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보이지 않았다.
온 몸에 먼지를 묻히고 다니는 불길한 인간을 막아보겠다고 나선 뒤에 돌아오지 않았다.
어쩐지 불안한 마음에 동생을 찾아다니던 중 워터폴로 가는 길목에서 동생의 스카프를 발견했다.
눈 위에 쌓인 먼지, 그리고 스카프.
무슨일이 벌어진 것인지는 명확했다.
파피루스가 죽었다.
샌즈는 파피루스의 스카프를 들고 멍하니 서있었다.
샌즈는 늘 파피루스의 죽음을 걱정했다.
언젠가 파피루스가 자신의 손에 죽을 것이라는 생각에 지옥보다 끔찍한 시간을 보내왔다.
그런데 결과는?
파피루스는 죽었다.
인간의 손에.
샌즈는 그 인간이 위험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파피루스를 막지 않았다.
왜? 파피루스는 그의 손에 죽을테니까!
결국 그 개같은 꿈은 그냥 꿈일 뿐이었는데, 고작 그딴 꿈 때문에 파피루스를 잃었다.
그 꿈 때문에 그는 그토록 오랜시간 차라리 죽는게 나을 것 같은 괴로움을 겪었다.
하루에도 몇번씩 죽고싶었다.
온 세상이 그에게 네가 동생을 죽일 것이라고 속삭이는 기분이었다.
언제 그 날이 올지 몰라 하루하루가 지옥과 같았다.
그런데 이제와서, 그냥 꿈이었다고?
샌즈는 끔찍한 기분이 들었다.
"헤,헤헤."
그러나 샌즈는 웃었다.
그는 허무주의자였고 어떠한 끔찍한 상황이 와도 웃는-
'쓸데없이 변명하지마, 형.
형은 지금 내가 죽었다는 것에 기뻐하고 있잖아?'
무슨?
샌즈가 고개를 들자 그의 앞에는 파피루스가 서 있었다.
샌즈의 냉철한 이성은 파피루스를 보자마자 알아차렸다.
이건 환영이다.
내 죄책감이 만들어낸 환영이다.
그러나 환영이건 뭐건간에 샌즈는 다급히 변명했다.
"무슨 소리야 팝. 내가 기뻐할리가 없잖아.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네가 죽었다고 기뻐하겠어."
'하하하하! 자기자신까지 속이려들지 마 형.
맞아 형은 나를 사랑하지.
그래서 형의 손으로 나를 죽이지 않은 데 안도하고 있잖아.'
파피루스의 환영은 샌즈를 차가운 표정으로 내려다 보았다.
파피루스가, 그를 원망하고 있었다.
샌즈는 이성을 잃고 환영에 매달려 애원했다.
"아니야, 아니야 팝. 나는-"
'형한테는 내가 고통스럽게 살해당한 것보다 내가 형을 원망하지 않는다는게 더 중요했던거야.
내 말이 틀려?
그래서 형은 내가 죽는 것을 그냥 방관만하고 있었지.
형은 그 인간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었으면서도!
전부 형의 잘못이야. 역겹기 짝이 없어.
이 더러운 위선자."
그 말과 함께 파피루스의 환영은 사라졌다.
환영마저 사라지자 샌즈는 이제 드넓은 스노우딘에 홀로 남았다.
...환영이 말이 맞았다.
그의 손으로 파피루스를 죽이지 않았지만 그는 이미 파피루스를 포기하고 있었다.
파피루스가 그의 손에 죽을 것이라고 확신했기에 파피루스를 방치해뒀다.
그가 파피루스를 죽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샌즈는 문득 스노우딘이 너무 춥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파피루스의 스카프를 목에 감았다.
하지만 여전히 추위는 사라지지 않았다.
갈비뼈까지 저며오는 차갑고 날카로운 바람이 불었다.
추웠다. 너무 추웠다.
샌즈는 이제 몸을 덜덜 떨었다.
온기를 나눌 이를 모두 잃은 해골 괴물은 더 이상 이 추위 속에서 떨고 싶지 않았다.
그 또한 그의 온기를 찾아서 떠나고 싶었다.
그러나,
그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샌즈는 덜덜 떨리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걸었다.
목적지는 심판의 복도였다.
***
"헤, 너 정말 그게 가능할 거라 생각..."
그 순간, 다시한번 칼이 움직인다.
지칠대로 지친 샌즈는 더 이상 공격을 막지 못한다.
"그래... 결국 이렇게, 되는건가?...
그냥... 경고 안 했다고만 하지 말아 줘."
드디어, 모든 것이 끝났다.
비록 빌어먹을 공범자를 죽이지 못했지만, 그래도 이제는 파피루스를 보러 갈 수 있을 것이다.
동생을 만나면 동생의 죽음을 방관한 것에 대한 용서를 빌 것이다.
이기적인 말이겠지만, 사실 샌즈는 동생이 그를 용서할 것임을 알고 있다.
아마도 파피루스는 처음에는 그에게 화를 낼 것이다.
왜 자신에게 그 모든 것을 말하지 않았냐고, 자신이 그렇게 못 미더웠냐고 말하겠지.
