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야! 꼬마야! 내 말이 들리니!"


조그마한 아이는 눈을 떴다. 어떤 남자가 그 아이를 흔들어 깨우고 있었다.

회색 올백 머리, 거의 다 해져서 찢어진 곳이 부분 부분 보이는 회색 양복, 길게 두개의 금이 가있는 윙크하는 듯한 표정이 새겨진 하얀 가면, 상당히 호리호리하고 날씬한 체형.

이 특징을 전부 가지고 있는 사람은 작은 아이의 기억 속에 없었다. 즉 눈 앞에 있는 남자는 작은 아이와 생판 남인 사람이었다.

작은 아이의 머리에 이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한 의문이 떠올랐지만 방금 깨어난 의식은 흐릿했기에 의문은 의문으로 끝나고 말았다.


"오, 다행이구나, 이름이 뭔지 알려줄 수 있겠니?"


그 회색 올백 머리 남자는 작은 아이가 일어나자 정말로 안심한 듯한 목소리를 내며 흐트러진 그의 검은색 와이셔츠와 붉은 넥타이를 다듬었다.

그리고 갑자기 아이의 이름을 물었다. 아이는 그 남자가 대체 왜 자신의 이름을 묻는 것인지 또 다시 의문점이 들었지만 그런 것을 깊게 생각하기엔 아이의 의식은 너무 몽롱했다.


"프리스...크..."


방금 잠에서 깬 듯한 아이는 가까스로 입을 열어 자신의 이름을 뱉어내었다.


"그래, 프리스크 지금 분명히 정신이 없겠고, 이상한 질문이겠지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책은 읽어보았겠지?"


남자의 목소리는 왠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다급해보였다. 마치 누군가에게 쫓기는 것만 같은 그 목소리는 이상한 질문 하나를 던졌다.

이상했다. 물론 그 질문도 이상했지만 아이는 또 다른 기묘함을 느꼈다. 분명히 아이는 일어난지가 꽤 되었을 텐데.

어째서 아이의 정신은 뚜렷해지기는 커녕 더욱 더 흐려지는 것만 같았다.

아이는 그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보려고 했지만 무거워져 가는 눈꺼풀에 그 의문은 사라져버렸고, 그 남자가 던진 이상한 질문만이 남았다.

아이는 고개를 조용히 끄덕였다.


"다행이구나! 프리스크, 아주 잘 들으렴. 너는 지금 앨리스란다. 그 책에 등장하는 앨리스. 그리고 나는 회중시계를 들고 늦었다며 달려가는 흰토끼야."


누군가 아이의 뇌속을 마구마구 휘젓고 있었다. 이제는 아이는 자신의 눈 앞에 존재하는 남자가 진짜인지조차 인식할 수 없었다.

그 상황 속에서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나마 지금 아이의 정신을 그나마 뚜렷하게 만들어주는 남자의 목소리에 매달리는 것 밖에 없었다.

아이는 정확히는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무거워져 가는 눈꺼풀을 강제로 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너는 지금 나라는 흰토끼를 따라가다가 이 이상한 숲에 떨어져 버린 것이란다. 그렇다면 프리스크 너는 대체 무엇을 해야 할까?"


숲? 아이의 눈에 숲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아니, 보였나?

무거워져 가는 눈꺼풀과 씨름 하는 아이는 자신이 보고 있는게 무엇인지조차 확실히 할 수 없었다.

아이는 곧 생각을 그만두고 날아오는 질문에 자신의 흐릿한 기억들을 뒤지다가 가까스로 그 책의 내용을 따라 대답하였다.


"탈...출...해야...돼요..."


"그렇지! 탈출해야 한단다. 그럼 그렇고 말고. 그리고 아마 여기서 탈출하고 싶다면 아마 내 말을 잘 들어야 할거야."


기쁜 목소리와 함께 잘 들으라는 충고가 들려왔지만 아이는 그 말을 기억 속에 붙잡을 집중력을 이미 잃은지 오래였다.

