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노란 꽃이 폐허의 꽃밭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이곳으로 다시 온다면 제발 떠나지 말라고, 떠나게 된다면 두 번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지 말라고 전하기 위해. 그 꽃은 항상 폐허 구석 천정에 구멍이 뚫려 햇빛이 잘 들어오는 양지바른 곳에서 그녀를 기다린다. 그녀의 그리운 얼굴과 미소는 보고 싶지만, 더 이상 그녀가 고통 속에서 죽는 것을 원치 않기에 경고를 해야만 한다는 생각 속에서 ‘플라위’라 불리는 노란 꽃은 하염없이 그녀를 기다렸다.
처음에는 새로운 인간이 이곳 지하로 떨어졌기에 호기심을 가지고 공격해 보았지만, 그 인간이 하는 행동을 보고 자신이 그리워했던 그녀임을 눈치 챘다. 그녀는 계속해서 괴물들을 죽이며 ‘LOVE’를 올렸고, 그런 그녀를 보고 한편으로는 불안했지만 다시 돌아왔다는 기쁨과 같이 있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알면서도 그저 망각하게 되었다. 결국 그녀는 괴물들을 모두 학살하고, 자신의 아버지를 죽였으며 자신 또한 삭제하였다. 마지막으로 세계를 부순 후, 세계를 인간이 지하로 떨어졌을 시기로 되돌렸다. 플라위는 계속해서 그녀를 지켜보았다. 그녀는 괴물들을 학살하고, 세계를 파괴하는 일을 반복하였다. 그는 그녀가 원하던 일이었기에 그녀를 도와주고, 계속해서 지켜보기만을 반복하였다.
그러던 어느 회차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자신이 ‘똥자루’라 부르던 한 해골이 리셋에 대한 기억을 갖기 시작하더니, 몇 회차가 지나고 나서부터 도리어 괴물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그 해골은 LOVE를 가능한선에서 최대로 올려 그녀를 공격하더니 그녀를 막고, 그녀를 죽였다. 플라위는 당황스러웠다. 지금까지 ‘리셋’은 여러 번 있었지만, 이 상황은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그 해골이 ‘의지’를 가지게 되었고, 그 ‘의지’로 ‘리셋’을 기억하게 된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분했는지 계속해서 리셋을 하여 그를 없애려했지만, 도리어 그 해골 녀석이 그녀보다 먼저 괴물들을 죽이고 더 많은 EXP를 모아 더 높은 LOVE를 얻고 그녀를 잔혹하게 살해하였다. 자신은 그녀보다 약했기에 그를 막아보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가 포기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플라위는 이번에도 리셋한 그녀를 보았다. 이제는 말해야만 한다. 더 이상 그녀가 고통받는걸 보고 싶지 않아.
“차라, 이제 그만해. 너도 이젠 알잖아. 이제는 그 녀석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차라’라 불리던 그녀는 소리가 난 꽃밭 쪽으로 다가왔다. 이내 몸을 숙이더니 플라위를 찾아 플라위의 꽃잎을 쓰다듬어주었다.
“고마워, 아스리엘. 하지만......”
차라는 말을 잇지 못하고 그저 꽃잎에 입을 맞춘 후, 다시 폐허로 나아갔다. 플라위는 기다렸다. 그녀가 다시 돌아오지 않기를 기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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