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열등감에 관하여
지난 주말 만났던 친구들 중 소맥을 너무 좋아해서 쏘매기라고 불리는 친구가 있다
사실 정확히는 우린 그 친구를 쏘매기라고 부르지 않는다
이게 무슨 말이냐 싶기도 할텐데 사실 이 호칭은 본래 이 친구의 중학교 동창들이 지어준 별명이며
우리 모임에 있던 친구들이 사용하는 호칭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한번 쏘매기가 제 중학교 동창들과 술을 마시던 장소에 친구를 데리러 갔다가
내가 모르는 쏘매기의 동창들이 이 친구를 쏘매기라고 부르는 것을 듣게 되었다
맥주에 소주 타듯 자연스러운 그러한 칭찬 아닌 칭찬들 그런 걸 오늘 하나 듣게 되어 기분이 찜찜하다
오늘 오랜만에 만나게 된 영토 모임에 갔다가 우린 이전에도 같은 걸 한번 한 적이 있었지만
뭔가 업데이트 된 서로의 취향이나 체형의 변화 머리 모양 면세점에서 새로 샀다는 향수라던가
편하게 말할 수 있는 그런 것들로 입을 풀어볼까 하여
서로에게 칭찬을 해주기 좋아하는 이상형에 대해 소개해보기와 같은 쉬운 주제들
듣는 이도 즐겁고 말하는 이도 기운을 빼고 말할 수 있는 주제로 오늘의 첫 대화를 시작하였다
이번엔 K로부터 나에 대한 칭찬을 들을 차례였다
지적이고 매너있는 K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그리고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형이다
영국에서 유학을 한 K는 멋진 영국 악센트와 발음 그리고 중저음의 목소리가 정말 멋진 사람이라
K의 최대의 매력이라고 항상 생각하는 그의 매너와 이러한 모든 게 너무나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K는 우리 사이에서도 구루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맛집을 정말 잘 알고 있었고
만날 적마다 한 번도 실망한 적이 없는 맛집에서만 밥을 먹게 되어
앞으로 형이 누구랑 사귀게 될는지는 몰라도 적어도 데이트 코스 짜는 것으로
서로가 싸울 일은 전혀 없을 거라며 나는 항상 장담하고는 했다
그저 본인의 키와 외모에 대해 열등감이 있다고 자주 말을 하는데다
가끔 지나칠 정도로 자기비하를 하는 탓에 특히 짝사랑 상대와 잘 되지 못한 후로 더욱 그랬다
우린 항상 K를 위한 소개팅이며 지인과 합석하는 식사자리를 자주 만들고는 했다
자기보다 연상인 짝사랑 상대가 있던 K는 일전 세 번째 데이트를 다녀온 후
평소보다 더 연애에 대해 초연해져 있었고 오늘 모임에서는 우리 중 그 누구도
K의 연애 근황에 대해 암묵적으로 묻지 않았다
사실 내가 생각하는 K의 유일한 단점은 키나 외모가 아니었다
KTX를 타고 귀가를 하는 K는 종종 먼저 자리를 일어나는 일이 있었고
그럴 때마다 남겨진 우리 다섯은 K의 오늘 발언 중에 부적절했던 것들을 한번 이야기 꺼내보다
다른 대화 주제로 옮겨가고는 했었다 특히 그런 흉 아닌 흉 사실 이런 흉은
항상 우리 모임의 여자 구성원으로부터 먼저 나왔다 우린 형을 정말 좋아하기에
형을 대면한 자리에서도 이러한 말실수 아닌 말실수들에 대해 지적하며
연애를 하고 싶다면 당장 자신감을 가지고 그 밖엔 다 좋으니
오히려 키나 외모가 아닌 이런 말실수에 대해서 좀 더 신경 쓸 것과 같은 판결을 내렸다
의도는 칭찬 같은데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혹은 그 말을 듣는 즉시 기분이 다소 울컥한 그런 말들 말이다
형은 어째선지 몰라도 그런 실수를 종종 저질렀고 그런 말을 할 때마다 나이가 동갑인 어떤 누나에게
팔을 철썩철썩 맞고는 했다 아무튼 오늘 형이 내게 했던 말은 이것이다
너는 여기 있는 우리 여섯 명 중에서 가장 똑똑하고 뛰어난 사람이야
여기 있는 모두가 그 사실만큼은 인정해야만 해
