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프롤로그에서 말을 안했는데 이거 2차창작이야.
프리스크 과거사랑 지하에서 이야기랑 또 연결되니까 뭐.. AU인가? 근데 설정이 언더테일이랑 다를 게 없는데. 프리스크가 좀 심한 먼치킨인 걸 빼면.


-----------------------


*

짹짹, 조로로록

새가 지저귀는 소리에 눈을 뜬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어제 갑자기 새로 들어온 괴이한 실험기계들과 피실험자 상태측정기, 6개의 모니터와 한 대씩 붙어있는 키보드 및 본체, 마우스, 그리고 투명한 장벽 뒤의 실험대와 피실험자 생활공간이었다.
그 이후엔 가로막힌 천장, 새하얀 시트로 덮인 병원에나 있을법한 침대, 굳게 닫혀 열리지 않는 문, 푹신한 소파, 바퀴달린 의자, 마지막으로 울리고있는 핸드폰이 눈에 들어왔다.
서기 201X년 10X월 13X일 오후 12시 40분.
여기까지 설명했으면 새가 지저귀고 꽃들이 피어나는 아름다운 자연속이 아닐 거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게 될 것이다. 쳇, 오늘도 탈출은 실패한건가. 그것보다 너무 잠들었구만.


이 귀찮고 할짓없는 일상에 감미료를 더해주는 건 이 감옥같은 곳을 탈출할 방법을 생각하는 일이었다.
아직도 처음으로 탈출을 성공했다고 느꼈을 때 봤던 햇빛을 보면 미치도록 가슴이 뛴다. 뭐, 그때나 그 이후나 번번이 마취총을 맞고 정신을 잃어 실패하긴 했다만..
알면서도 이러는 것이다. 상부도 언제쯤 깨달으려나. 아무런 할 짓조차 안주고 연구소에 사람을 쳐박아놓는다는 건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는 걸.
이번에 새로 할일이 들어오기야 하겠지만, 뭐, 이번에도 하루 안으로 끝나는 일이겠지.


어느 이름모를 산 속에 숨겨진 이 거지같은 비밀 연구소는 죽어 마땅치 않을 범죄자나 사형수가 인체실험을 받는 어찌보면 끔찍한 곳이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들어오는 모두가 능력자라는 것. 이름을 붙이자면 능력자 대상 인체실험 연구소인가? 알 게 뭐람.
괴물들이 이 산의 바로 옆 산 아래에 폐기처분 되어있다는 건 갓난아기조차 아는 사실인데도 굳이 이런 곳에 연구소를 지은 이유는 아마 비밀을 유지하려는 의도가 큰 것 같다.
그러면 차라리 결계영역에 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옆 산.. 에봇산이라던가? 거기에 짓는게 낫지 않았을까.
뭐, 연구소가 어찌되었든 내 알 바 아니지만.

아무튼 나는 그 흉악한놈들중에서도 가장 악명높은 범죄자들을 감시하고 실험하는 일을 맡았다.
 
그래서인지 이곳에는 나와 연구소장 이외에는 전면 출입금지가 되어있어 혼자 놀기에는 딱 좋은 공간이지만, 그것도 하루이틀이지 매일 할짓없이 이 감옥같은 곳에 처박힌다는 건 대단히 역겨운 일이다. 내가 마치 범죄자가 된 것 같잖아, 제기랄.
게다가 연구소장의 승인 없이는 자유로이 들락날락도 못한다. 망할 좆대가리 할애비같으니라고.
아무튼 오늘도 나는 연구소를 탈출할 계획을 세운다. 어디보자, 통풍구까지 cctv가 설치되어 있으니 이번엔 심심해서 만들어둔 비상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저번에 한번 써보긴 했지만 눈치를 보아 들키지는 않은 것 같다.
그 증거로, 예전에 이 일을 위해 미리 설치해 놓았던 엘리베이터의 도착지점인 지하1층 환풍구의 cctv와 과거 밖을 볼 수 있게만 해달라고 간곡하게 상부에 부탁해 설치한 외부cctv에는 아무런 탐지용 기계가 설치되지 않았으니까.
그럼 이번엔 이걸로 초반은 어떻게 버텨보기로 하고, 다음은 어떡할까. 다음은..


