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붕주의
설정붕괴주의
안꼴림주의

 

 

 

 

 

 

 


“.....?”

 

오랜만에 잠에 푹 들었다고 생각하며 샌즈는 잠에서 깼다.
아직 눈을 뜨지 않은 그의 귓가에선 ‘왜 이제야 일어났냐’, ‘여전히 게으름뱅이다’는 동생의 목소리가 쨍알거렸다.

 

“헤, 알았어, 팝. 이제 일어....날....?”

 

눈을 뜬 샌즈의 시야엔 아무 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어둠, 어둠뿐이었다. 아무리 팔을 휘저어도, 고개를 돌려봐도, 기를 쓰고 달려 봐도 눈앞에 보이는 것은 어둠뿐이었다. 사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옷에 붙어있던 먼지가 떨어져나갔지만 그 먼지도 곧 시야에서 사라졌다. 심지어 그의 동생인 파피루스마저 보이지 않았다. 파피루스가 보이지 않는다고....? 참으로 오랜만에 당황한 샌즈는 어찌할 줄 모르고 멈춰 섰다. 자신이 만들어낸 환영임을 이미 알고 있다지만, 팝마저 보이지 않는 상황은 정말로 끔찍한 상황이었다. 이런 일은 세상이 몇 백 번이 넘게 반복되도록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이었다. 대체 이번엔 무슨 빌어쳐먹을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차원의 틈새에 끼기라도 한 건가? 샌즈는 불안감에 손가락뼈 끝을 까드득 깨물었다.

 

“음, 유감스럽게도 틀렸어, 샌즈.”

 

아무 것도 없는 검은 공간 전체에 당신의 목소리가 울렸다. 사실 당신의 목소리가 공간에 울리고 있는지, 아니면 샌즈의 귓가에 속삭이고 있는지, 그것도 아니면 샌즈의 앞에서 중얼거리고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샌즈는 영문 모를 목소리에 고개를 확 돌렸다. 갑작스런 움직임에 두개골을 덮고 있던 후드가 벗겨졌다. 조급하게 돌아가는 고개는 여전히 아무 것도 볼 수 없었다. 젠장, 대체 어떤 EXP지. 샌즈는 욕지거리를 삼키며 안광을 번쩍이기 시작했다. 빨강과 파랑이 섞인 눈동자에 보랏빛 불빛이 치솟았다. 그러나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샌즈는 왼손을 치켜들며 가스터 블래스터를 소환하려 했다. 그러나ㅡ

 

“?!”
“생각보다 가스터 블래스터를 소환하려는 게 늦네.”

 

가스터 블래스터는 소환되지 않았다. 큭큭거리는 당신의 웃음소리가 공간을 다시 채웠다. 무슨 상황인지 잘 모르는 듯한 샌즈의 얼굴이 귀엽다고 당신은 생각했다. 저 얼굴을 더 무너뜨리면 어떤 표정이 나올까? 당신은 두근거리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켰다. 어차피 조금만 더 있으면 그 얼굴을 실제로 볼 수 있을 거야. 샌즈의 표정을 무너뜨리고 싶은 마음에, 당신은 의지로 가득 찼다.
가스터 블래스터를 소환하기에 실패한 샌즈는 잠시 당황하다가 설마, 하는 얼굴로 청마법ㅡ이제는 보라색마법이라고 불러야 할ㅡ을 쓰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거절되었다. 색 없는 해골의 얼굴이 더욱 하얗게 질린 듯 했다. 마지막 수단으로 시공간 이동을 시도했으나 그것도 실패했다. 꽉 깨물어 갈리는 잇새로 끄득, 하는 소리가 샜다. 이 공간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샌즈의 두개골 안을 스친 생각은 그 안을 빼곡 채웠다. 완전히 잊을 뻔했던 무력감이 등골을 타고 올랐다. 꼬마의 모습을 한 미치광이 살인마를 너 댓 번 마주했을 때 느꼈던 이후로는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여전히 끔찍한 감각이라고 생각하며 샌즈는 고개를 저어댔다. 하지만 난 이 느낌을 떨쳐버릴 좋은 방법을 알고 있지. 보라색 안광이 다시 번뜩였다.

 

“헤, 나를 죽여서 EXP를 얻으려고?”

 

낄낄거리는 웃음과 함께 당신이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 당신은 보라색으로 불타오르는 해골의 눈을 보며 배싯 웃었다. 날이 서있는 빨강과 파랑이 섞인 눈동자를 보며 당신은 귀엽다고 생각했다.
어둠 속에서 걸어 나오는 인영을 보며 샌즈는 헤, 하고 웃었다. 마법과 무기 없이도 공격은 얼마든지 가능하지. 해골은 자신에게 여유롭게 다가오는 인영을 향해 돌진했다.

 

“?!”

 

그러나 거절되었다.
정체 모를 존재의 몸을 뚫고 있어야 할 뼈다귀는 허공을 찌르고 있었고, 그의 EXP가 되었어야 할 존재는 샌즈의 뒤에 서서 뼈로 이루어진 손목을 붙들고 있었다. 당신은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당신은 샌즈를 이 공간에 초대할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실실 웃고 있었다. 샌즈는 보라색 안광을 불태우며 당신에게서 붙잡힌 손목을 빼내려 했다. 그러나 실패했다. 당신은 다른 손으로 샌즈의 어깨를 붙잡았다. 손가락에 묻은 먼지가 까끌거렸다. 당신의 양 손에 의해 완전히 고정된 샌즈는 이를 바드득 갈며 당신을 노려보았다. 보라색 불빛이 흔들렸다.

 

“궁금한 게 아주 많을 거야. 그렇지?”

 

당신은 나긋나긋하게 말하며 어깨를 붙들던 손을 내려 뼈다귀의 손목을 붙잡았다. 버둥거리는 두 손목을 잡은 손에 꾸욱 힘을 주자, 양 쪽 손목뼈에 검은 줄이 새겨졌다.

 

“됐다.”

 

들뜬 것 같은 당신의 목소리와 함께 해골의 손목을 쥐던 손이 풀렸다. 샌즈는 손목이 풀림과 동시에 뒤를 돌아 당신을 가격하기 위해 주먹을 날렸다.
그러나 거절되었다.
당신은 당신의 눈앞에서 멈춰진 주먹을 바라보며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었다. 당신의 작지 않은 손이 샌즈의 손목을 다시 움켜잡았다. 당신의 손가락 사이로 후드 소매가 삐죽 튀어나왔다. 당신은 뼈다귀를 붙들고는 생각과 동시에 생겨난 의자를 향해 뚜벅뚜벅 걸었다. 벗어나려 발버둥치는 해골의 몸부림과 당장 놓으라는 욕설은 당신의 흥미를 끌지 못했다. 흔하게 생긴 나무 의자에는 검은 선 몇 개가 불규칙하게 칠해져있었다. 당신은 샌즈를 의자에 앉혔다. 의자에 있던 검은 선들이 앉혀진 해골을 묶었다. 먼지가 작은 소리와 함께 튀어 나오며 검은 선들을 뿌옇게 만들었다. 샌즈는 몸을 움직이려 시도했으나 먼지만이 흩날릴 뿐이었다.

