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맹이. 살만 하냐."

프리스크는 가만히 미소지었다.
샌즈는 그 미소를 보며 프리스크가 얼마나 강한 인간인지를 다시 느꼈다.
미소지은 입 바로 위에 있는 호스는 이젠 자력으로 숨을 들이쉴 수 조차 없는 프리스크에게 산소를 공급해주고 있었다.
산소통 옆에 놓인 링거액은 이제 나이들어 탄력을 잃어버린 프리스크의 피부를 뚫고 혈관으로 조금씩 들어가고 있었다.
파피루스는? 프리스크는 힘겹게 물어봤다.
샌즈는 동생은 다른 괴물들과 함께 오는 길이라고 답해줬고, 프리스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 참, 이젠 니가 나보다 더 해골같아 졌구만. 해골같은 프리스크니 '골프'인가?"

샌즈는 윙크를 하며 농담을 던졌다. 프리스크는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병실 가득 놓인 화분과 쾌유를 기원한다는 내용의 편지들. 냉장고 위에 놓인 과일들.
샌즈는 눈 앞의 인간이 얼마나 대단한 인간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봤다.

처음 에봇산에 떨어졌을 때, 아이의 몸으로 지하를 떠돌며 수없이 많은 위기를 넘겨가며 괴물들과 친해졌다.
자기 동생같은 괴물들도 있었지만, 인간을 증오하는 언다인이나 같은 괴물들조차 만나려 하지 않던 알피스, 죽음을 기다리던 아스고어. 그리고 마음이 망가진 플라위-아니면 아스리엘-까지.
이 인간은 지하세계에 증오와 복수심으로 가득찬 거짓된 꿈 대신 진정한 희망과 꿈을 주고 괴물들을 지상으로 인도했다.
물론 처음엔 그다지 좋지만은 않았다. 인간은 괴물과 다르게 '다름'을 거부했으니까.
인간들과 달랐던 우리는 인간들에게 위협받았지만, 아스고어가 외교적 수환을 발휘했다.
에봇산이 나라와 나라 사이, 비교적 인간들의 도시와 떨어져있었고, 괴물들이 지하에서 살았던 것이 큰 호재로 작용하기도 했지만, 아스고어의 외교가 아니었다면 괴물들은 하루아침에 몰살당했을지도 모른다.
괴물들이 인간들과 같이 살기 위해 받아들여야 했던 인간의 규칙은 너무나도 복잡했고 어려웠지만 토리엘의 학교를 통해 어느정도 괴물과 인간은 공존 할 수 있게 되었다.
거기에 메타톤이 인간들의 방송에서도 인기를 끌게되면서 괴물들에 대한 인식도 많이 좋아졌다.
그렇게 프리스크가 다 큰 성인이 되어 공식적으로 괴물과 인간 사이의 중재자가 되었을 무렵에는 괴물들이 인간들과 같이 사는게 어느정도 이상하지 않아질 정도로 융화되었다.
...그때까지 인간에게 선물로 마법탄환을 주는 괴물들에게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걸 이해시키지 못했지만.
어쨌든 괴물과 사람은 이제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고, 몇몇 괴물들은 인간들 사이에서도 아주 유명해졌다.
최고의 가수이자 MC, 배우인 메타톤이 가장 유명했고, 불타는 칵테일과 과묵함으로 유명해진 그릴비, UCC영상으로 유명해진 언다인과 파피루스, 그 UCC영상 업로더이자 과학자 알피스, 괴물들의 왕 아스고어-어째 인간들은 덤디덤이라고 부르지만-, 괴물학교장 토리엘.
이외에도 테미나 블루키도 나름 유명세를 떨치고 있었다.
괴물과 인간을 통틀어 가장 오래 살았을 거슨도 괴물과 인간이 사이좋게 지내는 걸 보고는 오래살고 볼일이라며 신기해했다.