K가 이 말을 하자마자 넓은 강당이 순간 조용해진 것 같았다
K 본인은 키나 외모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었지만 사실 나도 이게 더 문제라고 생각했다
첫 번째로 먼저 저 말은 칭찬의 의도가 담겨있었지만 저 말을 함으로써 우리 다섯 명은 아 형이 또 이러시네
이런 실망인지 낙심인지를 느끼게 되어 일차적으로 형에 대한 이미지를 깎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저 말을 들은 나는 분명 칭찬이라고 들은 것인데
타인을 깎아내리고 나를 치켜세우는 방식으로 칭찬을 듣게 되어
가만히 있었는데 괜히 나머지 사람들한테 죄를 짓는 마음이 되는 그런 상황이었다
칭찬이 칭찬이 아니게 되는 그런 상황 그리고 애초에 당장 아이큐 테스트든 뭐든 하면 알겠지만
저건 사실도 아니었고 차라리 사실이면 열등감이 아닌 우월감을 느꼈겠지
오히려 저 말을 들어야 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K였다 형은 진짜 똑똑한 사람이고 아쉽게도 난 그렇지 않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저 말을 듣고 침묵을 하게 된 나머지 사람들 또한 가만히 있었는데 괜히 뺨을 맞는 그런 상황
아무튼 모르겠다 나는 칭찬에 약하고 뭔가 사소한 인사치레의 칭찬만 들어도 좀 몸이 배배 꼬이고
오히려 장난스럽게 비하발언을 돌직구로 날린다던가 그런 게 오히려 민망하지 않아서 더 좋은데 형 바보다 진짜
아무튼 난 정말 칭찬에 약한데 이건 칭찬도 아니고 욕도 아니고
아 곤란한 것이 너무 싫다 그게 칭찬의 방식이라 더 곤란했다 오늘 너무 곤란했다
뭐든 내 앞의 존재들이 우월한 것일 경우에는 기분이 나빠지기 마련이었지만
그러한 것이 나보다 열등한 것일 때에는 너그러워지는 것이 보통이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말이다
당시에 친구들 사이에 유행하던 것으로 뽀얀 살점에 커다란 껍질이
토종 달팽이와 사뭇 다른 이게 식용이 가능한지는 잘 모르겠는데 정말 먹을 게 없다면
삶아서 먹을 수도 있을 정도로 커다란 달팽이를 키운 적이 있다
금와 달팽이라는 것이었는데 나는 두 마리를 키우게 되었다
처음 문구점에서 이 두 마리를 사올 적에는 덩치가 비슷했는데
막상 키우다보니 둘 중 한마리가 나머지 하나보다 덩치가 커졌다
자세히 보면 작은 녀석은 좀 지능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밥을 주면 부지런히 먹어대던 큰 놈이랑 달리
밥이 있는걸 알기나 하는 건지 밥을 줘도 케이지의 벽에 붙어 꾸무적거리며 돌아다니기 일쑤였다
두 마리 중에서도 나는 그 작고 멍청한 쪽의 달팽이에게 더 정이 많이 갔었다
그저 열등한 두 미물 중에서 보다 더 열등한 것이라서 그랬던걸까
아님 단순히 무녀리를 보면 측은지심이 들어 더 잘해주고 싶고 그런 마음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잘 모르겠다
그러다 그 달팽이들이 결국 어떻게 되었는지는 잘 기억 안 나는데 한 마리가 탈출을 했고
나머지 한 마리는 죽었나 했다 내가 애초에 책임감 없이 키우다 방치했던 것 같기도 하고
어디다 풀어줬던가 동네 친구한테 줬던가 아무튼 기억이 안난다 한 마리만이 탈출했던 것 까지만 기억한다
그러다 갑자기 다른 이야기 난 bj중계며 여행기를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겪을 지도 모르는 어떤 것을 스포일러 당하는 게 싫었고
어쨌든 남의 여행기를 보다보면 이 사람은 뭘 해먹고 살길래
맨날 여행을 다닐 정도로 시간과 돈이 동시에 많은 걸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짜증이 나기 때문이었다