 

“무엇을 먼저 하지...흠, 그래. 일단 초면일 테니 늦었지만 인사부터 하자. 안녕?”
“지랄한다.”

 

샌즈는 기가 찬다는 표정으로 당신을 노려보았다. 보라색 불꽃이 여전히 빛났다. 당신은 샌즈의 욕설을 듣고도 씨익 웃었다. 어두컴컴한 공간이지만 샌즈는 어쩐지 당신의 웃음을 볼 수 있었다. 연기된 웃음이 아니라 진심으로 기분이 좋은 것 같은 웃음에 샌즈는 당신이 본인보다 더 미친놈일 것이라 확신했다. 벗어나려는 움직임에 의자가 덜컹거렸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 뭐...미친놈 맞지. 여긴 그 ‘미친놈’이 만든 공간이야. 이 모든 공간과, 이 공간 내의 것들은 내 마음대로 조작이 가능하지. 내 공간의 특징은 ‘검정’이야. 내 공간에서 생긴 물건들에는 지워지지 않는 검은 선을 칠할 수 있고, 그 선은 내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어. 물론, 다른 차원에서 데리고 온 것들에도....”

 

당신은 저항을 포기하지 않는 샌즈에게 다가가 뼈로 된 손목을 슥 만졌다.

 

“이렇게 검은 선을 칠하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지.”
“......”

“가스터 블래스터와 마법이 왜 먹히지 않는지는.....당연히 내가 만든 공간이니 나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설정이 되어있지 않겠어? 그래서 안광은 낼 수 있는데 공격은 안 되는 거야. 안광은 날 죽일 수 없지만 공격은 날 죽일 수 있으니까. 사실 공격해도 이 공간에선 죽지 않지만, 그래도 끔찍하잖아?”

 

당신은 싱긋 웃으며 샌즈의 볼을 쓰다듬었다. 샌즈는 고개를 뒤로 빼 벗어나려 했지만 당신의 손은 두개골을 따라 움직였다. 소름끼친다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당신은 아무렇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안광은 내가 꼴려서 내버려둔 거긴 하지만. 당신은 덮여있는 후드를 살짝 걷어내곤 깔깔 웃을 것 같은 목소리로 샌즈에게 속삭였다. 망할, 이딴 미친놈이 어딨어. 샌즈의 생각이 들리는 것을 느끼며 당신은 또 다시 웃었다.

 

“그리고, 왜 하필 너였는지에 관해선 설명이 조금 길어질 것 같네. 난 ‘샌즈’면 다 상관없어. 지금도 그건 같아. 다만, 꽤 많은 시간선들이 너나...차라인가? 걔 때문에 아작 난 지 오래고, 다른 시간선들에선 ‘샌즈’가 나름 행복하게 살고 있어서 말이지. 아무도 죽지 않고 결계를 부수고 나간 건 물론이고 프리스크라는 꼬맹이와 가정을 이룬 시간선들도 있는 걸. 그런 ‘샌즈’들의 행복을 내가 어떻게 깨겠어? 난 ‘샌즈’를 아끼는데 말이야.”
“‘아낀다’는 누구 씹창나는 개소리를 할 거였으면 이런 빌어먹을 짓은 하지 않았겠지.”

 

참다못해 내뱉어진 샌즈의 욕설에도, 신이 난 듯 떠드는 당신의 목소리는 끊일 줄 몰랐다.

 

“근데, 마침 너의 존재를 알게 되었지, ‘샌즈’. ‘머더샌즈’라는 너의 별칭을 알고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뭐. 미치광이 살인마를 막기 위해 의지를 가지고 LOVE를 올리기 시작했지만 결국은 스스로 미치광이 살인마가 되는 결말이라. 흥미롭지 않아? 그리고 그런 의지에 넘치는 미치광이 살인마를......”

 

당신의 얼굴이 내려와, 당신의 눈동자와 샌즈의 눈동자가 마주했다.

 

“......정복하는 쾌감은 말야, EXP를 얻고 LOVE가 올라가는 것만큼 짜릿하지 않을까? 응?”
“...미친놈. 넌 진짜 미친놈이야, 개또라이야.”

 

하얗게 질린 듯한 뼈다귀에게서 흘러나온 말은 어이없음으로 떨리고 있었다. 벗어나려는 몸부림이 어이없음에 잠시 멈췄다. 샌즈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확연히 보이는 인간, 아니 미친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검은 세상 와중에도 미친놈은 명확하게 보였다. 미친놈, 그러니까 당신은 여전히 즐겁다는 얼굴로 웃고 있었다.

 

“자, 그럼 우리 함께 미친 시간을 보내보자고.”

 

당신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손을 내려 샌즈의 넓적다리뼈를 쓸어 올렸다. 샌즈는 발로 당신의 얼굴을 후려갈기고 싶었지만, 검은 선에 묶인 종아리뼈는 의자를 덜컹거리게 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반바지가 당신의 손을 따라 쓸려 올라가며 먼지가 흩날렸다.
샌즈는 당신의 광기가 뼈로만 이루어진 등골을 타고 오르는 것을 느꼈다.

 


-

 


“빌어먹을, 이거 놔!!”
“흠, 역시 맨 정신으론 안 되겠는걸.”

 

당신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어떻게 하는 것이 제일 좋을 지를 고민했다. 샌즈는 이를 부득 갈며 검은 선에서 벗어나려 노력했다. 빨강과 파랑이 공존하는 눈동자ㅡ실질적으로는 틀린 표현일지 몰라도ㅡ가 분노로 번뜩였다. 광기보다는 분노가 지금의 뼈다귀를 이루는 데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듯 했다. 마음만 같아선 가스터 블래스터로 눈앞의 미친놈을 날려버리고, 수 백 개의 뼈다귀를 몸에 꽂아 넣어도 시원치 않았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점이 이젠 무력감보다 분노를 타오르게 만들었다. 샌즈의 두개골은 당신을 어떻게 죽이면 좋을지에 대한 상상으로 가득 찼다.

 

“아쉽지만 너의 상상은 결코 실현될 수 없을 거야.”

 

당신은 웃음을 잃지 않은 채 건조한 목소리로 단언했다. 당신은 고민 끝에 그나마 최선인 방법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 방법을 생각하며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아무 것도 없던 손에 작은 주사기가 잡혔다. 당신은 주사기를 조심스레 꺼내곤 이리 저리 살피며 확인했다. 피스톤 끝을 살짝 누르니 정체 모를 투명한 액체가 바늘 끝에 방울졌다. 당신은 방울진 액체를 바라보며 또 다시 씨익 웃었다. 즐겁다는 미소였다.
샌즈는 이 망할 검은 선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탈출을 시도했으나 먼지만을 떨어뜨릴 수 있을 뿐이었다. 의자 밑에 뿌연 먼지가 쌓였다. 의자는 격한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용케 뒤로 넘어가지 않았다. 샌즈는 말소리가 들리지 않음에 의아해하다가, 검은 선들에 묶인 자신의 몸에서 시선을 떼고 정면을 바라보았다. 주사위의 바늘 끝을 바라보고 웃는 당신의 모습에 샌즈의 몸이 굳었다. 주사기? 기억도 하기 힘든 오래 전에 과학자였던 해골은 그 시절의 지식을 떠올리려 애썼다. 대체 주사기로 무엇을 하려...... 문장을 이어가던 생각이 멈췄다. 샌즈의 시선을 느낀 것인지, 당신이 주사위를 바라보던 시선을 옮겨 해골의 눈동자를 쳐다보았다.