샌즈는 프리스크가 기침하는 소리에 다시 병실로 되돌아왔다.
샌즈는 당황하며 프리스크에게 괜찮냐고 물어보았고, 프리스크는 기침을 하면서도 괜찮다는 듯 왼손을 뻗어 샌즈의 손을 잡았다.
한참을 콜록거리던 프리스크는 어느정도 안정이 되었는지 가쁜 숨을 내쉬며 등을 침대에 기대었다.
그렇게 숨을 몰아쉬던 프리스크는 자신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샌즈에게 웃어주었다.
샌즈도 그제야 자신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는 걸 깨닫고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누가 누굴 위로하는 거야? 난 뼈긴 하지만 너처럼 '골골'거리지 않는다고."

프리스크는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샌즈는 프리스크의 모습을 보며 이 인간의 영혼의 불길이 곧 사그라 들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샌즈는 다른 괴물들이 늦진 않을지 걱정되었다.
어제 프리스크의 심장이 한 번 멈췄다는 연락을 들은 토리엘이 모두에게 연락을 돌렸었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자신은 먼저 왔지만 다른 괴물들은 아직 병원으로 달려오는 중이었다.
프리스크의 가느다랗고 주름진 검지와 연결 된 기계는 프리스크의 심박에 맞춰 그래프를 그리고 있었지만, 안심보다는 오히려 압박감을 주었다.
샌즈는 프리스크의 손을 잡은 체 얼굴을 바라보았다. 프리스크는 가만히 눈을 감고 침대에 기대어있었다.
항상 프리스크는 저런 표정이었다. 모든 것을 이해하고 알고 있다는 듯한 표정.
눈을 감은건지 뜬건지 모르겠지만 저 주름진 눈가 사이로 모든 걸 바라보고 있었다.
어쩌면 저런 온화한 분위기가 모두를 끌어당기는 힘의 근원일지도 모른다.

"프리스크."

프리스크가 샌즈를 바라봤다. 프리스크를 불러놓고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샌즈는 그동안 할까 말까 고민하던 말을 던졌다.

"나는 멍청한 똥덩어리다!"

프리스크는 샌즈의 말을 듣고 가만히 샌즈를 바라보았다.
잘못 짚었나 싶었던 샌즈가 아무것도 아니라며 넘기려 할 때 였다.

"나는... 전설의... 방귀마스터다."

프리스크가 미소지으며 말했다.
샌즈는 그 말을 듣고 잠깐 멈춰버렸다가 이내 크게 웃었다.
한바탕 웃은 샌즈는 프리스크에게 말했다.

"꼬맹이. 역시 넌 시간선을 넘나드는구나?"

프리스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넌 예전부터 너무 어른스러웠어. 네 '골'격에 비해서."

말을 마친 샌즈는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주저하다가 시선을 아래로 내리고 말했다.

"꼬맹이. 너 이전으로 돌아갈..."

프리스크는 샌즈가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샌즈의 몸을 잡았다.
샌즈가 프리스크의 행동에 말을 멈추고 프리스크를 바라보자 프리스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래. 그게 네 선택이군."
"프리스크!!!"
"인간!!!"

그순간 병실문을 부술듯 밀고 언다인과 파피루스가 뛰어들어왔다.
그 뒤를 이어 토리엘이 울면서 들어왔고 아스고어가 그런 토리엘에게 손수건을 건내주었다.
가장 마지막으로는 프리스크는 환자니 소란피우면 안된다는 알피스에게 프리스크는 강하니 괜찮을거라 말하는 거슨과 괴물꼬마가 들어왔다.
토리엘은 프리스크에게 엄청 걱정했다고 말했고 언다인은 다시 같이 차를 마셔야하지 않겠냐며 소리질러댔다.
파피루스는 위대한 파피루스님의 스파게티를 먹어야 한다했고 아스고어는 의지를 가지라는 말을 해주었다.
거슨은 자기보다 먼저가면 어쩌냐는 말을 했고 괴물꼬마는 아직 자기가 다 안컸으니 커서 엄청 세진 걸 봐야하지 않겠냐고 말했으며 알피스는 메타톤은 아직 오는 중이며 곧 올거라고 말해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릴비가 조용히 문을 닫고 들어왔다.
샌즈는 순식간에 시끄러워진 병실 분위기에 한숨을 내쉬곤 잠시 나갔다온다며 사라졌다.

