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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둑
가녀린 다섯손가락 사이사이로 진득한 체액이 흐른다. 흘러내리는 액체는 곧 번져나가 시커먼 아스팔트 바닥을 적신다.
조금씩, 또 조금씩 번져가던 핏물은 이내 작은 도랑이 되어 움푹한 아스팔트 바닥에 고인다. 소녀는 주변을 돌아본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다 찢어발겨져 조각조각 나뉘어져버린 옷.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맨살이 가로등불에 드러났지만 춥지도 덥지도 않다.
어째서인지 몸 여기저기는 시뻘건 핏물이 잔뜩 묻어있다. 피비린내가 코를 진동해 구역질이 날 것 같다.
그 다음으로 보인 것은 시커먼 도심. 시민들이 그토록 자랑스레 여기던 불빛이 찬란한 번화가는 반역자 가족이 도망친다는 소식을 듣고 자취를 감추었다.
도로 옆에 빽빽이 자리한 가로수들과 밝은 빛을 내뿜는 가로등, 그리고 사람 한 점 없이 텅텅 빈 가게들만이 소녀를 반길 뿐이었다.
가로등은 소녀의 기분을 모른 체하듯, 마치 무대 위의 조명처럼 소녀와 소녀 앞의 두 사람을 비춘다.
두 사람, 고개를 돌리자 아까까지만 해도 자신을 업고 도망치던 두 사람이 보인다. 바닥에 내팽개쳐져 팔다리가 기괴한 방향으로 꺾여있다.
누구일까,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굉장히 소중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 두 사람은 부들부들 떨리는 입으로 계속 뭔가를 말한다.
뭔가 말하고 있는데, 들리지 않는다. 들리지 않는다...아니, 듣고 있다. 분명 들리는데 듣고 싶지가 않다. 다른 곳에 더 신경이 쓰인다.
왜 웃고 있는거지? 왜 입에서 피가 흐르는데도 웃고 있는거지? 왜 살아남는 데엔 관심도 없고 뭘 말하는 데만 저렇게 애를 쓰는거지?
그런 잔인하다시피할 정도로 광포한 호기심을 터뜨리는 머릿속과는 달리, 소녀의 얼굴은 생각이 몸에 관여하지 못하는 것처럼 비탄에 젖어있었다.
이전엔 뜨도않던 눈을 뜨고 눈물을 질질 흘리면서.
소녀는 계속, 또 계속 운다. 울면서 아무렇게나 꺾여서는 힘 하나 들어가지 않은 두 사람의 한쪽 손을 굳이 양손으로 깍지껴 잡고 계속해서 눈물을 흘린다.
두 사람은 여전히 웃으며 뭔가를 말한다. 분명 듣고 있을텐데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이쯤되니 소녀 혼자 들리지 않는다고 얼버무려 생각하는 것 같다.
분명 내가 미울거야. 나같은 걸 좋아하지 않을거야. 소녀는 왕따같은 생각을 되뇌이며 두 사람의 손을 얼굴에 갖다댄다.
소녀는 보지 못하겠지만, 소녀의 등 뒤에는 뭔가 시뻘건 것이 두어개 자라나 있다. 아마 그것이 소녀 앞의 두사람을 그 지경으로 만든 것 같다.
투욱,
얼마가지 않아 미약한 생명이 감돌던 두 사람의 진맥이 끊겼다.
손목에서 느껴지던 박동이 멈추자, 두 사람의 눈꺼풀이 힘없이 감기고 그를 따라 손도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떨어지는 두 사람의 손을 받아잡곤 그나마 참아내던 통곡을 뱉어내기 시작한다.
미안해, 미안해, 가지마, 가지마, 엄마, 아빠, 죽어버린 부모를 애타게 찾던 소녀의 후회어린 통곡은 이내 절규가 되어 어두운 거리에 울려퍼진다.
그러나 소녀의 절규가 가엾지도 않은 듯 고막을 찢을 듯한 높은 소리가 공기를 가른다.
왜애애애애앵ㅡ
대기를 찢어발기는 사이렌 소리가 도심 한복판을 울려퍼진다. 소녀의 등 뒤에 자라나있던 뭔가가 소녀의 고통어린 절규를 듣고는 급속도로 자라난다.
그것은 마치 나무줄기처럼, 소녀의 몸을 뿌리삼아 계속해서 하늘을 향해 치솟고 있었다.
붉게 요동치는 재앙의 파편은 그 뿌리를 기점으로 주변을 향해 또 새로운 가지를 뻗는다.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작은 뿌리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못한 몸으로 이 세계의 정기를 모조리 흡수해 가지들을 계속해서 길러나간다.
가지가 닿는 모든 곳은 생명을 잃어갔고, 살아있는 것의 붉은 정기를 마신 뿌리는 점차 그 가지를 계속해서 피워내는 거대한 나무가 되어가고 있었다.
뻗어가는 가지들은 넘쳐나는 에너지로 자신의 자그마한 가지를 또 다시 키워낸다.
