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가볍다. 날수도 있겠네. 그런 생각해본 적 있어? 뒷모습을 들여다보아도 아프지 않고 지켜볼 수 있는 방법이 과연 존재할는지 해골은 도무지 그 해답을 떠올릴 수 없었다. 아이는 나른한 표정으로 눈 덮인 숲 속 어느 한 가운데에 누운 채 그저 고개를 까딱이는 것만으로 해골에게 인사를 했다. 아이가 누운 자리로부터 훈훈한 김이 끼쳐오는 것 같았다. 아이의 몸통을 온통 헤집어놓고 부러져버린 날카로운 뼈 끄트머리엔 살점이 이리저리 대롱거리고 있었다. 아이는 죽은 피가 땟국물이 되어 엉겨 붙은 짧은 손톱을 거기에 댄 채 손가락을 작게 움직이고 있었다. 토독 토독 건반악기를 가지고 놀 듯 손끝을 두드리더니 한참 하늘만을 바라보았고 이내 의아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해골을 바라보았다. 안녕. 오늘도 ‘본’체만체 할 셈 인줄 알았는데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비난 한 점 담기지 않은 그저 작은 농담일 터였지만 혀가 뻣뻣하게 굳는 느낌이 들었다. 몰‘골’이 말이 아니네, 꼬맹아. 제 곁에 주저앉은 해골에게 살짝 고개를 기울이더니 아이는 배시시 웃어보였다. 그러더니 아이는 해골의 앙상한 두 손목을 한 손에 그러쥐더니 해골의 주먹 쥔 마디뼈를 하나씩 하나씩 바른 손으로 풀어 헤치기 시작했다. 마른 뼈가지는 전부 펼쳐져 아이의 가슴께 언저리를 한 마리 새가 되어 맴돌았다. 아이가 휘파람을 분다. 작은 새를 부르는 듯한 맑은 음색으로. 천천히. 부드럽게. 그 소리는 한 줄기 가느다란 깃털이 되어 공중으로 흩어졌다. 샌즈. 그거 알아? 날개 말이야. 새는 날기 위해 진화 한 게 아니래. 그저 제 몸을 감쌀 따뜻한 팔이 필요했던 거야. 나 그 이야기를 듣고 새가 너무 가여워졌어.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샌즈는 알고 있지? 아마도 아흔 번째던가. 아이는 새하얀 뼈다귀로 빗장을 지른 새장 속으로 와락 몸을 던졌다. 조각난 호흡을 토해내며 속삭이는 것이다. 새카만 파도를 본 적이 있어. 그렇게 높은 물을 본 적이 없었지. 검정이 그토록 다양한 색깔일 줄 누가 알았을까. 눈을 크게 뜨고 한참을 노려봤는데 그게 절벽인지 물인지. 겁에 질렸다고 말하면 웃을 테야? 그런데 자꾸만 바람이 등 뒤로 불어와 자꾸 내 등을 떠다 미는 거야. 어서 저기로 들어가라고... 시선이 서투르게 엉키다 가뭇없이 이내 사그라들었다. 그 끄트머리의 실오리가 정말로 엉겼던가 말았던가. 아이의 주검이 축 늘어졌고 그게 마지막이었다. 꼬맹아. 단 몇 초의 휴식이라도 좋으니 네가 그렇게 빨리는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드르르륵 정교히 맞물린 금속 조각이 구르는 소리가 난다. 또 다. 해골은 귀를 틀어막고 싶었다. 하하 해골은 귀가 없잖아, 샌즈는 바보야. 몸서리칠 만큼 너무도 익숙하고 뻐근한 감각에 목구멍 너머로 욕지기가 치밀었다. 오지 마. 온몸이 세차게 사방으로 잡아 늘여졌다 한 순간에 구겨지는 듯한 감각. 새로운 시작의 징조만큼은 영 익숙해지지 않았다. 네 눈꺼풀에 조금이라도 더 긴 잠이 남아있다면 좋으련만. 지루해질 법도 한데 왜. 호주머니에 남은 돈은 없었어. 바다로 오기 위한 기차표를 사는데 다 써버렸거든. 어쨌든 난 돈이 필요 없었으니까. 아버지의 자켓 안주머니에서 훔쳐온 담배 한 갑 말고는 내겐 아무 것도 없었어. 담배 필 줄 아냐고? 하하. 바보 같은 말 마. 나도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어. 있지. 나는 정말이지 굳게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아이의 뒷모습이 보인다. 손을 내밀고 지긋지긋할 정도로 뻔한 생소리. 다시 추락한다. 정신을 차려보니 맨발이었어. 파도를 등지고 저 멀리 달아나고 있었던 거야. 길을 잃어버린 나는 달이 어디 있는지 사방을 두리번거리다 귀를 틀어막았어. 분명. 달이 떠 있었는데. 달아나야하는데. 파도소리가 무서운 거야. 도저히. 서있을 수가 없었어... 나를 집어 삼켜줄 줄 알았는데. 나를 자꾸만 밀쳐 내는 거야. 소리를 질렀는데. 아무도 오지 않았어. 떠난 후엔 하나의 점이 되어 사라져버리길. 다신 돌아오지 말라고 그랬잖아. 휘파람 소리를 들으면 돌아오도록. 처음엔 새에게 그렇게 가르쳤대. 그러다 주인은 새를 놓아주었지. 휘파람을 불다보니 새가 너무 애처로워보였대. 참 자상하지. 원래 응원하는 사람은 잘 모르지 않아? 돌아오지 마. 여긴 네가 있을 곳이 아니야. 갈빗대를 활짝 벌려 아이를 놓아주었다. 그런데도. 돌아온다는 거야. 자꾸 그 새장으로 돌아오더래. 정말 이상하지. 아이의 얼굴에는 눈물이 번져있었다. 날 놓지 말아줘. 놓아두지 마. 아이의 가슴팍 위로 새가 곤두박질 쳤다. 현기증. 다시 또 다. 시작이 아가리를 벌리고 해골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악수를 마친 네 등 뒤 너머로 휘파람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확인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떻게? 신호음이 한 번. 두 번. 저기 아이의 뒷모습이 보인다. 세 번. 전화기를 꺼내어 한 손으로 받아들었다. 네 번. 망설임이 없는 동작으로 아이는 수화기에 얼굴을 가져다 대고 고개를 치켜들더니 새하얀 입김을 하늘로 토해내었다. 여보세요. *야 꼬맹아. *너희 집 냉장고 잘 돌아 가냐. 아이는 미소 짓고 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해골은 더 이상 주머니에 두 손을 넣어두고 있지 않았다. 휘파람을 불던 아이는 입김을 호 불어 얼굴 위를 흩날리는 눈송이를 날려 보낸다. 아이의 눈동자에 생그럽고 투명한 것이 쓰인 듯 무언가 반짝이더니 따스한 무언가가 되어 눈꼬리에 가득 차올랐다. 졸립다 갤기장 념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