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스크와 차라가 적당히 실험체였다는 썰이 들어가 있음.

차라(너) 프리스크(너) 실험체(너) 인칭이 좀 혼란스러움.

날림임.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났다. 여러가지가 뒤섞인, 이제는 물이라고 부를 수 없을 액체가 끊임없이 튜브를 따라 바닥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이 액체의 온도는 기억에 있다. 너희들의 가장 오래된 요람이었다.


-WHOOP! WHOOP! 이상이 감지되었습니다. 제 1종 경계 경보. 건물 내에 계신 모든 관계자는 지금 즉시 요원의 지시에 따라 건물 밖으로 이동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것은 실제 상황입니다.WHOOP! WHOOP! 이상이 감지되었습니다.... 

끔찍하게 부드러운 소리가 파쇄된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목졸린 기계음 사이로 으개어졌다. 소리의 진원지는 네 발이었다. 어른의 손바닥보다도 작은 워킹화가 제 형체를 유지하지 못하고 쏟아지는 것들을 무심하게 밟아 바닥에 문대었다. 

너는 깨어진 실험관의 유리벽에 손을 갖다댔다. 핏방울이 떨어져 비뚜름해진 표찰이 인상적이었다. 00000-0135. 푸르고 희고 붉디붉은, 그럴 수 있었으리라고는 생각조차 못한 아기자기한 색상의 고깃덩어리들이 철퍽이며 바닥으로 떨어져간다. 

조각나, 위태로이 반짝이는 배양관에 난도질당한 네가 말한다. 그 말에서는 소화액의 신내가 났다.

"어서 와."

알코올과 염소계 표백제의 그리운 냄새를 달고 짠, 용액과 핏물이 풍기는 비린내가 뒤덮었다. 모든 것이 한데 뒤섞여 엉망진창이 된 중심지에서 홀로 파르스름하게 빛나고 있는 너는 마침내 희미하게 웃었다.

"다녀왔어."

배양액에 젖은 머리카락이 유난히도 짙은 빛이었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었지. 나는."
"그래. 그게 네 소원이었지."

온전한 인간으로 태어나지 못해 결락된 눈을 곧게 내리감은 채 너는 유리조각과, 칼과, 아스고어의 표백된 영혼을 든 채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너희들을 태어나게 한 모든 인간들을 사랑했다. 사랑받았던 만큼. 실험관에서 태어난 너희들의 개수만큼. 

"내 소원은 이루어졌어."

그리고 아직까지도 발 밑에 있을 대부분의 괴물의 소원도 이루어졌다. 가장 큰 소원은 아직, 도달하지 못했지만 아마도 곧 도달하게 될 것이다. 어쨌든 이곳 연구소에는 지금, 길 잃은 영혼들이 지천이었다. 네게는 이 영혼들이 쓸모가 없으니, 마땅히 생각이 미치는 곳은 대결계가 될 것이다. 우리들은 포기하지 않겠어. 뼈다귀가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네 귓가에 남아있는 한 이 무가치한 영혼들이 소비될 곳은 한곳뿐이다.

"그러니 네 소원을 말해줘."

깊고 어두운, 죽음을 떠오르게 하는 심연이 눈꺼풀 뒤에서 살풋 떠올라 널 담았다.

"...내 소원, 이라."

왕의 차자. 괴물과 인간의 다리. 조숙한 아이. 한때의 희망.

버터컵 꽃.

너는 이제 그 어느것 하나 제대로 담지 못하는 반투명한 손을 본다. 실패자의 손을 본다.

"난, 기뻤었어."

잿더미가 바스러질때 날 법한,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아스리엘이 울면서 내가 부탁한 대로 버터컵 꽃을 한아름 안아서 가져왔을 때."

어디에도 닿지 못하고 부유하는 붉은 눈의 너는 자못 천진하게 팔을 휘저었다.

"처음은 실패했었으니까. 이번에야말로 벌레처럼. -구멍으로 떨어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봤던 인간처럼...나도."

꽃즙에 타들어가던 식도의 모양도 이제는 언젠가의 회한일 뿐이다.

"하지만 죽지 못했어."
"죽고 싶었어?"

아스고어의 영혼을 든 채 너는 고개를 기울였다. 슬픔도, 자책도, 절망도, 포기도 없는 그저 흴 뿐인 영혼이 그 움직임을 따라 흔들렸다. 저보다 작아지셨네요. 아빠. 너는 문득, 그런 실없는 생각을 했다. 너는 고개를 끄덕였다. 살아있던 때처럼, 그 행동을 따라 머리카락이 어깨 위로 미끄러졌다. 

"응."
"분명히."

우습기도 하지.

"그래. 내 소원은.."

관 안에서 누워 있었을 때는 차라리 행복했다. 꽃 위에 뿌려졌을 때에도 괜찮았다. 잠들어 있을 수 있었으니까. 적어도 잠들어 있었을 때는 모든 것이 끝났다는 안락한 꿈 속에 잠겨 있을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세상이 끝날 때까지 잠들어 있으면 충분했다고 하는데도.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결락된 검은 눈동자에 파르스름한 빛이 맴돌았다.

"나쁜 일이던 좋은 일이던 상관없어. 뭔가, 해낸 뒤에 이번에야말로."

너는 흡사, 신에게 고백하는 신자라도 된 기분이었다. 

"제대로 죽고 싶어."
"...그렇네. 죽고 싶어."

머리카락에서 비끄러진 핏방울이 네 뺨을 타고 흘렀다. 조명이라곤 엉망진창으로 깨어진 uv등이 전부였던 탓에, 창백하게 빛을 되비치는 그 핏줄기는 눈물처럼도 보였다.

"그게 네 구원이야?"

너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루어 줄 수 있어?"

너는, 손에 들고 있던 아스고어의 영혼을 깨부쉈다. 괴물들의 구원이 지금, 없던 것이 된다. 인간들의 죽음도 다시 없던 것이 된다. 고백도, 결심도, 그 모든 것이 재가 되어 바스러진 끝에 세계가 다시 되감긴다. 
오로지 너의 구원만을 위해.

-

이건 전부, 나쁜 꿈일 뿐이란다...
제발 눈을 떠 보렴 아가.

너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실패했다는 것을 깨달았지. 그리고 너도, 다시 한번 실패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누군가에겐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쉬운 일이라는 죽음이 네게는 왜 이리도 고단한 여정인지. 

그저, 그저 사는 대신 죽고 싶었을 뿐이라는데. 이렇게나 바라고 있는데.
너는 울고 있었다. 흐르지조차 못하는 눈물에서는 꽃즙의 비린내가 났다. 울며, 너는 다시 삶을 앞에 두고 묻는다. 영웅으로써의 삶을. 구원자로서의 미래를 앞두고 질문한다. 그 어디에도 삶이 있을 뿐 인간 아이의 죽음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이루어 줄 수 있어?"

너의 이상향이자 꿈이었던 또 다른 너조차, 다른 모두의 구원은 될 수 있어도 네 구원은 되지 못한다. 네 구원이 행복한 잠과 죽음뿐이어서. 

미안해. 이루지 못했어.

황혼이 투명히 비끄러지며 네 눈동자에 괴인다. 서서히, 서서히 투명한 붉은빛이던 눈동자에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낙조가 덧칠되며 이윽고 선명한, 의지를 가진 붉은빛에 이르는 것을 너는 울며 지켜보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 

의지가 차오른다.

꿈은 이제 됐어.    








읽어줘서 고마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