사실 대부분의 여행기는 막상 읽게 되면 재미있는데다
언젠가 나도 여길 가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게 되어 대충 살다 죽자니 안본 게 너무 많다
그러니 더 힘을 내서 더 살아보자 그런 경우가 더 많다 알고 보면 그렇다
그래도 간혹 이러한 열등감이나 짜증을 느끼게 하는 여행기가 분명 존재하긴 했고
그럼에도 그런 기분이 들게 하지 않는 예시의 하나가
내겐 바로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였다 이 책이 정말 꿀잼인 부분은
말을 너무나 찰지게 잘 써두었으며 가끔은 어쩐지 야한 삽화나 야한 분위기의 줄거리
특히나 상상의 여지를 남겨둔 그런 글이 제법 많았다는 점이다
공백이 많아 여분의 줄거리를 상상하게 만드는 그런 것 말이다
납치라던가 심각하게 다루어질 범죄행위나 아무튼 그런 것을 너무나 재치 있게 잘 썼기에
나는 이 아저씨를 한번 만나고 싶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 정말 즐거울 것 같다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상대방이 열등감을 느끼지 않게 하면서도 본인의 박식함으로 타인을 즐겁게 할수 있는 그런 이윤기 아저씨처럼 되고 싶었다
현대를 윤다이로 읽는 외국인을 만나는 파트를 읽은 후로는 그게 어쩐지 머릿속에 박히게 되어
외국에 나갈 적마다 기회가 되면 저 발음에 관해 은근슬쩍 물어보고는 했지만
의외로 윤다이로 읽는 사람을 만난 적은 아직까지 없었다 분명 두권짜리 책이었는데
완결이라는 말은 없었기에 나는 십년도 더 된 그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이 나왔으려나 궁금해져
인터넷에 검색하게 되었다 구글 검색창에 제일 먼저 뜬 내용은
이윤기의 그리스로마 신화 오류 많다 라는 내용의 한겨례 뉴스 기사였다
아마 오류가 많다는 말은 저 윤다이 발음에 대한 내용도 포함한 것이겠지
자웅동체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된 것도 그 책이었던 것 같다
양성구유 안드로지너스 남녀추니 뭐 그런 동의어가 어떤 페이지에서 자주 나왔다
나는 그 책을 읽을 당시 달팽이가 자웅동체인 것을 알고 있었다
애초에 달팽이나 어디서 이름을 들어본 적 있는 바다 물고기가 자웅동체인 것은 별로 놀랍지 않았지만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처럼 어쩐지 사람과 비슷한 것 중에서
자웅동체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상상해 본적이 없었고 언젠가 친구가 너무 재밌다며 추천해준
공포 소설의 여주인공이 알고 보니 양성구유였다는 것을 읽은 후로는
어쩌면 사람도 그런 게 가능할지도 모르겠다고 그냥 멍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아무튼 저 두 마리를 키우는 동안 나는 알이라던가 그런걸 보게 된 적은 없었다
뭐가 문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두 마리의 성격이 너무 달랐으니까 그렇게 된 게 아닐까 했다
오히려 서로의 다른 점으로부터 끌리는 경우도 많은데 달팽이는 뭐 조금 다른가보다 싶다
이후로 K라는 친구가 물론 이 K는 영국신사를 닮은 K형과 다른 사람이다
어쨌든 K는 대학교 1학년 때에 토종 달팽이를 두 마리 잡아다 키우게 되었는데
이게 어찌나 번식력이 왕성한지 알을 너무 많이 낳아 참깨처럼 작은 새끼들이 통에 꽉 차서
지인이며 인터넷 카페를 통해 알게 된 사람들 동네 주민들 대학 친구들에게 대여섯 마리씩 분양하는 것으로는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끔찍한 숫자의 새끼들이 수많은 플라스틱 통 속에서 꾸물거리게 되었다