그 뒤, 자신의 아픔에 공감하며 함께 울어줄 것이다.
자신을 용서할 수 있냐고 물어본다면 처음부터 용서했노라고 대답하겠지.
그렇게 선한 이였다.
그의 동생은.
그 때가 오면 샌즈는 더 이상 고통 받지 않으리라.
마침내 그는 그 모든 고통에서 해방될 것이다.
더는 죄책감에 찬 눈으로 동생을 바라보지도 않고, 동생을 죽이는 악몽을 꾸지도 않고,
어린시절 그랬던 것처럼 순수하게 동생을 사랑할 수 있으리라.
그의 상상은 어느새 구체화되서 마치 눈 앞에 잡힐 듯이 선명해졌다.
그의 눈 앞에 스파게티를 들고 자신만만하게 웃는 파피루스가 보인다.
"뭐.그릴비나 가야겠군.
파피루스, 뭐 필요한 거 없어?
그렇게 해골괴물은 마침내 안식을 찾았다.
글쎄, 적어도 그 시간선 안에서는.
다음 순간 샌즈가 눈을 떴을 때, 그는 스노우딘의 집 소파위에 있었다.
샌즈는 차라리 지금이 꿈이었으면 싶었다.
자신이 죽기 직전에 보고있는 환각이거나, 아니면 그저 생전과 같은 풍경을 가진 사후세계였으면,
그러나 이것은 현실이었다.
샌즈는 과거로 돌아왔다.
슨간 분노를 참지 못한 샌즈는 고성을 지르며 tv를 부섰다.
손에 닿는 것이면 뭐든지 집어 던졌다.
간신히 지옥에서 벗어났는데, 돌아왔다.
이유야 명확하다.
7번째 인간.
시간을 제멋대로 돌리던 미친 꼬맹이.
그 빌어먹을 놈이 자신을 이 지옥에 가둔 것이다.
드디어, 드디어 편해질 수 있었는데!
"녜핵? 무슨 일이야 형?"
2층에 있던 파피루스가 굉음에 놀라 달려왔다.
파피루스?
'녜헤헤, 여전히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구나 형.
시간이 과거로 돌아왔으면 나도 살아있는게 당연하잖아?
그런데 기쁘지 않은거야? 내가 살아있어서 화가 나는거야?
나를 죽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겨우 해방됐는데 내가 살아있어서?
형은 정말 끔찍한 사람이야.'
사라진 줄만 알았던 파피루스의 환영이 다시 나타나 그에게 잔인하게 귓속말을 속살거렸다.
"세에상에! 집안 꼴이 이게 뭐야. 집안에서 폭풍이라도 불었던건가? 형은 어디 다친데 없어?"
'하하. 이것 좀 봐 형.
나도 참 나쁘지 않아? 아무것도 모르는 체 하면서 형을 괴롭히잖아.
그렇게나 착한 척 하면서 형이 얼마나 괴로운지도 모르지.
게다가 형이 그렇게나 지키려고 노력했는데 제멋대로 굴다가 죽어버렸어.
저런 머저리가 아직도 그렇게 소중해?'
"입 닥쳐!"
"녜핵? 형?"
'재미없으니까 그러지 마 형.
내가 무슨 생명체이기라도 한 것 같아?
난 형이 만들어낸 상상일 뿐이야.
내가 얘기하는 모든 건 형이 생각하는 거라고.
그래서 어때?
형의 모든 나쁜 생각을 내탓으로 돌리니까 기분이 좀 나아져?'
샌즈는 순간 속이 뒤집히는 것을 느꼈다.
그는 역겨움을 참을 수 없어 헛구역질을 해댔다.
모든 것이 끔찍했다.
분노가 차올랐다.
세상이 그를 가지고 놀며 조롱하는 듯 했다.
그러나 누구에게 이 분노를 쏟을 것인가.
풀 데 없는 분노는 그 스스로를 집어삼켰다.
그의 영혼은 이미 약해질대로 약해졌으니 한번 더 공격하면 이번에야말로 모든것이 끝나리라.
`아니지, 형.
7번째 인간을 잊은거야?
그 인간은 목적을 모두 이룬 뒤에도 돌아왔어.
왜, 그 미치광이가 모두랑 친구가 되서 쎄쎄쎄나 하자고 돌아왔을 것 같아?
더는 시간을 돌리지 않겠다던가 하는 고귀하고 희생적인 정신으로 왔을 것 같아?
형이 무슨 짓을 해도 그 애가 다시 돌아오겠다고 마음 먹으면 결국 원상복귀 될 뿐이야.
형은 결코 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없어.'
샌즈는 결국 무너졌다.
무슨 짓을 해도 벗어날 수 없는 지옥이라니.
그 때, 잔인한 악마가 그에게 속삭였다.
'어차피 지옥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말이야, 차라리 복수하는 게 어때?
형은 그 동안 너무나도 괴로웠잖아.
이대로 형만 계속 고통받는 건 억울하지 않아?
형을 이렇게 만든 녀석도 똑같이 만들어주자.