위이잉,


그런 생각을 계속하는 와중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또 일거리가 들어왔나. 할 일이 있다면 여기 박혀 있는 게 맞는거겠지만.


"여, 제3연구소 꼬마 총책임자님, 할 일 들어왔다."


정말이지 짜증나는 할배다. 언제서부턴가 정중한 태도를 버리고 말을 놓기 시작하더니, 이내 나를 꼬마라 부르며 내가 가장 싫어하는 타입의 인간형으로 변했다. 어리다고 칭찬받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아재소리듣고 자랐던 얼굴이 동안일 리는 없다. 총괄책임자라곤 하지만 이 연구실엔 나 하나밖에 없으니 그렇게 좋은 말도 아니다.

그리고 뭐가 되었든 이 할배가 나를 처박아둔 걸 생각하면 결코 좋게 생각할 수 없다. 나는 열린 문으로 다가가 녀석을 맞았다.


"헤, 이번엔 또 무슨 살떨리는 연구인가요, 돼지머리 박사님."


보인 건 폭탄을 맞은 듯 산발되어있는 백발의 긴 머리, 너무 길어 마치 신령을 연상케하는 흰 턱수염과 퉁퉁 부어 주름이 적어보이는 얼굴, 나보다 조금 작은 정도의 키를 가진 땅딸보 실험복 할배ㅡ지위상 연구소장님이었다.


"그 촌스러운 빨간 점퍼라던가 츄리닝은 여전하구만. 자네다워."


"말 '돌리'지 마십쇼, 할배. 당신이 나를 이곳에 처박아 놓은 걸 생각하면 내가 '돌리'가 된 것 같아서 돌아버릴 것 같으니까."


아, 돌리는 예전에 심심풀이용으로 복제실험을 시도했던 양 이름이다. 그땐 녀석을 그렇게나 가둬뒀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녀석에게 진심으로 미안한 감정이 든다.


"허허, 그것보다 자네, 요즘 할 짓 없어서 이곳저곳 쏘다니면서 도망칠 궁리만 한다고 들었네."


"에이, 처음부터 알고 계셨잖습니까, 너무 저를 아끼셔서 어디 나가지 못하게 환풍구까지 카메라를 설치해 놓으시고. 덕분에 잡혀서 제대로 곯아떨어졌다구요."


"크흐, 그랬었나? 껄껄껄껄.."


그 뒤로 귀찮은 농담과 사담이 들려왔다. 말돌리지 말라는 내 말은 그냥 무시하기로 한 듯 하다. 나는 평소와 별반 다를 게 없는 대화내용에 적당히 듣고 받아쳐줬다.
그것이 막바지가 되어갈때쯤, 박사는 한마디를 더 던졌다.


"아무튼..자네."


"네, 네, 말하십쇼. 또 뭡니까."


"이번에 들어온 일은 아무리 자네라도 한달은 자리에서 버텨야할 걸세."


갑작스럽게 진지해진 표정으로 나를 협박하는 듯한 박사의 얼굴에선, 그 전까지 풀풀 피어오르던 장난기는 눈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다.

협박같은 말투에는 진심어린 걱정이 조금 섞여있었다.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 말하는걸까.

그것보다 이렇게나 진지한 얼굴이 대체 얼마만이던가, 나는 박사의 다음 말에 제대로 집중하기로 했다.
하지만 말에 집중할 필요가 없었다. 박사의 뒤에서 더이상 기다리지 못하겠다는 듯 뭔가 기어나왔으니까.
그건..
...
............


"..허허..거 성급한 아가씨로군.."


"...박사...새끼..아니..박사님..? 혹시 따님..은 아닐테고.."


그건, 10살도 안 되어보이는 작은 여자아이였다. 짙은 갈색 머릿결에 옅은 상아빛 감도는 피부가 연구소 빛에 반사되어 반짝반짝 빛났다. 여자애 특유의 달콤한 냄새도 났다. 문제는 그게 여자애라는 게 아니었다.
아이는, 아예 실오라기 걸치지 않은 채로 박사의 뒷짐진 손을 잡고 있었다. 그래 보였다. 제발 하체는 뭐라도 입었다고 해줘. 나는 반라이길 간절하게 빌었다.