 

“아, 이거? ...음, 최음제라고 말하면 알려나?”
“......대체 무슨 개같은 짓을 하고 싶은 거야 미친놈아.”
“뭐, 최음제란 단어와 주사기란 단어를 조합하면 그 개같은 짓이 뭔지 충분히 알 수 있지 않을까?”

 

전직 과학자였던 네 두뇌 정도면 말야. 당신은 말을 끝마친 후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의자를 향해 걸어갔다. 샌즈는 이전보다 더욱 격렬하게 검은 선으로부터 풀려나기 위해 애썼으나 실패했다. 당신은 흥미롭다는 듯 샌즈를 쳐다보며 그에게 가까이 갔다. 당신은 벗어나지 못할 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버둥거리는 샌즈가 귀엽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당신은 그 뼈다귀가 귀엽다기 보단 ‘꼴린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당신의 손이 해골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뼈로 된 손가락이 분풀이라도 하는 듯 당신의 손을 꽉 쥐며 손가락 끝으로 당신의 손등을 꿰뚫으려 했다. 그러나 손가락뼈는 어떤 것에 막힌 것 마냥 당신의 손에 상처를 낼 수 없었다. 당신은 의도치 않게 깍지를 맞잡게 된 것에 신이 난 듯 웃었다. 당신은 주사기를 잠시 주머니에 집어넣고 난 뒤 해골의 후드 소매를 힘겹게 걷어 올렸다. 검은 선 때문에 잘 올라가지 않았다. 샌즈는 팔을 빼려 발버둥 쳤지만 당신의 힘이 더 강했다. 소매가 팔꿈치를 좀 넘는 부위까지 올라가자 당신은 만족스럽다는 듯 샌즈의 손목을 부여잡았다. 빠져나오려는 뼈의 움직임에, 뼈로 이루어진 팔꿈치가 의자와 부딪혔다. 샌즈는 몇 번이고 팔꿈치에 부딪히는 것을 감수하면서 당신의 손길에서 벗어나려 애썼다. 그러나 당신의 손아귀에는 정복욕 섞인 힘이 들어가 있었고, 어느 새 주사기를 꺼내 든 손은 샌즈의 팔목에 점점 가까워졌다.

 

“이거, 놔.......윽?!”
“쉬, 착하지. 팔에 힘을 빼면 그렇게 아프진 않을 거야.”

 

당신은 아이에게 예방주사를 놓는 의사마냥 상냥히 속삭였다. 물론 샌즈에게 그것은 악마의 속삭임에 불과했다. 빠져나오려는 가느다란 손목을 붙잡은 채 당신은 피스톤을 끝까지 눌러 넣었다. 가느다란 소리와 함께 가느다란 떨림이 이어졌다. 다리가 바르작거렸다. 당신은 역할을 다 한 주삿바늘을 뼈에서 빼냈다. 바늘이 빠진 구멍에 빨갛게 피가 맺혔다.

 

“내 생각대로라면, 그 최음제의 양이 딱 이성은 간당간당하게 남겨놓을 정도는 될 거야. 아니면......이성도 잃는 거지 뭐! 난 그걸 바라지는 않다만...”

 

무섭도록 해맑은 당신의 목소리가 해골의 귓가를 울렸다. 샌즈는 숨을 고르고, 힘이 빠졌던 몸을 움직여 다시 탈출을 시도하려 애썼다. 의자가 전보다 작은 소리로 덜컹거렸다. 썅. 샌즈는 욕짓거리를 중얼거렸다. 보라색 안광이 검은 선을 끊을 것처럼 불타올랐다. 당신은 쓸모를 다한 주사기를 대충 떨어뜨렸다. 주사기가 떨어지는 소리는 나지 않았다. 당신에게 필요가 없는 것은 곧바로 소멸되는 당신의 공간에서, 샌즈는 끊임없이 버둥거렸다. 당신은 몇 걸음 더 걸어가선 샌즈를 바라보며 털썩 앉았다. 어느 순간 생긴 검은 의자에 앉은 당신은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팔걸이에 양 팔을 올린 후 버둥거리는 해골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만 두라는 말이 빠진 뼈다귀의 발악을, 당신은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듣듯 감상했다. 약효가 발휘되려면 얼마가 걸리더라. 당신은 점점 달라질 샌즈의 모습을 기대하며 방긋 웃었다.

 


-

 


“......으......”

 

의자를 움직이던 샌즈의 몸부림이 서서히 줄어들었다. 당신은 색색거리기 시작한 샌즈의 숨소리에 의지가 가득 찼다. 당신은 검은 의자에서 일어나 잠잠해진 해골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당신의 걸음 소리가 쓸데없이 울렸다. 당신은 의자에 묶인 채 앉아있는 뼈다귀 앞에 쪼그려 앉아 파랑과 빨강이 섞인 눈동자를 올려다보았다.

 

“약의 성능이 나쁘지 않지?”

 

신약 테스트의 성공적인 결과를 전하듯 기쁜 당신의 목소리가 샌즈의 두개골을 울렸다.

 

“지금쯤이면 몸에 닿는 것 하나하나가 꽤나 기분 좋을 텐데. 흠, 어쩌면 검은 선도....”
“...닥쳐 개자식아!!”

 

당신의 말에 반항하듯 샌즈가 몸을 크게 움직였다. 악을 쓰는 소리는 미묘하게 날이 죽어있었다. 움직임과 동시에 해골을 감싸던 검은 선들이 그의 몸과 마찰했다. 히읏, 하는 참는 소리가 샌즈의 입에서 새어나왔다. 뼈다귀는 그 소리가 본인의 입에서 튀어나온 것이라고 믿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샌즈는 몇 번 더 몸부림치는 것을 시도했으나 상황은 더욱 악화될 뿐이었다. 자극으로 인한 신음소리를 참으려 해골은 이를 갈았다.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칠수록 거지같은 꼴을 보이게 된다는 것을 학습한 샌즈는 분노를 눌러 담은 채 얌전해졌다. 부글부글 끓는 듯한 눈동자와 안광이 당신을 노려보았다. 뼈다귀는 분노로 몸을 작게 떨었다.

 

“내 예측이 맞아떨어진 것 같네.”

 

당신은 미소를 유지하며 무릎 관절이 있어야 할 부분과 넓적다리뼈를 쓰다듬었다. 샌즈는 발로 걷어차려는 움직임 대신 움찔거렸다. 억눌린 숨소리가 허공을 울렸다. 당신은 기분이 좋은 듯 낮게 웃었다. 웃음소리는 이내 당신의 입술이 넓적다리뼈에 닿으며 사그라들었다. 쪽, 쪽 하는 몇 번의 입맞춤과 함께 당신의 혀가 뼈를 살살 핥았다. 다리뼈에 힘이 들어갔다. 긴장 풀어. 당신이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해골은 무슨 말을 하려 했으나 자극에 막혀버렸다. 샌즈의 몸은 벗어나려는 시도 때문인지 자극 때문인지 덜그럭거렸다.
다리를 핥던 혀의 다음 목적지는 해골의 얼굴이었다. 일 없던 손은 이전에 그랬듯 볼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사랑하는 이를 만지는 듯 했다. 당신의 다른 손은 뼈로 된 다리를 줄곧 애무했다. 당신은 신음을 참느라 아무 말이 없는 뼈다귀에게 입맞춤을 했다. 닫혀있는 이를 혀로 쓸었으나 샌즈는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달아오른 숨소리를 들으니 샌즈는 다른 이유로 바빠 당신의 혀에 반응할 수 없었던 것 같았다. 당신은 상관없다고 생각하며 그에게 키스 아닌 키스를 했다.

