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왔다. 나무들은 따듯한 나뭇잎으로 옷을 갈아입는 시기. 어느 동물들에겐 겨울을 나기 위해 여러가지를 준비해둬야 하는 시기. 그 외에도 가을에 붙여지는 말은 많다. 독서의 계절이라던가.. 식욕의 계절이라던가... 이런 것들 말이다.
괴물들이 살던 지하의 기후는 인간들이 쓰는 단어를 빌려 얘기하자면 매우 뚜렷한 여름과 겨울뿐이었다. 한 곳은 습한 폭포 지역. 지하의 날씨에는 봄과 가을이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괴물들에겐 지상의 모든것이 신기하겠지만 특히 날씨에 따라 경치가 달라진다는 것을 신기해하는 괴물들이 많았다. 그리고 대부분의 괴물들은 봄이나 가을을 좋아하는 경우가 많았다. 적당한 기온과 멋진 경치가 맘에 든다나 뭐라나.
나도 가을을 좋아한다. 가을에 할 수 있는 제일 즐거운 일은 숲길에 깔려있는 낙엽을 밟으며 숲 속을 걷는 것. 다른 계절에도 신나는 일이 몇 가지 있지만 이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는 것 같다. 말라있는 낙엽을 밟을 때의 그 바스락 소리. 매우 기분 좋은 소리다. 그 소리를 들으면 그 소리를 계속 듣고 싶다는 의지가 차오른다!
학교가 끝나자마자 집에 들러서 가방을 내려두고 밖으로 나왔다. 숲에 가기 위해서이다. 평소라면 친구들과 함께 들어갔을 테지만 오늘은 왠지 혼자 낭만적이게 걷고 싶으니까. 토리엘에게 숲에 다녀온다고 말하고 왔으니 걱정하진 않을 것이다. 나는 천천히 숲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을이 내려온 숲은 참 멋있다고 생각한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하나둘 떨어지는 낙엽들이 꼭 나무들이 테미플레이크를 뿌리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이 드니 살짝 웃음이 났다. 하지만 보이는 것 말고도 분위기와, 그 장소의 공기, 그리고 이곳에 서있는 나 자신. 이 멋진 곳에 내가 존재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오늘은 조금 더 들어가볼까. 하는 마음으로 다른 날보다 더 깊은 곳으로 걸어들어갔다. 좀 더, 좀 더 안으로 들어가다가 저 멀리 누군가 보였다. 누구지? 혹시.....
"샌...즈?"
익숙한 형태를 보며 작게 중얼거리다시피 이름을 되뇌었는데 어떻게 들은건지 뒤를 돌아보는 그였다. 샌즈는 귀가 참 밝구나. 그나저나 그는 왜 여기에 있는걸까. 살짝 반가운 마음에 나는 샌즈에게 다가갔다.
"여 꼬맹이. 너는 어쩐일로 여기에 있는거야?"
"나는 항상 산책하던대로 걷다가 좀 더 깊은 숲 속이 보고싶어서 왔는데 샌즈 너가 여기에 있더라고! 그래서 너는 뭘 하고 있었던거야?"
"나? 너랑 비슷한 이유일지도 모르겠는걸."
샌즈는 그렇게 말하고는 헤 하며 한번 웃었다. 사실 샌즈를 만남으로써 혼자 숲을 거닐고있는 자신의 모습에 대한 낭만은 깨졌지만, 다른 이미지를 상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샌즈와 함께 숲 속을 걷는다던가.
"그러면 우리 같이 걷는건 어때?"
"음... 안될건 없지. 그럼 가볼까?"
샌즈는 나름 에스코트랍시고 자신의 벙어리장갑을 낀 손을 내게 내밀어주었다. 나는 살짝 웃으면서 그의 손을 잡았다. 서로의 손이 닿는 순간 나의 영혼이 푸른빛으로 바뀌었다. 그 순간 혹시 털리는건가??!! 이렇게 갑자기?? 그러나 털리는게 아니라 몸이 공중으로 천천히 떠오르는 것이었다. 샌즈는 여전히 내 손을 잡고있는 상태였고.. 그러면 하늘을 날고있다 라고 생각하면 되는건가? 아, 잠시만, 공중에 떠있다고?