가지로부터 자라난 그것은, 누가 보면 게임 속에서나 등장하던ㅡ촉수,처럼 보였다.
텅텅 빈 도심 한복판은 죽음의 전장이 되었고, 흔들흔들 춤을 추듯 휘몰아치는 재앙의 파편은 너무나도 쉽게
ㅡ마치 벌레를 잡듯이 주변의 살아있는 모든 것의 생명을 빼앗았다.
가로수가 말라 비틀어지고, 그 범대한 숲을 이루던 인류 문명의 유산은 밀물앞의 모래성처럼 가루가 되어가고 있었다. 물론 그 내용물과 함께.
'아가, 아무리 위험하다고 해도 우린 너를 믿는단다.'
가시같은 목소리가 뿌리의 몸 속을 쿡쿡 쑤신다. 듣지 못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따뜻하고 자그마한,
듣기만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목소리가 뿌리의 마음 속에서 맴돈다. 그리곤 뿌리는 그들이 꼬치구이의 닭고기들처럼 가지에 알알이 꿰여 죽어가던 때를 떠올린다.
'쿨럭, 아가.. 역시 너를 믿는 건, 쿨럭, 잘못된 게 아니었어..그 힘을,부디,좋은..곳에...'
그렇게 가차없이 찔러죽여 내팽겨쳤음에도 불구하고, 뿌리는 그 장면만을 계속해서 떠올린다.
떠올릴 때마다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떠올린다. 어쩌면 떠올리는 것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자꾸만 생각나는 그것때문인지 뿌리는 어떠한 감정에 휩싸인다.
'그것에..먹혀버리면..안된다..내..아이야..'
뿌리는 깍지껴 움켜쥐던 손을 내려놓곤, 다시 또 하늘을 보며 부르짖는다. 그것을 인도한 거짓말같은 운명을 부르짖으며. 모든 것에 자신의 죄악을 뒤집어씌우며.
부우웅, 끼이이익, 쿠구구구구,
갖가지 기계 움직이는 소리가 사이렌의 비명을 가로지르며 가까워진다.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벌레의 마지막 발버둥과 같이, 얼마 가지 않아 장대한 기계의 파도가 뿌리의 30m 반경 주변을 가득 에워싼다.
몸을 뭔가로 덕지덕지 둘러싸곤 총대를 맨 병사들, 가지가 피워낸 덩쿨촉수들을 피해 하늘을 질주하는 전투기, 군용헬기, 의료선.. 그 외에도 거대한 전쟁로봇, 마법사, 골렘, 마도기계따위가 시커먼 허허벌판이 되어버린 도심의 중심을 그들의 무기로 겨눈다.
모두 '반역자 가족'을 쫓던 군대들이다.
그들은 '뿌리'를 보곤 공포에 질렸는지, 수 분간 멈추어서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고 멍하니 '재앙'을 보고만 있었다.
그런 와중에 인류 문명의 극치들을 보고도, 뿌리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본 것도 아닌 것 같다.
아예 기척도 못 느꼈다는 듯 피투성이인 얼굴과 머리를 피투성이인 양손으로 쥐어뜯으며 피눈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것으로 계속해서 땅을 적신다.
주변을 가득 메운 총구와 마법진들을 무시하며.
힘없는 소녀의 몸이라 그런 것인지, 아무리 쥐어뜯으며 긁어도 그 몸에는 생채기하나 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자학을 시도한다.
이런 본체의 상태를 무시하는 것처럼 가지들은 땅바닥에까지 몸을 뻗었고, 눈물에 섞여 떨어지는 핏물조차 빨아들여 새로운 촉수를 키워낸다.
"발사!"
투쾅, 투두두두, 지이잉, 투투투투,
우렁찬 명령과 함께 일제히 총성이 들린다. 벌레들의 필사적인 몸부림이 '나무'에 직격해 폭발음을 일으킨다.
총알이 날아오고, 불덩이가 화산탄처럼 쏟아져내리고, 바닥에 살얼음이 돋아나고, 레이저와 미사일 폭격이 하늘에서 떨어지는데도 뿌리는 그저 울부짖기만을 계속한다.
마치 그것은 나무 자신이 느끼는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그것으로 인한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그저 주변의 에너지를 빨아들여 가지를 키워낸다.
공격이 계속되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커져가던 가지는, 하늘높이 죽죽 제 몸을 뻗어 구름에 닿을 만큼 커졌다.
그것은 더 이상 가지가 아니었고, 또 다른 한 그루의 거대한 나무가 되어 있었다.
나무는 거대한 그것의 몸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조그만 뿌리를 지상에 내리고, 그 '열매'를 맺어낸다.
영혼까지 쏟아낸 맹공에도 생채기 하나 입지 않은 나무를 본 벌레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나무'를 쳐다본다.
화산이 폭발하는 것을 아무도 막을 수 없는 것처럼 그저 허무한 눈으로 '재앙'을 바라본다.
201년이 지난 승전 '괴물전쟁'을 떠올리며 마법사에게 기적을 맡겨 보지만, 세계에서 손꼽히는 마법사라는 것들은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자 돌아버렸는지 땅에 머리를 연신 박아대며 두개골을 혹사시키고 있었다.