 

“흐, 하아ㅡ”

 

새어나온 소리에 놀란 샌즈가 꾹 감고 있던 눈을 떴다. 볼과 다리를 만지작거리던 손들은 묶여 있는 모든 부위를 만져대고 있었다. 검은 선의 감각과 겹쳐져 자극이 더욱 몰려왔다. 샌즈와 눈이 마주친 당신이 눈웃음 지었다. 샌즈는 꼴 보기 싫다고 생각하며 다시 눈을 감았다. 그러자 옷 위를 쓰는 당신의 손길이 더욱 깊게 느껴져 해골은 잠시 몸을 떨다가 눈을 떴다. 샌즈는 어찌할지 고민하다가 당신 너머의 어둠에 시선을 고정하기로 했다. 먼지 쌓인 몸을 쓸어내리고, 쓸어 올리기를 반복하던 당신의 손에 먼지가 잔뜩 묻었을 무렵, 당신은 주삿바늘을 꽂은 자국이 남은 팔뚝을 핥았다. 따끔거림과 쾌감이 섞여 피하고 싶은 자극을 만들었다. 샌즈는 검은 허공을 보며 팔을 움찔거렸다.

 

‘형, 설마 지금 EXP가 하는 짓에 느끼고 있는 거야?’

 

허공 속에서 들려오는 동생의 목소리에 형은 화들짝 놀라며 몸을 비틀었다. 비틀린 몸에 맞닿던 검은 선들과 당신의 몸이 뼈를 쓸며 또 다른 자극을 선사했다. 샌즈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허억ㅡ하고 숨을 내뱉었다. 보랏빛 불꽃과 파랑, 빨강이 혼합된 안광이 눈에 띄게 흔들렸다. 빨간 스카프가 멀리서 아른거리는 것 같았다. 샌즈는 벌벌 떨어가며 시선을 옮겼다. 붉은 것이 따라오는 느낌이 들어 샌즈는 눈을 꽉 감아버렸다. 힘없이 풀린 입에선 떨리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아니야, 아니야....보지마. 해골은 빠르게 중얼거렸다.
당신은 뼈다귀의 속삭이는 듯한 애원을 들으며 뒤를 힐끗 쳐다봤다. 어둠뿐이었다. 나름 배려해준답시고 환영을 안 보이게 해줬는데 이젠 만들어서까지 보나 보네.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며 별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다만 뼈다귀를 부드럽게 만지는 것을 반복할 뿐이었다.

 

“보이는 걸 좋아하는 취미가 있는지는 몰랐는걸.”
“....무슨 개소리야?”

 

샌즈가 보라색 불꽃을 튀기며 당신을 노려보았다. 올려다보는 시선이 마음에 들어, 당신은 샌즈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뼈다귀의 상체를 주로 애무하던 손이 하체로 내려갔다. 당신의 손은 얼마 지나지 않아 골반뼈를 꾸욱 눌러 쥐었다. 검은 선과 바지가 같이 눌리며 먼지가 흩어졌다.

 

“글쎄. 무슨 개소리인지는 알기 싫어도 알게 될 거야.”
“아윽! ...으...”

 

‘형, 정말 실망이야...EXP 하나 죽이지도 못하는 꼴이라니......’

 

보지마, 팝, 제발.... 갈수록 줄어드는 소리에, 당신은 샌즈의 말을 끝까지 듣기 위해 집중해야 했다. 당신의 입꼬리가 재미있다는 듯 올라갔다. 골반뼈를 쥐던 손을 움직이자 샌즈는 숨을 몰아 내쉬면서도 다시 바르작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누군가 지켜보고 있기에 통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미약하게 반항하는 듯 했다. 당신은 검은 선의 방해를 견디며 왼손을 티셔츠 속으로 집어넣었다. 바르르 떨리는 갈비뼈를 쓸어내리며 당신은 이어 말했다.

 

“이 공간에 팝은 없어, 샌즈.”
“흐아....! 읍, 으...그게, 무, 슨...”

 

당신의 친절한 오른손이 바지를 끌어내려 골반뼈를 만지자 해골의 입에서 신음이 새었다. 본인이 낸 소리에 놀란 뼈다귀는 황급히 소리를 참았다.

 

“눈을 뜰 때부터 없었잖아. 내가 이렇게 다 말해줘야 알겠는 건가...? 과학자의 두뇌는 어디로 간 거야.”

 

이어지는 당신의 말에 샌즈의 눈이 찌푸려지더니 안광이 작아졌다. 허점을 찔린 듯한 해골의 표정에 당신은 눈을 감고 웃었다. 눈을 감은 당신은 후드가 씌어져있는 두개골에 짧게 키스했다. 뭐, 괜찮아. 어쩌면 최음제의 부작용 중에 환각이 있었을지도 모르는 거고. 당신은 낄낄거리며 말했다. 골반뼈 겉 부분을 만지작거리던 손이 구멍 주위를 맴돌았다. 갈비뼈를 만지던 손은 척추뼈를 쓸고 있었다.
샌즈는 당신의 말을 들으며 뒤편의 어둠을 다시 한 번 쳐다보았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빨간 것이 팔랑이는 것 같기도 했다. 벅찬 숨을 내뱉으며 샌즈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믿기로 마음먹었다. 동생에게 이런 꼴을 보이기는 싫다는 형의 마지막 자존심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샌즈는 저 너머를 보던 고개를 서서히 떨구었다. 꽃이 시드는 모양새 같았다. 뼈다귀는 몸이 뜨겁다고 생각하며 가쁜 숨을 내뱉었다. 이따금 아래쪽에서 찌르르 올라오는 자극에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이 전부였다. 보라색 불꽃이 안광 주변에서 넘실거렸다. 맞물린 이 사이로 참지 못하고 나오는 앓는 소리를 들으며 당신은 해골의 옷을 벗겨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신은 샌즈를 동여매던 검은 선들을 모두 없앴다. 갑자기 얻은 자유에 해골은 잠시 멈칫하다가 당신을 향해 달려들었다. 잔잔한 파도 같던 보라색 안광이 덧없이 불타올랐다. 샌즈는 당신에게 공격을 시도했으나, 그의 몸 상태는 그것을 견딜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비틀거리던 뼈다귀는 공격 시도를 견디지 못하고 자빠졌다. 바닥에 넘어지려는 뼈다귀를 당신이 받아 붙잡았다. 닿아오는 뼈다귀가 뜨뜻했다.

 

“이런, 조심해야지.”

 

당신은 아이를 달래는 것 마냥 사근사근하게 말했다. 균형을 잘 잡지 못하는 샌즈를 지탱하기 위해, 당신은 그의 어깨를 힘주어 잡았다. 생각지 못한 자극에 샌즈가 움찔거렸다.

