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자꾸 새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다 오늘은 누에 생각이다. 아마 내 이야기의 샌즈는 프리스크를 누에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게 뭔 개소리지. 아무튼 그 이유를 갑자기 떠올리게 되서 또 끄적여본다. 엊그제던가 밖에 얼마 쏘다니지도 않았는데 중국에서 오는 고운 모래를 폐에 차곡차곡 담았다가 집에 와서야 황사니 뭐니 말을 들었고 기침이 심해 이른 밤에 침대에 누웠는데 시골집이 문득 아 그래서 시골집 생각이 났나보다 그래서 누에를 떠올린 거고. 그때 난 너무 어렸다. 아마 네 살 이었던가 다섯 살이었던 것 같다. 부모님께 여쭤보기라도 한다면 더 잘 알 수 있겠지만 가끔 그럴 때가 있다 내가 알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이 가장 사랑스럽고 좋은 것들. 그리워져서 막상 리얼 팩트와 대조를 해보다 보면 무언가 깨지며 속이 상하는 그런 것 말이다. 채 썰어 말린 육수다시 같기도 하고 머리카락 같기도 한 그 새똥같이 생긴 것들이 움직이고 살아있는 게 글쎄 놀랍거나 신비롭지는 않았고 그냥 재미있었던 정도였겠다. 애가 알아봤자 무슨 심오한 의미를 거기에 갖다 붙였겠나. 뽕나무에 붙어있던 종류도 다양한 징그러운 벌레들은 싫었어도 누에는 좋았다. 손바닥에 올려두면 보드랍고 입에 넣으면 말랑할 것처럼 누에벌레에게 온도가 있었나 모르지만 누에의 체온이 내게 그렇다. 구글링 하고 싶지 않은 리얼팩트 중의 하나. 따뜻하고 묵직하고 보드랍고 살아서 손바닥을 더듬으며 움직이는 그 간지러운 느낌이 좋았다. 비단 실을 뽑는 동물이니 보드라운 게 당연하지. 누에를 만지다오면 엄만 더러우니 지지라며 빨간머리 앤네 있던 그 쇠 펌프를 꼴깍꼴깍 제껴 내 손을 씻기고는 했다. 두 번은 벌컥거리며 나오다 세 번째는 캑 하고 물이 나왔었다. 신기한건 별채에 있던 오 미터가 넘던 푸른 타일로 만든 욕조에 담긴 물이며 펌프 바로 옆에 이어진 문 너머의 부엌 수도꼭지의 물보다도 그 펌프가 토하는 물은 차갑고 기분 좋은 것이었다. 누에를 만지고 손을 씻는 행위 마저도 너무 완벽하게 내 기분을 유쾌하게 해줬으니 모든 게 이렇게 완벽하게 느껴지고 기억에 남은 것 같다. 이런 주제로 누군가 대화를 나누었던 기억이 정말 까마득하지만 좋아하는 곤충이 뭐에요 하면 나는 누에요 라고 대답한다. 긴 설명을 하지는 않는다. 그냥 되게 귀엽더라구요. 이 정도의 짧은 대답. 지하실처럼 습한 곰팡내가 날 것같이 보이는 어두컴컴한 굴로 쇠문을 열고 들어가면 마른 풀 같기도 잘 말린 장작 같기도 한 맑은 냄새가 났다. 열린 쇠문 너머로 빛이 조금 들어오면 누에 판에 널부러져 자고 있던 누에들이 꼬물거리기 시작 한다. 말이라도 걸 수 있었다면 어떤 말을 걸었을까. 시골집은 누에를 치지 않은지 오래다. 애초에 내 체험학습장 일종의 것이었던 것 같다. 빈틈없이 곱게 막힌 사방이 퍽 아늑해보이던 그 누에 판이 아직도 시골집 그 굴에 있을까. 대가리를 흔들며 낱낱이 실을 뽑아 저를 감쌀 고치를 만드는 모습이 좋았다. 엄지 검지에 물풀을 발라 나도 물풀 뚜껑에 그 비슷한 걸 만들던 적도 있는데. 따뜻하고 보드랍고 말랑한 것이 그러다 새처럼 되는 게 좋았다. 솜뭉치 같은 결이 고운 몸뚱이에 도톰한 날개가 돋고 경계심 없이 손바닥 안을 구르며 분꽃씨알맹이에 반쪽씩 든 고운 분을 토해내는 동물이 되는 게 신기했다. 죽으면 물기 없이 건조해진 날개가 푸석푸석해 만지기가 겁이 났다. 베란다 창문에 두어 마리씩 꼭 죽어있는 생김새도 다 다른 나방시체처럼. 가장 좋아하던 누에나방이 죽었을 땐 번개 맞아 버섯이 핀 팽나무 아래 땅을 파서 그걸 묻어주었다. 사실 누에고치는 목화솜을 닮았다. 그 속에선 숨도 안 쉬는 건지 희보드레한 이불을 헤쳐내면 그 안에 목화씨처럼 알맹이가 들어있겠지 싶었다. 리얼팩트를 말하자면 알맹이는 징그럽고 빵빵한 곤충의 번데기이며 청양고추를 넣어 끓이면 술안주로 그럭저럭 괜찮아 아버지와 난 소주 안주삼아 종종 추억에 잠겨 그걸 숟가락으로 퍼먹고는 했다. 그리고 기억이 잘 안 난다. 경험한 것만을 쓸 수 있는 건가 싶어져 시무룩해졌다. 의미 없이 그저 떠오르는 걸 뭐든 째깐째깐 쓴다. 쓰는 능력으로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어 그림을 그릴까도 했지만 왠지 그럴 것 같다 수업에 혼 빨리듯 기 빨리듯 푹 빠져 열렬히 필기했는데 언젠가 다시 찾아보니 내가 이걸 적었던가 싶은 그런 골 때리는 놀라움. 미래의 이불을 씹창내는 이 행위가 주는 만족감이...좋다. 갤기장은 쎅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