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스읍."
"야 장대."
"후우."
"담배 좀 그만 피지?"
"뭐?"
나는 프리스크. 모든 것이 싫다. 이유가 뭐든 간에 싫다.
"그 종이쪼가리 돌돌 만거 그만 빨아먹으라고."
"너야말로 그 사탕 그만 빨아먹지?"
배란다 난간에 나와 함께 사이 좋게 나란히 몸을 걸치고 있는 이 키 큰 해골과 나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입 안에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다. 저 해골은 담배를, 나는 사탕을. 둘 다 달콤한 맛이 난다던가. 하지만 담배는 오래 피워야 비로소 달콤하고 사탕은 처음부터 끝까지 달콤하다. 무엇보다 난 담배가 싫어 저 장다리 해골이 곁에 오기라도 한다면 이 사탕의 달달함이 역겨움으로 물들어져서 입맛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그런 역겨운게 내 사랑스런 사탕에도 묻고 내 몸에도 묻고 내 몸 속에도 묻는다. 우리는 사이가 안 좋다. 절대 안 좋다. 저 대갈빡을 차버리고 싶다.
"넌 왜 담배를 피우는거야?"
"맛 좋거든."
"냄새가 이렇게 지독한데 어떻게 맛이 좋아?"
"네가 그렇게 핥아대는 사탕만큼이나 달콤하지."
"이 사탕은 설탕 덩어리거든. 담배도 설탕 덩어리냐?"
"안믿기면 네가 직접 피워보던가. 뭐 꼬맹이라 담배 사지도 못하겠지."
"이 미친 새끼가 내가 좆만한 꼬맹이라고 무시하냐?"
"그 더러운 입이나 닦지 그래?"
레몬이나 처먹어라. 내가 모욕적인 손가락 욕을 해도 녀석은 요지부동한다. 어차피 이 녀석이 담배를 내려놓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형이면서 형답지 않게 행동하는 난쟁이 해골이 인정하는 골초새끼인데 뭘 기대하겠는가. 사실 저정도도 충분히 참은 것이며 아마 내 속에 눌려져있는 욕들을 전부 꺼낸다면 대략 10분간 연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뒤 쪽에 차라를 포함한 가족들이 있으니 이정도로 끝낸 것이니. 그저 덤덤하게 저 타오르는 종이막대기를 쪽쪽 빨아대며 태워버리면 더럽고 역겨운 냄새가 내 콧 속을 마구 휘젓겠지. 필터로 걸러낸 냄새라 할지라도 어차피 냄새 자체는 역겹다. 예전에는 내 면전에 돌아다니는 작은 회색 안개를 몰아내기 위해 손을 마구 휘저었지만 지금은 그저 거기에 적응해버렸다. 자연스레 내가 마시는 공기는 담배 냄새가 섞여있게 되었고 주변 사람들은 내 몸에서 담배냄새가 난다고 비행청소년이라고 뭐라 한다. 뭐 이젠 내 몸에 담배 냄새가 나는 것이 다 이 키 큰 해골 때문이라는걸 알지만 그건 우리 가족들 이야기이고.
그리고 거기에 호기심이 하나 더 생기기도 했다. 저 놈이 피우는 담배를 한번 빨아보면 어떨까? 사탕만큼은 달콤하진 않겠지만 이 녀석이 말하는 것 만큼이나 달콤할까? 뭐 물론 진짜 미각적으로 달콤한 맛이 날거라 생각하진 않는다. 시적 표현. 단순하고 지루한 짧은 표현을 온갖 여러가지 단어로 포장시켜서 있어보이게 만드는 마법의 수단. 내가 당시의 아스리엘을 꼬시려고 썼던 수단 중 하나였다. 그래, 이 장대가 느끼는 담배의 달콤한은 그냥 '계속 피우다보니 중독되어서 느끼는 달콤함'일 것이다. 마약같은 것. 아니 마약과 다를 바가 없겠구나. 따라서 골초가 아니라면 담배만이 주는 그런 달콤함을 절대 못느낄 것이다.
오우, 이야기가 산으로 간다. 으음 내가 어디까지 얘기했지? 아, 그래. 내가 뭐 아는게 많다 하더라도 나도 그런 꼬맹이인 만큼 여러가지 호기심은 여전하기도 하다. 안해본 것을 해보고싶기도 하는, 남들이 하지말라는 것을 하고 싶었으면 하는 호기심. 너무 잦은 호기심은 오히려 독이 되겠지만은 어차피 인생 살거면 거 해보고싶은 것들 다 해보고 살아봐야지. 진짜 이 사회에 백해무익한 짓은 하지 말고 그냥 '다른 사람들이 할 만한 일을 해보면 되겠지' 라는 생각. 그게 바로 경험이지. 내가 바로 그런 전형적인 '만족을 할 수 없는 부류'니까. '할 수 있으니까 하는 부류'니까.