그 남자의 말은 그대로 작은 아이의 귀에 들어갔다가 다른 쪽 귀로 흘러가버렸다.


"일단, 나는 니가 거기서 죽거나 죽이거나 아니면 모두랑 친구가 되서 쿵짝짝 하던 상관하지 않는단다. 그건 니가 알아서 하렴.

그 대신, 정 도움이 필요하다면 내 두 바보 같은 아들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들이 제일 나을 거야.

그리고 이 숲에 사는 주민들은 게임을 아주 좋아한단다. 그리고 그들의 게임에 대부분은 그 너머에 있는 것을 읽어야 하지.

그 들의 가면 너머에 있는 것을 읽을 수만 있다면 아마 탈출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거야."


수수께끼 같은 말이었나, 이미 아이에겐 들리지 않았다. 아이는 그저 쓰러지고 싶었다.

무거워져 가는 눈꺼풀과 아이의 멀어진 의식은 더 이상 아이가 무언가를 하게 놔두지 않았다.

아이는 잠을 자고 싶었다. 


"그럼, 이상한 나라에서 깨어나길 바란다. 프리스크."


그 남자의 딱딱하고 오래된 손이 거의 닫혀가고 있던 아이의 눈꺼풀을 완전히 닫았다.

아이의 의식이 저 멀리 사라지고 사고가 정지 되었다.


"하트 여왕을 조심하는게 좋을 거야."


마지막으로 들린 말이었다.


***


당신에 눈 앞에 깔린 것은 어둠 뿐이었고, 당신이 볼 수 있는 것은 검은 색 이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 어둠의 장막이 당신의 눈을 가리고 있는 가운데 조명이 어둠을 치워버리며 한 사람을 비추었다.

당신은 그 사람이 취하고 있던 기묘한 포즈와 이상한 복장에 의아함을 느꼈다.

그 남자는 도대체 이해 할 수는 없었지만 거대한 노란 꽃의 모습을 본따 만들어진 가면을 뒤집어 썼으며,

그 가면에 그려진 얼굴은 정말 성의 없을 정도로 단순했다.

그리고 당신 눈에 비친 그가 입고 있던 세련된 연미복과 딱 봐도 상당히 비싸보이는 구두는 얼굴에 쓴 이상한 꽃 모양의 가면과 대비되어

당신의 의아함을 증폭시켰다.


"Howdy!"


템버린 같이 경쾌하고 톡톡 튀는 것만 같은 즐거운 목소리와 함께 그 남자는 품 속에서 푸른 메아리 꽃을 꺼냈다.

푸른 메아리 꽃을 집은 하얀 장갑이 끼어져 있는 손은 당신으로 하여금 무언가 감추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하였다.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오늘 부로 우리 이 아름다운 숲에 무도회장의 참가하실 자격을 얻게 되셨습니다!!"


방금 전은 템버린 같은 목소리였다면, 이번에는 트럼본 같은 목소리가 그 남자에게서 튀어나왔다.

당신은 대체 무슨 소리인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일단 잠자코 있기로 했다.


"오! 지금 표정을 보니 당신이 얼마나 멋진 곳에 참가하실 수 있게 됬는지 그리고 당신이 얼마나 큰 행운아인지 자각하지 못하시는 모양이군요!

그렇다면 알려드리죠! 이 멋진 무도회는 정말 예의바르고 영리하신 신사숙녀 분들이 모여, 서로에게 복잡한 퍼즐과 애매모호한 수수께끼를 내며

서로의 지능과 담력을 시험하는 하나의 거대한 이성의 놀이터랍니다! 모두가 심지어 저 조차도 그렇게 서로 놀다보면 대체 시간이 언제 지나가는지 조차 모를 정도로

재밌는 무도회죠. 사실 저는 이 무도회를 계속한지 벌써 500년이 지났다는 것을 지금에서야 깨달았다니까요?"