"이..취향..취향은..존중..해주고 싶은데..이..미친..저보고 무슨.."


"그런 게 아닐세, 오해하지 말라고, 자네! 아니 그것보다, 자네도 얼굴을 붉히고 있잖나!"


"아니, 이건 그게 아니라..!"


얼굴이 붉어진 것은 십수년만에 외부인을 본 것에 대한 기쁨때문일 것이다. 아마 그렇겠지.

횡설수설하는 우리 둘은 서로 눈을 피하다 문득 동시에 그 아이를 바라보았다.
아이는 감기다시피한 실눈으로 우리를 빤히 쳐다보았다. 거의 감겨있어서 눈동자가 잘 보이지 않는데도 기묘하게 눈길을 끄는 힘이 있었다.
나는 머리를 휘저어 정신을 차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이..일단..안으로..들어와서 설명하시죠..?"


"...그래..그러자고.."


반라이길 간절히 바랬지만 역시나 전라였던 소녀를 침대에 눕혀 이불로 봉인해놓은 후, 우린 소파에 앉아 대화를 시작했다. 소녀는 피곤했는지 그새 또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어떻게 마무리 된 것 같군, 그래."


"하아.. 고작 이런거 부탁하시려고 절 여기 가둬두셨던 겁니까, 박사님."


"흠, 그런 건 아닐세. 백 마디 설명하는 것보다 이걸 보는 게 낫겠지."


"예, 예, 뭐든 줘보십쇼."


건네받은 것은 신문쪼가리였다.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걸 받아들었다. 대문짝만하게 기괴한 뭔가가 붙어있는..

척 봐도 굉장히 위험해보이는 나무가 도심 한복판에 크게 자라나 있었다. 그냥 나무가 아니라 표면이 절대적이라고 할 정도로 붉은 나무였다.

이정도 크기에 색깔, 그리고 자라난 곳이 도심이라면 연구소에서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나는 계속 이 거지같은 곳에 처박혀있던 몸인지라 그딴거 알 게 뭐냐는 식의 생각을 갖고 있긴 했지만.


"그래서, 이게 어쨌다는 거죠?"


"뒷면을 보게, 뒷면을."


예,예, 분부대로 합죠. 이 큰게 뭐가 어쨌다는 건지. 나는 뒷장을 넘겨보았다. 무슨..촉수..?같은 것이 또 한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최대한 확대해서 찍은 것 같지만 그 발원지가 잘 보이지 않았다. 나는 눈에 불을 켜고 촉수의 발원지에 시각을 집중했다.

그러자, 뭔가가 서서히 보이는 것 같았다. 상아빛에 짙은 갈색의 무언가가 마치 도트를 찍은 듯 조그맣게 보였다.

하지만 그게 뭔지 대강 알 수 있었다. 나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침대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그래, 저 아이가 이런 끔찍한 짓을 저질렀단 게야."


"알고 있었어요, 대단한 짓을 해서 이런 데 왔다는 것쯤은. 이런 데 아무이유없이 오는 것들이 있을리가 없잖아요."


"나도 알고 있네. 근데 그 능력이 대단히 끔찍한 능력이라 말이지, 자네가 잘 관리해주지 않으면 다시 폭주할걸세."


"뭐라고 관리까지..존나 귀찮은데요. 것보다 이거 위험한 일 아닙니까?"


"알고 있네. 나도 최대한 저것에게서 자네를 지키려 노력해보겠네. 하지만 이게 어떻게 관리를 해야 괜찮을 지 모르는 능력이라...자네라면 잘 해줄거라 믿네. 최소한 오늘 하루는 아무런 실험을 안해도 괜찮네. 어차피 그 애에 대한 실험은 내일부터 진행해도 늦지 않으니까."


이 무슨 무책임한 말인가. 딱히 녀석에게 반감은 없지만 그만큼 위험한 물건을 눈 앞에 두고 잘 관리하라니. 게다가 상대는 10대도 안된 여아다. 대체 언제 감정이 어떻게 폭발할지 모른다. 그런 애가 능력을 가지면, 게다가 이미 한번 일을 터뜨려본 녀석이라면 앞으로 대체 어떤 일이 터질지 모른다. 뭔 호랑이새끼를 키우란 소리도 아니고.