애초에 K는 너무 정성을 들여서 키운 것 같았다 내가 그 정성을 들였다면 새끼를 봤으려나
아님 둘 중 크고 똑똑했던 그 달팽이가 정말 전대미문의 사이즈로 커졌을지도 모르고 아무튼 뭐 모르지
그저 당시엔 지능이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을 관찰하는 게 퍽 즐거웠던 것 같다
열등한 것을 보면서 기쁨을 느끼는 것이 매우 변태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게 일종의 자기위로 행위라고 생각을 하니 납득이 가기도한다
세상은 너무 따끔따끔하고 가끔은 혓바닥 안쪽처럼 보드라운 것들을 괴롭히거나
잘 대해주는 게 재미있을 때도 있는 법이다
내 자리를 지키는 것 그리고 다음 찬스에는 더욱 더 높은 쪽으로 옮겨가는 것
내게 기대하는 이들에게 실망을 시키지 않는 것 뭐 그러한 자잘한 것들로부터 자부심을 느낄 때도 있었지만
가끔은 좀 질릴 때도 있었다 이러한 따가운 것들은 그럭저럭 신경을 쓰지 않는 한
번거롭지않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 가시들이 아주 말랑말랑한 것이 되긴 하였다
어젠 그런 생각을 하다 잠이 들었었다 사랑 이야기 같은 것
어여쁜 소녀는 소년의 사랑이었다 꿈을 꾸던 소녀는 큰 도시로 떠나게 되었고
소녀가 너무 그리웠던 소년은 소녀의 자취를 훑어 도시를 향했다
소녀가 묵었다는 더러운 쪽방을 더듬으며 소녀의 행방을 찾는다
집 주인은 그런 소녀를 모른 댄다 그런데 어떤 낡은 방문을 연 소년은 소녀가 그 곳에 있었다는 것을
머물렀음이 틀림없었다는 것을 알고 너무나 기뻐한다 빈 방에서는 소녀의 향기가 확 끼쳐왔기 때문이었다
너는 어딘가에 있는 게 틀림없구나 내일이라면 너를 꼭 찾겠다는 다짐 같은 걸 한다
뭐 그런 사실들에 황홀해하는 소년을 보며 나는 슬플 수밖에 없었고 이후의 스포일러는 없다
애초에 결말이며 이러한 과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데 왜 한 번 더 써야 할까싶다
특히나 그 부분만큼은 내가 정말 싫어하는 부분인데 하긴 싫어요 싫어요 하는 사이에 좋아요가 된다고
우울한 이야기를 오히려 좋아하는 내가 위치하는 부분은
글쎄 아마 두 번째 싫어요와 그 다음에 있는 좋아요의 중간인 것 같다
그 이야기가 머릿속에 너무도 오래 머물러 있었기에 이후 그 이야기를 다시 읽는 일은 없었다
그건 내가 waft 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접하게 된 경험의 과정이었다
이후 이 단어를 접할 때마다 나는 그 아련한 사랑 이야기가 떠올라
저 단어에 나름의 낭만적인 의미를 덧붙이게 되었고
이후로도 제임스 조이스나 찰스 디킨스 같은 것을 읽으며 그러한 절절한 단어들이 하나 둘 머릿속에 추가되었다
단어만 떠올림으로서 마음이 절로 먹먹해지는 그러한 것들
문득 어제 밤 어쩐지 그런 식의 순수한 사랑이야기가 읽고 싶어진 나는
그러한 단어들을 자기 전 이불 속에서 하나씩 떠올려 보았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누구나 알기 쉬운 그런 공공연한 의미 리스트가 아닌
이러한 단어들이 내게 불러일으키는 먹먹함을 사전 표제어에 추가하고 싶었다
언젠가 시간이 난다면 꼭 해보고 싶은 일 중의 하나지만 나만의 사전을 하나 만들고 싶다
그 단어를 가장 알맞게 번역하는 나의 언어를 써두고 거기에 이러한 추억이나 기억이 담겨있다면
그걸 마지막 줄에 적어두는거다 내가 정말 많이 나이를 먹게 된다면
그 때 쯤에는 이러한 추가 작업들이 얼마나 진행되어 있을지 그게 참 궁금했다
이후 이사를 가게 되면서 탈출한 달팽이의 행방이 드러났다
문지방에 서서 이사짐을 나르는 아저씨들을 구경하고 동전이나 주워볼까 하는 마음에 방에 머무르며
장롱을 치우던 아저씨의 핏줄이 선 팔뚝을 쳐다보다 나는 그것을 발견했다