당신은 결코 가볍지 않은 숫자가 그 남자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것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것을 아무래도 본 것 같은 그 남자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냥 비유입니다. 비유. 그냥 일종에 과장법이라고요. 그건 그렇고 당신은 이 아름다운 숲을 둘러본 적이 있나요?

물론 없으시겠죠! 정말 이 숲을 한번만 둘러본다면 당신은 이 숲에서 평생 살고 싶어지실 겁니다.

아름다운 폭포,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신비로운 빛들, 그리고 눈이 내리는 지역부터 용암이 펄펄 끓는 지형까지!

무도회장에 대해선 도저히 제가 말로 형언 할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이 무도회에는 머리에 든 건 많은데 할 줄 아는 것은 없는 멀대, 게을러 터진 난쟁이 똥자루,

머리에 든 것도 제대로 할 줄 아는 것도 없는 근육 생선, 자기 혐오에 빠진 역겨운 공룡, 번쩍거리는 것에 눈이 먼 거미 그리고 유유부단하고 무능한 대장 염소까지 

참석 한다니까요?"


당신은 중간부터 무언가로 인해 괴기하게 뒤틀리기 시작한 플라위의 목소리를 들으며 이상함을 느꼈다.


"그리고 그거 아십니까? 이 모든 참석자들이 이 무도회에 참석하는 모든 예의바른 신사숙녀들이 아마 당신만 보면 짐승으로 변해서 당신의 얼굴 가죽을 뜯으려 할겁니다.

스릴 있을 것 같지 않나요?"


그 남자의 목소리는 경쾌하지 않았다, 그 남자의 목소리는 마치 줄이 풀리고 있는 바이올린 같은 기괴한 목소리가 되어있었다.

당신은 그 말을 들은 이제야 이상함을 느끼고 다급하게 이 무도회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다.


"네? 하지만 재밌을 것 같지 않나요?"


당신은 전혀 재미없을 것 같다고 하며, 여기서 어떻게 나가는지에 대해서 물었다.


"하..하지만..."


당신은 뭐라고 말하려 하는 그 남자의 목소리를 끊고 단호하게 참석하기 싫다고 말했다.


"그...그렇지만..."


당신은 참 끈질기다고 생각하며 단호하게 자신의 입장을 표명했다.

당신의 입에서 나온 것은 당신이 기대하던 단호한 당신의 목소리가 아니라 검붉은 피 한 움큼이었다.


"당신따위에겐 선택지가 없단 말이에요. 얼간이씨."


기괴한 목소리와 함께 당신의 목에 박힌 붉은 가시가 잔뜩 나있는 초록색 식물의 줄기가 당신의 눈에 보였다.


***


사소하지 않은 변경점들


*플라위의 성격이 주최자라는 컨셉과 스토리의 개연성을 위해 상당히 많이 변경되었다.

예를 들어 위를 보면 알겠지만 기본적으로 존댓말을 쓰며 살짝 메타톤 같은 쇼맨십이 있다. 

물론 플라위는 자신의 저런 쇼맨십을 대부분 상대방을 비웃을 때나 엿 먹일 때, 또는 놀릴 때 사용한다.

성격은 원작과 같이 상당히 비틀려 있다.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캐붕이 심하다.


*괴물들은 전부다(무도회에 참석하지 않는 토리엘도 포함해서)황금으로 만들어진 델타 룬 문양이 새겨진 회중시계를 들고 다닌다.

설정을 쭉 읽어보니까, 상당히 시간표가 복잡하고 시간을 알릴 수 있는 수단도 없는 것 같아서 개연성과 솔직히 말해서 신사적인 간지를 위해 설정을 추가했다.


*괴물들에게 각자 놀이란 그냥 노는게 아니라, 각자의 정체성이자 특징이다. 모든 괴물들이 자신만의 퀴즈와 퍼즐들을 가지고 있으며

그 수는 괴물마다 가지각색이다. 예를 들어 샌즈 같은 경우에는 딱 3개 밖에 존재하지 않지만, 상당히 오래 산 거슨 같은 경우에는 수만개의 놀이를 가지고 있다.