박사는 귀찮은 것을 알면서도 그러는 것 처럼 내 말을 자르고 이어 말한다.

 

"어제 보내 준 실험기구들은 잘 있는가? 이번에 역대급으로 귀찮은 일을 맡기는 만큼 처음에 있던 복잡한걸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어 놓았으니, 기계를 다루는 건 적어도 귀찮지는 않을걸세. 문도 열어놓겠네, 나가진 못하겠지만 지하는 마음껏 돌아다니도록 하게나."

 

귀찮은 일이 계속 엮이는 것 같았다. 이걸 수락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게다가 지하만 돌아다닐 수 있다니, 지하에 있는 것이라곤 기본적으로 인간이 제공받아야할 화장실이라던가 세탁실이라던가 샤워실이라던가 하는 생활편의시설들밖에는 없었다. 그런 것은 연구실 내부에도 있다. 매일같이 청소부가 씻고 닦아주는 화장실과 방치된지 며칠이 지난 연구실 내의 화장실은 급이 다르긴 하지만. 인간취급을 받지 못하는 지하연구원ㅡ이라고 이름은 붙였지만 나 하나밖에 없다ㅡ인 내겐, 그거라도 쓰는게 어디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였지만 귀찮은 건 싫었다.


"싫은데요."


"이렇게 부탁하네, 협회에서 결정한 일이라 우리가 번복할 수는 없단 말일세."


"싫다니까요. 죽는 건 괜찮은데 귀찮다고요."


"제발, 이렇게 부탁하네."


"자꾸 이러시면 저 사표쓸겁니다"


"..."


그리곤 미간을 꾹꾹 누르더니 다시 입을 연다.


"이번 한달만 제대로 넘겨주면, 보수는 확실히 주겠네."


"얼마를 주던 거절할겁니다. 귀찮은 거 싫어하는 걸 그리도 잘 아시면서 오늘따라 왜 그러세요."


"기본적으로 공휴일을 포함해 밀린 휴가와 연금은 보장ㅡ"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될까요, 박사님."

 

...
그 되도않는 유혹에 속아넘어간 나 자신이 수치스럽다. 하지만 돌이킬 수 없다. 그때 나는 눈이 완전히 뒤집혀버렸으니까.

해야한다. 뭐가 어떻게 되었든, 어차피 여기서 채찍질당하면서 썩을 운명이라면 차라리 저것에게 죽는 것이 낫다.
그 뒤로 할배는 뭐라뭐라 지껄이는 것 같았지만, 뒷말은 들리지 않았다.




*


...정신을 차려보니 할배를 배웅하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멈추자 머지않아 승강기가 내려와 제 몸을 열어젖혔다. 내가 왜 이런 정신나간 일을 하고있는걸까.

아, 그러고보니...


"..결국 왜 녀석이 홀딱 벗은건지 설명 안해주셨네요."


"남은 수인복중에 극소사이즈가 없어서 말이네. 그리고.."


사이즈가 남는 게 없어서 나체로 데려오셨다? 정말 합당한 핑계로군, 제기랄. 뭐, 뒷이야기나 들어볼까.


"..입을 필요가 없을걸세. 뭐, 자세한건 본인에게 물어보게나. 그럼 가보겠네."


"예, 들어가십쇼."


그리곤 다시 녀석이 있는 연구소로 돌아왔다. 박사의 뒷말이 조금 신경쓰이긴 했지만 별일 아니려니하고 넘어갔다.

연구실에 돌아오자, 녀석은 여전히 이불을 돌돌 말곤 꼼짝도 않고 자고있었다.
그러고보면 할배가 그런 조건을 내걸 정도로 심한 일이라는 건데, 대체 녀석이 얼마나 위험하길래 그런걸까. 