"야."
"..."
"차라와 샌즈가 서로 좋아하는거 알아?"
"당연히 알지."
내가 당연한 질문을 했네.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뒤에서 차라와 샌즈가 같은 방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지 서로 꼭 붙어서 손 잡고 같이 다니는 모습을 보이더니 이젠 저런 모습이 흔한 일상이 되었다. 사귀기라도 해서 물어보려 했지만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다. 그 때 차라의 얼굴에는 웃음이 크게 만발했으니까. 부끄러운 홍조를 함께 담은 그 웃음은 지금 떠오른 햇빛처럼 따뜻했고 줄곧 입고 있던 초록색 줄무늬 티셔츠는 저 공활한 하늘처럼 때 묻지 않은 채 화사했다. 안그래도 둘의 키가 알맞게 작아서 멀리서 보면 진짜 귀여운 꼬맹이 커플로 볼 만 할텐데 둘은 항상 저렇게 웃으니 더더욱 보기 좋을 수 밖에. 다만 옷은 처음 만났을 때과 비교하면 약간 바랜 느낌이 있긴 하지만. 잠깐, 그럼 대체 저 옷을 얼마나 입은거지? 빨긴 했나?
"하아."
"샌즈형이 부러운거냐?"
"아니라면 거짓말일테지."
"그래서 내 형의 골을 때릴려고?"
"그럼 차라가 네 쿨한 형이 아파하는 것에 슬퍼하겠지. 난 그런거 못 봐."
"우리 형 때문이 아니라 차라 때문이였냐?"
차라가 우선이야. 나는 처음 만난 날부터 지금까지 쭈욱 그 아이만을 걱정해왔다. 차라는 너무나도 연약한 아이라서 작은 말에도 쉽게 들뜨고 쉽게 가라앉는 아이였다. 물론 그런 성격은 내가 제대로 놀려먹기 좋은 성격이겠지만 어째서인지 유독 차라에게만큼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약해도 너무 약했던 아이니까. 이런 해피 엔딩을 구성하는데에도 수없이 많은 죽음을 경험했으니. 내가 혹시나 해서 저들을 없애버리고 우리들만의 세상을 구축하자고 제안을 해도 꿋꿋이 그걸 거절했다. 물론 차라 스스로의 의지로 그들을 죽인 적이 있겠지만 그야 그들을 살릴 방법을 못찾아서 그런거겠다. 지금은 그들과 제대로 친구가 되어 있다. 위선자라 할 수 있겠냐고? 그런 나쁜 짓을 저지르고도 반성을 안하는 뻔뻔함을 보인다면야 위선자겠지. 내가 한번 차라에게 장난삼아 '넌 위선자에 불과해'라고 했더니 그거에 큰 울음을 터뜨리곤 했다. 왜 내 과거사를 들쑤시는건데! 그러면서 그 고사리같은 손으로 온 힘을 다해서 날 때리던거 같은데 그게 정말 온 힘을 다해 치는게 맞는건지 의심이 될 정도의 위력이였다. 내 가슴에 파묻혀서 울다가 뜬금없이 새액새액 잠에 들었는데 너무 오랫동안 울어서 퉁퉁 부운 그 얼굴이 얼마나 귀엽게 보이던지. 그 때 그 부드러운 볼을 한번 만져봐야 하는건데.
그 사건 이후로 나는 차라는 나에게 한가지 부탁을 했다. 다시는 자신의 과거를 들쑤시지 말라고.
"네가 알 바냐."
"왜, 솔직하게 털어봐. 네 성격상 속에 담아두진 않을텐데."
"이미 다 털었어."
"오. 너도 '터는걸' 좋아하나 보구나."
널 털어버리고 싶다. 이 장대와 나는 이렇게 사이가 안좋아 보이면서도 은근히 가깝게 지내는 사이이기도 하다. 사실 내가 대화를 나눌 상대가 이 장대 해골밖에 없어서이기도 하다. 것도 그럴 것이 아스리엘은 이젠 괴롭히는 맛이 없고 샌즈는 어린애처럼 징징대서 싫고 차라는 아까 말했듯이 내가 녀석을 울릴까봐 그 미안함에 되려 내가 더 멀리하고 -근데 차라도 내 행동에 대해서 눈치를 챈 느낌이긴 하지만- 엄마 아빠는 그냥 주 얘기가 거기서 거기였지. 그럼 자연스럽게 대화 상대를 찾으려고 이 더러운 해골 근처에 있게 된다.