 

“흐읏....망, 할.....하아.”

 

샌즈는 자신을 지탱하려는 손길에도 쾌감이 느껴지는 본인의 몸뚱아리가 참으로 개같다고 생각했다. 이게 모두 그 빌어먹을 주사 때문이다. 해골은 애써 생각하며 넘어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럼에도 후들거리는 다리는 언제라도 힘이 풀려 넘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모습이었다. 당신은 숨을 몰아쉬는 해골의 어깨를 한 손으로 부여잡은 채 다른 손으로는 상체를 다시 슬슬 쓸기 시작했다. 손의 움직임에 맞추어 갈비뼈가 오르락내리락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당신은 샌즈의 후드를 조심스레 벗겼다. 툭 하고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먼지가 날렸다. 당신은 옷자락에 스치는 것에도 흠칫거리는 뼈다귀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샌즈의 갈비뼈를 덮던 하얀 티셔츠도 먼지를 흘리며 바닥에 떨어졌다. 보랏빛 안광이 잦아들고 있었다. 당신의 친절한 손가락이 척추뼈를 훑어 내리자 해골의 입에서 짧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이내 흡, 하고 숨을 들이마시는 샌즈를 보며 당신은 먼지 묻은 반바지를 바닥까지 끌어내렸다. 먼지 묻은 당신의 손가락이 땀인지 모를 액체로 축축한 골반뼈를 지분거렸다.

 

“하윽ㅡ”

 

놀란 소리가 터져 나옴과 동시에 후들거리며 겨우 버티던 다리뼈에 힘이 풀렸다. 자극에 쓰러질 뻔한 해골의 몸은 당신의 손 덕분에 버티고 있었다. 바들거리는 뼈다귀의 모습을 바라보며 당신은 골반뼈의 구멍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크흑, 하는 소리와 함께 뼈다귀가 바르르 떨렸다. 굳게 닫혀있던 이가 호흡을 계속하기 위해 벌어져 있었다. 당신의 손가락이 구멍 안 곳곳을 탐했다. 헉, 헉하는 숨소리가 쾌감에 어그러졌다.

 

“아으응....흐, 아...”
“그래, 그래. 착하지.”

 

마지막 남은 이성의 끈이 소리를 내지르는 것을 막았지만, 짤막한 신음이 새어나오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당신은 숙여진 척추뼈를 쓰다듬으며 손가락을 계속 움직였다. 바들바들 떨리는 뼈다귀의 몸은 작은 자극에도 흠칫거렸다. 벌어진 입에서 침이 흘렀다. 평소 같으면 더럽다고 생각했을 당신은 그 모습을 보며 꽤 꼴린다고 생각했다.
당신은 구멍을 들락날락하던 손가락을 빼고 골반뼈를 스윽 훑었다. 흐...하는 소리와 함께 샌즈가 당신을 올려다보았다. 쾌감에 풀린 눈동자와 촉촉한 눈가에 당신의 친절한 막대기는 의지로 가득 찼다. 당신의 생각과 동시에 공간의 풍경이 익숙한 곳으로 바뀌었다. 풀려있는 파랗고 빨간 안광이 놀람과 당황에 작아졌다.

 

“......”
“네 방이야. 깔끔하지?”

 

말려 있는 매트리스도, 바닥 곳곳에 흩어진 양말들도, 요상한 토네이도도 없는 깔끔한 샌즈의 방. 샌즈는 당신의 광기에 몸을 떨었다. 다시 몸부림치는 해골의 척추뼈를 꾹꾹 눌러대자 작은 신음과 함께 허리가 빳빳해지며 반항이 멈췄다. 당신은 바닥에 널부러진 회색빛 후드를 집어든 채 샌즈를 끌고 침대로 향했다. 바둥거리는 몸에는 힘이 빠져있었다. 당신은 뼈다귀의 상체를 침대에 엎드리게 하고 하체는 바닥에 무릎을 꿇게 만들었다. 바닥에 닿아있는 종아리뼈가 부들부들 떨렸다. 숨을 거칠게 내쉬는 샌즈를 보며, 당신은 바지에서 친절의 막대기를 꺼내 그대로 골반뼈에 박아 넣었다.

 

“흐악...! 아, 헉...으흣,”

 

잠시 고통스러워하던 샌즈는 이내 적응하고는 침대 위 이불을 끌어 쥐었다. 침대에 방치된 먼지 쌓인 후드가 따라 움직였다. 당신이 잠시 기다려주자 해골은 숨을 고르려 애쓰다 이성을 붙들고 분노를 내뱉었다. 축축하던 눈가에서 분노가 흘러내렸다.

 

“죽....일거야, 죽여버릴.....! 끄흐...흑, 흐....”
“네 말은....실현될 수 없을 거야. 윽...아마, 영원히.”
“닥치...하윽! 으, 하악ㅡ”

 

당신은 샌즈의 분노를, 그의 날개뼈와 척추뼈를 약하게 긁어내리며 잠재웠다. 미약한 아픔과 함께 쾌감이 몰려와 샌즈는 신음을 토해냈다. 친절의 막대기가 골반뼈 안쪽을 찔러대자 참지 못한 소리가 공중에 흩어졌다. 움찔거리며 조여 오는 구멍에 당신은 더욱 깊이 박아 넣었다. 척추뼈 끝에 친절의 막대기가 닿자 샌즈가 버둥거렸다. 짐승의 울음 같은 신음이 목뼈를 울렸다. 눈에 띄게 달아오른 뼈다귀를 보며 당신은 허리를 움직였다. 당신이 쳐올릴 때마다 골반뼈와 척추뼈가 같이 흠칫거렸다. 바들거리는 뼈를 살살 긁어내리자 흐느끼듯 앓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당신은 끊어지는 신음을 내뱉으며 움찔거리는 뼈다귀를 내려다보았다. 이불에 처박힌 두개골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이불을 붙잡은 손가락뼈가 잘게 떨렸다.

 

“아흐..! 응, 흣, 아아아....!”

 

온 몸을 거쳐 두개골까지 울리는 쾌감에 샌즈가 몸부림쳤다. 어둡던 눈앞이 하얗게 점멸되며 곳곳에 들어갔던 힘이 한꺼번에 풀렸다. 손아귀에 잡혀있던 이불이 풀려남과 동시에 부들부들 떨리던 상체가 침대에 쓰러졌다. 아직 의지가 충만한 당신의 친절한 막대기는 숨을 몰아쉬는 해골을 기다려줬다. 움찔거리는 내부를 느끼며 당신은 소리 없이 입꼬리를 올렸다. 저런,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당신은 웃음을 잃지 않은 채 속으로 혀를 찼다.

 

 

-

 


“끄윽...”

 

참을 만큼 기다린 당신의 막대기가 골반뼈를 다시 파고 들어왔다. 바들거리는 뼈다귀가 참 아름답다고 당신은 생각했다. 샌즈에게 숨 돌릴 틈을 주는 동안, 당신은 친절의 막대기를 잠시 빼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던 그를 침대 위로 옮겼었다. 폭신한 매트리스에 닿은 무릎뼈 덕분에, 골반에서 울리는 쾌감이 더욱 강렬하게 느껴졌다. 해골은 저항 의지를 상실한 듯 헐떡였다. 고개가 후드 위에 파묻히자 샌즈는 작게 콜록거렸다. 기침을 할 때마다 소리가 새었다. 기침이 나오지 않을 때 신음을 참는 노력도 그나마 있던 힘을 쥐어짜내는 것 같았다. 약물의 양이...애매하게 맞았나 보다.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며 허리를 몇 번 강하게 쳐댔다.

