ㄹㄹㄹ
평범했다.
지극히 평범했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평범하게 자랐다.
그래,평범하게. \'아무 문제도 없이\'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저 검사를 꿈꾸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소년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싫었다.
평범함.
나는 왜 특별하지 않은가?
어쩌면 이 생각이 변화의 시작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일이었다.
어느 순간 검게 퇘색되어가는 왼팔.
주위를 떠돌아다니는 귀신들
몇십 년 전부터 발생하기 시작한, 아무도 해결책을 모르는 병
\'귀수\'
그렇게 일상은 순식간에 깨져 버렸다.
귀신 들린 팔이 내 가족을 전부 참살하던 그날에.
그 후, 나는 귀검사들의 훈련소에 들어오게 되었다.
내 왼팔에는 구속구가 채워졌고, 지옥같은 훈련의 나날이 시작되었다.
나는 그곳에서도 지극히 평범했다.
검에 대한 자질도 없었고, 단 한번 본 검술을 간단하게 시전해내는 천재도 아니었다.
지긋지긋했다.
계속되는 나날은 질투, 자괴감, 절망만을 낳았고.
그때마다 팔의 귀신은 고통과 함께 내 영혼을 잠식해 들어왔다.
삶을 포기하려 했었다.
손에 든 검을 수십번도 넘게 목에 가져다댔다.
그러나 이대로 끝내기에는 남은 삶이 너무도 아까웠다.
그리고 그때쯤, \'그\'를 만났다.
그를 처음 만난곳은 훈련소 근처의 작은 오두막이었다.
백발의 노인.
그는 은퇴 전까지는 꽤 유명했던 귀검사였다.
거두절미하고 그가 제안한것은 단 하나였다.
\"나의 제자가 되게\"
나는 어이가 없어 피식 웃고 말았다.
\'그\'정도 되는 인물이 아무 재능도 없는 평범한 검사 나부랭이에게 사제의 연을 맺자는 것이었다.
\"저를 놀리시는 겁니까?\'\"
그는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절대 아니야. 이건 진심이라네.\"
이해할 수 없었다.
\"저는 훌륭한 제자가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아닐세, 자네는 충분한 자질이 있다네.\"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괜히 화가 났었다.
\"전 자질따위 없습니다!\"
그는 말했다.
\"아니, 발견되지 않았을 뿐이야. 자네는 천재들을 충분히 뛰어넘을 수 있어.
내가 그걸 가르쳐 주지.
내 제자가 되게나\"
솔직히 말해서 더 해보고싶었다.
오랜 고민 끝에 내입에서 나온 대답은 \'Yes\'였다.
그렇게 그를 사부로 모시고, 몇가지 검술을 배웠다.
오랫만에 집중해서 휘두른 검의 무게는 아주 좋았다.
그리고 얼마 후 사부는 임종을 맞이하였다.
\"자질이라는건 언젠가는 꼭 발견되는 것이다.\"
사부의 가르침이었다.
비록 그는 세상에 없었지만
나는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고 하루의 대부분을 검과 함께 보냈다.
천재들의 틈에서 눌리면서도, 가끔 절망하면서도.
그 끝에는 언제나 검을 휘둘렀다.
내가 훈련과정을 이수하고 제국의 기사단에 든 것도 전부 그 가르침 덕분이었다.
기사단에 들어온 후 받은 첫 임무는 \'폭풍의 언덕\'에서 일어나는 이상현상 조사였다.
치명상을 없지만 출혈이 너무 심하다.
이 \'폭풍의 언덕\'에 서있는건 나와 저 악마 뿐.
전설로만 전해지던 악마가 실존했었다.
양 팔이 칼날처럼 날카롭다.
피부도 철처럼 단단하여 웬만한 검으로는 상처조차 낼 수 없었다.
지금 내 동료들은 전부 차가운 주검이 되어 누워있다.
훈련소의 그 천재도, 명문 기사 가문 아들도
그러나 나는 살아있다.
수십만 수백번만씩 휘둘러 온 검이 본능적으로 반응해 날 살렸다.
그것으로 깨달았다.
내게 주어진 자질은 평범함이었다는것을
평범했기에 더 노력했고
평범했기에 자만에 빠지지 않았다.
생의 마지막에 서있는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베어지는것은 시간이었고 내가 생각했던 스스로의 한계였다.
근육의 고통스러운 파열음은 의지였으며 살아있음의 증명이었다.
동료들의 검이 울고 있다.
그 검들은 푸른 기운에 둘러쌓인 채 내 의지에 따라 떠오르기 시작했다
.
스물 네개의 검은 사방으로 퍼져 악마를 포위했다.
나는 그중 하나를 집어들고 전력으로 대쉬하여 악마를 베었다.
악마는 급히 한쪽 팔을 들어 검을 막았고,
철이 철을 두들기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나는 보았다. 녀석의 팔에 새겨진 상처를.
\'충분히 가능하다\'
두번째. 세번째. 네번째. 다섯번째.
더 빠르게. 빠르게. 빠르게!
즐거웠다. 더할 나위 없이!
점점 빨라지는 검무에 요동치는 바람이 느껴졌다.
악마의 팔에 점점 새겨지는 기분 좋은 상처가 느껴졌다.
스물두번째. 스물새번째.
그리고 스물 네번째의 검무가 끝났고
내 몸은 악마의 바로 아래쪽에 들어가 있었다.
시간이 느려지기 시작했다.
당황한 악마의 눈동자와 너덜너덜해진 양팔이 또렷히 보였다.
스물 네개의 검은 제역활을 해주었다.
이제 마지막 남은 것은.
과연 나의 검이 저것을 베어버릴수 있는가.
망설임은 없었다.
왼쪽 허리에 두고 있던 검이 공간을 가르며 나아갔다.
깨어났다.
사부가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도 웃었다.
사부가 물었다.
\"왜 웃느냐.\"
아, 뭐라고 말해야 하나.
\"행복한 꿈을 꾸었습니다.\"
사부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싱거운 녀석... 가자꾸나.\"
일어서서 사부의 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더이상 왼팔은 아프지 않았다.
기분은 더없이 상쾌했으며.
여한은 없었다.
최고의.
인생이었다.
후에 추가로 파견된 기사단이 본 것은
반으로 갈라진 악마의 시신과
땅에 검을 꽂을 채 서서
평온히 잠든 한 검사의 모습이었다.
폭풍의 언덕에는 묘지가 만들어졌다.
그를 기리는 노래와 이야기는 전 세계에 퍼졌고.
수많은 기사들이 찾아와 예를 표했다.
이곳에 잠들어있는 검성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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