몇 십분 뒤. 다시 한 번 병실 문이 열렸다.

"OHHHHHHH YESSSSSSSSS~"

메타톤이 특유의 감탄사를 내지르며 한 바퀴 돌며 침대로 다가왔다.

"당신! 아직 제 시청률 최고치는 당신과 함께한 방송이라고요?"

메타톤이 멋지게 윙크를 날리며 프리스크를 가리켰다.
이어서 느리게 공중을 날아온 냅스타블룩이 말했다.

"...오...메타톤...문 밖에서...고민한게...그거야?"
"으아아아!!! 블루키!!! 그걸 말하면 안되지!!!"
"...오...미안..."

그렇게 난리치는 둘 뒤로 샌즈가 무언가를 들고 나타났다. 샌즈는 손에 든 걸 침대에 내려놨다.

"플라위..."

프리스크는 샌즈가 들고 온 화분에 담긴 꽃을 보고 말했다.

"프리스크..."

한참을 말을 못하던 플라위가 이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프리스크... 난... 난... 너를 보내기 싫어..."

플라위는 말을 마치고 크게 울었고 이내 토리엘이 따라 울기 시작했다. 아스고어가 토리엘의 눈물을 닦아주었지만 토리엘은 더욱 많은 눈물을 쏟아냈다.
그 모습에 괴물꼬마도 소리내어 울었고 왜 우냐며 강하게 나서려던 파피루스도 이내 엉엉 울기 시작했다.
그런 파피루스를 샌즈가 가볍게 토닥였고 그 뒤로 조용히 눈가를 훔치는 알피스 옆에 선 언다인이 눈에 먼지가 들어갔다며 고개를 치켜들어 천장을 보고있었다.

"프리스크... 넌... 넌... 내 곁을... 안 떠날 수 있잖아... 제발..."

프리스크는 손을 뻗어 플라위의 꽃잎을 만졌다. 그리고는 미안하다고 말했다.
한동안 병실은 울음소리와 훌쩍이는 소리만 가득찼다. 그러다 이내 하나 둘 진정되어 소리가 줄어들었을 때 프리스크가 말했다.

"미안해요. 모두..."

다들 프리스크의 말에 집중했다.

"아가... 미안할 것 없단다. 우리는 네가 있어서 행복했어."

토리엘이 붉은 눈시울로 애써 웃으며 말했다. 모두가 토리엘의 말에 공감을 표해줬다.

"엄마... 엄마는 웃는 모습이 예뻐요...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어... 그러니까 울지 마요..."

프리스크는 손을 뻗었고 토리엘이 그 손을 잡아줬다. 반대쪽 손도 프리스크가 뻗자 그 손은 샌즈가 잡아주었다.
토리엘의 손 위로 아스고어가 손을 포개자 다들 손을 뻗어 프리스크의 손 위에 얹었다. 플라위는 자신의 줄기를 프리스크의 팔에 기대고 프리스크의 얼굴을 바라봤다.

"헤헤... 이러니까... 다 같이 바깥에 나온 날이... 생각나네... 좋다..."

프리스크가 눈을 감고 작게 속삭였다.

"피곤하다... 나른해... 좀 자야겠어요... 다들... 고마워..."

프리스크는 말을 마치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프리스크의 심박을 나타내던 그래프가 직선을 그리며 높은 기계음을 냈다.

"고맙다. 꼬맹이. 잘 자."

샌즈의 말을 기점으로 모두가 최대한 눈물을 감추며 말했다.

"아가. 아가가 있어 정말 행복했단다."
"인간! 재밌었다!"
"이 위대한 파피루스님은 널 영원한 친구로 여겨주마!"
"프리스크! 내 최고의 연예 게스트는 당신이에요!"
"고마웠어 프리스크."
"...오...좋은 꿈꿔..."
"내 영웅. 잘자요."
"편히 쉬게. 위대한 인간이여."
"...잘하셨습니다."
"다시 만나는 날, 더 좋은 차를 구해보겠네."

모두의 인사가 끝나고 플라위가 조용히 말했다.

"안녕. 내 친구 프리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