범죄자중에 이능이 있는 인간은 수없이도 많았지만, 이렇게 스케일이 큰 건 오랜만일 것이다.
아마 2년 전에 염동능력자가 블랙홀을 만들뻔해서 끌려온 적이 있었지. 이번엔 그 능력자체가 범죄라니. 이 녀석도 참 딱하군.
나는 녀석을 이불째로 들어서 실험시설 안에 있는 피실험자 생활공간으로 옮긴 후 다시 컴퓨터로 돌아왔다. 뭐, 그동안 잘 놀았으니 이제 일을 시작해볼까.


여기서 하는 일은 뻔하다.
능력을 사용하는 데에는 '마나'라는 것이 필요하다. 이 '마나'란 초월적인 힘을 가능케하는 에너지원의 일종임에도 불구하고 빛의 성질을 지니는

ㅡ파동보다는 입자의 성질을 조금 더 많이 띠는 신비한 힘을 일컫는다.
그 힘이 물질적으로 정의되어있지는 않지만, 사람에 따라 그것을 저장하는 저장고가 다르다고 한다.

이 체내 마나 저장고에는 따로 이름이 없고, 우리는 이를 'MP(Mana Preservatory) '라고 부른다. 게임에서 이름을 따온 건 맞다.

하지만 이 마나가 개개별로 정의되어있다는 점에서, 마나를 여러가지 형태로 변환시켜 사용하는 게임과는 매우 다르다.


아무튼 내가 하는 일은, 그 '마나'를 일부ㅡ일부라곤 했지만, 사실은 엄청난 마나를 뽑아야한다ㅡ 뽑아 전체의 능력 위험도를 가늠하고,

그에 따라 피검사자에 대한 처분을 결정하고 시행하는 일을 담당한다.

얼핏 보면 매우 주관적인 일이지만, 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상부에서 눈총을 받게 되므로 잘 결정해야 한다.

잘못하다간 퇴직 이후에도 피해가 올 가능성이 있다. 그렇기에 처분을 결정하는 건 매우 신중해야만 한다.

특히 이번 경우에는 오랜 기간동안 녀석을 관리해야하는 일도 추가되어 있어서 더 귀찮아졌다.

 

나는 고개를 돌려 실험공간 너머를 관찰한다.
실험대 옆에 붙어있는, 마치 CT처럼 생긴 저 시설은 마나 추출기로, 이름 그대로 마나를 추출하는 기계이다.

ct촬영을 하는 것처럼 실험대에 누워 저길 지나가면, 마나가 추출된다.
난 당해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마나를 추출당하는 이들은 대부분 죽거나 빈사상태에 빠진다.

퍼센트단위로 추출하는 게 아니라 정해진 양을 추출하는지라 그 때의 격통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한다.

뭐 오는 대부분이 사형수에 극심한 범죄자라 죽여도 상관없었던데다 2년전에 왔던 염동능력자같은 경우에는 워낙에 거대한 mp를 가지고 있었어서

식은땀 한방울 뺀 것 빼곤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나는 녀석이 자고있을 때 빠르게 마나를 추출하기로 하고 녀석을 눕혔다. 여전히 잠에 빠져든 녀석은 녀석에게 돌돌 말린 이불을 벗겨내는 중에도 곤히 잠들어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불을 걷어내자 녀석의 보얀 속살이 보인다. 아직까지도 나체였..


"..!!!"

...이불은 덮고 측정하기로 했다. 뭐..실험결과가 크게 바뀌지는 않으니까.


"자, 어디보자. 얼마만이냐 이게.. 가물가물하군."


타닥, 탁, 타닥


키보드 자판 두들기는 소리가 들린다.

머리가 기억하지 않아도 몸이 알아서 움직인다. 몇 년간 여기 썩은 탓에 몸이 세뇌된걸까. 솔직히 손이 타이핑하고있는 것이 뭔지도 이젠 잘 모르겠다.

그저 몸이 움직이는대로 자판을 두드릴 뿐. 이 웃지못할 상황을 무표정으로 받아들이며 다음 작업을 개시했다.

마지막으로 녀석을 눕힌 실험대를 기계 안으로 움직인다. 사전작업은 마쳐놓았으니 이대로 기다리기만 하면 될 듯 싶다.

나는 의자를 돌려 결과를 기다렸다.