그 녀석도 형처럼 괴로움에 몸부림치도록, 끝나지 않는 지옥에서 타들어가도록 만들어주자.
뭐, 형은 약하니까 이대로는 어렵겠지만, 알고 있잖아?
어떻게하면 강해질 수 있는지.
힘을 얻어, 그리고 그 악마와 미친시간을 보내는 거야.
모든 것을 놔버리면 형도 한결 편해질 걸.'
샌즈의 눈이 순간 거세게 흔들렸다.
갈 데 없던 분노가 7번째 인간에게 향한다.
샌즈는 인간에 대한 살의가 참을 수 없이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그런.....아니, 안 돼.
그럴 수는 없어.
그런 짓을 하면 파피루스는 정말 괴로워할거야.
나는 파피루스 없이는 살아갈 수 없어."
제정신이 아닌 듯 해 보이는 샌즈를 불안하게 보고있던 파피루스는 난데없는 형의 말에 당황해 무언가를 말했다.
그러나 샌즈에게 닿은 것은 그가 아닌 환영의 목소리였다.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형. 나는 형을 이해해.
내가 형을 버릴리가 없잖아?
난 한번도 형을 믿지 않은 적이 없어.
만약 내가 형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건 내가 아니지 않을까?'
달콤한 거짓은 순식간에 현실을 밀어낸다.
환영이 진짜가 되고 진짜가 환영이 된다.
현실은 꿈이되고 꿈은-
...샌즈는 천천히 일어섰다.
푸르게 일렁이던 그의 눈이 점차 보랏빛으로 탁해져갔다.
샌즈는 길을 걷고 있었다.
사락사락 눈 내리는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힌다.
그 소리가 자뭇 기꺼워 그는 자신도 모르게 걸음을 늦췄다.
"뭐하는 거야 형. 서둘러!"
동생의 목소리에 그는 미안하다는 듯이 웃으며 다시 발길을 재촉한다.
그래, 그는 오늘 중요한 할 일이 있었다.
쓸데없이 걸음을 지체할 시간은 없었다.
그가 스노우딘의 마을을 지나가는 사이 그를 알아본 괴물들이 그에게 다정한 인사를 건넸다.
사락사락 하얀 먼지들이 점점 더 빠르게 떨어진다.
눈발은 어느세 더욱 거세져 고요한 스노우딘을 덮어간다.
그러나 샌즈는 풍경을 즐길만한 여유가 없었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사랑하는 동생이 그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텐데.
서둘러 집에 도착하자 익숙하면서도 끔찍한 냄새가 그의 코를 찌른다.
파피루스는 주방에 있었다.
다행히도 동생은 요리를 하느라 그가 오는 것도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 끔찍한 것을 요리라고 불러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됐건 샌즈는 동생을 상처입히고 싶지 않았다.
샌즈는 부드럽게 웃으며 살금살금 동생의 뒤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다정하게 그를 끌어안았다.
다정한 온기가 느껴진다.
"녜핵! 형? 언제온거야?"
"heh, 지금 왔지 팝, 일단 잠깐 가만히 있어줄래?"
아프게 하고 싶지는 않으니까,하고 중얼거리며 샌즈는 왼손을 가볍게 흔든다.
-푹
그 순간 파피루스의 몸을 흰 뼈들이 관통한다.
그의 눈이 놀라 크게 뜨인다.
샌즈는 그런 그를 보며 웃는다.
그리고...
"어라? 왠지 익숙한 느낌인걸, 왠지 전에 이런 장면을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야."
"녜핵! 당연하지, 이 멍청한 형 같으니! 지금이 대체 몇번째 리셋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것보다 서두르라고 형, 곧 인간이 폐허에서 나올 시간이야."
"알았어 팝. 가자."
그렇게 눈 먼 오이디푸스는 그 자신이 만들어낸 망령과 함께 황야를 떠돌았다.
언젠가, 이 모든 것이 끝나기만을 바라며.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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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쓰는 데 오래걸렸네.
혹시 기다린 사람있으면 미안하다.
퍄 <같이 머페-시 애끼실?>
퍄퍄... 잘 읽었다
예정되었지만 씁쓸한 장면이네. 훌륭했어.
퍄
내가 보냈다 근데 역시 결말은 당연하네
깜빡하고 안 썼는데 이거 원본은 싶다 글이야.
누가 '퍄 시팔 샌가놈이 시간선 알아버렸을때 니 미래는 머더샌즈라고 알려주고싶다 '라는 제목으로 쓴 싶다 글 보고 꼴려서 써왔다.
시부엉 녜헥...
퍄
좋다... 잘읽었어
ㅗㅜㅑ 잘읽었다 개추
퍄퍄퍄...
ㅗㅜㅑ
Murder-begins 샌즈 정신적 피폐가 잘 표현한 듯 잘봤다
퍄
설정오류가 있는데 프리스크 8번째애임 첫번째는 차라 - dc App
ㄴㄴ프리스크가 8번째인건 맞는데 왕이 영혼을 모으기 시작한 뒤 지하에 떨어진 7번째 인간이라는 의미로 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