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밖에서는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밝은 햇살과는 다르게 창에는 작은 물방울들이 매달려 있었다. 아마도 방금 전 내린 비가 덜 마른 것이겠지. 그러다 물방울 하나가 버티던 힘이 풀렸는지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주 느리면서 천천히 내려가는 물방울을 보고있자니 달팽이 경주가 생각났다. 달팽이들은 참으로 기묘한 생물인 것이 느린 것 같으면서도 누군가의 응원이 있으면 몇 배의 속도로 나아가는 습성이 있었다. 여지껏 달팽이를 응원해본다라는 생각 자체를 해본 적이 없어서 원래 그런 것인지, 아니면 지하의 달팽이들만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러고보니 달팽이 파이도 있었지. 달팽이와 파이라. 아무리 생각해도 무슨 맛일지 알 수가 없다. 파이에 달팽이의 비린내가 배이지 않을까? 비린내 하니 갑자기 언다인이 생각났다. 그녀의 갑옷에는 비린내가 배어있을까 아니면 그런 냄새까지 무시할 정도로 땀에 쩔은 냄새가 날까? 그런데 물고기가 땀이란 것을 흘리던가? 물고기는 물 속에서 사는데? 그런데 인간들도 수영이란 걸 하다보면 땀이 나지 않나? 그러면 물고기도 땀이 나나? 그런데 물고기는 땀샘이 없으니 땀은 나지 않을 것 같고, 그러면 더워지면 물고기들은 어떻게 열기를 식힐까? 그냥 물을 벌컥벌컥 들이킬까? 그런데 물을 마구 마시면 몸에 안좋다고 들었는데. 사막에서 길을 잃은 사람이 오아시스를 발견하고 고개를 처박고 물을 마구 마시다가 죽은 이야기도 있지 않던가. 그런데 다른 짐승들을 보면 물을 한꺼번에 많이 마셔도 별 탈이 없는 것들도 있는 걸로 봐선 그건 인간에게만 적용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 손등이 따가워서 내려다보니 어느세 해가 기울어져 햇살이 내 손등을 비치고 있었다. 아마 손등이 따가워 진 것은 이 햇살을 받아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물방울이 떨어지기 전만 해도 내 손은 분명 그늘에 있었는데. 시간이 그렇게 많이 흐른 것 같지는 않으니 해가 생각보다 많이 움직였다고 생각해야 할 거다. 하긴, 학교에 다닐 때에도 이런 경험은 많았다. 일부러 해가 들지 않는 자리를 찾아 앉아도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어느세 책상이 반사하는 빛에 눈이 살짝 부셔지곤 했던 것이다. 물론 그 햇살은 내 눈에만 피해를 입힌 건 아니어서, 여름이 다 지나고 나니 왼쪽 손은 하얀데 오른쪽 손은 까맣게 타있었던 기억이 난다. 아, 그러고보면 그릴비는 그럴 걱정은 없어서 좋다. 밝게 빛나긴 해도 뜨겁진 않으니까. 생각난 김에 오늘은 오랜만에 그릴비나 들려서 뭐라도 먹어봐야겠다. 그릴비 가게의 햄버거는 글램버거-버거팬츠에게는 약간 미안하다만-보다는 몇 배는 맛있으니. 나는 외투를 챙겨 그릴비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