보통은 마나명과 위험도(보통 1과 무량대수 사이의 숫자로 측정된다)가 알아서 표시되기에 더 이상의 작동은 필요없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이런게 없어서 자판을 두들겨야 했는데 말이지. 참 세상 편해졌어.

1분정도 손장난을 하며 기다리자, 결과가 화면에 도출되었다. 박사가 진지빨고 말할 정도로 강대한 능력이라고 해도, 본 지 억만년도 된 것 같은 만화나 애니에서 나오는 것처럼 너무 강해서 에러가 뜬다거나 기계가 고장이 난다거나 하는 일은 없겠지. 2년 전 그 염동능력자만 하겠어, 그땐 갑자기 수가 너무 커져서 무서웠다고ㅡ

 

ㅡ그러나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에..?"


분명 무량대수까지도 측정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데..? 어째서..? 어째서???

"이..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건가?"


나는 실험대를 돌아보았다. 추출기를 빠져나온 실험대 위에서 여전히 드러누워 자고 있는 녀석이 보였다.

잠깐, 자고있다고?

그 전에 있던 고위험군 능력자들도 최소한의 고통은 느낀 것처럼 보였다. 역대 가장 큰 사례로는 2년전에 왔던 그 녀석도 식은땀을 흘렸으니 두통이 조금 심했을 것이다.

그러나 녀석은 정말이지 편안한 표정으로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아무런 것도 느끼지 못했다는 듯.

설마 저 녀석에겐 그 정도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는 건가?

그렇다면 대체...

혹시라도 이불때문에 그런건가 싶어 이불을 들어내고 다시 측정했지만, 역시나 결과값은 똑같았다. 한 화면을 가득 채운 ERROR는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만화에서나 보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것을 체감하자, 물밀듯이 공포가 몰려온다. 만화나 영화에서나 보던 적의 공포어린 표정이 이해가 간다.


"..생각보다 더 괴물같은 녀석을 들인 것 같군."


공포가 가시고 정신이 들자 느끼지 못했던 오한이 몸을 저리게한다. 등줄기를 타고 오른 한기는 가실줄을 모르고 몸을 괴롭게 했다.

나는 ERROR라는 붉은 글자가 대문짝만하게 써진 화면의 마나 관련 프로세스를 모두 종료했다. 그리고 녀석이 자고있을 때 최대한 빠르게 능력제어장치를 채우려 녀석에게 다가갔다.

녀석은 내가 다가가는 것도 아랑곳 않고 새근새근 잠이 들어있었다. 나체인건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아니 아무래도 좋았다. 다 좋다.

하지만 이 기계로 측정이 안 될 정도의 강력한 능력은ㅡ세상에 존재해서는 안될 능력이었다. 만약 이 녀석이 성장해서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 만약 그런다면 이 세상은 이미...

나는 최악의 경우를 머릿속에서 휘저어낸 후 하루빨리 대책을 준비하기 위해 가설을 세우기 시작했다. 일단 녀석의 능력은 '의지'. 근데...

...그게 어떤 곳에도 설명이 되어있지 않다.

인터넷이나 서적의 어느 한 곳에라도 그 설명이 붙어있었다면 한 줄이라도 표기가 되어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화면에는 능력의 호칭이 '의지'라는 것만 빼면 아무런 것도 적혀있지 않았다.

...이..무슨..

정리하자면, 녀석의 능력은 어느 곳에도 기술되어있지 않은 능력이면서, 어떤 것으로도 측정할 수 없는 능력. 굳이 능력에 이름을 붙이자면 '의지'.


'그런 게 있긴 한거야?'


그러나 증명해주고 있었다. 화면을 가득 메웠던 에러창은 그것을 가능하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


"....."

 

나는 위험도를 6단계로 나누어 처분을 내린다.

1단계는 0~1000.

이 경우에는 능력자로서 처분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애시당초 이런 경우에는 회복능력이 아니면 마나량부족으로 아예 죽어버린다.

그리고 회복을 능력으로 가진 녀석이 범죄를 저지를 리가 없지 않은가. 범죄자를 회복시켰다던가 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런 건 이쪽이 맡을 분야가 아니다.