그들의 놀이는 전부 다 가지각색이며 이들의 놀이를 푸는 것은 그들의 친구가 되는 제일 쉬운 방법이다.

왜냐하면 그들의 놀이는 푸는 순간 괴물들은 프리스크를 인정하고 동시에 자신의 퍼즐을 풀어주었다는 사실에 프리스크가 자신을 이해해줬다는 느낌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괴물들은 만약 프리스크가 자신의 놀이에서 승리하거나 푸는 순간 프리스크에 대한 호감도가 MAX치가 된다.

그러나 만약 풀지 못한다면...괴물들은 프리스크와 대화 조차 하지 않으려 들것이다.

이 것도 개연성과 스토리를 스무스하게 진행하기 위해서 추가했다.


*괴물들의 전반적인 지적 능력이 조금 많이 향상되었다. 예를 들어 스노우딘에서 십자말 풀이가 어렵나, 단어 찾기가 어렵나 하며 싸우고 있던 본브로들은

르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말을 완벽하게 반박함을 통해 절대자의 존재를 완벽하게 부정하는게 더 어려운지, 아니면

a초 뒤로 시간여행을 하는데 필요한 운동에너지와 질량은 어느 정도고, 그 것을 실현시킬려면 적어도 어떤 조건을 충족하는 물질 또는 현상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알아보는 것이 더 어려운지에 대해서 싸우고 있다.(미안, 이게 내가 떠올릴 수 있던 최대의 어려운 문제였다.)

특히 파피루스의 지능이 제일 향상되었는데 왜냐하면 괴물의 숲에 존재하는 놀이의 수는 수백 만개인데 설정 보면 얘는 이걸 다 알고 있다.


*프리스크는 원작에서처럼 성녀가 아니다. 그러니까 정신적으로 이미 완벽하게 성장한 캐릭터가 아니다.

그저 상당히 영리하고 조금 더 상냥한 보통의 꼬맹이일 뿐이다. 내 필력으로는 그런 평면적인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삼았다간 진짜 더럽게 재미없어질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변경했다. 그리고 절대악도 아니고 절대선도 아니라는 설정을 따르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괴물들의 복장 디자인을 조금씩 조금씩 바꿀 예정이다. 예를 들어 프로깃이 입은 정장은 하얀 바탕에 검은 파리 무늬가 그려져 있고.

매드 더미의 정장은 여기저기에 천을 덧대놓았다.


*프리스크는 자신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는 상태이다.


*원작에서는 결계가 있는 곳이 아스고어의 성이기 때문에 아스고어를 만나지만

여기서는 플라위가 시켜서 아스고어를 만난다. 왜냐하면 설정보니까 생각난건데 탈출하고 싶으면 그냥 지나가던 괴물 한명 죽이고 처묵처묵 한다음에 

숲 바깥으로 나가도 만사 오케이기 때문. 그러면 스토리가 안 이어진다.


*플라위는 원작에서처럼 소문으로만 존재하는 존재가 아니다. 이 무도회에 주최자이기 때문에 모든 괴물들이 플라위를 알고 있고.

가끔씩 플라위가 학교에 찾아가 학생들에게 기본 예의범절을 가르치는 경우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플라위가 착해진 건 아니다.

속이 더 검어졌으면 더 검어졌지.


*원래 날짜나, 풍습, 기념일, 건축, 문화, 전통, 미신 등 자세한 설정을 넣을까 생각도 했었고 구상도 했었으나 싸그리 다 폐기했다. 왜냐하면 이미 나는 원작자를 충분히

모독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 원래는 프롤로그 같은거 안쓰려고 했는데 1화 쓰다가 지금 몇 시간을 썻는데 아직 8천자에다가 반도 못 써서 그냥 먼저 프롤로그랑 같이 간단하게 바뀐 점

써봤다. 프롤로그도 대충 휘갈긴거라 아마 퀄리티는 그닥 좋지 않을꺼임.

바뀐 점 중 맘에 안드는 거 있으면 말해봐. 바꿀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