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찬란했다. 꽃들은 피어나고, 새들은 지저귀는 날이었다. 한때 차라가 떨어졌던 그 구멍 사이로 빛이 새어들어왔지만, 그것이 다였다. 폐허의 시작에는, 어둠과 침묵만이 지켰다. 금빛 꽃 위에는 바스러져가는 차라의 영혼과 아스리엘의 가루 밖에 남아있지 않았고, 주위에는 침묵 속에 눈물을 흘리고 있는 괴물들 밖에 없었다. 왕과 왕비, 왕궁 근위대장 거슨과 어린 언다인, 왕실 과학자인 가스터과 그의 아들들, 그리고 몇몇 왕궁 근위대원이나 왕궁에서 일하는 괴물들이 황금 꽃밭을 에워싸고 있었다. 

아스고어는 눈을 감았다 떴다. 눈앞이 뿌옇게 흐려지는 것만 같았다. 차라가 죽은 지 하루 뒤에 일어났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눈앞에 스쳐 지나갔다. 차라가 죽어 피처럼 붉은 영혼을 남긴 기억, 그것을 흡수한 아스리엘이 차라의 시체를 안고 울면서 결계를 뚫고 나간 기억, 그리고 그가 상처 입은 채로 다시 돌아와 한 줌의 먼지처럼 변해버린 기억까지.... 그럼에도 아스고어는 자신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눈물이 차올랐다. 토리엘은 아스리엘 먼지와 차라의 바스러진 영혼이 있는, 꽃밭을 끌어안고 울었다. 너무 울어서, 눈물이 마를 법도 한데도, 흘러내리는 눈물 때문에 꽃밭이 젖어가고 있었다. 

아스고어는 입술을 물어뜯었다. 이미 수십 번은 더 찢긴 듯, 갈기갈기 찢어진 입술은 그의 심정과도 같았다. 그는 거의 십분 가량- 아무도 시간을 볼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멍하니 꽃들 사이로 흩날리는 먼지들을 바라보았다. 마침내, 그는 고개를 들어 말을 하기 시작했다. 눈에는 눈물 자국이 가득했고, 그의 말들은 조용한 절규와도 같았다. 

"짐, 아스고어 대왕은 이제부터 한 가지를 명령하노라."

아스고어는 말하기도 힘든 듯,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목에서는 100년 동안 목소리를 쓰지 않은 것과 같은 쉰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모두가 숨죽이고 경청했고, 토리엘은 아스고어가 모두를 위안시킬 수 있는 말을 하기 바랐다. 아스고어는 숨 한번 들이키고는 비장한 모습으로 말했다. 

"이제부터 떨어지는 모든 인간은, 으로 대접받을 것이다."

아무도 예상 못한 듯, 조용했던 폐허의 시작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이 명령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몇몇은 이건 아니라며 부정했다. 아스고어는 혼란스러워지는 마음을 뒤로하고 토리엘을 바라봤다. 토리엘은 적잖이 충격받은 듯, 고개를 흔들었다. 경멸스럽다는 듯, 째려보는 토리엘을 보며 아스고어는 더 많은 고통이 느껴지는 듯했지만- 

"그만!"

그는 소리쳤다. 아스 고어는 더 이상 들었다가는 분노가 그를 잡아먹을 것이라고 직감했다. 왕의 호통에 소란스러웠던 분위기는 조용하게 멎어들어가는 듯했다. 숨을 옅게 몰아쉰 아스고어는 말했다. 

"인간은, 우리의 모든 것을 가져갔다. 처음에는 우리를 가둬놓았고, 다음에는 왕자를 죽음으로 몰아갔다."

폐허 안은 조용했다. 그저, 아스고어의 목소리만 울릴 뿐이었다. 목소리뿐만 잉여도, 아스 고어가 느끼는 감정이 곧바로 전해졌다. 분노, 슬픔, 혼란... 토리엘은 아스고어가 질린 듯 아스고어로부터 멀찍이 떨어졌다. 아스고어는 말을 이었다. 

"과학자 가스터의 말로는, 일곱 영혼만 모이면 결계를 뚫을 수 있다더군. 일곱 인간의 영혼만 모으면 우리가 자유로워질 수 있어."

아스고어는, 왕이었다. 그는 괴물들을 돌볼 의무가 있었고, 아스리엘의 죽음으로 인해 괴물 모두가 무너지는 건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어차피 자비로운 인간은 없는 듯했다. 그는 왜, 차라가 아스리엘에게 그런 부탁을 했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차라가 의도한 건 아닐 테지만,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아스고어는 그저 새들은 지저귀고 꽃들은 피어나는 오늘 같은 날에, 아스리엘과 캐치볼을 하고 싶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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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덤디덤은 아빠일 뿐 아닌가... 아들이 죽었는데 엄청 슬프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