장롱 뒤의 새하얀 벽지 위에 달팽이 껍질이 붙어있었다 너무나도 익숙한 그 모양과
껍질에 그려진 얼룩을 볼 때 멍청한 달팽이 쪽이 틀림없었다
살아있을 리는 만무했다 그나마 동심을 생각해서 다행인 일이었지 뭐
뼈라던가 아 물론 이젠 뼈를 봐도 소름끼치는 일은 없지만 말이다 아랫도리가 소름끼쳐서 문제지
썩은 가죽 같은 것이 아니라 고운 무늬의 껍질인게 다행이었다 그래도 그 죽은 것을 들춰보는 게 겁이 났다
한참을 그냥 쳐다만 보다가 다른 방에를 들렀다가 결국 짐을 다 빼고 나서야 용기를 내서 껍질을 만졌다
똑 하고 떨어지는 소리나 빠득한 손끝의 그 느낌이 너무 예상한 대로라서 놀라웠다
집어낸 껍질은 역시 생각처럼 가벼웠고 용기를 내서 들여다본 구멍 속은 텅 비어있었다
말린 골뱅이처럼 작게 쪼그라든 것은 아닐까 흔들어보았지만 껍질은 그저 빈 것이었다
달팽이가 어디로 갔을까 사람 몸의 팔십인가 구십퍼센트는 물이라던데
그래도 바짝 말리면 미라가 되면 되었지 이렇게 사라지지는 않잖아
얘넨 그럼 백퍼센트 물인걸까 그런 충격을 받았다 소라게도 아니라서
집을 빼두고 어딘가로 사라졌을리도 없는데 왜 없어진건지 그게 지금 생각해도 의문이다
달팽이 한 마리를 주어다 한번 바짝 말려볼까 하기엔 이젠 그런 나쁜 학대행위에 대해
양심이 찔려 차마 하고싶지는 않다 그냥 누가 알면 알려줬음 좋겠는데
그냥 그 멍청한 달팽이가 민달팽이가 되어서 어딘가로 간거였음 정말 좋겠다 물론 그럴리는 없지만
한번은 초등학생때 집 근처 담벼락에 두줄 줄무늬가 그어진 엄청나게 큰 민달팽이가 붙어있는 걸 본적이 있다
엄청나게 커다란 민달팽이가 그게 얼마나 컸냐면 조금 과장해서 제일 큰 천하장사 소세지 만했다
길이가 그것보다는 조금 모자랐지만 적어도 몸통의 두께만큼은 그 굵은 소세지와 똑같았다
가출 달팽이가 아마 집탈출을 한 것이라면 그 정도 사이즈가 되었겠지 그런 생각이다
또 다른 헛소리 난 애초에 일본인을 좋아하지 않는다 일본도 싫고 그냥 일본이랑 관계있는 것은 다 싫어한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일본인들은 생각보다 친절했고
낯선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유지하는 것에 도가 튼 것 같았다
특히 지하철이나 라멘집이 그러했다 어느 장소를 가더라도 긴장하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고 그리고 헤어지는 인사말들 선한 미소나 애교 있는 목소리 같은 것 말이다
사실 난 심각한 길치다 걷는 것을 정말 좋아하기에 제 시간에 어떠한 약속장소에 가는 것이 아닌 한
그냥 휘적휘적 걷다가 길이 익숙해질 때까지 몇 번 길을 헤매고 나중에 점차 길을 알아가고 그런다
근데 일본에 가 있는 동안은 길을 헤매는 티가 나면 선뜻 자처하여 길을 알려주는 사람이 많았기에
길을 모르더라도 지도를 봐야하나 어째야하나 불안함을 느끼며 다닌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한번은 고양이가 득실거리던 골목을 휘적거리고 있었는데 어떤 남자가 길을 헤매고 있냐며 먼저 말을 걸어왔고
알고 보니 재일교포였던 그 남자는 부모님의 고향인 한국에 대해 큰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일본에 사는 동포라고 하면 선민의식에 빠져 일본인들에게 알랑거리며
역사적 갈등이라던가 그런 피곤한 것에 관하여 외면하고 사는 치사한 것들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저 순수한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렇지 않은 사람도 그래 역시 당연히 있겠지 하고
정신이 조금 깨게 되었다 나와의 대화를 지속하는 동안 자신이 알고 있는 최대한 많은 한글 단어를
사용해보려고 애를 쓰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마치 내가 원어민 교수가 된 기분이었고