 

“흣, 끅, 하으...”

 

끊기는 신음에 당신의 의지가 가득 찼다.
당신은 친절의 막대기를 잠시 빼내고는 엎드려있던 뼈다귀를 돌려 눕혔다. 당신이 어떤 모습을 상상한 것인지, 침대 옆 창문 너머로 달빛이 들어왔다. 달빛에 당신의 얼굴이 드러났다. 젠장할. 샌즈는 꼴 보기 싫다고 느끼며 팔로 눈을 가려버렸다. 얼굴을 가리는 가녀린 뼈를 보며 당신은 친절의 막대기를 강하게 꽂아 넣었다.

 

“으하악....!”

 

신음소리와 함께 입이 벌어졌다. 힘이 들어간 팔 끝에 꽉 움켜진 주먹이 파르르 떨렸다. 척추뼈가 곧게 펴지며 뒷통수가 후드와 함께 침대를 파고들었다. 팔뼈 사이로 달빛이 아스라이 새어 들어왔다. 파르래한 달빛이 샌즈의 기분을 더욱 더럽혔다. 샌즈는 눈을 애써 눌러 감았다. 당신이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삼키려는 소리가 밖으로 튀어나왔다. 얼굴을 가리려는 모습에, 당신은 얼굴을 살짝 굳히다가 다시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당신은 침대를 짚던 손을 움직여 긴장한 손목을 침대에 끌어 내렸다. 힘이 들어간 팔목이 버둥댔지만 당신이 막대기를 박아 넣자 이내 진정되었다. 아니, 움직임은 멈췄지만 부들부들 떨렸다. 간신히 감은 눈과 입이 놀람에 소리와 함께 벌어졌다.

 

“힉....! 흐, 아읏!”
“널, 박는 인간이, 누군지, 똑똑히, 봐.”
“죽어, 빌어먹...을, 죽....! 흣, 으윽...!”
“인간이란 호칭이....읏, 싫으면...EXP는 어때? 널 박는, EXP가 누군지...후, 제대로 보라고.”

 

물론 내가...네, EXP가 될 일은, 없을 테지만. 당신은 웃으며 말을 끝마쳤다. 샌즈의 파랗고 빨간 안광이 격렬하게 색을 뿜었다. 보라색 불꽃이 분노로 불타올랐으나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를 악물며 노려보는 것뿐이었다. 자극에 대한 쾌감과 치가 떨리는 분노가 눈물에 뒤섞였다. 아으, 큭, 흐, 아아... 수치심 섞인 신음이 불꽃을 이지러뜨렸다. 흔들리는 보라색 불빛에 광대뼈에 흐르는 눈물이 아롱거렸다. 당신은 보랏빛으로 반짝이는 눈물을 혀로 쓸고는 벌어진 입 안을 구석구석 핥았다. 빨라지는 허릿짓에 샌즈는 숨만 겨우 내뱉었다. 해골에서 혀를 뗀 당신은 그의 얼굴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샌즈는 이성을 거의 놓아가는 것 같았다. 이불도 움켜쥐지 못한 손가락뼈가 바르작댔다. 끓어오르는 감각에 뼈들이 움츠러들었다.

 

“흐응, 응, 흐, 아흑! ...읏, 힉, 흐아악...!”

 

아무 것도 쥐지 못한 손가락뼈 끝이 시트를 뿌득 긁었다. 오므라드는 다른 손가락뼈 사이에 후드 일부분이 끼었다. 달아오른 골반뼈의 구멍이 다시 조여들었다. 당신은 절정에 들떠 팽창한 갈비뼈를 내려다보며 숨을 골랐다. 자칫하면 사정할 뻔 했다고 생각하며, 당신은 쾌감에서 아직 헤어 나오지 못한 해골을 기다렸다. 샌즈는 잠시 멈췄던 숨을 내뱉어졌다가 하악, 하는 신음과 함께 들이마셨다. 온 뼈를 휩쓸고 간 쾌감이 잦아지며 힘이 풀린 뼈다귀가 숨을 몰아쉬었다. 당신의 귀에 헉, 헉하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불빛이 꺼진 눈구멍 아래쪽에 눈물이 맺혔다. 초점이 맞지 않던 안광이 서서히 진정되었으나 풀린 상태인 것은 여전했다. 
당신은 용케 의지로 버텨낸 친절의 막대기를 얕게 빼고는, 아직 정신이 돌아오지 않은 샌즈의 몸을 다시 돌렸다. 골반뼈에 닿는 친절의 막대기에 뼈다귀가 잘게 떨렸다. 그나마 남아있던 힘마저 모두 소진된 것 같은 해골은 침대 위에 엎드려 늘어졌다. 당신의 손에 골반뼈가 붙들려 올라왔다. 땀인지 모를 액체로 번들거리는 뼈에 당신의 손가락이 미끄러지자 흣, 하는 소리와 함께 뼈가 떨렸다. 당신은 액체 때문에 달빛이 반사되는 척추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작게 떨리던 뼈를 살짝 깨물자 아윽, 하는 소리와 함께 상체가 힘없이 펴지며 들렸다가 가라앉았다. 당신의 막대기가 익숙하게 골반뼈 내부로 들어가자 벌려진 입에서 옅은 신음이 방해 없이 새어나왔다. 당신은 어느새 불꽃이 사라진 눈구멍을 힐끗 보고는 침대 위에서 꾸겨져 눌려 있던 후드를 집어 들었다. 먼지 뭍은 후드가 갈비뼈를 쓸며 이불 틈을 빠져나왔다.

 

“흐아으...”

 

작은 소리와 함께 샌즈가 어깨를 움츠렸다. 당신은 그의 밑에서 겨우 빼낸 후드를 무너진 상체에 부드럽게 걸쳤다. 몸에 맞게 걸쳐진 후드의 어깨부분 아래에, 후드의 팔 부분이 나동그라졌다. 당신은 팔 부분에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듯 했다.

 

“역시 너는 모자를 뒤집어 써야 너답단 말이지. 그치?”
“....콜록, 컥, 커흑, 으....”

 

당신은 만족스러움에 가득 찬 얼굴로, 동그란 뒤통수에 먼지가 꽤나 쌓여있는 후드 모자를 뒤집어 씌었다. 모자가 움직이며 같이 날아다니기 시작한 먼지들에 샌즈는 기침을 해댔다. 당신이 허리를 지그시 눌러오자, 뼈다귀는 내뱉어지려던 신음이 기침에 섞이며 사레에 들렸다. 콜록거리며 흐응, 하고 소리를 내는 샌즈를 보며 당신은 의지로 가득 찼다. 당신의 오른손이 기침에 떨리는 볼을 쓰다듬었다.

 

“죽어라 반항해야 너다운 맛이 있겠다만......뭐, 얌전해도 이렇게 예쁘니까 상관없겠지, 그렇지?”
“......”

