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즈는 곧 연구소를 그만두었다.
사실 그만두었다기보다는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는 쪽이 맞을 것이다.
가스터는 사라졌고 사람들은 마치 그가 없었던 것처럼 행동해대니 가스터가 주축이었던 연구팀은 해체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샌즈가 그 사실을 슬퍼했냐고 하면 그건 아니었다.
샌즈는 그 '사고'이후 도저히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뭐, 그렇게 해서 백수가 된지도 벌써 석 달.
그동안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모아둔 돈도 상당하고 그 역시 그다지 성실한 편은 아니었기에 그는 느긋하게 백수생활을 만끽했다.
때때로 파피루스가 그를 한심하게 보는 시선을 견디는 것은 힘들었지만 생활은 대체로 평화로웠고 그때의 끔찍한 악몽 역시 잊혀 가는 듯했다.
"형!"
"흠? 무슨 일이야 파피루스?"
"녜! 혜! 혜! 이 몸이 뭘 가져왔는지 보시라!"
소파에서 나른하게 뒹굴뒹굴하고 있던 샌즈는 파피루스의 몸을 듣고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요 며칠 어딘가를 분주하게 왔다 갔다 하던 파피루스가 들고 있는 것은...
잠깐, 저게 뭐야.
집문서???
"팝? 대체 그게 뭐야?"
"형도 알다시피 수도는 땅값이 비싸잖아.
게으른 형은 도무지 일할 생각도 안 하고 있고, 저금해둔 돈도 언젠가는 떨어질 테니까 말이지.
이사를 가는 거야! 그 이름도 멋진 스노우-딘으로!"
"스노우딘...그 1년 내내 눈이 온다는 설원 마을 말이야?"
"상관 없잖아 형! 우리는 뼈 괴물이라 추위를 타지 않는걸?
게다가 우린 거기서 멋진 친구들을 사귈 수 있을 거라고.
그곳은 시골이라 그곳 괴물들은 수도 괴물들보다 더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싶어 한데!"
"하긴, 아무리 뼛속까지 추운 곳이라도 해골 괴물이 '골'로 가진 않겠지."
"혀엉!!!!!"
태연하게 동생과 농담을 주고받으면서도 샌즈는 눈살을 찌푸렸다.
꿈 속에서 들은 눈 내리는 소리가 생각났다.
그렇지만 꿈은 꿈일 뿐이다.
아무리 불쾌하고 현실적인 꿈이었다고 해도 꿈 때문에 이사를 못 가겠다니, 그것만큼 바보 같은 일도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파피루스가 모처럼 나서서 한 일이다.
안된다고 하면 분명 실망하겠지.
샌즈는 슬며시 웃으며 말했다.
"뭐, 괜찮은 계획인 것 같네 동생아. 그래서 우리의 새 집은 어디야?"
"녯햄, 잠깐만 기다리라고 형. 나한테 멋진 계획이 있으니까."
파피루스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아내 샌즈에게 다가온다.
샌즈는 동생이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궁금해하면서도 기꺼이 동생이 하고자 하는 대로 놔뒀다.
이내 샌즈는 무슨 천 같은 것으로 눈구멍이 완전히 가려졌다.
"무슨 장난을 치려는 거야, 팝?"
"당연히 형한테 놀라운 걸 보여주려는 거지! 형은 눈을 뜨는 순간 상상도 못할 정도로 멋진 걸 보게 될 거야!"
아마 새로운 집을 보여주려는 거겠지, 하고 생각하면서 샌즈는 기꺼이 동생이 원하는 대로 움직인다.
그가 동생의 손을 잡고 거리를 걷는 동안, 주위 사람들이 그들 형제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것 같지만 그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사실 파피루스가 행복하기만 하면 그 외의 사람들이 어떻든 알게 뭔가.
"짠! 드디어 도착했어 형. 기다려봐 곧 안대 풀어줄게."
스르륵 소리를 내며 안대가 풀린다.
샌즈는 웃으면서 앞을 본다.
그의 앞에는 마치 꿈 속에나 존재할 법한 낭만적인 2층 집이 서 있었다.