그건 그다지 나쁘지 않은 오히려 유쾌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이토코라는 단어를 표현하려 애를 먹던 남자는 내가 정답을 말해버리자 조금 삐진 것처럼 아쉬워했다
나보다 어린 넌 이토코며 사촌이라는 말을 둘 다 알고 있는데 자기는 그렇지 못하는 게 이해가 잘 안 간다고 했다
헤어지는 게 어쩐지 아쉬웠다 나는 일본인이란 이기적이고
남에게 무언가 사주는 일이 드문 그런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남자는 나와 마찬가지로 어쩐지 이대로 헤어지는 게 아쉬워보였다 뭔가 마실까 하며
좀 전에 지나쳤던 자판기를 향해 다시 걷기 시작했다
우린 한 시간이 넘는 긴 시간동안 이야기를 나누었기 때문에 목이 제법 말랐었다
우린 자판기에 가서 서로가 서로에게 마실 것을 쏘겠다며 실랑이를 하다
결국 각자의 돈으로 자신이 마실 것을 사서 그걸 마시며 공원 근처를 배회하다 해가 지기 전에 헤어졌다
오로지 나만이 부적절한 열등감을 가지고 착한 척 가식을 떨면서 이 나라를 돌아다니는 것 같기도 해
속으로는 내심 기분이 조금 불쾌했던 때도 많았다 아무튼 그랬다 내가 나쁜 놈 같았다
그밖에도 길을 묻다 알게 된 자잘한 지식들 그런 것도 있었다
호도바시인줄 알았던 표현은 정확히는 호도쿄였고 길을 알려주던 나이 먹은 여자는 단정하고 세련되어 보였는데다
자신도 어딜 가는 길임에 틀림없을 텐데도 육교가 보이는 곳까지 나를 데려다 주었다
단 한번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노골적으로 반감을 표했던 중년의 남자가 있었다
지하철 좌석 내 옆에 앉아있던 그 남자는 한국이 얼마나 싫은지에 대해
매우 노골적으로 하나 둘씩 언급했다 그 모습이 참 열등해보였다
애초에 나도 와보고 싶다고 생각 한 적이 한 번도 없는 나라 였는데다
당시엔 나도 어쩌다보니 오게 된 상황이었고 그저 내 편견에 비해 사람들이 너무 친절했기에
많이 누그러져서 별 생각 없이 다니는 중이었는데 역시나 겉으로는 친절해도 속내는 시커멓구나 하는
드디어 그런 예시가 나타난 것 같아서 나는 사실 속으로 아주 통쾌하고 반가웠다
어리숙하게 순수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방금 들은 비난과 일종의 열등감과 경계가 섞여있는 발언 중에서
나쁜 부분은 알아듣지 못한 척을 하며 나는 최대한 어눌하고 착한 척을 하며 대답을 하였다
오기 전까지는 막연한 반일감정을 지니던 나조차 놀랄 정도로 일본인이 친절하고 근면하고 부지런한지에 대하여
예상치도 못하게 박식한 사람들을 마주치게 된 경험과 지금껏 만난 다정다감한 사람들의 시민성에 대해 칭찬하였다
아저씨는 어쩐지 내 말을 듣고 한풀 누그러진 게 눈에 보였다
서로가 상처를 받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 서로의 열등한 부분을 토로하는 방식에 관하여
그리고 그러한 것을 대면하였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가장 현명할는지에 대하여
순간 어떤 느낌이 온 것 같았다 그런 것을 의식하지 않고 한 행동이었지만 나도 무언가를 배우게 되어 기뻤다
막상 저렇게 되니 아저씨는 새침하면서도 사실 네가 나이도 어리고 경계심이 없어 참 걱정된다며
내가 정말 궁금했던 것 중의 하나인 가장 효율적인 지하철 노선도 어플에 대해 아주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다
그리고 내가 반드시 가보아야 할 장소며 조심해야 할 점에 대해 조곤조곤 말해주었고
내가 먼저 지하철을 내리게 되어 다음 정거장에 내린다는 말을 할 때에는
안경을 잠깐 벗고 나와 눈을 마주쳐 미소 짓는 그 울룩불룩하게 또렷하게 생긴 이목구비와