 

풀린 지 오래인 붉은 안광이 애써 초점을 잡으며 당신을 노려보려했다. 경멸스럽다는 눈빛이었지만 당신의 눈에는 마냥 귀여웠다. 힘이 없는 이가 부딪혔으나 으득 하는 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당신의 손을 뿌리칠 힘도 없는 뼈다귀가 고개를 비틀었다. 당신은 쯧, 하고 혀를 차고는 골반뼈를 다시 박아대기 시작했다.

 

“크흑....! 흣, 하아...응, 으, 흐으...”

 

다시 시작된 움직임에 해골이 몸을 비틀었다. 당신의 행동에 따라 움직여지는 샌즈의 모습을 보며, 당신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당신은 슬슬 참기 힘들어지는 것을 느끼며 정강이뼈를 쓸어 올렸다. 히익, 하는 신음소리와 함께 다리뼈가 흠칫 떨렸다. 친절의 막대기의 속도가 빨라지며 샌즈의 숨소리도 거칠어졌다. 숨을 내뱉어대는 입이 처박힌 시트가 젖어들었다. 흐으, 아, 하고 토해지는 소리도 먹혀들었다. 당신은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하듯 그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그러다가 간신히 걸쳐진 후드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척추뼈를 살살 만졌다. 파드득 떨리는 뼈다귀를 보며 당신은 허리를 더욱 세게 움직였다.

 

“끄으...싫, 윽, 아흐, 흑, 으응......흐아악!”
“지쳐, 보이네? 응?”

 

척추뼈를 뽀득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문지르자 샌즈가 쾌감 섞인 비명을 질렀다. 가빠오는 숨에 침대에 처박고 있던 두개골이 옆으로 돌아갔다. 샌즈는 온갖 자극에 쾌감을 느껴대는 스스로가 경멸스럽다고 생각했으나 당신의 허릿짓에 그 생각은 곧 사라졌다. 젠장, 빌어먹을...! 욕짓거리가 잠시 전원이 들어오듯 떠올랐으나 전기가 나가듯 팍 꺼졌다. 당신의 막대기가 척추 끝을 스치자 찌릿한 느낌과 함께 뼈다귀가 움찔거렸다. 해골은 그와 동시에 쾌감을 좀 더 민감하게 느끼기 시작했다. 앞서 보낸 끔찍한 시간 덕분에 샌즈는 그 느낌이 무엇인지 대충 알 것 같았다. 곧 있으면, 또, 다시.... 샌즈는 그렇게 느껴대고도 여전한 감각에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끼며 눈을 꾹 감았다. 척추뼈를 지분대던 손이 어느새 골반을 붙잡고 있었다. 당신은 양 손으로 골반뼈를 꽉 쥐어대며 퍽퍽 소리가 날 정도로 박아댔다. 잇새로 흘러나오는 당신의 신음은 뼈다귀의 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다. 다시 터질 것 같이 온 몸에 올라오는 쾌감에 해골의 눈이 다시 뜨였다. 눈꺼풀의 힘이 풀렸다는 말이 보다 정확할 것이다. 골반뼈의 구멍이 당신의 막대기를 조여 댔다. 제어를 잃은 뼈가 쾌감에 떨고 있었다. 당신은 골반을 쳐대는 움직임에 박차를 가했다.

 

“흐읏, 응, 또....흑, 싫...! 아응, 흐아, 아윽! 아아아악....!”
“하아...큿, 으윽...!”

 

비명 같은 신음을 지르며 샌즈는 구멍을 꽉 조였다. 늘어져있던 뼈에 긴장으로 힘이 들어갔다. 당신의 친절의 막대기에선 의지로 참아온 하얀 액체가 터져 나오며 뼈다귀와 침대에 흔적을 남겼다. 온 몸에 터지듯 흐르는 쾌감에 해골은 전율했다. 해골의 머릿속이 하얗게 비었다. 깜빡 깜빡 돌아오는 감각에도 뼈의 떨림은 멈추지 않았다. 끊어질 듯 멈췄던 숨이 긴장과 함께 풀렸다. 샌즈는 조금씩 돌아오는 시야를 느끼며 숨을 몰아 내쉬었다. 당신도 함께였다. 당신은 막대기를 빼지 않고 숨을 골랐다. 빠르게 오르내리던 갈비뼈의 속도가 줄자 당신이 친절의 막대기를 조심스레 꺼냈다. 나름 배려 섞인 움직임에도 골반뼈가 흠칫거렸다. 당신이 샌즈와 완전히 분리되자 골반뼈가 침대 위로 푹 떨어졌다. 샌즈는 완전히 늘어진 채로 가쁜 숨을 내쉬었다. 이윽고 숨이 점차 느려지다가 규칙적으로 변하자, 당신은 해골 옆에 누워 약간 의아한 얼굴로 샌즈의 얼굴을 살폈다. 이어지던 쾌락에 지쳤는지 잠들어버린 뼈다귀를 보며 당신은 싱긋 웃었다. 당신은 꾸겨질 대로 꾸겨진 후드 집업을 옆 어딘가로 대충 던져버렸다. 지친 기색으로 잠든 샌즈를 미소와 함께 감상하던 당신은 엎드린 자세의 그를 바르게 눕혔다. 침대 위에 눌려 박혀있던 베개도 깔끔히 펴서 두개골 아래에 받혀두었다. 헝클어져 짓눌려있던 이불도 살살 빼내어 샌즈에게 덮어주었다. 당신은 곤히 잠든 두개골에 쪽, 하고 입을 맞췄다. 당신은 달빛에 아른아른 빛나는 해골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사랑스럽다는 눈빛으로 헤실거리던 당신이 샌즈의 귓가에 속삭였다. 잘 자, 샌즈.

 


-

 


“녜헥!! 형!!! 일어나!! 이러다 이 쿨한 파피루스님의 스파게티가 다 식겠어!!!!!”
“......?”

 

파피루스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샌즈의 방까지 울려왔다. 샌즈는 동생의 목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비몽사몽한 정신으로 눈을 뜬 샌즈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이전의 수많은 리셋들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무언가 기묘한 느낌이 떠나지 않았다. 어떤 미친 EXP..., 아니, EXP가 되었어야 마땅했을 미친놈에게 당한 기억들이 그의 두개골을 스쳤다. 순간 서늘함이 등을 타고 올랐다. 다급한 손으로 이불을 걷어 올렸지만, 해골의 눈에 들어온 것은 평소와 같은 추리닝 바지와 하얀 티, 그리고 팔을 감싸고 있는 그의 푸르스름한 후드뿐이었다. 샌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그...기억은 뭐지?

 

“꿈...인가? 그렇기엔 너무 생생한데......아니면 설마...”
“형!! 샌즈!! 왜 이리 안 일어....녜헤헥????? 뭐야, 형!! 일어나있었던 거야??”