"샌즈, 너의 마법 이런 용도로도 쓸 수 있었어??"
"헤, 꼬맹아 내가 그 때에 너에게 보여줬던 건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의 반도 안되는 것들이야. 그 반은 이미 봤을테고 나머지는 이렇게 실생활에 쓸 수 있는 것들이지."
그 때라면... 내가 호기심에........ 더이상 말하고싶지 않은 기억이 떠올랐다.
지금 나와 샌즈는 공중에 떠있는 상태이다. 공중에 떠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우리가 걷고있던 숲의 나무들을 보니 정말 아름답게 물들어있었다. 숲 속에서 나무들을 올려다볼 때의 색과 높은곳에서 나무들을 내려다볼때의 느낌이 매우 달라. 만약 오늘 샌즈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볼 수 없는 경치였겠지. 나는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풍경을 하나라도 더 기억하려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그 때 샌즈가 내게 말을 걸었다.
"어때 꼬맹아. 맘에 드는거야?"
"응... 정말 이걸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 샌즈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절대 보지 못할 풍경일거야. 고마워!"
"고맙긴. 자, 그럼 이제 슬슬 내려가볼까. 지금 꽤나 힘들거든. '골'때리게 말이야."
왠지 뒤에 말을 하고 나면 두둥-탁! 하는 소리가 나야할 듯 싶었다. 힘든 와중에도 아재개그를 치는 샌즈를 보며 살짝 웃음이 났다. 그렇게 우리는 땅으로 내려왔다. 땅에 발이 닿는 순간 나의 영혼은 다시 붉은빛으로 돌아왔고 이내 모습을 감추었다. 나는 방금 그 장면을 함께 본 샌즈의 감상이 듣고싶어졌다. 그도 분명 지상에 올라와서 처음 보는 풍경이었을 터이다. 나는 입을 열어 샌즈에게 질문했다.
"샌즈, 아까 보았던 풍경 어떻게 생각해..?"
"아무래도 지하에선 볼 수 없는 것이니까 신기하지. 근데 내가 감수성이 매말라서인지 크게 감동받는다거나 오오오오..!! 하는 마음은 들지 않네."
"괜찮아. 그럴수도 있지! 그나저나 파피루스가 보았다면 엄청 기뻐했을텐데 아쉽다.."
샌즈는 나중엔 파피루스도 포함해서 셋이 같이 오자고 말해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우리 둘은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갔다. 평소보다는 조금 더 먼 길.
사실 나는 우리 둘이 걷는 이 시간이 조금이라도, 1초라도 더 느리게 가길 원했다. 멋진 그와 함께 멋진 이 곳을 걷는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버리면 아쉬울 것 같았다. 그 때, 저 앞에 벤치가 보였다. 나는 샌즈에게 발바닥이 아프니까 조금만 쉬었다 가자고 얘기했다. 그래서 우리 둘은 벤치에 가서 앉았다. 벤치는 인적이 드문 길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깨끗했다.
벤치에 나란히 앉아서 나와 샌즈는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 중 반 넘게 차지하는게 샌즈의 농담들이지만. 우리 둘은 농담따먹기를 하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갔다. 그리고 잠깐 농담의 흐름이 끊기는 듯 한 순간에 나는 샌즈에게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샌즈."
"응? 왜그래 꼬맹아."
나는 이 말을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수십번 고민했다. 떠볼까 아니면 직접 물어볼까를 엄청 고민했다. 어떤식으로 말해야 샌즈가 당황하지 않을까, 말을 해도 우리의 관계는 서먹해지지 않을 수 있을까를 몇 천번을 고민했다. 그러나 답은 나오지 않았다. 이런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간 2초. 샌즈는 내 말을 천천히 기다려주었다. 아, 이대로 더 기다리게 해선 안된다는 생각으로 입을 열었다.