내 등을 두드리다 쓰다듬는 손길이 다음 역에서 차마 내리기 아쉬울 정도로 나를 섭섭하게 만들었다
그러고보니 더 이전에도 이런 비슷한 상황을 접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이런 비결을 이미 알았었다면
그 때 어떻게 되었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다른 상황이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비슷한 상황이 맞는 것같다
새벽 두시에 야간횡단열차를 타게 된 나는 내 침대칸을 찾아 여덟 량이 넘는 통로를 헤매였다
마침내 찾은 이층 칸 내 좌석에 유럽인으로 보이는 어떤 여자가 자고 있는 걸 알았고
그 밖의 자리는 비어있지 않았기에 그 여자를 깨울 수밖에 없었다
기차역까지 걷는데 꽤 지쳐있었다 기차에 타기 직전에 샀던 뜨거운 밀크 티가 식기 전에 어서 마시고 싶었다
적어도 엉덩이를 어딘가 붙이고 편안하게 앉아서 움직이는 기차 창밖의 것들을 바라보며
그 뜨거운 차가 식기 전에 전부 마시고 싶었지만 공교롭게도 여덟 량을 지나쳐 오는 동안
빈자리의 숫자는 그다지 많지 않았었고 커다란 배낭을 메고 이전 칸으로 돌아가기엔
컵에 꽉 차있는 밀크티가 쏟아질게 뻔해 일단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차장이 어디 있을는지를 고민했다
아마 다른 자리가 비어있었다면 거기에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자리의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 한
나도 거기에서 몸을 뉘이고 해가 뜰 때까지 잠을 잤을 게 틀림없었다
어쨌든 내가 깨우니 전혀 비켜주지 않던 그 여자는 담요를 들썩이며 아주 구린 냄새를 풍겼고
유럽인인줄 알았는데 다행히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투덜거려서 아 역시 나는
외모만 봐서는 서양인을 구별 못하겠다 그런 생각을 잠깐 했다
근데 그 여자가 동양인을 비하하는 그런 욕지거리를 어찌나 찰지게 잘 말하던지 좀 전까지 생각하던
하지만 빈자리가 없어 포기한 차선책에 대해 역시 그렇게 하지 않길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욕이라면 씨팔이 세상에서 제일 쩌는 욕이며 욕만큼은 엄청나게 선진급인 나의 언어에 대해 자부심이 있었는데
어쩐지 그런 자부심이 한풀 꺾일 정도로 잠결에 속사포로 지껄이는 여자가 놀랍기도 했다
알고 보니 내 침대칸 앞뒤 위아래에서 자고 있던 여자들은 전부 그 자다 깬 여자의 동행이었고
부스스 일어난 여자들은 티켓도 없이 무단으로 탑승한 승객이어서
차장과 한참을 싸우다 결국 다음 역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적어도 차장에게만큼은 예의바르게 행동했다면
그도 너그럽게 봐주어서 새벽 한밤중에 길가에 쫓겨나는 일은 없었을 텐데
사방으로 황량해진 열차 칸을 바라보며 어쩌면 나와 그 여자들 모두 친해질 수 있었을는지도 몰랐다고
즐거운 대화나 나누다 서로의 행선지나 묻고 지금보다는 좀 더 나은 어떤 결과가 있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했다 곧 다음 정류장에서 어린 아기를 데리고 있는 부부가 타게 되었고
서글서글한 눈매를 한 두 부부와 나누었던 대화가 아주 정겨웠고 인형같이 생긴 아기 얼굴을 내려다 볼 때마다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는 그 모습이 참 좋았다 후회할 일이 아니라 그 여자들은 가길 참 잘했지 뭐
쓰다보면 자꾸 딴 얘기만 쓰는 것 같기도 하고 갤기장 냠냠이다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