 

샌즈의 방문을 쾅 열어 제친 파피루스가 놀란 얼굴로 외쳤다. 샌즈는 멋쩍게 웃으며 좀 전에 막 일어났다고 대답했다. 파피루스는 특유의 웃음소리와 함께 빨리 내려오라며 재촉하고는 다시 부엌으로 내려갔다. 샌즈는 다시 휑해진 방에서 멍하니 있었다. 그 기억이 설마......아니야, 그렇다면 이렇게 멀쩡하게, 멀쩡한 모습으로 깨어났을 리가 없지. 그래, 꿈이었나보다. 그냥...좀 많이, 끔찍했던 악몽인거야. 샌즈는 고개를 흔들며 잔생각을 털어냈다. 침대에서 내려온 뼈다귀는 그의 동생이 기다리는 1층으로 향했다.
스파게티의 맛에 식사를 때려 치고 싶었지만, 행복해하는 파피루스를 보며 겨우 아침식사를 마친 샌즈는 소파에 별 생각 없이 앉아있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잠에서 깰 때 떠올랐던 끔찍한 기억에 몸서리쳤다.

 

‘대체 나는 왜 그런 꿈을 꾼 거지....’

 

샌즈는 고개를 휘저었다. 위화감이 들었지만, 뼈다귀는 애써 모른척했다. 조금씩 커져가는 불안감에 샌즈는 소파에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었다. 꿈인데 왜, 난 이렇게...? 잠시 생각에 빠진 해골은 의지를 다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드 지퍼를 올리고, 모자를 뒤집어 쓴 샌즈는 뒤돌아 산책을 하고 오겠다며 외치고는 문을 열었다. 웬일이냐며 잘 다녀오란 동생의 말을 뒤로 한 채, 형은 눈 쌓인 풍경을 바라보며 문을 닫았다.
조금씩 눈이 내리고 있는 스노우딘의 풍경은 참 평화로웠다. 왜인지 새어나오는 불안감마저 가라앉힐 만큼 고요했다. 뭐, 이 고요도, 평화도 곧 내 손에 망가지겠다만. 샌즈는 너무 멀리 와버린 자신의 손을 들어 올리고 손바닥을 응시했다. 곧 먼지가 잔뜩 묻을 손을 보며 샌즈는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안광이 붉은색과 푸른색으로 위험하게 빛났다.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 하며 움직이자 팔목 끝까지 올라와있던 후드가 스르륵 내려갔다. 안광이 무심하게 후드가 내려간 팔목뼈를 향했다. 시선이 멈추자 안광이 당황과 놀람으로 작아졌다.

 

“......”

 

검은 선이 있었다.
하얀 두개골이 더욱 하얗게 질렸다. 샌즈는 안광마저 떨어대며 검은 선을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쳐다봤다. 이럴 순 없어. 이럴 순 없다고. 샌즈가 속으로 외쳐댔다. 꿈이...아니었다고?
그럴 순 없어.
흔들리는 안광이 배회했다. 해골은 힘없이 떨던 다른 손을 들어 손목뼈의 검은 선을 벅벅 긁어댔다. 끄극, 하고 듣기 싫은 소리가 울렸지만 샌즈는 멈출 수 없었다. 망할. 지워져, 지워지라고, 젠장! 샌즈는 제법 날카로운 손가락뼈로 긁어 문질러 검은 선을 지우려 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손목뼈를 긁는 손가락뼈 아래로 검은 선이 힐끗 보였다. ...빌어먹을. 샌즈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두 손을 힘없이 늘어뜨렸다. 무력감이 두개골을 두드렸다. 하지만 난 이 느낌을 잊을 좋은 방법을 알고 있지. 비뚤어진 웃음과 함께 보라색 불꽃이 타올랐다.

 


-

 


“끄으.....크허헉!”
“헤, 이번 시간선의 마지막 EXP도 곧 내 것이 되겠군.”

 

샌즈는 리셋이 되기 전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 인간을 확인사살하지 않았다. 물론 인간은 뼈들에 박혀 죽어가고 있었지만, 적어도 가스터 블래스터만큼은 참고 있었다. 해골은 인간의 피가 묻은 식칼을 집어 들었다. 제법 날카로운 인간의 칼을 잠시 바라보던 그는 손목뼈의 검은 선을 지우기 위해 뼈를 긁어대기 시작했다. 인간은 미친놈 보듯 뼈다귀를 바라보았다. 적어도 인간에게 그가 하는 것은 자해 그 이상으로 보이지 않았다. 샌즈는 인간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은 채 칼을 든 손을 움직여댔다. 검은 선을 긁으며 칼자국 사이로 피가 흘렀다. 샌즈는 사람이었다면 약간 하얗게 질렸을 표정을 하면서도 손을 멈추지 않았다. 마지막 숨을 헐떡이며 인간은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샌즈를 쳐다봤다. 꾸벅꾸벅 감기던 눈꺼풀이 푹 가라앉으며 인간의 고개가 꺾였다. 인간의 숨이 멈춤과 동시에 세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리셋 되나보군. 샌즈는 까맣게 물들어가는 세계를 보며 생각했다. 그는 별 다른 생각 없이 리셋 되는 세상을 지켜봤다.
누군가가 그의 어깨를 꽉 붙잡기 전까지는.

 

“??!!!”

 

강한 악력에 놀란 얼굴이 뒤돌아봤다. 미친놈이다. 샌즈는 사라지기 직전인 안광으로 당신을 쳐다보았다. 감정이 드러나는 얼굴에 당신이 싱글거리며 웃었다.

 

“끝일 줄 알았어?”

 

어깨를 붙잡던 손이 후드를 타고 내려갔다. 골반 즈음까지 내려간 당신의 손이 옷 속에 들어가 척추뼈를 쓸어 올렸다. 뼈다귀가 파르르 떨렸다. 으득, 하고 이가 부딪히는 소리가 작게 울렸으나 뼈의 떨림에 묻혔다. 당신은 즐겁다는 듯이 웃었다. 이번엔 주사 없이 해볼까? 당신이 해골의 귓가에 속삭였다.

 

샌즈는 공포가 등골을 타고 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는 ‘반복되는’ 끔찍한 시간을 보내게 될 것 같다.

 

 

 

 

 

 

 

 

 

 

 

 

 

 

나눠서 올리려다가 생각보다 안 길어서 안 나눔

 

뛰는 또라이 머샌 위에 나는 상또라이 ‘당신’....
리셋 중간에 공간으로 납치해가는 건 매번 그러는 건 아니고 불규칙적임. 걍 꼴릴 때 데려가는 느낌?
머샌의 광기를 표현하는 데 완전히 실패한 대신 ‘당신’이 의도치 않게 개또라이가 된 느낌
‘당신’은 머샌을 따먹는다는 즐거움에 내내 신나있을 듯

 


괜히 개연성 살리려다가 글만 늘어지고 망했네 머샌 한 번 박기 개힘들다 시발....
쓰면서 상상이 잘 안돼서 고생하긴 했는데 이렇게까지 머샌이 아닌 것 같기도 힘들 것 같단 생각이 스친다....쒸...펄.....심지어 꼴리지도 않아......
설명충 기질이 있어서 글이 매번 늘어지는데 이거 쓰면서 절실히 느꼈다 ㄹㅇ
금손들의 문학을 보고 의지를 상실했다가 머샌 박는 거 한 번쯤은 써보고 싶었어서 의지를 다지고 마무리를 겨우 하긴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오래 걸려서 당황했다...
그나저나 난 샌즈프리 좋아하는 애낌ㅇ....양심에 찔리니 애낌이+박이인데 내가 쓴 글들의 상태가...??;;; 이제 작작 박아야겠다 그럼 언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