"입을 '터는걸' 좋아하지."
"대화 상대가 필요했냐."
"그것도 아니라면 거짓말이지."
"근데 왜 하필 그 대상이 나냐? 다른 사람들도 있잖냐."
"내 입장 꽤 곤란하다? 너 말곤 대화 상대가 없단 말이지."
"거 인생 참 '뼈'아프게 사는구만."
시적 표현이겠지만 진심으로 요즘 뼈 마디마디가 쑤시긴 하다. 근데 대화를 나눌 상대가 그 누구도 아닌 이 장대 뼈다귀라니. 참으로 '골'때리는 사실이다. 뭐 내가 이런 녀석과 말을 자주 섞는 이유는 차라 때문일 것이다. 차라는 다른 이들과 잘 어울리는데 심지어 나와도 아주 잘 어울린다. 그런데 유독 이 장대 해골과는 제대로 다가가지는 못하는 듯 하다. 나는 아까 말한대로 그런 이유로 차라를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내 대화 상대를 차라가 독차지하니 자연스레 남아있는 장대 해골이 내 대화 상대가 된다.
"음, 사탕 다 녹았네."
"잘 됐네. 프리스크, 한 대 펴볼래?"
"웬일로 내 이름을 불러준대. 그리고 난 아직 성인이 아니거든."
"지금 내 옆에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담배를 피우는거나 다름 없어."
"직접흡연과 간접흡연과는 달라."
"그래서 싫다는거냐?"
"싫다곤 말 안했다."
"그렇게 나와야지."
치익. 사실 이전에 한번 담배를 쪽 빨아본 적이 있긴 하다. 적어도 일주일 전 이야기. 녀석이 잠들 때 몰래 담배가 들어있는 서랍을 찾아서 그 곳에서 한 개비를 몰래 빼와 펴봤다. 달콤한 맛이 나냐고? 달콤하긴 개뿔 그냥 지독함 뿐이였다. 심지어 내 입에서 연기가 나오는건 드라이아이스를 입에 넣고 드래곤브레스 놀이를 해보는 것 빼곤 없었다. 심지어 난 그마저도 금방 싫증났지. 5초였나? 뭐 장대가 담배 피우는 모습을 자주 봤으니 똑같이 담배를 잡고 천천히 담배를 불태우고, 천천히 담배가 검은 잿더미가 되어감과 동시에 내 입 안에 역겨운 담배 냄새가 가득 차오른다.
"후우."
"잘 하는데. 누구한테 배운거야?"
"키 큰 장다리라고 말해두지."
"헤, 내가 널 키운 셈이구만."
"우리 부모님은 뼈만 남아있지 않아."
"알아 임마, 말이 그렇다는 거지."
스읍. 사탕을 먹고 난 직후라서 그런걸까? 후우. 어째서인지 이 담배 냄새가 굉장히 달콤하게 느껴진다.
"프리스크! 내가 담배 피우지 말라고 누누히 말했잖아! 정말 실망이야!"
"몌에엑! 안 돼애애애애애! 이제 담배피우는 사람이 둘이나 되다니! 이건 정말 끔찍한 악몽이야!"
"아니야, 차라! 이거 그냥 장다리가 강제로 내 입에 담배 물어놓은거야!"
"야, 지금 뭐라고? 그거 네가 원해가지고 내가 너에게 준 거잖아!"
"둘 다 나빠! 담배 건네준 파피루스나 그걸 받은 프리스크나!"
"그래! 차라 말대로 둘 다 나쁜거야! 서로 반성 좀 하라구우!"
내가 담배를 싫어하는 이유가 비단 냄새 때문만이 아닐지도.
- * -
가게 안나가는 휴일에는 가볍게 짧은 문학 써놓고 가는 재미. 그냥 좀 삐딱한 프리스크가 보고싶었을 뿐이었어.
너네 뼈다귀에게만 관심 주지 말고 인간 꼬맹이들에게도 관심 좀 줘라. 여기저기 둘러봐도 뼈다귀 냄새가 그윽하다.
물론 난 뼈다귀에게 관심 안 줘서 솹팝 솹샌 성격 잘 몰라. 캐붕인건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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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홍홍