"샌즈는 나를 좋아해?"
이 질문을 들은 그의 얼굴엔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는걸까.. 하는 느낌의 눈빛이 가득했다. 아.. 내가 생각해도 너무 갑작스럽고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샌즈는 이내 그 눈빛을 거두고선 답을 해주었다. 좋아한다고. 그가 내게 말해주었다. 너는 좋은 인간이야. 다른 종족의 생명도 소중하게 여겨주는 그런 멋진 인간말이야.
아니, 내가 듣고싶은 말은 그런 말이 아니야. 나는 다시 물었다. 돌려말하는 데에는 자신이 없으니 그냥 직접 말해버리는 수밖에 없다. 나는 이런 방법밖엔 모르니까.
"아니, 다른 괴물들 이야기는 제외하고. 샌즈는 내가 어때보여..?"
"오, 꼬맹아. 너가 듣고싶은 답이 있나보네. 그렇지?"
샌즈는 나를 보며 뭔가를 알아챈 듯 했다. 원래 웃는 상에서 눈을 감고 더 씨익 웃더니 내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뭔가를 말해주려는 듯 했다. 나는 그의 입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
"꼬맹아. 기적을 믿나?"
응..? 갑자기 기적이야기를 꺼내는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해서 물어보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그리고 그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더니 샌즈는 으음~ 음~ 하며 고개를 끄덕끄덕하더라. 그러다가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혹시 너가 듣고싶은 말이 나는 너를 사랑해. 프리스크. 이런거라면..."
그는 말끝을 흐렸다. 아니 왜이렇게 사람 속타게 만드는걸까. 내 말의 의도는 다 파악한 듯 한데 그럼 거절하던가 아니면 받아주던가 둘 중 하나다. 아 정말.... 하며 한숨을 포옥 내쉬려고 했으나 갑자기 무언가가 내 몸을 감싸안았다. 그와 동시에 돌풍이 우리 둘을 지나갔다. 그리고 나를 감싸안은 무언가의 정체가 곧 샌즈라는걸 알아차렸다.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샌즈는 나를 한참 끌어안다가 이내 놓아주었고, 입을 열었다.
"꼬맹아, 난 너가 나를 그렇게 생각할 줄은 꿈에도 생각치 못했어. 그런데 사실 나도 너에게 마음이 있었어. 결코 티를 안냈을 뿐이지. 얼마나 안났으면 주변사람들 모두가 못알아볼 정도겠냐. 그렇지? 그리고 나는 내 동생이 말한대로 게으른 뼉다구라 이런 관계를 맺는 것이 너무나 힘들어서 되도록이면 피하려고 해왔어."
샌즈는 천천히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주는 듯해 보였다. 나는 가만히 듣고있었다.
"하지만 방금 내가 너를 안아준 이유는 그 게으름도 귀찮음도 넘어서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야. 절대 이런식의 관계는 형성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 결심을 깨버리게 만든건 너야. 안그래?"
나는 샌즈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기뻐서 심장이 빠르게 뛰고있었다.
"자, 그럼 결론을 말해줘야겠군. 프리스크, 널 사랑하고 있어. 지금도."
샌즈가 그 말을 해주자 마자 내가 지금 꿈을 꾸는건 아닐까 하고 볼을 꼬집어보았다. 그러나 아팠다. 꿈이 아니었다. 아까 샌즈가 기적얘기를 했던 건 이것때문이었나보다. 서로 쌍방향으로 좋아한다는 일은 정말 있기 힘든 일이니까.
이제야 알았다. 오늘 왜 혼자 숲에 오고싶었는지. 평소보다 더 깊은 숲으로 들어오는 작은 모험을 했는지, 숲에 들어올 때 왜 그리 기분이 날아갈 듯 가벼웠는지 말이다. 모두 이 일을 예건하는 좋은 징조들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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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하! 항상 언갤 눈팅만 했는데 지금이 타이밍이래서 올려봄ㅇㅇ
패기있는 샌즈프리 1따봉 드리갯습니다
오래가길
ㅓㅜ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