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였다.
고3 여름날, 수시 원서를 넣고 나서 느꼈던 두근거림과 아릿한 긴장감은 적어도 한 두 군데는 합격하겠다고 생각한 것에서 왔음에 분명했다.
그 생각은 나를 수시 1차 합격발표 전날까지 놀게 만들었고, 결과는 뭐...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만 전부 탈락했다.
과하게 상향해서 쓴 대학들도 아니였다. 그럼에도 면접까지 가지 못하고 탈락한 결과가 너무 씁슬해서 웃음만 나왔다. 이건 아마 내가 너무 여유있게 굴어서, 긴장을 하지 않아서 나한테 내린 벌인거야 하면서도 흐르는 눈물은 어쩔 수 없었다.
더 이상 나에게 선택지는 없었다. 닥치고 정시공부를 하는게 우선이였고, 나 역시 순응하고 하루종일 공부만 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난 새가 벌래를 잡는다라는 믿음 하나만으로 새벽에 일어나서 일찍부터 모의고사, 영문법, 기하와 벡터, 비문학... 듣기만 해도 머리가 어지러운 지식들을 다시 이해하고, 머리에 집어넣기 급급했다. 그게 대충 수능 한두달 전..쯤 이였다.
수능 전날밤은 이상하게도 떨리지가 않았다. 토리엘 아주머니가 오랜만에 만들어주신 버터스카치 파이를 먹어서 그런지 마음이 떨리지 않고 오히려 가벼웠다.
아마 잘볼수 있을거야. 모든것이 다 잘 풀릴거라고 생각되니 한결 편했고 아마 그상태로 잠이 든 모양이다.
아침에 덤디덤 아저씨가 대려다 주셨다. 으례 수험생이면 받는 찹살떡과 엿을 가지고 지인과 가족 모두의 응원을 한몸에 받고 시험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시험장에 가기 전 친절한 학생들이 준 종이컵에 담겨진 코코아 한잔을 마시면서 오묘한 긴장감에 몸을 떨었다. 시험장에 나올때쯤은 좋은 결과를 가지고 나오자 생각하고 결의를 다졌다.
첫 교시, 시험지를 받고 풀기 시작하는데 배가 이상하다. 분명 아침도 평소때와 똑같이 먹고 혹시 몰라 찹쌀떡과 엿이 기별에 갈까봐 아직 손도 대지 않은 상태로 가방에 넣어놨다.
긴장해서 그러려니 하고 다시 집중해서 문제를 풀려고 하는데도 계속 배가 꾸르륵 거린다. 설마 왜 여기서 이런일이...
불현 듯 아침에 마셨던 코코아 한잔이 생각났다. 이대로면 안될것 같아서 감독관에게 허락을 받고 같이 화장실을 들렀다. 지정해 준 화장실 칸에 들어가있으면서도 떨리는 손과 발은 멈출수가 없었고, 국어는 결국 반 이상을 풀지 못하고 나머지는 대충 찍은채로 시험답안을 제출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되었더라... 잘 생각나지 않았지만 코코아를 마셨던 여파가 계속 남아있었는지 집중은 거의 하지 못했고, 쉬는 시간에도 계속 멍을 때렸던걸로 기억한다.
점심시간에 잠깐 다른 수험생들의 이야기가 귀에 들려왔는데 나같은 사람들이 여섯 일곱명정도는 더 있었던 모양이다. 심지어 몇명은 그 여파 때문에 울면서 문제를 풀었다고 한다.
이로써 코코아에 설사약을 탄 건 거의 확실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범인을 잡기도 힘들 뿐더러 이미 시험은 망했는데 무슨 소용이 있으랴.
남은 영어와 한국사 그리고 선택과목을 멍한 상태로 풀면서도 정신은 차려야 한다고 느꼈지만 이제와서 차리기에는 너무 늦은것 같았다.
수능이 끝나고 밖으로 나오기 전에 화장실에 가서 토악질을 해댔다. 내가 여기서 뭘 한건지도 잘 한건지도 잘 모르겠고, 날 응원해준 사람들을 볼 수가 없었다.
눈물을 그치고 시험장 밖으로 나오니 샌즈가 시험은 잘봤냐며 늘 하는 개드립을 날렸다. 아마 내 긴장을 풀어주려고 했던거겠지.
내가 대답을 차마 하지 못하자 일단 집에 가서 쉬자며 격려해주며 집으로 바려다줬다. 망친건 대충 눈치챘을것이다. 얼굴을 볼 면목이 없어 고개를 푹 숙이고는 집으로 들어갔다.
아마 재수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될 것 같았다.
프리스크 대사 특별전형으로 대학갑니다 글 내리세요
문장 어색한거랑 오타가 분위기를 깬다. 그래도 내용은 좋네.bb
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