히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영원히 같이 놀 수 없을 것 같았다. 영원히 이 온기를 느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영원히... 그 미소를 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정말로... 갈꺼야?"


하지만 물어봐야했다. 물어보기 싫었지만 물어볼 수 밖에 없는 이야기. 아스리엘은 이제 플라위가아니다. 감정이 없지도 않다. 그렇기에 물어봤다. 나만 행복해질 수는 없으니까. 최고의 친구라면, 친구의 선택 정도는 뒤에서 지켜봐줄 수 있어야 하니까. 친구의 선택이 어떻게 됐든 받아들이기 위해, 목이 매이지만 말을 이었다.


프리스크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아스리엘의 물음에도 대답이 없었다. 그저, 석양이 완전히 질때까지 가만히 바라만 볼 뿐이었다. 석양이 완전히져 어두워지자 프리스크는 조용히 입을 뗏다.


"아스리엘. 울지마"


그 말에 아스리엘은 자신이 어느샌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눈물을 황급히 닦을려는 그 때 프리스크가 뒤로 돌더니 아스리엘을 안아줬다. 아스리엘의 목을 감싸 안은 프리스크의 온기가 온 몸에 전해졌다. 그리고 왜 안아줬는지 알기 때문에 아스리엘은 소리내어 울 수 밖에 없었다.


"안돼! 프리스크... 안되겠어... 역시 널 보낼 수 없어. 보내고 싶지 않아."


아스리엘은 울면서 말했다. 역시 떠나보내기 싫었다. 자신 대신에 자신의 부모를 잘 돌봐달라는 것도 사실 핑계였다. 그저 자신의 부모와 계속 살고 있다면 나중에 한두번 쯤은 또 만날지도 모른다는 기대에. 그런 부탁을 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영영 떠난다면? 프리스크를 영영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영원히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눈물이 계속 쏟아졌다.


"난 가야해. 미안해 아스리엘."


"어째서... 넌 나의 최고의 친구잖아. 어째서...!"


"미안해. 아스리엘."


아스리엘은 프리스크를 놔주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강하게 끌어앉고 있지는 않았다. 어린 프리스크가 자신의 힘으로 풀 수 있을 정도로만 안고 있었다. 감정은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몸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 이제 보내줄 때가 된거다.

짧았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녀의 여정은 끝났다. 그녀는 멀리 날아갈 것이다.


"아스리엘. 마지막 선물이야."


프리스크는 울고있는 아스리엘의 손에 무언가를 건네줬다. 그것은 노란 꽃이었다. 황금꽃과 색은 비슷하지만 크기가 다른. 작은 꽃이었다.


"아스리엘."


그리고 프리스크는 작게 아스리엘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는 아스리엘의 이마에 키스를 했다. 


"미안해. 그리고... 즐거웠어."


그 말을 끝으로 프리스크는 아스리엘의 품에서 벗어났다. 아스리엘은 붙잡지 않았다. 몸에서 온기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지만 잡지 않았다. 잡으려고 시도도 하지 않았다. 

잡을 수 없었다.












지하는 텅 비였다. 모든 괴물은 지상으로 나가 자유를 만끽하고 새로운 문물을 즐겼다.

하지만 딱 한명. 지하에 남아있는 괴물이 있었다. 그 누구도 모르지만 그 누구라도 아는. 울보 괴물이.

그 괴물은 오늘도 어제와 같이. 그리고 그저께와 같이 행동한다. 아침을 먹고, 밖으로 나가 꽃에 물을 주며 꽃을 살핀다. 하지만 황금꽃만 있던 옛날과 다르다. 요즘에는 새로운 꽃이 생겼다. 바로 민들레였다. 민들레는 황금꽃과 잘 어울려졌다. 아스리엘은 민들레가 잘 자라는지 매일매일 확인했다. 왜냐하면 그녀의 마지막 선물이니까.

그렇기에 더욱 더 소중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그리고 아스리엘은 듣는사람도 없지만 혼잣말을 전했다.


"프리스크. 잘 지내고 있어? 지하 세계는 이제 아무도 없어. 처음엔 조금 쓸쓸하기도 했지만 어느정도 적응된 것 같아. 만약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지상에 있는 괴물들에게 말해. 그들은 너의 부탁을 반드시 들어줄 테니까. 만약 그렇지 않아도 걱정마. 너의 최고의 친구인 나한테 오면 되잖아."


아스리엘은 할 말을 생각하는지 잠시 말을 끊었다. 그리고 민들레에게 물을 주면서 다시 말을 하기 시작했다.


"민들레는 잘 자라고 있어. 네가 왜 나에게 민들레를 줬는지 처음엔 의아했지만, 왠지 지금은 알 것 같아. 민들레가 흰색으로 변했을때 처음에 큰 문제가 생긴 줄 알았어. 민들레는 처음 길러봤거든, 그러던중 알게됐어. 민들레는 꽃가루가 아닌 씨앗이 되어 저 멀리 날아가 새로운 꽃이 된다는 걸. 그걸보고 나는 민들레가 너와 같다고 생각했어. 아름답고 연약한 꽃이지만. 때가 되면 험난한 모험을 시작하고, 모험이 끝나면 다시 예쁜 꽃이 된다는걸. 그러니까 너는 떠난거겠지?...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서."


아스리엘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속으로 프리스크에게 간절히 부탁하듯이 말했다.


그러니까. 언제든지 여기로 날아올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둘께. 나의 최고의 친구 프리스크.



갑자기 바람이 불었다. 그리고 민들레 홀씨 하나가... 지하세계 밖으로 날아갔다.












감동물은 잘 못쓰겠다. 감정이입이 잘 될지도 모르겠고. 아무튼, 재밌게 읽어 줬으면 한다. 대충 한시간 정도 걸린 작품이라서 엉성할 수 있는건 이해해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