그래 마치 꿈 속에나 존재할 것 같은-
샌즈는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그의 등에 무언가가 툭 닿는다.
"형? 왜 그러는 거야? 집이 멋지지 않아?"
그의 머릿속은 온통 꿈에 대한 생각만이 가득찼다.
자신을 향해 자신만만하게 웃는 동생,
그를 관통하는 뼈.
놀라서 눈을 크게 뜨는 파피루스.
이어 서서히 먼지가 되어가는 그의 모습.
안 돼, 안 돼, 그럴 수는 없어!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이미 스노우딘을 거의 빠져나가고 있었다.
뒤에서 파피루스가 당황하며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그제서야 샌즈는 지름길의 존재를 생각해냈고, 다음순간 그는 워터폴의 폭포 앞에 있었다.
샌즈는 최대한 침착하려고 노력했다.
대체 지금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거지?
머리가 잘 돌아가지를 않는다.
"좋아, 차근차근 사태를 정리해보자. 우선 나는 '골'때리는 악몽을 꿨다.
그 빌어먹을 악몽은 어쩌면 미래일 가능성이 있으며, 오늘 팝이 나에게 악몽에 나온 집과 같은 집에서 살자고 말했다.
나는 그 집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으나 꿈속에서는 그곳이 우리의 집이었다.
그리고 그 악몽 속에서 나는 팝을 죽였다."
heh, 환상적이군. 제기랄.
그건 정말 미래였나.
내가 팝을 죽이는 미래라고?
하, 그럴 수는 없지.
샌즈는 웃었다.
답은 명확했다.
그는 그의 영혼을 꺼낸 뒤, 공격했다.
영혼에 금이 가는 소리를 들으며 그는 미소 지었다.
다음 순간 그는 의식을 잃었다.
"흐윽, 흐윽. 혀엉"
이런, 팝이 울고 있어.
그는 파피루스에게 울지 말라고 말하고 달래주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파피루스는 대체 어디 있는 거지.
누가 파피루스를 울린 거야.
동네 꼬마들에게는 충분히 경고를 해줬는데.
머리가 아팠다.
제대로 생각이 흐르질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피루스의 울음소리는 계속해서 샌즈를 자극해서,
감히 파피루스를 울린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온 놈에 대한 분노가 솟구쳤다.
누군지는 몰라도 끔찍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걸까.
"혀엉, 흑, 죽지 마.
앞으로는, 앞으로는 형이 게으름 피운다고 잔소리 안 할게.
형이 하자는 대로 다 해 줄게. 응?
죽지마 형.
제발....
형이 없어지면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
이런, 나 때문이었나.
샌즈는 자신의 볼에 무언가가 뚝뚝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제서야 그는 그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생각해냈다.
그래, 난 그 악몽이 미래라는 것을 인정했지.
그리고 파피루스를 다치게 하지 않기 위해 난...
샌즈는 힘겹게 눈을 뜨고 파피루스를 바라보았다.
파피루스는 그의 옆에서 펑펑 울고 있었는데 샌즈는 파피루스가 꼬마 해골이었을 적 이후로는 한 번도 파피루스가 그렇게 서럽게 우는 것을 본 적이 없었
다.
그의 동생은 여린 아이였다.
지금까지야 그가 지켜주었더라도 그가 죽은 다음에는 어떻게 살아갈까...
아무리 친절한 괴물 사회라고는 해도 파피루스는 유달리 순진하고 선했다.
지켜주는 이 없이는 금방 타인에게 큰 상처를 입고 말 것이다.
샌즈가 파피루스를 복잡한 눈으로 보고 있던 그때, 파피루스는 샌즈와 눈이 마주쳤다.
"오, 세상에! 형! 정신이 든거야? 형은 폭포에서 떨어졌었다고! 몸은 좀 괜찮아? 어디 아픈 곳은 없어?"
"아아, 괜찮아. 그것보다 놔주지 않을래 팝. 더이상 흔들었다가는 어디 아픈 곳이 생길 것 같은데."
"오!"
파피루스는 당황하며 샌즈의 어깨를 놓았다.
