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내내 쌀쌀한 스노우딘에 사는 괴물들은 거의 대부분이 두꺼운 옷을 입고 있다. 다만 그들이 유일하게 겉옷을 벗고 얇게 입고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불괴물 그릴비가 운영하는 술집에서 술을 마실때이다. 핫랜드 태생인 그릴비가 어째서 스노우딘에 왔는가에 대하여 수많은 소문이 떠돌았다. 핫랜드에서 하던 장사가 망해서 왔다는둥. 사실 불처럼 보이지만 불이 아니라 물이 위로 솟구치는거일지도 모른다는 둥. 그도 아니면 마조끼가 있어서 자칫하면 온도가 내려가 죽을지도 모르는 스노우딘에서 살며 스릴을 즐기는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소문의 주인공인 그릴비는 눈앞에 괴물을 한심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물론 그렇게 쳐다본다고 해서 다른 괴물들이 알 수 있지는 않겠지만.

\"그러니까! 아스고어 그자식은 할 줄 아는게 아무것도 없다니까!\"
\"...........\"

그가 보고있는건 자신의 상사이자 지하세계에 왕인 아스고어를 신명나게 씹어대는건 왕실 최고과학자라 알려진 W.D 가스터박사였다. 왕이 무능하다는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래도 자기 밥줄인데 저렇게 욕해도 되는걸까. 그릴비는 생각했다. 술도 약해서 간단한 칵테일을 조금만 홀짝여도 금새 취하는 주제에 왜 허구한날 가게로 오는건지. 게다가 일도 제대로 안하고 오는지 언제는 옷도 제대로 갖춰입지않고 쳐들어 온적도 비일비재하다. 아마 오늘도 이런 늦은시간에 왕 욕을하며 주정 부리는걸 보니 또 일하기 싫다고 뛰쳐나왔겠지. 거기까지 생각한 그릴비는 휴대폰을 꺼내 단축번호를 눌렀다. 하도 자주 연락해서 아예 1번 자리를 차지한 샌즈의 전화번호였다

전화가 연결되었지만 그릴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샌즈쪽에서도 말이 없었다. 그저 그릴비가 한 일은 눈앞에서 진상떠는 손님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려주기 위해 스피커를 키우는것이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상대쪽에서 살짝 욕지거리를 내뱉는가 싶더니 통화가 끊기고 가게 중간에서 푸른빛이 살짝 일어났다. 샌즈가 공간이동을 하여 찾아온것이다. 샌즈는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 그릴비와 그 앞에서 술에 취해 헬렐레하는 가스터를 보고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리고 뼈 하나를 소환해 내더니,

빠악!

한번의 망설임도 없이 뼈로 가스터의 머리를 후려쳤다.

\"악!\"
\"여기서 뭐하고 있는겁니까. 가스터!\"
\"으힉? 샌즈냐?\"
\"아뇨, 박사님 끌고가려고 온 저승사잡니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머리를 맞아 정신이 나간건지, 아니면 오히려 술이 깬건진 몰라도 가스터는 샌즈를 보며 실실 웃기 시작했다. 마치 귀여운 아기고양이가 손등을 할퀴는걸 보는 표정. 그 시선을 정면으로 느끼고 있는 샌즈의 입가가 씰룩였다

\"뭐가 잘났다고 웃어요? 지금 박사님 한명 때문에 연구소가 발칵 뒤집힌거 알아요?\"
\"으히히...괜찬자나..... 하루 즘 일 안해더....\"
\"...도대체 술을 얼마나 마신거야? 발음까지 다 뭉개지고있네.\"

그렇게 말하며 그릴비에게 시선을 준 샌즈에게 그릴비는 그가 칵테일 한잔을 마셨다고 말해주었다.가스터가 술이 약하단걸 생각해낸 샌즈는 머리가 아픈지 미간을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며 가스터의 목플라를 휘어잡았다. 그러곤 그릴비를 보며 고개를 숙이고 공간이동을 시전하려했다. 하지만 그릴비가 갑자기 내던진 질문에 놀라워서인지 당황해서인지 공간이동은 실패로 돌아갔다

\"궁금한게 있는데, 왜 가스터 박사님은 이렇게 일하기 싫어하는데도 잘리지 않는겁니까?
\".....그릴비, 말 할 줄 아네?\"
\"그게 문제는 아니잖습니까.\"

얼른 대답이나 하십시오.란 표정으로 그릴비가 쳐다보자 샌즈는 가스터 멱살을 흔들며 말했다. 이 괴물이 이래뵈도 머리가 너무 좋아서 자르고 싶어도 자를수가 없다고. 가스터가 없었다면 지하의 과학 수준이 지금처럼 빠르게 발전할 수 없었을 거라고. 그 말을 들은 그릴비는 새삼 가스터가 새롭게 보였다. 왕실과학자라는 직함이 괜히 있는게 아니구나 생각하며.

