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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이 사실이었다. 괴물, 그것도 거미가 차린 제과점이라니. 괴물들이 밖으로 나왔다는 말은 들었지만, 직접 눈으로 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에봇 산 주변에서만 사는 줄 알았는데 도시에 가게를 차린 줄은 몰랐다. 인간들은 아직까진 괴물이 꺼려지는지 가게엔 손님이 아무도 없다. 왜인지 괴물도 없다. 내 생각이지만 그들도 인간과 같은 이유이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이 가게 점장은 대단한 사람... 아니, 괴물이다.

카운터에 서 있는 저 거미 점장에게서 '주문하시겠어요?'라는 말을 들었을 땐 거의 소리 지를 뻔했다. 다섯 개나 달린 눈으로 싱긋 웃으며 날 쳐다보는데 몇 번째 눈알을 쳐다봐야 할지 모르겠더라. 그 많은 눈들, 웃을 때 살짝 튀어나온 송곳니 두 개가 아직도 머릿속에서 가시지 않는다. 내가 머뭇거리자 괜찮다는 듯 그 눈알들을 왼쪽부터 차례대로 천천히 감았다 뜨는데, 그 모습이 묘하게 매력적이었다. 아니 내가 무슨 소릴 하는 거람. 아무튼 '거미 차'라는 걸 시켰는데 어디 괜찮으려... 으악 썅! 진짜 거미가 들어있잖아! 뭐 이딴 게 다 있어!



2
내가 다시 여길 찾은 건 순전히 일 때문이다. 절대로 그 거미 점장이 떠올라서 온 게 아니다. 이번엔 잊지 않고 '거미는 빼주세요'라고 주문했다. 거미 점장은 내 말을 듣곤 머리를 갸우뚱거렸지만 뭐 괜찮겠지. 사실 거미 대신 다른 걸 넣진 않을까봐 좀 불안하다. 뭐 거미가 좋아하는 것들 있잖아. 날파리라던가. 풍뎅이라던가... 

오늘은 손님이 꽤 있다. 보이는 것만 해도 열, 아니 열다섯쯤 되는 것 같다. 물론 인간은 나 혼자다. 아무리 팔이 여섯 개여도 바쁜 건 바쁜 건가 보다. 거미 점장이 일하는 모습은 정말 신기하다. 여섯 개의 팔들이 분주하게 찬장이며 싱크대며 커피 그라인더며 이리저리 움직이는 걸 보다 보면 어떻게 저런 멀티테스킹이 가능한지 궁금해진다. 눈이 다섯 개라서 가능한 건가? 어... 날 보며 손짓하는데? 아, 차가 나왔나 보다.

흠, 이번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차다. 거미 점장은 지난 번에 내가 소리 지르며 가게를 박차고 나갔던 걸 기억하는 건지 거미 차에 들어가는 건 거미가 아니라 거미 모양으로 된 찻잎이라고 말해주었다. 거미는 귀엽다는 듯이 '설마 동족을 우려서 차를 내겠나요? 아후후후...' 라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싫어할까 봐 찻잎을 빼준 걸 보니... 괴물도 남을 배려할 줄 아는가보다. 다음엔 빼지 말고 넣어달라고 해봐야지.



3
난 바보다. 가게 이름부터가 머펫 제과점인데 '근데, 이름이 뭐예요?'라고 물어본 난 정말 멍청한 놈이다.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반갑게 인사해주는 머펫 때문에 조금 긴장했고, 메뉴판을 보고 있을 때 '오늘도 거미 뺀 거미 차로?'라며 싱긋 웃는 얼굴에 당황해 저런 멍청한 질문이 튀어나왔다. 심지어 왼쪽 가슴팍에 '머펫'이라고 써있는 명찰도 달려 있었다. 왜 이전엔 못 봤을까? 머펫이 내 멍청한 질문에 대답 대신 옆구리에 난 팔로 명찰을 톡톡 쳤을 때 서야 알아챘다.

명찰을 쳐다보다 나도 모르게 시선이 조금 더 아래로 향했다. 거기엔 살짝 봉긋하게 솟아있는 뭔가가 있었다. 순간 설마 저게 가슴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괴물에게도 그런 게 있나? 그런 궁금증에 나도 모르게, 정말 나도 모르게 귀엽게 부풀어 봉그스름한 그것을 빤히 쳐다보다가...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그때 내 얼굴은 아마 새빨갰겠지. 머펫은 그런 내가 귀엽다는 듯 미소와 함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천천히 나를 훑어보며 시간을 조금 끌다 '오늘은 어떤 거로 할래요?'라고 말을 돌려주었다. 송곳니를 살짝 핥았던거 같기도 한데, 착각이겠지?

오늘도 손님이 꽤 있다. 인간은 나 밖에 없지만. 오늘 괴물들은 무언가 굉장히 들떠 보인다. 날 빤히 쳐다보는 괴물들도 있다. 나도 괴물들의 다양한 생김새가 신기해 빤히 쳐다보곤 한다. 인간들은 누군가 몰래 쳐다보면 보통 꺼려하기 마련인데, 여기 괴물들은 낯가림없이 대한다. 마치 이전에 인간을 본 적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눈이 마주치면 손...?으로 보이는 것을 들어 인사를 하는 괴물도 있다. 처음엔 손님이 없어 금방 망하겠구나 했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점점 많은 괴물들이 찾아 오는 것 같다. 비법이 뭘까.

오. 이 거미 차 꽤 괜찮은데? 풍부한 찻잎의 향과 깔끔한 목 넘김이 괜찮다. 찻잎이 있고 없고 차이가 꽤 크구나. 아직은 거미 모양 때문에 살짝 거북하지만 뭐, 익숙해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