2단계는 1000~5000

이 경우에도 능력자로서 처분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이 정도의 레벨이라면 아까 예시를 들었던 염동력으로는 모래알 하나를 겨우 들 수 있고, 발화능력이라면 아예 불을 만들지 못한다.

게다가 이 능력인 경우에도 대부분은 죽어버린다. 2단계만이 아니더라도 5단계까지는 죽어버릴 확률이 높다. 그나마 5단계에서는 빈사상태로 버티지.

 

3~4단계는 5000~30000

이 경우에는 범죄율이 상당히 생긴다. 3단계는 대강 주사만 맞히고 끝난다지만 4단계같은 경우 심하면 능력을 사용할 때 매개로 사용하는 부위를 잘라낸다. 이는 사람마다 다른데, 어느 쪽으로든 사용할 수 있으면 머리를 잘라낼 수도 있다.


5단계는 30000~9999999

이 경우 대단히 위험한 케이스이다. 아까 예를 들었던 염동능력자의 범위 측정치가 이 단계의 끝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대부분 사형을 시키도록 하고 있다. 한계가 있는 능력이라면 어떻게든 능력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 후에 죽이면 된다. 약화시킬대로 약화시켜서 죽여버리면 된다. 애시당초 이런데까지 끌려올 정도의 인성이면 죽여버릴 만하다.


그리고.. 대망의 6단계는, 이번에 녀석으로 인해 생긴 케이스이다.

ERROR.

이 세계에 존재해서는 안 될 유형.

이 세게에서 살아남아서는 안 될 유형.

능력이 무엇이 되었든간에 위험도가 한계치를 초과했다면, 무량대수보다도 더 빠르게 '증가하는' 힘이라면, 그건 더 이상 인간이 아니다.

컴퓨터에 에러창이 뜬 이유는, 컴퓨터가 출력할 수 있는 무한상수 n보다 더 큰 입력값을 입력받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n의 제곱이라던가, 그것도 아니면 그 이상이라던가.

그런 것을 인간의 힘으로 죽일 수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대체 이걸 어떻게 처분해야 하지?

........


"하아.."


왜 옛 인간들이 그토록 괴물을 두려워했던건지 이해가 간다. 그들도 인간 7명만 죽이면 이렇게 된다는거잖아..

나는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이지 밀렸던 업무를 한 번에 터뜨려주시는군요, 박사님.

이를 어쩐다..

휴가와 연금에 눈이 멀어 잘못된 길을 선택한 게 아닐까, 나는 기억을 되짚어보며 후회를 거듭한다. 하지만 이미 지난 일이다. 바꿀 수도 없다.

하아...

녀석은 타들어가는 내 속도 아랑곳 않고 여전히 잠에 빠져있다.

...

저게 살아있으면 안된다. 저런 게 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된다. 그건 확실한 일이다.

하지만 죽일 수 있나? 인간의 힘으로 저걸 어떻게 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

애시당초 그만한 군대를 끌고 가서 죽이지 못했으면, 그 어떤 방식으로 죽이려고 해도 소용없다.


"최대한 양쪽이 다 윈윈하는 쪽으로 결과를 내놓고 싶은데 말이지.."


가능하다고 해도 저 녀석을 죽여서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모른다. 한계가 미지수인 능력은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그리고 지금의 녀석은 인류의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한계점이 높다고 해서 위험도가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어디까지 사용할 수 있는지도 영향을 미친다.

그런 의미에서 녀석은 지금 완전한 괴물, 종족상의 괴물이 아니라 신화속에서나 보던 괴수라고 볼 수도 있다.


"..."


방법은 하나뿐이다. 녀석을 한달간 살펴보며,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조사해가는 것.

능력이 뭔지부터 알아야한다. 그래야 대책이든 가설이든 뭐든 가능하다.

일단 제어장치를 채운 상태로는 마법을 전혀 사용할 수 없으니 몸의 안전은 거의 보장될 것이다. 


"...조금 긴 연구가 될 것 같군.."


나는 힘든 나날이 될 것임을 예견하며 책상에 서적들을 펼쳤다.





------------------------------------




으으; 만들고보니 씨발 양판소가 된 것 같네..

먼치킨소설이긴한데 즐감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