샌즈는 대답이 되었냐고 말했고 그릴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동시에 샌즈는 다시 공간이동을 시전하여 가스터를 데리고 사라졌다. 사라지는 순간 마주친 가스터의 표정은 무언가에 달관한듯 슬며시 웃고있는 표정이였다

그리고 며칠 후, 가스터가 실험 사고로 시공간에 흩어져 죽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

한동안 보이지 않던 샌즈가 그릴비에 찾아온것은 그 이야기가 나오고 한달이 좀 넘은 새벽이였다. 그렇게나 자랑스러워하던 과학자옷은 어디다 내팽겨쳤는지, 어디서 주웠는지 모를 꼬질꼬질한 파란 잠바를 입은채로. 그릴비에게 다가온 샌즈는 슬쩍 웃으며 술을 주문했다. 늦은 새벽시간이라 거리낄게 없던 그릴비는 술을 내어주며 물어봤다.

\"그동안 무슨일이 있었던겁니까?
\"일? 무슨 일?\"
\"한달이 넘게 연구소이 안들어갔죠? 연구원들이 여기까지 찾아와서 샌즈씨가 왔다 간 적 있냐고 물어봤습니다.\"
\"흐음... 일 때려치겠다고 했는데 왜그랬을까?\"
\"일을 안한다고 하셨다고요?\"

그릴비는 놀랍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그릴비가 봐온 샌즈는 자기 일을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괴물이었다.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는, 그야말로 좋아하는것을 직업으로 가진 케이스였다. 그런 그가 일을 그만뒀다고?

\"혹시, 그 사고때문에 그러는겁니까?

설마해서 물어본 그릴비의 질문에 샌즈의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입은 웃고있는데 눈은 울고있는. 해골괴물이 저런 표정을 지을수도 있나 싶은 표정. 하지만 샌즈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샌즈에게 그릴비는 가스터의 모습을 겹쳐보았다.

\"지금 샌즈씨, 가스터씨랑 비슷한거 아십니까?\"

흐음-? 샌즈가 흥얼거리듯 반문했다. 그릴비는 뒤돌아서 술을 꺼내며 말했다.

\"가스터씨가 이곳에 오면 그런 표정이였습니다. 그리고 하는 말은 주로 왕을 욕하는 것들 이였고요. 혼자서 술을 홀짝이는것도.\"

말을 끝내며 다시 뒤를 돈 그릴비는 샌즈를 보고 당황했다. 샌즈가 고개를 숙이고 울고있던것이다. 가스터와 비교해서 기분이 나쁜건가? 그는 절대 울지 않을거같은 상황에서 눈물을 보이는 샌즈를 어떻게 해야하나싶어 어쩔줄 몰라했다.
무슨 말이라도 해볼까싶어 입을 열던 그릴비는 샌즈가 중얼거리는 말에 입을 닫았다. 그래서 그런거구나. 그렇구나. 그랬던거구나. 알 수 없는 말만 하고 있었다.

한동안 울던 샌즈는 고개를 들고 씨익 웃으며 미안하지만 말할수 없다고. 말하면 안되는 일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고는 술값을 지불하고 가게를 빠져나갔다.

그 후 샌즈는 어이없는 농담을 하며 괴물들을 웃게 만들고, 자신은 가면같은 웃음을 지으며 일도 안하고 돌아다녔다.

그릴비는 그런 샌즈를 보며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에게서 가스터의 모습을 겹쳐보며 가스터 또한 이해할 수 없던 괴물이라 생각했다


*

시발 즉흥적으로 써내는대도 40분이 걸렸어 문학쟁이들 글 어떻게 쓰냐 놀랍다 놀라워
퇴고 없이 올리라기에 그냥 쭉쭉 씀 의식에 흐름에 따라 쓴거라 이해 안가는 부분이 있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