털썩,
더 이상 소용없다는 것을 받아들이자, 벌레들은 삶의 의지를 잃는다.
가지를 지키는 덩쿨촉수들이 날벌레같은 전투기를 무참히 으깨버리는 소리가 하늘위로 흩날린다.
골렘은 '촉수'의 열기에 산화되어버린 지 오래. 마법사와 마도기계들은 하나같이 제 힘을 못쓰고 있었고, 그 외의 모든 총알을 사용하는 병기들은 짧은 것이 100m가 되어보이는 촉수의 맹공에 하나같이 먼지가 되어 사라져버렸다.
하나 둘 쓰러져가는 인류의 의지는 어째서인지 그들을 공격하지 않는 촉수들을 바라보며 그저 물기를 가득 머금은 재앙의 과실이 땅에 떨어지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저것이 떨어지면, 아마도 그들은 전부 죽을 것이다. 이 흉측한 상황에서 아무도 도망가지 않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아니, 도망치지 못한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의 얼굴은 짙은 공포와 좌절로 시퍼렇게 질려 있었으니까. 그럴 수밖에.
어느덧 나무는 자라나는 것을 멈추었고, 열매들은 급속도로 익어가 그 모습을 맹글어가고 있었다.
털썩, 또 털썩.
이젠 다 끝났다는 듯 어린애처럼 울부짖는 병사들이 보인다.
가족이 보고싶다는 둥, 엄마가 보고싶다는 둥, 아직 하지 못한 일이 많다는 둥 시시콜콜한 미래와 소망들이 절규가 되어 황폐한 도시에 울려퍼진다.
하지만 막을 수 없다. 이제 열매들은 다 익어갔고, 그 열매는 떨어져 도시, 나라, 어쩌면 지구 전체에 재앙을 내릴수도 있다. 왜냐하면 나무가 그만큼 거대했기 때문에.
종말이 다가온다.
모든것을 포기한 병사들은 다 신을 찾으며 기도를 시작한다.
그 전까지는 종교조차 거들떠보도 않았을 터인 사람들이 나의 주 하나님을 외치는 그 광경은, 정말이지 꼴사납다고도 표현 못하겠다.
그러나 자비로운 신은 그 순간의 간절함을 들은건지, 죄악 가득한 인간들을 구원하기 위해 뿌리에게 계시를 내린다. 그녀의, 그것의 부모의 목소리를 빌려.
'뿌리'의 뇌리에 뭔가가 번개처럼 스쳐간다. 그것은 따뜻한 부모의 기억.
겉만 번지르르한 병원이 아닌, 풀숲 무성한 아름다운 숲에서 부모에게 안겨 울음을 자지르던 기억이 선명하게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는, 죽어가던 부모의 마지막 말이 스쳐지나간다. 잊을 뻔한 자신의 이름과 함께.
'죽지도..죽이지도..말아..주렴..내 아가...프리..스..크..'
그리고, 아이의 절규가 멈추었다. 신은 인류를 구원했다. 나무는 잦아들고 있었고, 촉수는 거리낌없이 자신의 부모를 좇아 기어들어간다.
거대한 의지의 세계수가 뿌리로 다시 기어들어가는 그 광경은, 마법사들조차 일으키지 못한 '기적'이었다.
그것을 알아채지도 못한 듯 병사들은 투구를 벗어던지곤 땅에 머리를 박으며 기도할 뿐이었다.
30m거리에서도 들려오는 병사들의 절규를 들으며, 다시 소녀가 된 뿌리는 눈을 감는다.
머릿속을 채우는 그리운 목소리에 만족하며. 더는 돌아갈 곳 없는 자신의 비참한 운명을 받아들이며, 부모의 의지를 잇겠다 다짐하며ㅡ
ㅡ털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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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 씨발 대체 뭔 내용이야..
쓰는 꼬라지 존나 마음에 안드네ㅡㅡ;
아무튼 이번편도 지적 많이해줘. 즐감해줬으면 좋겠는데 내가 싸지른 똥을 즐길 수 있을지..
히..히히..1편 쓰러가야지.. 그 전에 쓰던것들은 잠시 보류해두려고. 리테이크했는데도 마음에 안들고, 진지하게 쓰겠답시고 쓴건 엉망이고. 만화를 그리려니 의지가 부족하고..히..히ㅎ.
안쓰겠단 건 아냐..그냥 뽕이 다 식어서 그렇지.
아무튼 즐감.
ㄴ아; ㅇㅋ;
광광
//캣찹 : 엔터 더 넣었다. 앞으로도 이런 지적 많이해줘
독특하네 머 자살하러 에봇왔다 제물로 바쳐졌다 이런 썰은 있어도 신선함 뒤에 더 쓸랑가 몰겠는데 이렇게 설정하면 이후 줄거리가 괴물들을 지상세계로 탈출시키는게 포커스가 되면 안되겠네 잼났다 ㅊ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