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요약 : [언갤럼 ========(돌직구)========> 토리엘(설명충)] = 셧더마우스
"으음.."
나는 최대한 신음을 억눌러가며 자세를 바꿨다.
매순간 순간이 지옥같다.
폐허로 떨어진 이래 초긴장 상태였을 때는 닿지 않았던 신경과 근육이 지르는 비명이 지금은 날카롭게 내 정신을 찌른다.
그럼에도 토리엘에게 내가 앓는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애쓰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의 전부이다.
아, 망할.
지금도 사실 많이 좋아진거다.
토리엘이 처음 응급처치를 해줄 적에는 몇 번이나 의식을 잃었다.
나 스스로 죽었는지 살았는지 현실감이 사라진 꿈결같은 지옥도의 수십시간..
낙이라곤 아무 것도 없이 오직 고통으로 치환된 삶의 가치가 너무나 덧없어서 편안해지고 싶었던 순간도 분명 있었다.
그래도 아직 살아있다.
그녀 덕분에 살아있다.
그리고 분명히 앞으로 조금씩 나아지겠지.
그 사실에 감사하려고 애쓰고 있다.
갑자기 바뀐 분위기와 회상체 전개, 거기다 가상의 청자까지 상정한 이 오그라드는 분위기..
송구스럽기 그지없다만 별 수 없다.
나는 지금 할 수 있는게 아무 것도 없다.
그저 참고, 견디고, 희망하고, 감사하고..
그 모든 것은 생각을 통해 이루어진다.
결국 나는 생각하기 지쳐 잠에 들때까지 생각만 하고, 그 시체같은 잠에서 일어나면 골몰히 생각하기를 반복한다.
이 짓거리도 정말 미칠 것 같다.
지지리도 궁상이지. 근데 어떡하냐고.
토리엘과 나는 간병과 회복을 위해 같은 공간에서 서로 다른 시간을 살고있는 참이라 변변한 대화 한 마디 해보질 못했다.
솔직히 말하면 좀..아니 많이 외롭다.
나도 안다. 이 놈이 그 놈인가 싶겠지.
폐허를 헤메던 멍청하고 미련하고 겁많고 참을성없는 그 모습도 나고,
지금 두루마기 차림에 부채를 탁 펴고 엣헴하다가 극혐 소리 듣고 시무룩할것 같은 이 모습도 나다.
받는 스트레스에 따라 겉으로 나타나는 면이 바뀌는 것이지 사람이 바뀌는 건 아니다.
당장 누군가를 만날 때만 해도 상대에 맞춰서 자신의 태도나 행동을 바꾸지않던가?
사람이 무슨 글로 적힌 설정 마냥 철저하고 일관되게 살 수 있다면 그걸 사람이라고 부르진 않을 것이다.
법칙이나 신에 더 가깝겠지.
아, 젠장.
나 자신의 생각에 파묻혀있는 것도 신물이 난다.
주제를 좀 바꿔볼까.
내가 말이 많다고 표현한것이 토리엘에게는 충격적이었는지, 폐허 안쪽에 있는 그녀의 집까지 가는 동안 그녀는 말을 아꼈다.
토리엘이 말문을 여는 순간은 바닥이 푹 꺼져서 한 층 아래로 떨어지기 전이나,
나 혼자였으면 삽질했을게 분명한 함정이나 여러 시설물들을 조작하는 때 뿐이었다.
그녀는 나를 계속 업고 가는 데에 별 무리가 없어보였고, 아래 층으로 떨어질 때 최대한 나에게 충격이 가지 않도록 안정적인 착지를 보여주었다.
물론, 나는 긴장이 풀어진 탓에 깨어있기가 어려워서 그 모든 상황을 비몽사몽간에 흐릿한 이미지로 기억하고만 있다.
의학적 지식이 없어서 내가 얼마나 치명적인 상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출혈도 분명히 한몫했겠지.
피로 이어진 흔적을 상상하니 오싹하지만, 온통 보라색인 곳이니 폐허에서 내가 흘린 피는 별로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것이다.
근처에 의사..물론 괴물이겠지만,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이가 없었는지
토리엘은 나를 바닥에 눕힌 뒤 곧장 응급처치를 시작했다.
옷을 벗길 수가 없어서 가위로 잘라내고, 다리에 부목을 대고, 부풀어오른 곳의 고름을 째고..
내가 보거나 의식하지 못한 곳 여기저기에 부상이 산적해있었다.
아마 응급처치 조차도 한참이 걸렸겠지.
그 뒤론 기억이 안난다.
그녀가 나에게 달달한듯 뒷맛이 역겨운 물약을 먹인 뒤로는 모든게 깜깜해졌거든.
무슨 안정제 같은 거였을까..
다시 정신이 들었을 땐 요 모양 요 꼴이었다.
나는 그녀의 헌신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에, 더 이상 그녀를 의심하거나 괴물이라고 꼬리표를 다는 것은 그만두기로 했다.
하지만 의문은 있다.
지금 나에게 보여주는 것과 같은 자애로움, 폐허에서 살아가는 다른 괴물들을 지키기 위해 수호자를 자청하는 성품..
분명히 이해관계를 불문하고 그녀가 부탁만 하면 무엇이든지 도와줄 추종자가 분명히 있을 법도 한데,
나를 돌보는 것은 언제나 토리엘이었다.
혹시 그녀는 내 존재를 숨기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이러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녀 역시 상반되는 이면이 존재하는 것일까?
그리고 만약 그런 추종자가 있다면,
내 옆에서 떨어지지 못하는 바람에 모습을 나타내지않는 토리엘을 걱정할 법도 한데 왜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것일까.
그게 아니면, 이제라도 찾아오고 있는 중인가?
별안간 굉음이 폐허를 울렸다.
집안 어딘가에서 급박한 인기척이 느껴진다.
퉁퉁퉁,
긴박한 상황과 그 덩치에는 안맞는 푹신하고 귀여운 발소리가 복도를 울린다.
무슨 일이 일어나려는거지?
ㄱ추
이거 올릴때 그 모든편의 링크를 위에 올려놓는게 좋아보임. 귀찮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렇게 해야 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편하다.
흥미진진해지네
원하진 않는데 읽게 되서 기분 나쁨. 그래서 다음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