그의 형은 원래부터 자신에 비해 훨씬 약했다.
몇 달 전의 사고 이후부터는 더욱 불안정해 보여서 도저히 눈을 뗄 수 없게 만들더니 결국 이렇게 잠깐 눈을 뗀 사이에 크게 다쳐버렸다.
그의 형은 너무나도 약했다.
자신은 형이 그렇게 약한 줄 알면서도 형을 제대로 보살피지 못 했다.
그래서 형은....
"흐윽, 형. 깨어나서 정말 다행이다. 하지만...흐으윽."
샌즈는 울음을 그친 줄 알았던 파피루스가 다시 훌쩍이기 시작하자 당황하며 파피루스를 달래려고 애썼다.
"왜 우는 거야 팝? 착하지, 침착하고 천천히 얘기해봐. 난 괜찮으니까."
"의사선생님이.... 형이 영혼에 큰 타격을 받았다고 했어. 앞으로는 조금만 무리해도 몸에 큰 무리가 갈 거라고, 조금만 다쳐도 죽을 수도 있다고..... 흑."
아, 확실히.
샌즈는 그때 자신의 영혼에 금이 가는 것을 느꼈었다.
아무런 타격이 없다면 그쪽이 더 이상하리라.
샌즈는 과거에도 별로 좋지는 않았던 자신의 몸이 이전보다 훨씬 더 안 좋아졌음을 느꼈다.
그러나 어쩌면, 이건 희망일지도 모른다.
제아무리 그라도 이 정도의 몸으로는 제대로 힘을 낼 수 없다.
그의 동생은 육체적인 측면에서는 굉장히 강하다.
아무리 순진한 동생일지라도 그가 공격하는데 가만히 맞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난 괜찮아 파피루스. 그것보다 아까 한 말 진짜야?"
"흑, 무슨 말?"
"내가 해달라는 건 다해주겠다는 말."
"녜핵!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Heh, 발뺌하려고 해도 이미 늦었다고 동생.
부탁하나만 들어줘. 그럼 앞으로는 절대 이렇게 널 걱정시키지 않을게."
"끄으으응, 뭔데?"
"훈련을 열심히 해서 강해지는 거야. 그러니까, 한, 왕실근위대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
그 정도가 좋겠다. 아예 왕실근위대에 들어가면 더 좋고."
"왕실근위대?"
"그래 네가 왕실근위대원 정도로 강해지면....사람들이 너에게 키스 세례를 해줄걸. 모두가 널 좋아하게 될거야."
"세에상에! 형! 그건 정말 멋진 걸? 좋아, 나, 이 위대한 파피루스는 기꺼이 형의 부탁을 들어주겠노라!"
"Heh, 고마워 팝."
샌즈는 안도했다.
파피루스는 한 번 목표가 생기면 거기에 열정적으로 도전하고는 했다.
뭐, 항상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샌즈가 도와주면 괜찮을 것이다.
분명 왕실 근위대장은 굉장히 강하고 훌륭한 성격을 가졌다고 들었다.
아마, 그녀에게 파피루스를 맡기면 파피루스는 지금보다 훨씬 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이렇게나 약해졌으니 파피루스가 더 강해지면 미래는 바뀌지 않을까? 하고 샌즈는 조심스레 희망을 가졌다.
...파피루스가 꿈속에서 보았던 끔찍한 스파게티를 가지고 나타날때 까지는.
개추 드림
퍄퍄퍄
퍄
전편 병원씬이 이래서 나왔구나 잼난다 엄청 장편 될것같은데 상중하로 나눠뒀네 ㅊㅊ
개추
오...생각지도 못한 스토리야..개추야..
재밌다 개추
막 줄 보니깐 스파게티 때문에 죽인 걸로 이해 되는데 - dc App
ㅋㅋㅋㅋㅋㅋㅋ아냨ㅋㅋㅋㅋㅋㅋㅋㅋ스파게티 때문에 죽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고보니 스파게티는 언다인이랑 만난 이후로 시작했었지... 점점 꿈이랑 겹쳐지는게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